수지 멘키스가 품평한 2016 F/W 밀라노 패션위크 – 질 샌더: 고요함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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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로 시작하는 형용사를 떠올려보자. 그러면 질 샌더의 이름으로 내보내졌던 컬렉션에 걸맞는 다양한 단어들이 생각날 것이다. 진지함(Sobriety), 엄숙함(Solemnity), 엄격함(Strictness), 엄정함(Severity).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로돌포 팔리아룽가는 ‘야상곡’이라 부른 컬렉션에 때론 이상하고 때론 우아한 창작을 설명하기 위해 여러 다양한 효과를 끌어왔다.

이번 컬렉션에는 수트로 시작해 블랙이 자주 등장했다. 마치 디즈니 영화 <101마리 달마시안>에 나오는 크루엘라 드빌처럼 강렬하게 그려진 실루엣은 뒤로 돌아선 모델들이 예쁘장한 등 주름을 드러낼 때 부드러운 충격으로 다가왔다. 어둠의 공주가 물러갔다. 고개 숙여 인사하라!

그러나 부드럽다고 해서 실루엣이 여성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대신 쇼는 드라마틱했고 가끔 거창하기도 했다. 브랜드의 창시자가 추구하는 모든 걸 지배하던 미니멀리즘은 여전히 하우스의 법도로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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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디자이너는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에서 과감해졌다. 은빛으로 반짝이는 드레스는 실크와 특별한 질감의 울로 만들어져 브릴로 철 수세미 같은 거친 질감을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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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샌더가 만들어낸 유려한 옷들의 겉만 따라가던 이들은 이제 그녀의 패션이 그 기나긴 여정의 마지막에 자리하고 있다는 문제에 당면하게 된다. 그녀가 짊어진 문제는 그녀의 전반적인 인생, 그리고 여성으로서의 개인적 개발이 엄청나게 변화하고 있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는 평행선을 그린다는 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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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돌포 팔리아룽가는 디자이너로서, 아니 남성 디자이너로서 질 샌더의 정신을 소화해내리라는 기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만들어낸 ‘S’ 리스트에서 빠진 핵심적인 단어가 의미하는 무언가가 있다. 바로 고요함(Serenity)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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