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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멘키스가 품평한 2016 F/W 파리 패션위크 – 왜 창조적인 힘이 필수적인가(디올, 랑방)

2023.02.20

by VOGUE

    수지 멘키스가 품평한 2016 F/W 파리 패션위크 – 왜 창조적인 힘이 필수적인가(디올, 랑방)

    훌륭한 디자이너가 되기에 딱 좋은 날이었다. 이번 주 파리에서 열린, 갈피 못 잡는 디올과 랑방의 쇼는 상상력과 지성, 혁신, 불손함과 순수한 창의성의 필요성을 더할 나위 없이 증명했기 때문이다.

    두 하우스 모두 컬렉션 자체는 무신경하거나 천박하거나 몸에 안 맞는다거나 하지는 않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았다. 사실은 그 반대였다. 하우스와 그 직원들은 퀄리티와 ‘메종’의 이름을 중히 여겼다.

    전 세계에서 이 옷들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이 유명한 이름들을 기억하고 자랑스럽게 이 옷을 입을 것이다.

    그러나 두 명의 디렉터가 사라져버렸다. 디올의 라프 시몬스는 압박 속에서 그만 두었다. 랑방에서는 알버 엘바즈가 해임당했다. 이들의 자리는 소위 ‘팀’이 대신했다. 거장들이 그들을 이끌 때 무대 위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그 결과는 기껏해야 지금까지 나왔던 작품들이 시시한 버전으로 다시 작업되었다는 느낌이었다. 아직까진 패션 하우스로서의 향기는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역시 필연적으로 사라져버릴 것이다.

    디올: 셀레브리티와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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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올의 무대장치가 프랑스 고급 예술의 성지를 비추고 있다.

    디올은 2016년 겨울 컬렉션을 맡을 디자이너로 오뜨 꾸뛰르 작업을 했던 세르주 후피에와 루시 마이어를 택했다. 하우스는 그러나 또 다른 거창하기만한 무대를 세웠다. 이번엔 거대한 은색 방울이 건물 전면에 배치되어 루브르를 비췄다.

    이는 이번 쇼에서 최후의 대담한 제스처였다. 검은 재킷과 흰 칼라에 가장자리를 금실로 두른 블라우스, 그리고 빨간 팬츠를 입은 제시카 알바에서부터 시작해 셀레브리티들의 순위를 매기지 않는다면 말이다. 제시카 알바는 나에게 자신의 의상이 100퍼센트 디올이라고 표현했다. 그녀는 로자먼드 파이크와 본드걸 나오미 해리스, 그리고 엘비스의 손녀로 잘 알려진 라일리 코프와 함께 참석했다.

    “100퍼센트 디올”로 등장한 제시카 알바

    “100퍼센트 디올”로 등장한 제시카 알바

    크리스 제너가 두번째 줄에 앉았고 그녀의 딸 켄달이 비교적 대담한 의상 중 하나였던 양쪽 가슴에 각각 다른 종류의 퍼를 달은 옷을 입고 캣워크에 섰다는 사실은 화제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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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올 쇼는 어떤 대담함, 아니면 존 갈리아노가 격정적인 임기의 마지막을 향하며 보여준 ‘광기’로 가장 유명했다. 그 뒤를 이은 라프 시몬스는 기하학적인 모더니티에 대해 확실히 선호를 밝히며 임기를 시작했다.

    이번 쇼는 젊었고 검은 색으로 채워진 긴 오프닝 동안은 엄격했으며 크리스찬 디올의 아이스크림 프린트에서 영감을 얻은 작은 꽃무늬가 나올 땐 귀여웠다. (적어도 쇼 노트에는 그렇게 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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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쇼에는 미스터 디올이 자신의 정원과 드레스 패턴 가운데 사랑하던 크고 탐스러운 장미들이 사라졌다. 대신 주름진 소매를 가진 코트와 니트는 귀여웠다. 이목을 끌기에 마땅치 않을 때면 핸드백들이 한번에 두 세 개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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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대적으로 매력적이던 은색 튜브와 아치로 만들어진 터널 아래에서 두드러진 건 이번 컬렉션이 너무나 시시해 보였다는 점이다. 어떤 장식예술에서나 마찬가지로 패션에서도 혁신적인 디자인을 정의하기란 어렵다. 이는 좋은 쇼에 터무니없이 주랜더(Zoolander)스러운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는 뜻이 아니다. 그러나 패션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눈가를 적시고 흥분해서 전율을 느끼는 순간들이 있다. 디올은 이날 그러한 마법적인 순간에 전혀 다가서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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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랑방: 식욕을 잃다

    랑방의 런웨이는 다양한 아날로그를 자극했다. 오직 부 주방장만이 일하는 레스토랑이 떠올랐다. 특히나 전임 디자이너 알버 엘바즈가 하우스의 멋지지만 평범한 핑크 샴페인보다는 자신만의 펑키한 음식과 쿠키를 권하고 다니는 버릇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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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랑방의 런웨이는 알버 엘바즈의 영감이 담긴 손길을 잃었다.

    이번 쇼 자체에서 가장 명백한 변화는 그 재치 있고 귀엽고 아이코닉하거나 아이러니하던 아이템들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Yes!” 또는 Mine이라 써 있거나 여성성을 엉뚱하게 표현하던 수많은 주얼리들처럼 말이다.

    그리고 모든 쇼가 다양한 요소들 – 길고 부드럽고 적극적이고 예쁘게 등 -을 포함함으로써 여성의 다양한 캐릭터와 필요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알버의 주장도 여기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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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의 시작을 알린 네모난 은회색의 수트를 누가 재단했든지 간에 그 뻣뻣한 의상 속에 갈망과 욕구를 지닌 여성이 있다는 인상을 주지 못했다. 모든 게 완벽하게 디자인되고 잘 만들어졌지만 예술가의 내적 정신을 속일 수는 없다. 걸작을 똑같이 모사한 후에 원작과 똑 같은 가치를 지녔다고 주장할 수 없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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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션은 ‘그저’ 응용미술이다. 그래서 매니쉬한 체크 재킷과 주름진 쉬폰 스커트 안에 영혼이 담긴 주머니가 딸려 있을 필요는 없다. 또는 금색 랩 코트가 발목까지 내려오는 연갈색 스웨이드로 색조를 바꿀 때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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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상에서 정서와 관련해 중요한 점은 그것이 무형이라는 데에 있다. 알버는 무언가를 갈망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뒤에 남겨진 팀은 기술적으론 용감했지만 끓는 피가 없었다.

    이 갈피를 잃은 하우스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이들은 보조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10년 넘게 날개 짓을 하며 기다리고 있었던 구찌의 사례는 우연한 행운이란 걸 깨달아야만 했다.

    유명한 하이엔드 패션 하우스에게 필요한 건 중요한 패션 모먼트가 일어나게 만드는 정서적이고 기술적인 솜씨를 지닌 디자이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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