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멘키스가 품평한 2016 F/W 파리 패션위크 – 생 로랑: 펠리니 시대의 꾸뛰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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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동안 빌딩 공사가 끝난 뒤, 나는 이 공간에서 쇼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에디 슬리먼이 말했다. 마치 흠 잡을 곳 없이 잘 재건된 황금빛 파리 맨션에 초대해 오직 각 숫자를 호명할 때만 깨지는 침묵 속에서 관객들에게 펠리니 스타일로 1980년대를 패러디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일인 양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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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는 너무나 완벽했다. 옷들은 모두 몸 위에서 에로틱한 곡선을 만들어냈다. ‘르 스모킹’ 턱시도 재킷은 목 부위에 어릿광대 같은 러프를 두르고 클리비지 위로는 도트무늬 망사가 덮였다. 스커트는 너무 짧아서 고급스러운 검은색 스타킹을 신은 허벅지에 겨우 걸쳤다. 숄더는 쑥 올라가서, 대담한 로얄블루 퍼코트는 반세기 전 입생 로랑이 사회에 충격을 안겨준 전설적인 ‘처비’ 재킷보다 더 높고 넓게 솟았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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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스테이트먼트로서 이는 세계가 어떻게 변하는지에 따라 떠나가는 디자이너의 마지막 한방 일수도,아니면 슬리먼이 내딛는 현명한 한 발자국일 수도 있었다.

어느 누구도 완벽하게 만들어진, 부끄러운 줄 모르는 야한 옷들에 반응하지 않고 그 아름답게 재건축된 빌딩의 대리석 계단을 내려올 수는 없었을 것이다. 메이크업은 헬무트 뉴튼 사진에 나오는 야하고 화려한 느낌을 지녔다. 숄더는 YSL의 전성기와 마찬가지로 넓고 대담했다가 날아오르는 하나의 날개로 작아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 효과는 사랑스럽고 거의 귀여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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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잉크로 쓴 그래피티가 뒤덮인 아주 짧은 드레이프 드레스에 함께 매치된 하얀색 재킷은 즐길 준비가 된 젊은 LA 키즈에 초점을 맞췄던 초창기 슬리먼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이번 쇼는 분명 파리적이었다. 이브의 파트너 피에르 베르게의 자극적인 목소리가 쇼를 시작했다. 그는 YSL의 뮤즈 베티 카트루스, 영원히 아름다운 배우 까뜨린느 드뇌브와 함께 거룩한 트리오로서 쇼 중앙에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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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프레젠테이션과 에디가 보여주는 하이테크의 화려한 오락물 – 그 모든 음향과 빛, 우주 시대의 기계적인 구조물,그리고 록스타 워너비 관객들 – 이 만들어내는 간극은 충격적이었다.

거만함과 불완전함을 맞바꾼 쇼 대신 이 모델들은 어깨 “날개”위 혹은 리벳 못으로 구멍을 뚫은 재킷 위에 한 땀 한 땀 수 놓여진 마무리에 한 층 더 뛰어난 완벽함을 불어넣었다. 자신만만한 컬러의 구두들은 포인티 토의 하이힐이었고 모델들은 카나리 옐로 또는 충격적인 핑크 스틸레토를 신고 성큼 걸음을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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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층 다락방에 마련된 스튜디오에서는 감격한 드뇌브가 에디와 포옹을 나누면서, 압도적인 감동이었다며 가슴께에 떨리는 손을 얹었다.

‘스캔들’이라는 의미에서 에디 슬리먼의 쇼는 성공을 거두었다. ‘스캔들’은 최근 파리의 피에르 베르제-이브 생 로랑 재단에서 열린 충격적인 1971년도 이브 컬렉션에 관한 전시회에 붙은 이름이기도 하다.

에드 슬리먼이 생 로랑에 잔류할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엄청난 관심과 함께, 생 로랑의 유산을 품위와 퇴폐의 극한까지 비틀어버린 이번 맹렬한 쇼는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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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눈으로 쇼를 바라보며 순수한 쇼 비즈란 무엇이며 좀더 웨어러블한 옷이 되기 위해 스커트의 길이나 숄더의 너비를 어떻게 고쳐야할지 내 자신에게 묻다가 불현듯 나는 “땡”하고 머리를 맞은 듯했다.

베트멍과 베트멍의 과장된 어깨와 짧은 스커트를 둘러싼 그 모든 난리는 에디 슬리먼의 생 로랑이 가진 동전의 반대편이 아니었다. 1980년대를 스트리트 스타일로 재탄생시키는 대신, 이번 쇼는 과거로부터 미래를 만들어내는 방법으로 야단스럽고 과장된 꾸뛰르를 다시 등판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