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글로리데이〉는 흔들리는 청춘에 대한 치열한 기록이다. 주목받는 20대 배우 지수와 김희찬, 그리고 배우 김준면으로 자신을 명명한 EXO 수호가 청춘의 위태로운 한 장면을 공유한 친구들이 됐다.

추위가 풀린 어느 밤, 강남의 한 이면도로로 밴이 모여들었다.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적막한 골목엔 마법의 장소가 숨어 있었다. 소년은 어른이, 남자는 신사가 되는 근사한 마법! 날카로운 면도날과 감미로운 버번위스키가 공존하는 바버숍에서 세 명의 아름다운 남자가 불안하고 위태로운 청춘의 옷을 입었다. 100% 사전 제작 후 9월 방송 예정인 드라마 <보보경심: 려> 촬영 중인 지수, <치즈인더트랩>의 홍준 역을 통해 ‘국민 남동생’이라는 이름을 점거 중인 김희찬, 배우로 첫발을 내디디며 “영화에 나갈 배우 크레딧을 어쩔까 고민하다가 본명 ‘김준면’으로 결정한” 수호다.

세 남자는 다름 아닌 청춘 영화 <글로리데이>의 주연배우들이다. 저돌적 의리파 용비(지수), 일찍 철이 들어버린 효자 상우(수호), 소심한 야구 특기생 두만(김희찬), 그리고 싱겁지만 꿈 많은 지공(류준열)은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단짝 친구다. 해병대 입대를 결정한 상우를 배웅하기위해 들뜬 기분으로 떠난 포항 여행에서 네 친구는 어른 세계의 혹독함을 만난다. 덜컹거리는 미니 봉고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며, 포항의 부드러운 백사장을 질주하며 그들이 만끽한 것은 어른이 됐다는 뿌듯함, 그리고 세상 모두가 자신에게 호의를 베풀 것만 같은 자유로운 기분이었다. 아직 다 자라지 못한 어른 초년생들에게 세상은 거대한 착각에 불과했고, 네 친구는 무기력한 아이들처럼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야 만다. 세 배우는 그 모든 좌절과 무력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름다운 청춘의 모습을 펼쳐 보였다. 눈웃음 사이로 끼를 감추지 못한 막내 지수, 일본 일정에서 갓 돌아와 가수와 배우 사이의 시차 적응이 필요해 보였지만 다정한 미소를 띠고 있던 EXO 수호, 그리고 수줍은 듯한 몸짓과 달콤한 얼굴 속에 또렷한 눈빛을 품고 있던 김희찬. 세 배우는 어른이 되고 싶은 소년의, 신사가 되고 싶은 남자의 응축된 에너지를 <보그> 패션프레임 안에 표현했다(네 명의 주연배우 중 류준열은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 편 촬영으로 함께하지 못했다).

보그 작년 6월 <글로리데이> 크랭크업 이후에도 자주 만난 모양이다. 오랜만에 만난 분위기가 아니다.
지수 우리야 자주 만난다. 바로 지난주 금요일에도 만났다.
수호(이하 준면) ‘프라이데이 디너파티’였지. <글로리데이> 최정열 감독님과도 종종 만났다. 나이 차가 꽤 나지만 말도 아주 잘 통하는 형이다. 멋지고 잘생기기까지 했다.
김희찬(이하 희찬) 감독님과 사는 동네가 같아서 난 더 자주 만난다. 석촌호수 보이는 카페에서.

보그 <글로리데이>의 네 주연배우 모두가 ‘변요한 패밀리’로 원래 친분이 있었다. 요즘 ‘변요한 패밀리’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그런데 대체 뭘 하는 모임인가? 그 많은 젊은 남자 배우들이라니!
준면 말 그대로 패밀리다, 그냥. 친한 친구들을 하나둘씩 소개하고 모여놀다가 자연스럽게 결성된 패밀리. 워낙 변요한 형이 영화 찍을 때마다 친구를 많이 사귀는 마당발이다. 나는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다닐 때 학교 동기라 알게 됐다.
희찬 고등학교 때 입시를 준비하면서 목표가 한예종이라 자주 들락거렸다. 그러다 보니 재학생들이랑 친해지고,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오가다만나고, 아는 형들도 서로서로 다 알고.
지수 나는 독립영화 펀딩 파티에서 처음 만났다. 친한 형이 변요한 형과 친해서 소개받고 어울리다 보니.

보그 <글로리데이>는 네 명의 단짝 친구라는 설정인 만큼 호흡이 중요한 영화다. 캐스팅에도 영향을 미쳤나?
준면 내가 가장 먼저 캐스팅이 결정됐는데, 그렇진 않았다. 오디션으로 따낸 배역이다. 시나리오를 받고 처음에 하고 싶었던 건 밝고 유쾌한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지공이었는데 감독님은 내 안에서 순수하고 맑은 상우를 보신 것 같다.
희찬 나 역시 지공 역을 준비해서 오디션을 봤다. 원래 두만은 뚱뚱하고 덩치 큰 캐릭터였다. 오디션 현장에서 감독님이 날 보자마자 두만 역할로 정하시고 오히려 캐릭터를 나에게 맞춰 수정해주셨다.

보그 꽤 많은 배우들에게 시나리오가 갔던 걸로 아는데, 자신이 캐스팅 된 이유에 대해 어떤 얘기를 들었나?
지수 부끄러워서 직접 물어본 적은 없다. 다만 감독님이 언제나 “네가 용비다”라고 말씀해주셔서 자신 있게 임할 수 있었다.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객과의 대화 때 감독 답변을 들으니 ‘저 친구와 함께 하면 좋겠다’ 하는 느낌을 받으셨던 것 같다.
희찬 오디션 보러 갔을 때 나를 보자마자 “두만이가 걸어 들어오는 줄 알았다”고 하셨다. 나와 두만은 다르지 않다. 눈이 좋다고도 말씀해주셨다.

보그 촬영하는 동안 지방에 오래 머물렀는데 남자들이 모이면 분위기가 둘 중 하나다. 군대였나, MT였나?
준면 포항에서 많은 분량을 촬영했는데, 산속에 숙소가 있었다.
희찬 산밖에 없었지…
지수 포항 시내의 좁은 숙소와 1시간 거리의 콘도 중 선택지가 주어졌는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 콘도를 택했다. 완전 여행 온 기분이었다. 매일 밤마다 모여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얘기를 했다. 주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같은 것부터…
준면 내일 촬영할 장면을 어떻게 연기할까 하는 얘기도 많이 했다.
희찬 드라마 <프로듀사>를 촬영하던 때라 모일 때마다 연기 상담을 받기도 했다. 넷이 밤마다 베란다에 모여 얘기를 나눴는데, 선선한 바람과 벌레들이 기억에 남는다.
지수 잠이 많은 타입인데도 새벽까지 얘기하다 잠들곤 했다. 거의 술을 안 마시는 사람들이라 포도 주스를 마시면서. 사실 주동자는 나였을지 모르겠다. 다 좋아하는 사람들이고, 마음 깊숙이 알아가고 싶은 마음에 형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파헤쳤다. 얘기를 끊을 수 없었다. 내가 인터뷰어가 돼 인터뷰를 한 것 같았다.

보그 그렇게 인터뷰해보니, 다른 배우들은 어떤 사람들이었나?
지수 희찬 형은 힘든 시기를 극복해낸 사람이다. 이 형이 이렇게 성장해나가는구나, 하며 배워야겠다고 생각한 부분이 많았다. 준면 형은 누구보다 ‘글로리데이’를 많이 경험했지만 오랫동안 갈망과 욕구, 갈증을 품고 살아온 사람이다. 연기를 시작하며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현장을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준면 인터뷰 잘했네. 완전 동의한다.

보그 모든 배우는 영화 개봉할 때 현장 분위기가 좋았다는 말을 습관처럼 하지만, <글로리데이>만은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닌 것 같다.
준면 마음 맞는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 몸도 마음도 힘들지 않았다. 굳이 촬영 기간 중 힘든 순간이 있었다면 새벽 6시에 누군가가 커피를 의자에 쏟았는데, 또 누가 거기 앉았을 때 정도?
지수 힘든 건 기껏해야 뛰는 장면에서 다리가 막 아플 때 정도였다.

보그 배우들 중 큰형 역할은 누가 했나?
준면 아무래도 나이도 그렇고, 류준열 형이 가장 주도적이었다. 의견도 가장 잘 어필하고. 막내는 역시 지수가… 애교가 정말 많다.

보그 인상이나 이제까지 맡은 캐릭터로 보면 김희찬이 좀더 애교가 많을 것 같은데?
희찬 나는 정말이지 애교가 하나도 없다.
지수 형은 정말 상남자다. 그냥 딱 상남자.

보그 필모그래피에 영원히 남을 만한 영화를 촬영하고 있다는 생생한 감각을 느끼며 한 촬영은 어떤 장면이었나?
준면 상우가 아스팔트 바닥에 누워 있고, 그걸 부감으로 잡는 장면이 있다. 상황에 맞게 분장도 하고 있었는데, 분장의 찝찝한 감각과 아스팔트 바닥에 누워 있다는 이질감이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내가 아닌 느낌이 드는 순간이었다.
희찬 냇가에서 아이들이 뒤엉키는 장면이 있다. 모두가 정말 치열하게 연기한 장면이다. 그 장면을 촬영하는 동안, 모두가 엄청나게 몰입하고 있다는 실감이 확 밀려왔다. 평소에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던 열정이 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
지수 넷이 차례로 카메라를 보며 씩 웃고 바다를 향해 달려가는 장면이 있다. 구름에 숨었던 해가 구름을 벗어나는 순간마다 빛이 변했는데 그때 보인 것들이 좋았다. 이 영화의 명장면이 여기서 나오는구나 했다.
준면 그 장면이 좀 아쉽기도 하다. 다 같이 밤새우고 한 촬영이었는데 웃으면서 뛰는 게 어색했는지 다들 못생기게 나와서… 특히 지수는 그동안 어디서도 볼 수 없던 얼굴이 잡혔다. 원래는 잘생겼는데.
지수 씩 웃어야 하는데 너무 “와! 바다다! 와아악!” 하며 웃었더니… 다들 예쁘게 웃는 테이크도 있었는데 최종 버전을 보니 감독님이 “와아악!” 하고 웃는 버전을 쓰셨다. 이유가 있었을 거다.

보그 영화의 네 친구는 속수무책으로 어른들의 세계 안에서 무너진다. 자신이었다면 어떻게 했을지 생각해봤나?
희찬 순간 겁이 났겠지만 상황을 피하려 하진 않았을 거다. 피하려고만 하면 항상 더 좋지 않은 결과가 따라오기 마련이다. 용기를 내서 어떤 상황이라도 헤쳐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수 좀더 이성적일 수는 있었겠지만, 잘 모르겠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나는 용기를 내지 못한 네 친구가 비겁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자신보다 강한 힘에 무너진 것이 비겁한 일은 아니니까.
준면 옳고 그름은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다. 옳지 않음 앞에 끝까지 용기를 잃지 않고 저항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피할 수 없이 엄청난 현실에 맞닥뜨린다면, 나 역시 과연 용기를 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나는 늘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얼버무리며 애매한 상태로 상황이 흘러가지 않게 하려고 애쓰지만, 영화에서 친구들이 겪은 일은 너무나 커다란 사건이었다.

보그 영화 속 어른들은 옳음과 그름 중 그름으로 묘사된다. 옳은 어른이란 어떤 사람일까?
희찬 본인이 한 말을 책임지고 감당해내는 게 어른이 아닐까. 일이든 인성이든 다른 사람들이 존경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살면서 부딪히는 새로운 상황에 따르는 어려움을 잘 참아야 한다. 나는 아직 어른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언젠가 지혜롭고 존경받는 어른이 되고 싶다. 그렇게 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
준면 나 역시 내가 어른이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언제가 될지는 나도 모르겠다. 어른의 기준은 정해진 게 없다. 냉정하고 치열한 사회에서 자신의 순수함을 잃지 않고,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어른이라고 생각한다.
지수 나는 순수하고 자유로운 어른이 되고 싶다. 어른이지만 어린이의 마음을 가진 ‘어른이’.

보그 <글로리데이>가 말하고자 하는 건 한마디로 뭘까. 감독 의도를 어떻게 파악했나?
준면 감독님 자신이 보냈으면 하는 청춘을 표현하신 것 같다.
희찬 착한 네 아이들이 마냥 들떠서 행복해하며 끈끈한 우정을 나누는 모습을 아름답게 그리고 싶으셨던 것 같다.

보그 하지만 영화는 갓 스물이 된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지 않는다.
준면 나의 스무 살을 떠올려보면,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다는 열망에 휩싸이던 때였다. 한예종에서는 연기, 회사에서는 음악에 집중했다. 그 두가지를 모두 해내려 한 그때의 내 용기를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을 만큼.
희찬 나의 스물도 목표를 위해 치열하게 살던 시기다. 힘든 일도 있었기에 애틋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열정 넘치는 시기인 것은 분명하기에 뿌듯한 마음도 든다.
지수 내게도 스물은 새로운 열정이 샘솟았고, 늘 모든 것을 새로운 경험으로 받아들이며 지낸 시기였다. 순수하고 뜨거운 시절이었다.

보그 여느 스무 살 청년들에게는 미래가 보이지 않고, 노력만큼 보상이 보장되지 않는 시기이기도 하다.
준면 그래도 꿈을 가졌으면 좋겠다. 늦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스물은 인생의 5분의 1 정도 시점에 불과하다. 하고 싶은 것을 찾고 시작할 수 있는 나이다. 자신을 믿고, 자신의 꿈과 목표를 믿고,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을 믿으라고 얘기하고 싶다. 믿다 보면, 꾸준히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다 보면 꼭 이뤄진다. 나는 꿈을 이루기 위해 나 자신이 어디까지 해봤나를 끊임없이 자문하며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지금의 스물들이 용기를 내면 좋겠다.
희찬 나도 힘든 시기였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어쩌면 누구나 겪어야 할 과정을 겪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류준열 형을 보면 나는 고생했다고 말할 수도 없다.
준면 자기 관리가 정말 철저한 사람이다. 이제까지 만난 그 누구보다도 자기 관리를 독하게 하는 사람이다. 그만한 사람이 정말 없다.

보그 영화의 <글로리데이>는 다분히 역설적 의미로 쓰인 제목이지만, 배우 초년생인 당신들에겐 앞으로가 글로리데이일 것이다. 서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준면 지수는 이제까지 멋있는 역할을 주로 했는데, 다음 작품에서는 꼭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해보면 좋겠다. 애교 넘치는 성격을 보여줄 때가 됐다. 전 국민을 사로잡는 ‘연하남’ 연기를 기대한다. 분명 잘될 거다.
지수 희찬 형은 <치즈인더트랩>에서도 얼핏 보이는 형의 강렬한 ‘상남자’매력을 내보일 역할을 만나면 좋겠다.
희찬 EXO의 수호로 무대에 선 준면 형을 보면 깜짝깜짝 놀란다. 함께 연기하던 형의 모습과 정말 다른 모습이니까. 형의 여러 모습 중 연기에 대한 깊이를 가진 배우로서의 모습은 아직 다 보여주지 않았다. 연기력이 드러나는 역할을 맡아 형이 배우로서 더 인정받게 되길 바란다.

보그 함께 출연했다는 것만으로 네 배우가 이렇게 마음 깊이 서로 사랑하는 건 쉽지 않다. <글로리데이>는 각자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까?
지수 추억, 사랑, 우정.
희찬 내가 살아가며 노력해온 목표를 향해가는 여정에서 이렇게 좋은 동료들을 만나게 한 작품. <글로리데이> 덕분에 인생에서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을 동료가 생겼다.
준면 훗날 우리가 잘되든 그렇지 않든, 배우 네 명과 감독님에게 평생 잊지 못할 작품 하나를 남긴 것 같다. 우리가 함께했기에 긍정적이고 밝은 시너지가 나올 수 있었다.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