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백민석의 단편 소설같은 쿠바 여행기

2016.03.16

by VOGUE

    백민석의 단편 소설같은 쿠바 여행기

    백민석의 두 번째 소설집 이 재출간돼 팔려갈 때, 정작 그는 한국에 없었다. 한동안 쿠바의 말레콘을 걷는 사진가로 산 그는 얼마 후 쿠바의 정취를 담은 사진과 단편소설 같은 여행기를 보내줬다.

    백민석의 두 번째 소설집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이 재출간돼 팔려갈 때, 정작 그는 한국에 없었다. 한동안 쿠바의 말레콘을 걷는 사진가로 산 그는 얼마 후 쿠바의 정취를 담은 사진과 단편소설 같은 여행기를 보내줬다.

    처음 쿠바 여행 스케줄이 잡혔을 때, 현지에서 일정을 도 와줄 코디네이터로부터 간단히 쿠바를 소개하는 메일이 왔다. 단 네 마디로 이뤄진 소개였다. “쿠바는 덥고 습한 나라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서점에는 쿠바에 대한 변변한 한국어 가이드북 한 권 없었다. 하지만 쿠바 여행기, 포토에세이는 차고 넘친다. 아마추어들부터 프로 사진가들까지 쿠바에만 가면 사진을 찍어 너나없이 사진집을 낸다.

    처음 쿠바 여행 스케줄이 잡혔을 때, 현지에서 일정을 도와줄 코디네이터로부터 간단히 쿠바를 소개하는 메일이 왔다. 단 네 마디로 이뤄진 소개였다. “쿠바는 덥고 습한 나라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서점에는 쿠바에 대한 변변한 한국어 가이드북 한 권 없었다. 하지만 쿠바 여행기, 포토에세이는 차고 넘친다. 아마추어들부터 프로 사진가들까지 쿠바에만 가면 사진을 찍어 너나없이 사진집을 낸다.

    쿠바는 사진 찍으며 놀기에 최적화된 여행지다. 방파제를 뜻하는 말레콘은 쿠바 수도 아 바나의 북쪽 해안을 가로지르며 길게 뻗어 있는 도로이자 산책로이고, 사진을 찍으러 쿠 바에 온 여행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출사 명소다. 길이도 길어서, 동쪽 끝에서 서쪽 끝 까지 내 빠른 걸음으로 못해도 5시간은 걸린다. 그곳에선 우리가 스펙터클하다고 부를 만한 대자연의 장관이 언제나, 다양하게 펼쳐진 다. 흔히 보아오던 자연하고는 스케일이 다르다.

    쿠바는 사진 찍으며 놀기에 최적화된 여행지다. 방파제를 뜻하는 말레콘은 쿠바 수도 아바나의 북쪽 해안을 가로지르며 길게 뻗어 있는 도로이자 산책로이고, 사진을 찍으러 쿠바에 온 여행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출사 명소다. 길이도 길어서,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내 빠른 걸음으로 못해도 5시간은 걸린다.
    그곳에선 우리가 스펙터클하다고 부를 만한 대자연의 장관이 언제나, 다양하게 펼쳐진다. 흔히 보아오던 자연하고는 스케일이 다르다.

    말레콘 산책로에서는 팔뚝만큼 기다란 망원렌즈를 장착한 카메라를 들고 메고 있는 여 행 사진가를 흔히 볼 수 있다. 나 역시 망원렌즈를 써보았기에 그 무게가 얼마나 대단할지 짐작이 간다. 어깨에 두르면 허리가 아프고 손에 들면 손목이 쑤셔오고 목에 걸면 목 디 스크가 올 정도다. 그런 카메라를 두 개씩 메고 나오는 사진가도 흔하다. 쿠바는 열대라 햇볕이 강하고 대기오염이 거의 없어 하늘이 맑은 탓에, 피사체에 형성되 는 명암의 대비가 뛰어나다. 순도 높은 콘트라스트를 맛볼 수 있다. 휴대폰으로 대충 찍어도 괜찮은 느낌의 사진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말레콘 산책로에서는 팔뚝만큼 기다란 망원렌즈를 장착한 카메라를 들고 메고 있는 여행 사진가를 흔히 볼 수 있다. 나 역시 망원렌즈를 써보았기에 그 무게가 얼마나 대단할지 짐작이 간다. 어깨에 두르면 허리가 아프고 손에 들면 손목이 쑤셔오고 목에 걸면 목 디스크가 올 정도다. 그런 카메라를 두 개씩 메고 나오는 사진가도 흔하다.
    쿠바는 열대라 햇볕이 강하고 대기오염이 거의 없어 하늘이 맑은 탓에, 피사체에 형성되는 명암의 대비가 뛰어나다. 순도 높은 콘트라스트를 맛볼 수 있다. 휴대폰으로 대충 찍어도 괜찮은 느낌의 사진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쿠바의 대기가 미치도록 맑은 데는 사실 미국의 책임도 있다. 60년대 사회주의 혁명이 성공하면서 미국은 쿠바에 경제봉쇄를 가했다. 그래서 쿠바는 공업이 우리처럼 발달하 지 못했다. 매연을 뿜어내는 공장 굴뚝은 좀처럼 보기 어렵고 어쩌다 보더라도 연기는 나 오지 않는다. 쿠바의 맑디맑은 하늘은 여행 사진가들에게는 축복이겠지만, 당장의 생필품이 필요한 쿠바의 시민들에게는 무조건 반가운 의미일 수만은 없다. 시민들은 만성적인 물자 부족 에 시달리고, 유아에게 접종할 기본적인 백신이 부족한 경우도 있다.

    쿠바의 대기가 미치도록 맑은 데는 사실 미국의 책임도 있다. 60년대 사회주의 혁명이 성공하면서 미국은 쿠바에 경제봉쇄를 가했다. 그래서 쿠바는 공업이 우리처럼 발달하지 못했다. 매연을 뿜어내는 공장 굴뚝은 좀처럼 보기 어렵고 어쩌다 보더라도 연기는 나오지 않는다.
    쿠바의 맑디맑은 하늘은 여행 사진가들에게는 축복이겠지만, 당장의 생필품이 필요한 쿠바의 시민들에게는 무조건 반가운 의미일 수만은 없다. 시민들은 만성적인 물자 부족에 시달리고, 유아에게 접종할 기본적인 백신이 부족한 경우도 있다.

    쿠바에는 번쩍번쩍 윤을 낸 빨갛고 노랗고 파란 올드 카 택시가 많이 돌아다닌다. 중심가 도로를 온통 원색으로 물들이고, 관광지 앞에 진을 치고 있다. 쿠바에서는 미끈하게 빠 진 잘생긴 말이 끄는 마차보다 이런 멋쟁이 올드 카들이 여행자들에게 더 인기다. 채도가 높은 원색 계열의 페인트 도장을 멋지고 하고, 구석구석 왁스칠까지 하면 쿠바의 햇볕에 최적화된 때깔이 나온다. 자연의 햇볕과 인간의 화공 약품이 만나 최상의 콜라보 레이션을, 쿠바의 명물을 선보인다. 눈이 부시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하다. 말로는 도무 지 표현이 어려우니까, 여행자들이 카메라를 들고 나서는 것이다.

    쿠바에는 번쩍번쩍 윤을 낸 빨갛고 노랗고 파란 올드 카 택시가 많이 돌아다닌다. 중심가 도로를 온통 원색으로 물들이고, 관광지 앞에 진을 치고 있다. 쿠바에서는 미끈하게 빠진 잘생긴 말이 끄는 마차보다 이런 멋쟁이 올드 카들이 여행자들에게 더 인기다.
    채도가 높은 원색 계열의 페인트 도장을 멋지고 하고, 구석구석 왁스칠까지 하면 쿠바의 햇볕에 최적화된 때깔이 나온다. 자연의 햇볕과 인간의 화공 약품이 만나 최상의 콜라보레이션을, 쿠바의 명물을 선보인다. 눈이 부시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하다. 말로는 도무지 표현이 어려우니까, 여행자들이 카메라를 들고 나서는 것이다.

    70~80년대 미국 배경의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이 올드 카들은, 정말은 올드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올드 디자인을 흉내 낸 새 차일 수도 있다. 아니면 진짜 올드한 차일 수도 있다. 언젠가 시외버스 터미널에 가기 위해 택시 뒷좌석에 타고 문을 닫았더니 손잡이가 빠져버렸다. 내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자 운전기사는 씩 웃으며 괜찮으니 그냥 두라고 했다. 뭐가 괜찮지? 손잡이가? 내 안전이?

    70~80년대 미국 배경의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이 올드 카들은, 정말은 올드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올드 디자인을 흉내 낸 새 차일 수도 있다. 아니면 진짜 올드한 차일 수도 있다. 언젠가 시외버스 터미널에 가기 위해 택시 뒷좌석에 타고 문을 닫았더니 손잡이가 빠져버렸다. 내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자 운전기사는 씩 웃으며 괜찮으니 그냥 두라고 했다. 뭐가 괜찮지? 손잡이가? 내 안전이?

    비가 쏟아져도 쿠바 길거리에서 우산을 쓰고 다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행인 대부분은 비가 쏟아지면 근처 건물 처마 아래로 피해 들어간다. 말레콘에서 놀던 젊은이들은 비가 오 기 시작하면 차도를 건너 가까운 빌딩으로 피했다가 비가 그치면 다시 말레콘으로 나와 논다. 우산도 없이 폭우 속을 잰걸음으로 뚫고 가는 행인도 흔하다.

    비가 쏟아져도 쿠바 길거리에서 우산을 쓰고 다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행인 대부분은 비가 쏟아지면 근처 건물 처마 아래로 피해 들어간다. 말레콘에서 놀던 젊은이들은 비가 오기 시작하면 차도를 건너 가까운 빌딩으로 피했다가 비가 그치면 다시 말레콘으로 나와논다. 우산도 없이 폭우 속을 잰걸음으로 뚫고 가는 행인도 흔하다.

    자연뿐만 아니라, 거리에서 순간순간 마주치는 광경, 세계 어느 곳에서도 다시 보기 어려운 낡은 석조 건물, 원색의 올드 카, 무엇보다 쿠바의 시민들이 아름다웠다. 쿠바는 사람들도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 울 정도로 아름답고 매력적이다. 그 사실을 쿠바 시민들이 알고 있을까. 언젠가 노을에 물든 구름이 너무 아름다워, 차도 를 건너려고 함께 기다리던 쿠바인에게 말을 건 적이 있다.

    자연뿐만 아니라, 거리에서 순간순간 마주치는 광경, 세계 어느 곳에서도 다시 보기 어려운 낡은 석조 건물, 원색의 올드 카, 무엇보다 쿠바의 시민들이 아름다웠다. 쿠바는 사람들도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답고 매력적이다.
    그 사실을 쿠바 시민들이 알고 있을까. 언젠가 노을에 물든 구름이 너무 아름다워, 차도를 건너려고 함께 기다리던 쿠바인에게 말을 건 적이 있다.

    말레콘은 중독성이 있다. 말레콘을 걷다 보면 바다가 하루에도 몇 번이나 낯빛을 바꾸는 광경을 보게 된다. 에메랄드그린이다가 쥐색이다가 흐린 회색이기도 하고, 코발트색이다 가도 광택 나는 남색이기도 하고 해가 떨어지면 무서운 칠흑이 되기도 한다.

    말레콘은 중독성이 있다. 말레콘을 걷다 보면 바다가 하루에도 몇 번이나 낯빛을 바꾸는 광경을 보게 된다. 에메랄드그린이다가 쥐색이다가 흐린 회색이기도 하고, 코발트색이다가도 광택 나는 남색이기도 하고 해가 떨어지면 무서운 칠흑이 되기도 한다.

    쿠바의 바다가 드러내는 다양한 색깔은 사람이 붙인 빈약한 색깔 이름으로는 표현할 길 이 없다. 말레콘의 바다 앞에서 어휘력의 부족을 깨닫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 다. 따라서 쿠바에 온 여행자들은, 말 그대로 집채만 한 파도가 말레콘으로 몰려오는 나 쁜 날씨에도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온다. 카메라를 들고 도로 건너편에 하염없이 버티고 앉아, 거대한 파도가 인간이 만든 콘크리 트 방파제를 때리는 모습을 몇 시간이고 사진에 담는다. 말레콘 파도는 방파제를 때려 부 셔버릴 만큼 힘이 세다. 그 힘은 방파제뿐만 아니라, 그것을 보는 여행자의 마음까지도 부셔버린다.

    쿠바의 바다가 드러내는 다양한 색깔은 사람이 붙인 빈약한 색깔 이름으로는 표현할 길이 없다. 말레콘의 바다 앞에서 어휘력의 부족을 깨닫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따라서 쿠바에 온 여행자들은, 말 그대로 집채만 한 파도가 말레콘으로 몰려오는 나쁜 날씨에도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온다.
    카메라를 들고 도로 건너편에 하염없이 버티고 앉아, 거대한 파도가 인간이 만든 콘크리트 방파제를 때리는 모습을 몇 시간이고 사진에 담는다. 말레콘 파도는 방파제를 때려 부셔버릴 만큼 힘이 세다. 그 힘은 방파제뿐만 아니라, 그것을 보는 여행자의 마음까지도 부셔버린다.

    그래서 쿠바를 한 번 찾은 여행자는, 자신의 부서진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다시 한 번 쿠 바를 찾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쿠바를 한 번 찾은 여행자는, 자신의 부서진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다시 한 번 쿠바를 찾게 되는 것이다.

      글과 사진
      백민석(소설가)
      에디터
      윤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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