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크업 아티스트 조성아와 그녀를 닮은 집

조성아 22와 16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성아. 뉴욕과 서울을 오가며 일하는 삼성동 집은 변화와 영감을 추구하는 그녀와 꼭 닮았다.

조성아는  인터뷰를 위해 샴페인과 만찬을 준비했다. “다이닝룸과 거실의 경계가 모호하죠? 일부러 그렇게 꾸몄어요. 나눠 먹으며 오랫동안 만담을 즐기는 해피 라이프는 저의 정체성과도 같거든요.” 복층 맨션의 높은 천고에서부터 곧바로 떨어지는 네이비 컬러 커튼은 이 집 사이즈에 딱 맞춰 특별 제작한 것. 분리된 복층 공간도 같은 벽지, 같은 커튼을 사용해 마치 연속된 공간인 양 연출했다.

조성아는 <보그 코리아> 인터뷰를 위해 샴페인과 만찬을 준비했다. “다이닝룸과 거실의 경계가 모호하죠? 일부러 그렇게 꾸몄어요. 나눠 먹으며 오랫동안 만담을 즐기는 해피 라이프는 저의 정체성과도 같거든요.” 복층 맨션의 높은 천고에서부터 곧바로 떨어지는 네이비 컬러 커튼은 이 집 사이즈에 딱 맞춰 특별 제작한 것. 분리된 복층 공간도 같은 벽지, 같은 커튼을 사용해 마치 연속된 공간인 양 연출했다.

블랙과 화이트가 공간마다 달리 구현되는 창의성, 모더니즘이 자연적 소재를 품고 있는 밸런스, 연미복의 포멀함과 펭귄의 애교가 함께 공존하는 글램! 뷰티 크리에이터 조성아의 집은 모든 요소의 매치가 즐거운 리듬감으로 가득하다. 손님을 반기는 방법부터 다르다. 엘리베이터에 내리면 코끝으로 ‘블링블링’ 섹시한 플라워 향조가 훅 달려온다. 현관 밖까지 웰컴 센트로 배려한 거다. 거실, 주방, AV룸, 2층 거실과 방 등 천고가 높은 복층형 맨션 곳곳을 지나다 보면 같은 향조의 다른 향이 조금씩 다르게 변주된다. 정말 조성아다운 나열이다.

조성아 22의 패키지를 떠올리는 모노크롬 패턴 카펫이 깔린 계단. 그 밑으로 자리한 금궤는 손님들의 짐을 보관하기 위해 만든 수납공간이다.

조성아 22의 패키지를 떠올리는 모노크롬 패턴 카펫이 깔린 계단. 그 밑으로 자리한 금궤는 손님들의 짐을 보관하기 위해 만든 수납공간이다.

집 안을 채우는 가구와 벽지, 액세서리가 모두 소재와 모양이 다른데도 묘하게 밸런스를 이루는 곳, 그게 바로 조성아의 집이다. 이곳은 모든 공간의 컨셉이 차별화돼 있다. 거실에서는 클래식함이 눈에 띄고 AV룸은 모던함이 돋보인다. 조성아 22 브랜드 패키지를 닮은 스트라이프 카펫 계단을 따라 오르면 지나치게 로맨틱한 아이 방이 나타나는데, 맞은편 조성아의 침실은 목가적 느낌이 들 만큼 포근하다. 정말 오묘한 느낌의 집이다. 어떤 공간이 가장 마음에 드느냐고 묻자 그런 건 없다고 답한다. “그저 이런 흐름이 좋아요. 이 집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성아의 집약체거든요. 제 성격과 성향이 모두 반영돼 있죠. 변화를 좋아하고 끊임없이 자극을 추구하는, 딱 조성아 같은 집이에요.”

“3년 이상 한집에 머무르지 않는 이유요?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위해서예요. 저의 모든 시간은 크리에이팅에 집중돼 있답니다.”

“3년 이상 한집에 머무르지 않는 이유요?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위해서예요. 저의 모든 시간은 크리에이팅에 집중돼 있답니다.”

그녀는 삶에 영감을 주는 사람들을 가장 소중히 여긴다. 라이프 스타일리스트 이정화는 의식과 감성이 통하는 소중한 지음이다. “한곳에서 3년 이상 머물지 않으려는 저에게 선생님은 늘 공간 이상의 감동을 선물해주셨어요. 작년에 이곳으로 이사 올 때도 몇 가지 키워드만 드리고 저는 조금 물러서 있었죠. 블랙과 화이트, 컨템퍼러리 럭셔리, 네오클래식 같은 화두를 공유하자 그분이 조성아 그 자체를 구현해줬어요. 저는 거기에 시스템을 얹은 거예요. 완벽한 콜라보레이션이었죠.”

조성아의 ‘시스템’을 가장 잘 보여주는 드레스룸. 옷장이 열리는 순간 배트맨을 연상시키는 블랙의 향연이 시작된다.

조성아의 ‘시스템’을 가장 잘 보여주는 드레스룸. 옷장이 열리는 순간 배트맨을 연상시키는 블랙의 향연이 시작된다.

거실에 사용된 벽은 ‘기대는 맛’이 있다. 손가락으로 누르면 폭신하게 쑥 들어가는 신기한 벽지를 사용했기 때문.

거실에 사용된 벽은 ‘기대는 맛’이 있다. 손가락으로 누르면 폭신하게 쑥 들어가는 신기한 벽지를 사용했기 때문.

그러고 보니 공간의 면면에서 사조와 취향이 교차되는 게 눈에 띈다. 처음 이곳은 기본적으로 매우 모던한 공간이었다. 그러나 천고가 높은 복층 구조를 살려 긴 네이비 벨벳 커튼을 늘어뜨리자 오페라 극장을 연상시키는 고전적인 분위기가 연출됐다. 그리곤 미니멀한 소파에 거칠게 테일러링된 가죽을 무심하게 얹었다. 맞은편 소파는 마무리 소재로 대형 거즈를 택했다. “우리 집의 모든 가구는 저의 체형을 최대한 고려했어요. 길지 않은 다리를 안정감 있게 놓이게 하고 어느 것이든 데이베드가 될 수 있도록 낮고 넓은 동시에 푹신하죠. 기능을 디자인으로 완성하는 것, 소재의 변화로 취향을 살리는 것. 제가 아주 만족한 포인트였어요. 그게 디테일이잖아요.” 조성아는 일과 생활에서 디테일을 가장 중요히 여긴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3분에 한 번씩 디테일이라는 단어를 언급할 정도다. “명품과 가품(假品)의 차이는 디테일이라고 생각해요. 그 섬세함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죠. 그래서 저는 늘 바빠요. 사생활만큼은 물리적 시간을 최소화하도록 효율적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해요”.

시스템의 예를 들어달라고 하자 그녀는 우리를 드레스룸으로 안내했다. 실제로 옷걸이 하나하나에 번호를 매겼는데 조성아는 그 번호대로 룩북 파일을 만들어 휴대폰에 넣고 다닌다. 그리고 어딘가로 떠날 때면 그것을 보고 머릿속으로 짐을 싼다. “비행기 타기 직전까지 일해야 하기에 고안한 시스템이에요. 자주 장을 보러 갈 수도 없으니 급할 때 타인에게 도움을 구하기 좋도록 선호하는 음식 목록도 만들었어요.” 모두 크리에이티브를 위한 양질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효율적 수납과 정리 정돈은 목숨처럼 중요한 홈 인테리어 요소예요.”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 느낀 나른한 공간감과 언뜻 매치가 잘되지 않는 에너지 레벨. 혹시 여유로운 삶을 꿈꿔본 적은 없을까? “아마 백 살쯤 되면?”이라며 크게 웃는다. 모든 시간을 크리에이티브를 생각하는 데 투자해도 모자란다고 덧붙이며 말이다. “저는 정말 바쁜 게 즐거워요. 이변이 없는 한 끊임없이 영감을 얻고 그것을 상품화하며 살고 싶고요. 제가 삶에서 받은 감동을 캠페인화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죠. 늙어서 거동이 어려워지면, 그땐 그림을 그릴 거예요.”

그녀는 한 번도 화장품 비즈니스를 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제가 하는 건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예요. 그래서 많이 경험하고 변화무쌍하게 도전하죠. 뻔한 게 싫고 계속 변하고 싶기 때문에 그에 따른 보상도 톡톡히 치른, 와일드한 인생이었어요.” 하지만 쉽게 무너지거나 좌절하지 않은 건 ‘긍정적인 상상’ 덕분이라고 덧붙인다. “머릿속이 늘 기쁘고 행복해요.” 2~3년마다 집을 옮기며 환경을 바꾸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사하는 순간에 심취한 분위기대로 집을 꾸미고 맘껏 영감을 얻으며 인생의 다음 스테이지로 나아간다는 것. 그녀에게 유일한 로열티가 있다면 그건 변화 그 자체뿐인 듯하다. “요즘 새롭게 상상하는 집은 호숫가의 시골 집이에요. 1~2년 안에 실현시키고 싶어요. 그 집은 제 딸과 함께 꾸밀 거예요. 그때가 되면 <보그 리빙>에서 다시 만나죠. 또 다른 재미로 꾸며놓을게요.”

10대 소녀다운 로맨틱함으로 가득한 아이 방은 철저히 딸의 취향으로 꾸며졌다.

10대 소녀다운 로맨틱함으로 가득한 아이 방은 철저히 딸의 취향으로 꾸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