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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 4팀

2016.04.07

by VOGUE

    가장 중요한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 4팀

    유년 기억에서 소리를 꺼내고, 자연 한복판에서 리듬을 구하고, 자아와 싸우며 라임을 뽑아내는 뮤지션들. 지금 가장 중요한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 4팀.

    대지의 록

    (맨 왼쪽부터)임상욱 화이트 셔츠는 안드레아 폼필리오(Andrea Pompilio) at 분더샵, 턱시도 수트와 커머번드는 김서룡 옴므(Kimseoryong Homme), 가죽 수제화는 로크(Loake), 진실 화이트 셔츠와 턱시도 수트는 모두 바톤 권오수(Baton Kwonohsoo), 넥타이는 버버리(Burberry), 모자는 본인 소장품, 삼선 운동화는 아디다스 오리지널스(Adidas Originals), 박선빈 화이트 셔츠는 희귀(Heegui), 턱시도 수트는 김서룡 옴므, 워커는 닥터마틴(Dr. Martens).

    (맨 왼쪽부터)임상욱 화이트 셔츠는 안드레아 폼필리오(Andrea Pompilio) at 분더샵, 턱시도 수트와 커머번드는 김서룡 옴므(Kimseoryong Homme), 가죽 수제화는 로크(Loake), 진실 화이트 셔츠와 턱시도 수트는 모두 바톤 권오수(Baton Kwonohsoo), 넥타이는 버버리(Burberry), 모자는 본인 소장품, 삼선 운동화는 아디다스 오리지널스(Adidas Originals), 박선빈 화이트 셔츠는 희귀(Heegui), 턱시도 수트는 김서룡 옴므, 워커는 닥터마틴(Dr. Martens).

    라이프 앤 타임은 대지의 소리를 낸다. 둔중한 드럼이 막을 열면 거친 기타의 속주가 이어진다. 깊고 깊은 사운드의 힘이 좋다. 광활한 사막의 풍경이 그려지는 사운드다. 2014년 EP 앨범 을 시작으로 지난해 첫 정규 앨범 를 발표한 라이프 앤 타임은 기타, 베이스, 드럼 단 세 개의 악기로 구성된 단출한 팀이다. 로로스에서 활동 중인 진실, 칵스의 베이시스트 박선빈, 그리고 재즈 뮤지션 으로 활동하는 임상욱이 일종의 겸업으로 꾸렸다. “본래 하고 있던 밴드가 진실이도 6인조, 저는 5인조라 미니멀한 걸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박선빈) “더 적은 것에서 뽑아내는 음악, 더 단순해야 좋은 음악이 가능하다 생각해요.”(진실)

    단 세 개의 악기로만 밴드를 꾸릴 수 있었던 건 아마 자기 사운드와 연주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일 거다. 진실, 박선빈은 이미 인디 신에서 실력으로 소문난 연주자고, 재즈를 베이스로 한 임상욱의 드럼은 국내 톱 수준의 테크닉이다. “선빈이랑 밴드를 하기로 하고 드럼을 찾으러 다녔어요. 그러다 학창 시절 누구보다 드럼을 잘 치던 상욱이가 떠올랐고 함께 하자고 했죠.” “록이랑 재즈는 본질부터 달라서인지 어려움이 많았어요. 그런데 하다 보니 제가 배우는 것도 많더라고요.”(임상욱) 그래서 라이프 앤 타임의 음악에는 보통의 록이라면 사용하지 않을 드럼의 비트가 있다. 전형적이지 않은 주법으로 유니크한 사운드를 낸다. “이제 신선하지않으면 도태되는 거 같아요.”(진실) 라이프 앤 타임이 음악을 하는 방식이다.

    라이프 앤 타임의 1집 앨범 는 동명의 BBC 다큐멘터리에서 왔다. “다큐멘터리 주제를 록밴드로서 풀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자연을 빗댄 노래 제목이 많다. ‘땅’, ‘숲’, ‘급류’ 등. 이들은 수목원에서 합숙하며 작업을 했고, 아이슬란드 영상으로 편집한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엄청난 야망을 가지고 만든 건 아니에요. 너무 딥하게 가지 않으려고 했어요. 주제는 대자연이어도 결국 일상적인 얘기거든요.”(진실) 앨범의 마지막 트랙 ‘Life’에는 아기 울음소리가 삽입돼 있다. 임상욱의 갓 태어난 아들의 울음소리다. “앨범 준비할 때 마침 상욱이가 아빠가 됐어요. ‘Life’란 곡에 넣어도 괜찮겠다 싶었죠.” 라이프 앤 타임은 지난해 한국대중음악상에서 록 부문 후보에 올랐다. 로로스, 칵스의 명성 덕도 있었겠지만, 새로운 방식의 사운드는 주목하기에 충분했다. 자연에서 탄생을 품고 온 음악이 지금 대지를 울린다.

    스타일리스트 / 임지윤 헤어 / 안미연 메이크업 / 강석균

    사월의 노래

    검정 원피스는 맥앤로건(Mag&Logan), 귀고리는 페르테(Xte).

    검정 원피스는 맥앤로건(Mag&Logan), 귀고리는 페르테(Xte).

    김사월은 외롭다. 진실할수록, 보여줄수록 혼자 남겨지고 마는 그녀는 ‘수잔’이란 이름으로 노래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만 너무 자기이야기임이 드러나는 건 두렵고, 솔직하고 싶은 욕망 앞엔 항상 망설임이 인다. “결국은 자신에게 하고 싶었던 얘기인 것 같아요. <수잔> 앨범엔 꽤 오래전에 써놓은 곡이 많거든요. 예전의 감정이 계속 그대로일 순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김사월의 노래는 생물체 같은 느낌을 준다. 거의 힘을 주지 않은 목소리는 공중을 부유하고 단조로운 기타 선율은 물 흐르듯 지나간다. 때로는 동일한 노래가 다른 노래처럼 들리기도 한다. 숨겨진 사운드, 오해를 의도한 발음이 음악을 풍성하게 한다. “노래는 고정되거나 규격화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유기적인 거고 무드적인 거예요.” 그녀의 음악이 감각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수잔 외에 김사월에겐 또 하나의 페르소나가 있다. 지난해부터 함께 활동하고 있는 김사월×김해원의 김해원이다. 2012년 무렵 공연장을 오가며 서로의 음악을 듣던 둘은 ‘사막’이란 곡을 부르면서 팀을 꾸렸다. “얼굴만 아는 사이였는데 1년여 보고 지내면서 함께 작업하면 괜찮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둘은 첫 번째 EP 앨범 <비밀>을 냈다. 불안과 평온이 뒤섞인 미스터리한 포크 앨범이다. 따뜻하게 흘러가던 멜로디는 돌연 기이한 기타 리프에 서늘해지고, 자학 속에 빠져 있던 노래 속 주인공은 조심스레 자위를 한다. 단 100장만 제작된 <비밀> 앨범은 입소문을 타고 호평받았고, 둘은 그해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상을 수상했다. “좋은 곡을 쓰고 싶단 마음에 매일 기타 치며 이것저것 해봐요. 항상 좀 의심하는 편이고 그래서 상을 받았을 때도 잘한다고 주신 건데 ‘내가 정말 잘하나’ 의문이 들었어요.” 김사월은 올해 솔로로 발표한 <수잔>으로 또 한 번 한국대중음악상의 ‘올해의 포크송’ 상을 받았다. 초판 300장만 찍은 앨범은 2,000장이나 팔려 나갔고, 레이블 미러볼뮤직이 집계하는 K-인디 차트에서 1위를 하기도 했다. “20대 초·중반에 여러 가지 일이 좀 있었어요. 이제는 제 안에서 안정적으로 느끼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김사월의 조심스러운 다짐이다.

    스타일리스트 / 임지윤 헤어 / 이일중 메이크업 / 이자원

    초현실의 기적

    셔츠는 랑방(Lanvin at Koon), 와이드 팬츠는 김서룡 옴므(Kimseoryong Homme).

    셔츠는 랑방(Lanvin at Koon), 와이드 팬츠는 김서룡 옴므(Kimseoryong Homme).

    우울한 도시에 음악이 울린다. 무심하게 박자를 찍는 사이버틱한 비트다. 하나의 음으로 시작한 소리는 점점 몸을 불려 앰비언스를 이루고 회색빛 하늘엔 황혼이 펼쳐진다. “어릴 때부터 프로그램으로 혼자 음악을 만들었어요. 어린 시절의 경험, 느낌을 멜로디, 가사, 곡을 통해 살리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죠.” 올해 서른두 살인 플래시 플러드 달링스는 소리를 만드는 남자다. 그는 점과 같은 음을 모으고 쌓아 사운드의 타래를 만든다. “방콕에서 사운드 엔지니어 학교를 다녔어요. 어릴 때부터 신시사이저 갖고 노는 거 좋아했고, 자연스레 전자음악에 빠지게 됐죠.” 그의 음악엔 명확한 기승전결이 없고 가사도 몇 마디 없다. 그저 혼미한 사운드가 트랜스 상태를 유도한다. 그래서 모두 여덟 곡으로 채워진 앨범 는 일종의 최면 음악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의 음악은 약간의 데이비드 보위와 약간의 펫샵보이즈를 닮았고, 비주얼적으로는 비요크도 떠올리게 한다. “소리의 기본적인 파형을 제 마음대로 바꾸고 조절할 수 있다는 게 좋아요. 원하는 소리를 언제든지 만들 수 있거든요.”

    플래시 플러드 달링스는 지난 2월 한국대중음악상에서 ‘댄스 & 일렉트로닉’ 부문의 상을 수상하며 커밍아웃 했다. 남자 친구 크리스에게 감사의 말도 전했다. “어릴 때부터 내가 남들과는 다르다는 걸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었어요. 그러다 열세 살 즈음에 주변에 커밍아웃 했죠. 이번에 다시 한 번 커밍아웃을 하면서 느낀 건 내가 사는 현실과 기사 속의 현실이 너무 다르다는 거였어요. 서로 다른 세계가 충돌한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거의 매일같이 비가 오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우울한 생활을 하며 플래시 플러드 달링스는 자신만의 사운드를 쌓았다. 행복하지 않은 날, 걱정으로 가득 찬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었다. “어서 빨리 다른 곳으로 가고 싶었죠.” 뉴질랜드에서 호주로, 그리고 방콕에서 한국으로. 홀로 외롭게 방황하던 그는 지난해 겨우 한국에 정착했다. “혼자 살아남는 법을 배운 것 같아요. 저는 소수고 작은 세계의 사람이지만 그 안에서 특별함을 느껴요.” 작은 세계의 기적이다.

    스타일리스트 / 윤은영 헤어 / 이일중 메이크업 / 이자원

    나만의 무대

    톱은 세컨플로어(2nd Floor), 와이드 팬츠는 맥앤로건(Mag&Logan), 슈즈는 헬레나 앤 크리스티(Helena & Kristie).

    톱은 세컨플로어(2nd Floor), 와이드 팬츠는 맥앤로건(Mag&Logan), 슈즈는 헬레나 앤 크리스티(Helena & Kristie).

    소녀가 이를 악물었다. 살아남지 못하면 낙오되는 무대에서 그녀는 ‘미친개’다. 마치 전쟁터의 플레이어처럼 상대를 조준하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강펀치를 날린다. “제 안에 센 여자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늘 세기만 하면 문제가 있는 거겠죠. 평소에는 다른 사람들하고 똑같아요.” 피에스타의 멤버 예지는 <언프리티 랩스타 2>에 출연하며 ‘센 여자’가 되었다. 산이와 함께 한 트랙 ‘미친개’는 스스로의 ‘똘기’를 인정하는 위악의 노래였고, 앨범의 문을 여는 트랙 ‘사이다’는 눈치, 염치 없이 솔직하게 사는 여자의 자기고백적인 곡이었다. 예지는 예쁜 척할 줄 모르고, 스스로에게 구시렁거리길 꺼리며, 자신에게 후회를 남기는 걸 최악이라 생각한다. 지난해 치타, 제시를 잇는 독기다. “<언프리티 랩스타 2>는 정말 오래 찍었어요. 첫 회는 40시간 동안 연속이었죠. 그래서 점점 절실함이 커지더라고요. 탈락하는 게 무섭진 않았는데 탈락한 이후 저를 바라보는 게 두려웠죠.” 그렇게 예지는 트루디와의 파이널 무대까지 승승장구했다.

    예지는 사실 꽤 베테랑 뮤지션이다. 열다섯에 소속사에 들어와 오랜 연습생 생활을 했고, 2012년에 피에스타란 이름의 팀을 꾸려 활동했다. “나이는 어려도 경력이 오래돼서 연습생 생활을 하면 내가 배움을 주는 경우가 많았어요.” 예지는 그저 댄서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무대 뒤에서 춤을 췄고, 홍경민의 콘서트 중 휴식 시간에 마련된 공연을 하면서 가수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그저 무대에 서고 싶었어요. 그 다음엔 많은 무대에 서고 싶었고, 또 다음엔 나만의 무대에 서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나에게만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희열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예지는 상황 판단이 빠르다. 아무리 하고 싶은 거라도 하지 못할 일 같으면 시작도 하지 않는다. 팀 내 막내지만 생각이나 행동은 자못 어른스럽다. “누군가 저한데 ‘너 망했잖아’라고 하면, 맞는 말 같으면 인정해버려요. 스스로에게 후회가 되느냐 아니냐가 중요하지, 남의 시선은 필요 없거든요. 남 탓하면 발전하지 못해요.” 예지는 3월 9일 새로 발매되는 피에스타 앨범으로 다시 활동을 시작한다. ‘미친개’에서의 독기는 덜어낸 걸 그룹의 캐주얼한 팝이다. 한동안 서슬 퍼렇게 살던 예지가 순해진다.

    스타일리스트 / 윤은영 헤어 / 애리 메이크업 / 백송이 세트 스타일리스트 / 박주영

    에디터
    정재혁
    포토그래퍼
    HWEA W. KANG, CHA HYE K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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