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얼굴이 뮤지션으로 교체됐다

이곳은 작년 9월 베트멍 봄 쇼가 공개된 파리 외곽의 어느 중식 당. 모터라도 단 것처럼 쏜살같이 걸어가는 모델의 워킹에 맞춰 흐른 음악은 노르웨이 출신 블랙 메탈 밴드 메이헴(Mayhem)의 ‘Silvester Anfang’ 연주곡. 쇼가 절정에 이르자, 귀가 찢어질 듯한 전자 기타 소리가 울렸다. 동시에 플 레이된 미국 스피드 메탈 밴드 파워매드(Powermad)가 89년 발표한 ‘Slaughterhouse’ 는 쇼가 끝나고 식당을 벗어날 때까지 관객들의 심장을 두근대게 했다. 패션쇼에서 헤비메탈 음악을 들을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철 지난 음악으로 치부하던 장르마저 힙하게 만 드는 베트멍의 감각이란(DJ 클라라3000의 작업)!

이곳은 작년 9월 베트멍 봄 쇼가 공개된 파리 외곽의 어느 중식당. 모터라도 단 것처럼 쏜살같이 걸어가는 모델의 워킹에 맞춰 흐른 음악은 노르웨이 출신 블랙 메탈 밴드 메이헴(Mayhem)의 ‘Silvester Anfang’ 연주곡. 쇼가 절정에 이르자, 귀가 찢어질 듯한 전자 기타소리가 울렸다. 동시에 플레이된 미국 스피드 메탈 밴드 파워매드(Powermad)가 89년 발표한 ‘Slaughterhouse’는 쇼가 끝나고 식당을 벗어날 때까지 관객들의 심장을 두근대게 했다. 패션쇼에서 헤비메탈 음악을 들을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철 지난 음악으로 치부하던 장르마저 힙하게 만드는 베트멍의 감각이란(DJ 클라라3000의 작업)!

디자이너가 선택한 음악은 당대 패션에 대한 많은 것을 알려준다. 패션의 얼굴이 뮤지션으로 교체된 지금, 음악 은 패션계 전체의 흐름을 들었다 놓았다 할 만큼의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그 와중에 유일하게 로큰롤을 고집한 디자이너는 생로랑의 에디 슬리먼이다. 10대 밴드의 청춘을 찬양하면서도, ‘생로랑 뮤직 프로젝트’라는 캠페인을 통해 90년대 스타인 킴 고든, 마릴린 맨슨, 코트니 러브, 벡 등을 재조명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음악에 대해 진지하기만 한 그의 LA 저택에는 ‘뮤직 룸’이 따로 있고, 쇼 음악 을 담당하는 사운드 매니저는 전 세계 최고의 페스티벌 음향을 담당하는 인물을 직접 초빙 한다.

디자이너가 선택한 음악은 당대 패션에 대한 많은 것을 알려준다. 패션의 얼굴이 뮤지션으로 교체된 지금, 음악은 패션계 전체의 흐름을 들었다 놓았다 할 만큼의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그 와중에 유일하게 로큰롤을 고집한 디자이너는 생로랑의 에디 슬리먼이다. 10대 밴드의 청춘을 찬양하면서도, ‘생로랑 뮤직 프로젝트’라는 캠페인을 통해 90년대 스타인 킴 고든, 마릴린 맨슨, 코트니 러브, 벡 등을 재조명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음악에 대해 진지하기만 한 그의 LA 저택에는 ‘뮤직 룸’이 따로 있고, 쇼 음악을 담당하는 사운드 매니저는 전 세계 최고의 페스티벌 음향을 담당하는 인물을 직접 초빙한다.

그와 절친인 파리  편집장 엠마뉴엘 알트는 친구의 록 음악에 대한 고집을 이렇게 표현했다. “진짜 록 음악을 사랑하면 파리에 머물 수 없죠. 그가 LA로 향한 이유도 바로 새로운 사운드를 찾아서일지 몰라요.”

그와 절친인 파리 <보그> 편집장 엠마뉴엘 알트는 친구의 록 음악에 대한 고집을 이렇게 표현했다. “진짜 록 음악을 사랑하면 파리에 머물 수 없죠. 그가 LA로 향한 이유도 바로 새로운 사운드를 찾아서일지 몰라요.”

지난 3월 5일, 파리 생토노레 거리의 어느 저택에서는 또 다른 록 마니아를 만 날 수 있었다. 조니 캐시의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그는 라프 시몬스였다. 디 올에서 떠난 뒤 두문불출하던 그가 ‘Heavensake Sake’라는 주류 브랜드 론칭 파티에 나타난 것. 그는 도쿄에서 날아온 ‘로커빌리’ 밴드 음악을 들으며 미소를 지었다. 신나는 펑크 음악에 몸을 흔들던 그에게 ‘인생 밴드’는 뉴 오더 (New Order)와 조이 디비전(Joy Division). 80년대 초반의 음악을 유난히 아끼는 그는 꾸뛰르를 완성할 때도 펑크 음반을 틀곤 했다. 디올에서의 첫 컬 렉션을 준비할 때는? “지난 두 달간, 저는 계속해서 말콤 맥라렌의 ‘Madam Butterfly’와 ‘Paris’만 들었어요. 음악 없이는 살 수 없어요. 또 음악 없인 제가 표현하는 여성을 볼 수가 없어요.”

지난 3월 5일, 파리 생토노레 거리의 어느 저택에서는 또 다른 록 마니아를 만날 수 있었다. 조니 캐시의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그는 라프 시몬스였다. 디올에서 떠난 뒤 두문불출하던 그가 ‘Heavensake Sake’라는 주류 브랜드 론칭 파티에 나타난 것. 그는 도쿄에서 날아온 ‘로커빌리’ 밴드 음악을 들으며 미소를 지었다.
신나는 펑크 음악에 몸을 흔들던 그에게 ‘인생 밴드’는 뉴 오더(New Order)와 조이 디비전(Joy Division). 80년대 초반의 음악을 유난히 아끼는 그는 꾸뛰르를 완성할 때도 펑크 음반을 틀곤 했다. 디올에서의 첫 컬 렉션을 준비할 때는? “지난 두 달간, 저는 계속해서 말콤 맥라렌의 ‘Madam Butterfly’와 ‘Paris’만 들었어요. 음악 없이는 살 수 없어요. 또 음악 없인 제가 표현하는 여성을 볼 수가 없어요.”

 한때 ‘Violet’이라는 밴드의 일원이었던 아 크네 스튜디오의 조니 요한슨, 플로렌스 웰치를 광고 모델로 선정한 구찌의 알 레산드로 미켈레 역시 록 음악을 고수하는 몇 안 되는 디자이너다.

한때 ‘Violet’이라는 밴드의 일원이었던 아크네 스튜디오의 조니 요한슨, 플로렌스 웰치를 광고 모델로 선정한 구찌의 알레산드로 미켈레 역시 록 음악을 고수하는 몇 안 되는 디자이너다.

그렇다면 한때 패션을 지배하던 ‘로큰롤 스피릿’을 대신한 건 뭘까? 적어도 지금은 ‘힙합 스웨거’가 대세다.  지금 전 세계 패션계에서 힙합의 힘은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 칸예 웨스트의 ‘Yeezy’ 컬렉션은 프라다보다 많은 네티즌이 클릭한 컬렉션이 됐고, 리한나는 ‘Fenty’ 라인으로 패션 파워를 과시했다. 힙합의 장점은 젊은 세대에게 즉각적 호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한때 패션을 지배하던 ‘로큰롤 스피릿’을 대신한 건 뭘까? 적어도 지금은 ‘힙합 스웨거’가 대세다. 지금 전 세계 패션계에서 힙합의 힘은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 칸예 웨스트의 ‘Yeezy’ 컬렉션은 프라다보다 많은 네티즌이 클릭한 컬렉션이 됐고, 리한나는 ‘Fenty’ 라인으로 패션 파워를 과시했다. 힙합의 장점은 젊은 세대에게 즉각적 호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영리한 알렉산더 왕은 매 시즌 새로운 래퍼를 발굴해 쇼에 초대하거나 음악으로 소개한다. 아젤리아 뱅크스를 맨 먼저 패션계에 알리거나 은퇴한 것이나 다름없었던 미시 엘리엇을 다시 무대로 초대한 것도 모두 왕이다. #WangSquad라는 자신의 친구들을 소개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든 그에게 A$AP, 트래비스 스콧, 빅 멘사 등의 힙합 ‘브로’들은 소중하기만 하다. “다들 제가 ‘힙합 보이’란 걸 알고 있죠.” 그를 향한 찬가도 탄생했다. 최근 G4 Boyz가 디자이너를 위한 ‘Alexander Wang’이란 노래까지 만든 것.

반면에 후드 바이 에어의 셰인 올리버가 선보이는 힙합은 조금 다르다. ‘보깅 파티’로 대변되는 힙합의 ‘서브컬처’가 그에게 더 중요한 영감의 대상이다. “흑인 남자라고 모두 총을 들거나 랩 음악을 들을 필 요는 없어요.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의 컬렉션에서 뿜어져 나오는 힙합 에너지는 유럽과 아시아 디 자이너들이 따라 할 수 없는 ‘원조 소울’을 갖췄음을 부정할 수 없다.

반면에 후드 바이 에어의 셰인 올리버가 선보이는 힙합은 조금 다르다. ‘보깅 파티’로 대변되는 힙합의 ‘서브컬처’가 그에게 더 중요한 영감의 대상이다. “흑인 남자라고 모두 총을 들거나 랩 음악을 들을 필요는 없어요.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의 컬렉션에서 뿜어져 나오는 힙합 에너지는 유럽과 아시아 디자이너들이 따라 할 수 없는 ‘원조 소울’을 갖췄음을 부정할 수 없다.

로큰롤, 힙합에 이어 패션계를 지배하는 또 다른 장르는 다름 아닌 팝 음악이다. ? 당대 패션의 기준점이 되는 미국  표지 중에서 도 가장 중요한 3월호와 9월호 표지 모델을 살펴보면 답은 나온다. 2014년 3월 커버는 리한나, 2015년 3월호는 테일러 스위프트(친구 칼리와 함께), 9월호는 비욘세 그리고 2016년 3월호는 아델. 할리우드 스타가 사라진 표지를 21세기 디바들이 점령했다.

로큰롤, 힙합에 이어 패션계를 지배하는 또 다른 장르는 다름 아닌 팝 음악이다. 당대 패션의 기준점이 되는 미국 <보그> 표지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3월호와 9월호 표지 모델을 살펴보면 답은 나온다. 2014년 3월 커버는 리한나, 2015년 3월호는 테일러 스위프트(친구 칼리와 함께), 9월호는 비욘세 그리고 2016년 3월호는 아델. 할리우드 스타가 사라진 표지를 21세기 디바들이 점령했다.

팝 마니아를 자처하는 대표적인 디자이너는 제레미 스캇이다. 그는 결코 생소한 북유럽 밴드의 음악을 쓰지 않는다. 익숙하고 신나는 음악이 그에게 영감의 원천이다. “예술영 화 같은 데서 결코 영감을 받지 않을 거예요. 물론 그런 것을 즐기지 않는 건 아니지만, 단지 제 작업을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을 뿐이에요.”

팝 마니아를 자처하는 대표적인 디자이너는 제레미 스캇이다. 그는 결코 생소한 북유럽 밴드의 음악을 쓰지 않는다. 익숙하고 신나는 음악이 그에게 영감의 원천이다. “예술영화 같은 데서 결코 영감을 받지 않을 거예요. 물론 그런 것을 즐기지 않는 건 아니지만, 단지 제 작업을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을 뿐이에요.”

베르사체 역시 팝 스타와의 끈끈한 관계에서는 절대 뒤지지 않는다. 도나텔라 베르사체 자체가 하나의 팝 아이콘이 된 것도 자연스럽다. 레이디 가가는 ‘Donatella’라는 노래를 헌정했고, 래퍼 미고스(Migos)는 ‘Versace’라는 제목으로 싱글을 발표했다.

베르사체 역시 팝 스타와의 끈끈한 관계에서는 절대 뒤지지 않는다. 도나텔라 베르사체 자체가 하나의 팝 아이콘이 된 것도 자연스럽다. 레이디 가가는 ‘Donatella’라는 노래를 헌정했고, 래퍼 미고스(Migos)는 ‘Versace’라는 제목으로 싱글을 발표했다.

지난 3월 11일, 파리의 패션 재벌 LVMH에서 잠재력을 지닌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수여 하는 2016년 ‘LVMH 프라이즈’ 최종 후보 여덟 명을 발표했다. 그 중 눈에 띄는 두 명은 레이디 가가의 스타일리스트 출신인 브랜든 맥스웰(Brandon Maxwell)과 역시 가가와 칸예 웨스트의 비주얼을 맡았던 매튜 윌리엄스(Alyx). 몇 년 전만 해도 무대 의상 디자이너에 불과하던 이들이 스타일리스트와 비주얼 디렉터로 인정받고, 자신의 비전을 활용한 브랜드를 시작해 그 결과물로 인정받는 시대가 펼쳐진 것이다.

지난 3월 11일, 파리의 패션 재벌 LVMH에서 잠재력을 지닌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수여하는 2016년 ‘LVMH 프라이즈’ 최종 후보 여덟 명을 발표했다. 그 중 눈에 띄는 두 명은 레이디 가가의 스타일리스트 출신인 브랜든 맥스웰(Brandon Maxwell)과 역시 가가와 칸예 웨스트의 비주얼을 맡았던 매튜 윌리엄스(Alyx). 몇 년 전만 해도 무대 의상 디자이너에 불과하던 이들이 스타일리스트와 비주얼 디렉터로 인정받고, 자신의 비전을 활용한 브랜드를 시작해 그 결과물로 인정받는 시대가 펼쳐진 것이다.

패션 학교를 졸업하고 디자이너 수하에서 인턴과 어시스턴트로 일해야 했던 전통적인 디 자이너 성장기는 이제 사라졌다. 가공할 만한 파워를 지닌 뮤지션과 함께 일하며 이름 을 알린 후, 자기 브랜드를 곧장 선보이는 새로운 관문이 열렸다. 이 모든 건 음악이 패션 에 끼치는 영향력이 거대해지면서 가능해진 일.

패션 학교를 졸업하고 디자이너 수하에서 인턴과 어시스턴트로 일해야 했던 전통적인 디자이너 성장기는 이제 사라졌다. 가공할 만한 파워를 지닌 뮤지션과 함께 일하며 이름을 알린 후, 자기 브랜드를 곧장 선보이는 새로운 관문이 열렸다. 이 모든 건 음악이 패션에 끼치는 영향력이 거대해지면서 가능해진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