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패션 사이의 시너지

팀 쿡과 조니 아이브가 호기심과 변화에 의해 더욱 발전하는 두 세계, 즉 애플과 패션 사이의 시너지에 대해 얘기한다.

팀 쿡과 조니 아이브가 호기심과 변화에 의해 더욱 발전하는 두 세계, 즉 애플과 패션 사이의 시너지에 대해 얘기한다.
새로운 캠퍼스 건설이 공사 중인 부지에서 포즈를 취한 애플의 수석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왼쪽)와 CEO 팀 쿡. “우리가 하는 일에서 디자인은 중요합니다. 패션의 경우처럼 말이죠.” 팀 쿡이 말한다.

지난해 오래 파헤쳐진 흙더미가 피라미드 모양으로 쌓이면서 드디어 70만 8,200㎡에 달하는 노던 캘리포니아 공원 위로 어렴풋이 나타났다. 이 공원에는 거대한 링 모양의 유리와 스틸로 이루어진 애플의 미래 본사(노먼 포스터가 디자인한)가 세워지고 있다.

“건물과 흙더미 중 어느 것이 더 아름다운지 말하기 어렵습니다.” 애플의 CEO인 팀 쿡은 노란 야광 조끼를 입은 건설 현장 인부들 사이에서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계단 모양의 표면은 어두운 황금색 햇볕으로 물들고 있었다. 이 흙은 티끌 하나 현장 밖으로 나가지 않을 것이다. 대신 그 흙은 7,000그루 이상의 나무로 조성된 숲에 영양을 공급할 것이다. 그리고 이 숲은 약 1만3,000명의 컴퓨터 기술자들이 사는 마을에 멋진 환경을 제공할 것이다. 현재 형태의 피라미드는 쿠퍼티노(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 카운티에 있는 도시)에 옮겨진 기자(피라미드와 스핑크스로 유명한 이집트 도시)를 연상시킨다. 마치 인간의 손으로 이룩한 그 고대의 승리가 기술의 고위 사제들을 관람객으로 두려는 것처럼 말이다.

위에서 내려다본 건물은 공터에 부드럽게 내려앉은 우주선이나 세련된 펜타곤처럼 보인다. 많은 비밀을 담고 있는 그런 건물 말이다. 50억 달러가 들어간 26만여㎡ 크기의 건물은 본래 지난 2009년 스티브 잡스가 의뢰한 것이다. 노먼 포스터는 그때를 회상하듯 “전화상으로 즐거운 대화를 나눴습니다”라고 말한다. 잡스는 노던 캘리포니아의 감귤 숲에서 보낸 어린 시절과 대학 시절 스탠퍼드의 야외 복도를 거닐던 것에 향수를 느꼈다. 그는 건축가를 오클랜드 북쪽의 픽사 캠퍼스에 있는 성당같은 건물로 데려갔다. 그 건물은 잡스 자신이 한 지붕 아래 모든 사람과 모든 것을 수용할 목적으로 디자인한 것이다.

노먼 포스터는 “처음부터 장벽을 허무는 것을 염두에 두었어요”라고 말한다. 둥근 형태는 회사라는 상자 밖에서 우연한 만남을 독려하는 의도로 디자인되었다. 포스터의 계획에는 거의 4마일에 달하는 구부러진 유리가 포함되어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큰 태양열 설비로 전원을 공급할 것이다. “유리판은 매우 길고 매우 투명하기 때문에 당신과 풍경 사이에 벽이 있다고 느끼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동시에 건물은 애플의 정신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어요. 모든 기능을 만족시키지만 그 자체로 추상적으로 존재하는 물건을 디자인하는 애플의 정신 말입니다.” 올해 말 완공 예정인 이 건물은 애플의 플래그십인 동시에 애플의 뛰어난 제품이다(그 안에 담긴 세련된 기계에 걸맞은 매끈한 용기인 셈이다). “우리가 하는 일에서 디자인은 중요합니다. 패션의 경우처럼 말이죠.” 팀 쿡의 이야기다.

순수하고 간결한 형태, 부드러운 표면, 반짝이는 메탈 컬러 그리고 딱딱한 껍데기 속의 부드러운 테두리 같은 애플의 어휘는 수석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의 감독하에 지난 20년 동안 서서히 구체적인 제품으로 만들어졌다. 아이브는 옛 애플 캠퍼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회사와 패션계 사이의 시너지가 점점 커졌다고 얘기하면서 로즈 골드 애플 워치를 가리켰다. 그것은 그가 신은 클락스 슈즈와 멋진 대비를 이룬다. “9년 전 아이폰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개인적인 제품은 막상 가지고 다니기에 너무 컸어요. 기술 덕분에 우리 기업의 꿈이 마침내 가능해지기 시작했어요. 기술을 몸에 차고 다닐 정도로 개인적인 물건으로 만드는 것 말이에요.”

IN THE ROUND 50억 달러가 투입된 26만여㎡ 크기의 건물은 본래 지난 2009년 스티브 잡스가 의뢰한 것이다. 건축가 노먼 포스터는 그때를 회상하듯 “전화상으로 즐거운 대화를 나눴습니다”라고 말한다

IN THE ROUND
50억 달러가 투입된 26만여㎡ 크기의 건물은 본래 지난 2009년 스티브 잡스가 의뢰한 것이다. 건축가 노먼 포스터는 그때를 회상하듯 “전화상으로 즐거운 대화를 나눴습니다”라고 말한다

지난 2014년 가을, 애플은 파리의 부티크인 꼴레뜨에서 패션계 사람들에게 애플 워치를 소개하는 행사를 열었다. 그다음 해에는 40년 역사상 처음으로 제품 디자인 협업을 위해 패션 하우스를 초대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애플 워치 에르메스. 손으로 직접 스티치를 넣은 시곗줄이 매우 지적인 사각형의 금속 시계였다. 아이브는 “그 시계는 기질적으로나 철학적으로 잘 맞는 두 회사가 무언가를 함께 만들기로 한 결정의 결과물입니다”라고 말한다.

자신의 패션쇼에 휴대폰을 금지했던 톰 포드는 지난해 10월 런웨이 대신 비디오를 공개했다. 그는 자신의 숭배자들이 S/S 컬렉션 대신 레이디 가가의 공연을 보기 위해 아이폰을 옆으로 치울 거라고 상상했다. 지금은 이렇게 말한다. “저는 애플 제품이 패션 액세서리라고 생각합니다.” 생로랑과 랑방 같은 다른 하우스처럼 그는 이런 제품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하고 있다. “저는 애플 워치를 위해 은색과 금색 주머니 체인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오는 5월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서는 패션과 기술 사이의 관계를 다룬 <Manus×Machina> 전시가 열린다. 애플은 이 전시회의 스폰서다. 그리고 아이브는 개막식 날 밤에 열리는 갈라의 공동 의장이다. 사람과 기계 사이의 오랜 긴장을 해소하는 프로젝트에 오랫동안 관여해온 회사의 입장에서 그것은 콜라보레이션 천국에서 맺어진 천생연분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의 손과 기계 모두 아주 신중하게 혹은 전혀 신중하지 않게 물건을 만들 수 있습니다.” 아이브가 덧붙인다. “하지만 한때 대부분의 세련된 기술로 보이던 것이 결국 전통이 되었다는 것을 기억하는 게 중요합니다. 금속 바늘조차 충격적이고 아주 새롭게 보이던 때가 있었어요.” 물론 그것이 없다면 패션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