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빈티지 자동차와 아르데코가 만들어낸 샤넬 크루즈 쇼

2023.02.20

by VOGUE

    빈티지 자동차와 아르데코가 만들어낸 샤넬 크루즈 쇼

    칼 라거펠트와 수지가 샤넬 크루즈 애프터 파티에서 ‘하바나 타임’을 보내고 있다.

    칼 라거펠트와 수지가 샤넬 크루즈 애프터 파티에서 ‘하바나 타임’을 보내고있다.

    “샤넬이 다음 도시로는 ‘쿠바’에 가야한다고 농담하기도 했었죠.”

    노래와 춤으로 가득찬 역사적인 하바나 광장에서 칼 라거펠트가 말했다.

    쇼에 피날레에서 모델들과 게스트들은 파티를 시작했다.

    쇼에 피날레에서 모델들과 게스트들은 파티를 시작했다.

    대성당의 일곱 빛깔 창문들은 1950년대 만들어진 버블검 핑크, 노란색, 파란색의 오픈카 시보레 만큼이나 다채로웠다. 약 170여대의 역사적인 자동차들은 쿠바 혁명의 명소, 파세오 델 프라도(Paseo del Prado)광장 거리로 연이어 게스트들을 인도했다.

    수지가 버블껌 분홍색 시보레 자동차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수지가 버블검 핑크 시보레 자동차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회주의 체제 국가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고자 노력중인 쿠바의 입장에서 이번 샤넬 크루즈 쇼는 오바마 대통령과 롤링스톤즈의 방문 이후 성사된 최고의 기회였을 것이다.

    쿠바의 환영에 답하기라도 하듯 쇼가 끝난 후 모델들과 게스트들은 흥겹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

    쿠바의 환영에 답하기라도 하듯 쇼가 끝난 후 모델들과 게스트들은 흥겹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

    칼은 이 이례적인 상황들을 어떻게 쇼로 완성시켰을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퍼레이드의 연속!

    쿠바를 상징하는 파나마 햇, 재미있는 가방, 그리고 ‘VIVA COCO LIBRA’라고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모델들의 퍼레이드 말이다.

    "코코 레브레"라고 새겨진 티셔츠.

    ‘코코 리브레’라고 새겨진 티셔츠.

    쿠바 현지인들은 런웨이 양옆에 줄지어 선 건물의 발코니, 옥상을 점령하여 신나는 이벤트를 관람했다.

    흰 셔츠를 입고 등장한 틸다 스윈튼, 쿠바 전통 셔츠인 구아야베라를 입은 빈 디젤에게 보내는 환호성도 잊지 않았다.

    컬렉션은 음악에 맞춰 찰랑거리는 니렝스 스커트, 생기있는 꽃무늬 패턴의 드레스, 쌩쌩 달리는 컬러풀한 자동차들과 어울리는 자유로움으로 가득 찼다.

    빈티지 자동차 무늬로 가득했던 드레스.

    빈티지 자동차 무늬드레스.

    이 쇼는 아마 가슴 아픈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혹은 개개인의 관점에 따라 과한 소비주의가 돋보이는 대목이었을지도. 그러나 한 가지 명확한 건 이번 크루즈 컬렉션은 단지 과시하거나 저속한 것들의 이야기는 절대 아니었다는 것이다.

    자수가 놓여진 티드레스는 하바나의 과거 침략지 모습을 대변하는 듯 했다.

    자수가 놓여진 티드레스는 하바나의 과거 침략지 모습을 대변하는 듯 했다.

    칼과 그의 대자, 허드슨이 광장을 걸어나왔고, 쇼 피날레는 슈퍼모델 지젤 번천이 이끄는 완벽한 파티 모먼트로 변신했다.

    칼 라거펠트와 그의 대자 허드슨이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칼 라거펠트와 그의 대자 허드슨이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칼은  컬렉션을 준비하면서 쿠바의 문화적 풍요에 푹 빠졌기에 ‘코코 쿠바’ 티셔츠, 샤넬의 시그니처인 스토로 햇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스트로우 햇의 테두리는 동백나무로 마무리 되었다. '혁명'의 상징 베레모는 세퀸 장식과 함께 샤넬의 손을 거쳐 재탄생되었다.

    스트로우 햇의 테두리는 동백나무로 마무리 되었고, ‘혁명’의 상징인 베레모는 세퀸 장식으로 샤넬스럽게 재탄생되었다.

    뾰족한 야자수 무늬가 새겨진 종아리 길이의 화이트 풀스커트는 샤넬의 시그니처와 맞닿아 있었고,

    플랫 샌들이나 1950년대 풍 키튼힐은 런웨이 위를 성큼성큼 걷는 모델들 만큼이나 자유로워 보였다.

    연약한 샌들과 매치된 신선한 여름 드레스.

    섬세한 샌들과 매치된 시퀸 장식 옐로 드레스.

    쇼의 작은 부분까지도 칼 라거펠트의 솜씨가 발휘돼 있었다.  그의 문화적인 깊이, 디자인 능력 그리고 파리지엔 정신을 스포티한 옷으로 풀어낼 수 있는 그의 재능까지.

    체 게바라에게서 영감을 받은 듯한 베레모는 스포티하면서도 명백하게 샤넬과 어울렸다.

    체 게바라에게서 영감을 받은 듯한 베레모는 스포티하면서도 명백하게 샤넬과 어울렸다.

    파나마 햇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히 샤넬스러운 아이디어였다. 트위드 수트와 매치된 밑단이 풀린 프린지 가방처럼 말이다.

    불규칙적으로 헤진 스커트 밑단과 매치된 숄더백.

    불규칙적으로 올이 풀린 스커트 밑단과 매치된 숄더백.

    이것은 1959년 공산 혁명기 때 미국 관광객들이 입던 평범하기 짝이없는 여름 옷들과는 달리 상상의 꿈으로부터 가져온 쿠바의 이미지였다.

    과거 쿠바의 정신은 파나마햇과 투 톤의 슈즈의 하모니에서 묘사되었다.

    과거 쿠바의 정신은 파나마햇과 투 톤 슈즈로 표현됐다 

    가난과 빈곤의 나라 쿠바에서 선보인 이번 샤넬 쇼가 과연 부적절한 이벤트였을까?

    나는 ‘문화 예술이, 특히나 패션이 시대를 바꿀 수 있는 계기’라는 이론을 믿는다. 샤넬의 역사적인 하바나 쇼는 트위드 재킷보다 쿠바의 유산을 각인시키는 데 훨씬 더 많이 기여하는 계기였다고 말이다.

    수지 멘키스
    포토그래퍼
    OLIVIER SAILL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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