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엔블루에서 베이스를 맡으며 연기도 겸하는 이정신은 패션과 인스타그램을 사랑하는 요즘 청년이다. 만나자마자 공부를 못해 사진을 전공하려 했다고 우스갯소리를 하는 그는 스스로 자신을 호감형이라고 얘기하며 연기를 잘하고 싶지만 아직 연기자인 척하는 건 별로라고 생각한다. 그가 오버사이즈 팬츠, 22세기 그리고 자신의 이름에 대해 말했다.

헐렁한 바지를 입으면 발가벗은 느낌이 든다고요?
항상 스키니진만 입어서 그런가 봐요. 제가 생로랑을 좋아해서 맨날 생로랑만 생각하고 종류별로 다 살 정도로 모으면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제 다리가 얇아서 어떻게보면 장점을 부각시키려는 것도 좀 있죠.(웃음) 요즘은 와이드 팬츠도 종종 입어요. 통풍이 잘돼서 좋더라고요.

옷장에서 볼 때마다 ‘내다 버려야지’ 하고 한숨 쉬게 만드는 옷이 있다면 뭔가요?
아유, 너무 많죠. 아직 못 버리고 남아 있는 옷은 빈티지 숍에서 산 베이지색 항공 점퍼예요. 실제로 보급형으로 나온 항공 점퍼로 길이는 짧고 품은 엄청 커요. 그거 보고있으면 ‘아, 내가 몇십만 원 주고 왜 샀지?’ 싶죠. 사람들 거의 안 만나는 날 한번 시도해보려고요. 아니다 싶은 옷도 그렇게 시도해보면 또 의외로 괜찮기도 하거든요.

오늘 촬영할 때 찍은 사진 중 하나를 인스타그램에 올린다면 어떤 걸 올리고 싶나요? 그리고 해시태그는요?
생로랑 라이더 재킷 입은 사진을 올리고요. 해시태그는 ‘#사복으로 안 사길 잘했다’. 제가 사복으로 멋을 많이 부리는데 살까 말까 진짜 망설이던 옷이거든요. 오늘 이렇게 화보 찍으면서 입어봤으니 됐어요. 오늘 재밌었어요. 편집장님이 잘 골라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웃음)

지금 이 시대와 잘 맞는 사람이라고 느끼나요?
네, 저는 특히 요즘 시대와 잘 맞는 것 같아요. 요즘 연예인 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 진짜 많잖아요. 저 어릴 때는 이 정도까진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요즘 그런 생각 해요. 내가 정말 운이 좋았구나, 몇 년이라도 더 늦었으면 힘들었겠다.(웃음) 그래서 감사하려고요. 그리고 날로 발전하는 기계와 자동차도 좋아하고요.

22세기로 시간 여행을 했을 때 가장 놀라운 풍경은 무엇일 것 같나요?
사람들이 알약으로 끼니를 때우는 풍경이 가장 놀라울 것 같아요. 연구 보고서 같은 걸 보니 그렇게 될 거라고 하더라고요. 사람들이 옷을 어떻게 입을까도 궁금해요. 환경오염 때문에 <스타워즈>의 클론들처럼 모두 똑같이 기능적인 옷을 입을 것 같아요. 인터넷에서 봤는데 인공지능에게 앞으로 인간과 어떻게 살 것인가 물어보자 “인간은 우리와 좋은 관계이기 때문에 동물원에 잘 보관하겠다”고 얘기했대요. 소름 돋아요. 사람들이 하는 일을 기계가 모두 대신한다는 건 좀 슬픈 일 같아요.

가수는 존재하고 있을까요?
노래도 사이보그가 부르지 않을까요?(웃음) 기쁠 때 듣는 음악, 슬플 때 듣는 음악 이런 식으로 매뉴얼화해서 만들어놓는 거죠.

씨엔블루의 새 음반에 ‘Without You’라는 노래를 작사·작곡했어요. 당신이 만약 음악 평론가라면 한 줄 평을 뭐라고 쓸 것 같나요?
‘두 번째로 곡을 실은 것치고는 완성도가 있는 곡’?(웃음) 근데 아마 뻔한 이별 노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다수일 거예요. 그런 의도는 아니었지만요. 하지만 나쁘지 않아요. 뭔가 특이한 걸 해보고 싶은 마음은 없었고 그냥 솔직하고 덤덤하게 제가 할 수 있는 걸 해보고 싶었어요. 슬픈 곡을 써보고 싶었어요. 경험해본 것 중에서 그나마 제 자신과 제일 가깝고 제가 잘 표현할 수 있는 게 슬픈 곡 같아서요. 다만 감정 표현은 서툴지 않고 성숙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좋은 곡을 쓰기 위해 열심히 음성 메모를 한다고 들었어요. 최근에 한 음성 메모가 있다면요?
통기타 하나에 보컬만 있는 조용한 노래 하나를 녹음했어요. 요즘 음악이 다 인스턴트화돼가니까 가볍게 들을 노래 하나 만들면 좋겠다 싶었어요. 요즘에는 악기가 다 들어가고 이펙트가 많은 노래보다는 그렇게 단조로운 노래를 자주 듣게 되더라고요. 전 제가 연주하는 베이스 소리도 두드러지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베이스가 튀려고 하면 전체 균형도 깨지니까요.

팀 내에서의 역할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네, 악기 성향 따라가는 것 같아요. 튈 때 안 튈 때를 구분할 줄 아는 것 같아요. 곡에 따라 핑거로 연주할지 슬랩으로 연주해야 할지 아는 것처럼요. 물론 형들 받쳐주는 역할만한다는 건 아니에요.(웃음)

언젠가 멤버들의 인터뷰를 보고 씨엔블루가 성장하고 있구나 느꼈다고 했는데, 어떤 말이었는지 기억나나요?
음… 제가 그랬나요? 모르겠는데요. 생각이 안 나요.(웃음)

요즘 부쩍 연기에 재미를 느끼고 있죠. 드라마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에서 재벌 3세 톱 가수 역을 맡아 촬영하고 있는데요. 기존의 다른 재벌 3세와는 어떻게 다른가요?
톱 가수 역할이긴 하지만 저도 어쨌든 가수니까 제 자신에 가까운 모습으로 연기하고 있어요. 그 역할이 여자 주인공에게 다정하거든요.(웃음) 저도 평소 여자들에게 다정한 편이라서요. 근데 솔직히 얘기하면 다른 재벌 3세와 그렇게 크게 다르진 않아요.

그러고 보니 드라마에서 주로 공부 못하는 반항적인 캐릭터를 많이 맡았는데 아직 보여주지 못한 면이 있다면 어떤 건가요?
저의 어두움이오. 사람마다 어두운 면이 있으니까요. 사람들이 저를 어둡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호감형인 거니까 다행인 거겠죠. 꼴통 같은 행동을 해도 밉상이 아니라는 거잖아요? 앞으로 기회가 많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기다리고 있어요.

지금껏 출연한 작품 중 당신의 드라마를 전혀 안 본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장면이 있나요?
첫 작품 <내 딸 서영이>에서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눈물 흘리는 장면이오. 솔직히 어떻게 연기했는지 기억이 안 났어요. 방송 보고 ‘내가 저렇게 했나?’ 싶더라고요. NG 없이 한 테이크 만에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어요. 감독님이 무전으로 “정신이 잘했다”고 말씀하신 걸 FD 형님이 제게 얘기해줬어요. 너무 기뻤어요. 갑자기 모든 것에 감사하고 싶은 기분이더라고요. 물론 뭐 얼마나 잘했겠어요.(웃음)

그 감정에 너무 몰입해서 기억이 안 난 거였나요?
그렇게 말하면 너무 연기자인 척하는 것 같고요.(웃음) 그냥 너무 정신없었죠. 연기를 처음 하는 입장인 데다 선생님들 앞에서 연기하려니 긴장을 많이 했죠. 최대한 연습을 많이 해갔어요. 대사는 무조건 스무 번씩 달달 외워 갔어요. 현장에서 툭 치면 바로 나올 수 있게요. 그 정도까지 연습 안 해놓으면 현장에서 바보가 돼버리니까요. 열심히 한건 기억나요.

연기하는 게 왜 재밌어요?
고등학생 때 기무라 다쿠야 나온 드라마 보면서 ‘나도 저렇게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연기하는 순간, 다른 옷을 입는 게 좋아요. 진짜 옷 입는 것도 좋아하는데 그 캐릭터에 맞게 옷도 다르게 입고 머리도 바꾸고 그런 게 전 너무 재밌어요. 영화나 드라마의 연기를 보면서 사람들이 어떤 감정을 느낀다는 것도 매력적이에요. 캐릭터를 보고 재밌으면 웃고 짜증 내면 같이 짜증 내잖아요.

최근에 다른 사람의 연기를 보고 울컥하기도 했나요?
얼마 전에 <펀치>의 김래원 선배님과 조재현 선배님 보고 울컥했어요. 박경수 작가님을 좋아해서 저런 드라마에 나도 출연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고요. 드라마를 보면 늘 배워요. 내가 그 배우처럼 할 수 있을까 따라 해보기도 하고 좋은 점을 배우려고 해요. 이 모든 게 저에겐 중요한 경험이에요. 연기는 제가 제일 잘하고 싶은, 가장 욕심나는 일이에요. 전 솔로 음반 내고 그런 것에는 아예 관심이 없거든요.

직접 드라마를 구상할 수 있다면 어떻게 만들고 싶어요?
드라마를 보다 보면 어떤 사람은 이런 결말을 응원하고 어떤 사람은 저런 결말을 응원하잖아요. 각각의 버전을 만들어 시청자들이 그걸 선택해서 볼 수 있게 하면 재밌을 것 같아요. 사실은 얼마전에 <클릭 유어 하트>라는 웹드라마를 저희 회사에서 그렇게 만들었어요. 그 드라마를 만든 PD님이랑 저랑 친한데 제가술 먹다가 그 얘길 했거든요.

당신을 두렵게 하는 것도 있나요?
자신감이 떨어질까봐 두려워요. 내가 하는 일이 잘 안 되면 어떡하지 하는 쓸데없는 걱정을 할 때가 있어요. 욕심 안 부리고 작은 것에 감사하고 열심히 하면 그런 마음이 없어질 거라고 생각하다가도 어떤 일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자신감이 떨어지기 시작해요. 자신감이 떨어지면 심지어 옷도 그전에 입었던 착장 그대로 입게 돼요.

몸과 정신 중 좀더 중요한 건 무엇인가요?
이름이 정신이어서 그런지 정신이오. 정신이 무너지면 몸이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에요. 어릴 때는 이름으로 하도 놀림을 당해서 항상 애들이랑 그것 때문에 싸우고 어머니에게 이름 바꿔주면 안 되냐고 했어요. 지금은 이 이름이 좋아요. 바를 정에 믿을 신이거든요. 누군가를 속이는 것보다는 정직한 게 좋고, 겉으로 가식 떠는 게 싫고, 믿을 만한 사람이 되려고 해요. 융통성이 없다고 생각될 정도로 맞다, 아니다도 확실하고요.

절대 아닌 건 뭔데요?
이혼과 도박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