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곡성〉에 대해 너무 아는 것이 철 없다고 투덜거렸다. 그러나 감독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센 놈’을 만드느라 지옥에서 행복한 한 철을 보내고 온 ‘지독한 배우’ 곽도원과의 인터뷰는 영화를 몰랐기에 오히려 더 흥미진진할 수 있었다.

배우 곽도원을 인터뷰하기로 한 날에도, 영화 <곡성>에 대한 이렇다 할 정보를 손에 쥐지 못했다. 다음 날 나는 제작보고회를 앞두고 있다는 곽도원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스무고개를 시작했다. ‘새로운 장르의 한국 영화’라는 키워드로 그가 제안했다. “우리 함께 장르를 만들어볼까요? 일단은 스릴러예요. 미스터리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기본적으로 드라마겠지만요. 현실에서 어떤 일이 닥쳐 시골 경찰인 종구의 딸에게 문제가 생겨요. 원인을 찾으려고 하는 와중에 무속인이 나타나서 그에게 사건을 의뢰해요. 그런데 딸은 점점 더 아파오고, 그러면서 다른 해결책을 찾아 나서요. 아…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하지?(웃음)” 개봉일과 잡지 발행일의 간극은 간혹 이런 상황을 만들기도한다. 영화의 골자가 되는 기본 내용만 가진 채 배우를 만나면, 보통은 맥 빠지고 썰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곽도원은 매우 훌륭한 안내자였다. 스무고개를 빠짐없이 다 넘지는 못했을지언정, 그 고개마다 숨은 감독의 의도, 배우의 고민, 현장 분위기 등을 실감 나게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곽도원은 스포일러를 피해가느라 꽤 진땀을 흘렸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모습이 ‘물건’을 숨기고 있는 듯 흥분되고 설레어 보였다.

영화 장르조차 정의하지 못한다 해도 한 가지 분명한 건 있었다. 지독하게 집요한 감독 나홍진과 집요하게 지독한 배우 곽도원의 만남이라는 사실. 감독의 전작 <황해>를 처음 봤을 때, 누가누가 더 짐승 같은지 겨루는 듯한 하정우와 김윤석보다 어느 낯선 배우에 더 눈이 갔다. 극 중 김승현은 유도학과 교수로 등장했는데, 정말 선수를 캐스팅했나 싶을 정도로 본 적 없는 얼굴이었다. 대사라곤 하정우를 대면했을 때 “어디서 나오는 거야?”를 비롯한 두세 마디뿐이었고, 그저 잔인하게 죽임을 당했을 뿐이었다(쉬운 말로 단역이다). 그러나 계단을 오르는 발걸음에 따라 하나씩 켜지는 전등만으로도 심장을 오그라들게 하는 존재감은 실로 신선했다. 잔혹함인지 자비인지 구분이 안 가는 표정, 이죽거리는 건지 웃는 건지 모르겠는 그 얼굴의 이름이 곽도원임을 알았을 때, 발견의 쾌감을 느낀 건 나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물론 나홍진 감독이 그 장면에 집요하게 정성을 쏟았다는 건 이번에 알게 되었지만, 나는 그런 소리 없는 존재감은 지독한 배우에게서만 나오는 거라 믿고 있다.

<황해> 이후 6년 동안 나홍진 감독이 <곡성>이라는 영화에 매달릴 때, 곽도원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종횡무진하며 거의 20편에 이르는 필모그래피를 온전히 자신의 배역 이름으로 채웠다. 사실 <황해> 이전 곽도원의 역할에는 이렇다할 이름이 없었다. 귀시장파 부두목 역, 약사역, 트럭 기사 1 역, 숯불맨 역, 형사과장 역, 김 사장 역, 장 기자 역, 김형사 역, 체육 선생 역 등. 그러나 ‘김승현 교수’ 이후 <범죄와의 전쟁>의 조범석, <변호인>의 차동영 등은 시대가 낳은 괴물의 대표로 기억되고있다. 그리고 끝내 만난 종구는 나홍진의 새로운 미학, 즉 폭력을 쓰지않고도 공포와는 또 다른 극단의 긴장감을 선사하는 영화 <곡성>의 안내자가 되었다. 종구가 된 곽도원은 이 쉽지 않은 영화의 전면에 서서 온몸으로 불행을 마주하고, 일그러지며, 포효한다. 세간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곽도원-황정민-천우희의 조합만큼, 어쩌면 그 이상으로 나홍진-곽도원의 합이 궁금한 것도 그런 이유다. 그 합이 지독하면 지독할수록, <곡성>은 ‘10년 이후에도 나오지 않을 영화’로 남을 것이다.

지독한 건 지독한 거고, ‘(웃음)’이라 표기된 부분에서는 ‘와하하하’하는 호탕한 웃음소리를 효과음으로 넣길 권하는 바다. <곡성>의 칸 영화제 입성(비경쟁부문) 소식을 접했을 때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아무리 배우 인터뷰를 진행해도 상상이 안 되는 게 있어요. 개봉을 기다리는 배우의 마음. ‘흥행이 잘됐으면 좋겠다’ 아니면 ‘좋은 평가를 받으면 좋겠다’는 욕망 말고 또 어떤 게 있을까요?
너무 뻔하게 들릴 수 있지만, 정말 고생 많이 했어요. 실제 영화 설정에 맞는 시간과 날씨를 기다리는 건 보통이었고요. 함양, 철원, 곡성, 구례, 순천, 장성, 해남, 화순, 고창, 장수, 진안 등 전국 방방곡곡 안 다닌 데가 없어요. 비 오는 날 중요한 장면을 찍어야 하는데, 너무 추운 날씨 때문에 스프링클러가 슛만 들어가면 얼어서, 녹였다 얼면 다시 녹이고 또 다시 녹이는 과정을 얼마나 반복했는지 몰라요. 음산한 분위기를 살리려고 산 봉우리 봉우리 사이에 구름이 안개처럼 내려앉는 그 순간만을 하염없이 기다리기도 하고. 한 6개월 동안 100여 명 되는 사람들이 너무 고생을 해서, 솔직한 심정으로는 잘 안 되더라도 무조건 칭찬받고 싶어요.(웃음)

심신이 극기 훈련 하는 것만 같은 치열한 현장에서 배우는 과연 어떤 생각을 하나요?
제가 연기는 못해도 열정은 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던 사람인데, 그게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됐죠. 사람이 이 정도까지 노력할 수 있구나, 인간의 한계란 게 끝이 없구나, 내가 내 생각보다 더 큰 열정을 갖고있었구나, 별별 생각이 들었고 반성도 많이 했어요. 사실 관객에게 ‘쪽팔리기’ 싫어서 최선을 다할 때도 많은데, 이번에는 가장 먼저 나홍진 감독에게 ‘쪽팔리기’ 싫었어요. 나 감독의 작품에 세편 연속 출연하지는 못하겠지만, 내가 만약 배우 일을 계속하다 재수 좋게 스스로 매너리즘에 빠지고 나태하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다면, 그 때 나 감독에게 작은 역할이라도 부탁해서 다시 한 번 하고 싶어요. 이러니까 관객들이 나홍진 작품을 기다리는구나, 싶더라고요.

맞아요, 6년을 기다렸죠.(웃음) <추격자>도, <황해>도, 나홍진 감독의 영화는 어이가 없을 정도로, 혀를 내두를 정도로 집요한 뭔가가 있어요. 보는 사람도 스스로의 감정을 절벽 끝으로 몰아붙이게 되는데, 이 느낌을 현실화하는 배우의 입장에서는 말도 못하겠구나 싶더군요.
영화를 보면 아시겠지만, 처음에는 “뭣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이냐” 하면서 순진무구하던 종구의 표정이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지쳐 있고, 찌들어 있고, 고통스러워져요. 6개월 만에 실제로 완전 다른 사람이 되어 있더라니까.(웃음) 스스로도 깜짝 놀랄 정도로 굉장한 경험이었어요.

감독이 이 영화를 두고 “건드리지 않아야 할 센 놈을 건드렸다”고 했어요. 그렇게 센 영화라면 배우도 진이 빠지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요, 센 놈을 만나 상대한 기분이 어땠나요?
사실 괴롭도록 촬영장에 가기 싫을 때가 있어요. 이게 뭐하는 짓들인가, 할 때가 있죠. 하지만 이번 영화는 과정이 힘든 것과는 별개로, 매일이 즐거웠어요. 주변의 누군가가 미친 듯 일하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봤을 때 정말 대견하고 멋있거든요. 될 때까지 찍고, 될 때까지 하니까요.(웃음) 게다가 이번 영화는 재미있어요. 가편집된 3시간 10분짜리 영화를 한 번 봤는데, CG와 음악이 하나도 없는 영상을 보는데도 몸이 점점 앞으로 쏠리고 시계를 안 들여다보게 되더라고요. 나홍진 감독이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자기 꿈은 몇백 년 후에 자기가 찍은 필름이 바다에 둥둥 떠다니다 어느 나라의 누군가에게 발견되고, 그 누군가가 집에서 보고는 “야, 이거 누가 찍었는지 모르겠는데 정말 재미있다!” 이랬으면 좋겠대요. 그런 목적을 가진 사람이니 그렇게 명석하고, 처절하고, 철저해질 수 있는 거예요.

특히 <곡성>은 색다른 차원의 재미를 주지 않을까 싶어요. 웃고 떠드는 것만이 아니라 무언가에 강렬하게 압도당하는 것도, 혼란에 빠지는 것도 일종의 재미니까요. 요즘 영화들의 재미가 천편일률적이라 아쉽죠. 이를 위해서 배우도 매진했으니, 감독에게 ‘정확하고 헌신적인 배우’라는 이야기를 들었겠지요.(웃음)
헌신이라는 단어는 배우에게 쓰일 단어는 아닌 것 같아요. 배우는 어느 정도 알고 덤비는 데다, 그냥 자기 할 거 하는 거예요. 상황을 이 정도까지 맞추기 위해 스태프들이 정말이지 무진장 준비하고 노력하는 게 헌신인 거죠. 이를테면 홍경표 촬영감독은 일출, 안개같은 걸 카메라에 담기 위해 산을 수십 번 올라갔어요. 해 뜨기 전부터 그 많은 장비를 챙기고 스태프들까지 이끌고 말이에요.

예고편의 압도적이고 싸한 느낌도 영화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요소였지만, 개인적으로는 주인공이 배우 곽도원이라는 것이 컸어요. <황해>를 보면서 “저 배우는 누구지?” 했던 배우가 6년 후 같은 감독의 차기작에는 주인공으로 출연한다는 사실 자체가 영화 같기도 하고요.
나홍진이 정신 나간 거죠.(웃음) 단역 하던 놈을 주인공으로. 6년 만에 들어가는 영화에서 모험을 한 거예요. 사실 내 입장에서는 믿어준 게 감사하고, 행복해요. 사람이 일하면서 사랑받고, 신뢰를 얻는 것이 힘든 일이라는 걸 아니까. 나 감독이 오랜만에 전화해서 시나리오를 봐달라 하기에, 난 그냥 조연인 줄 알았죠. 이후 자주 만나서 술 먹으면서 질문을 막 끊임없이 하는 거예요. 네 번째 만났을 땐가 묻더라고요. 근데, 무슨 역할인지 아시냐고. 그때까진 물어보지도 않았어요. 주인공이라고 해서 “예? 왜?” 했죠.(웃음) <황해> 이후로 날 계속 봐왔는데, 왜 저 배우를 저렇게 쓰나 싶었대요. 사실 누군가 날 계속 지켜봐주고 있었다는 자체가 고맙죠. 외롭잖아요, 이쪽 일이.

사실 배우 입장에서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겠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망설인 이유가 있었나요?
내가 나를 알아요. 주인공은 그만의 깜냥이 있어야 한다는 걸 강호 형이나 민식 선배님 보면서 많이 느꼈어요. 이분들은 자기 연기만 준비하진 않거든. 조연, 단역, 스태프들까지 현장에서 다 어울러요. 아, 저것까지 할 수 있으니까 주인공이 되는구나 했죠. 나는 그게 안 됐거든요.

왜요, 한때 대본을 통째로 다 외우는 배우로도 유명하던데요?
내 거 하려고 외운 거지, 남을 건사하려고 외운 게 아니잖아요. 내 그릇을 내가 알고 있었지만, 이번엔 해볼 욕심이 생기더라고. 나의 부족한 부분을 분명 감독이 채워줄 거라는 믿음이 굳건했어요. 어느 정도 비빌 데가 있으니까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뭐, 감독이 될 때까지 찍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시나리오를 봤을 때도 ‘하아, 한 1년간은 열심히 살겠구나’ 싶었죠. 이를테면 ‘누군가를 찾아 산을 뛰어가는 친구들’이라는 지문이 딱 한 줄 나와요. 아… 어느 산을 얼마큼, 며칠을 뛸까 싶었거든요. 그걸 일주일을 꼬박 뛰게 하네?(웃음) 이런 건지 알고는 있었다만, 했죠.

<황해> 때 김승현 교수 역할은 한 건물의 1층에서 4층까지 올라가는 게 전부이지 않았나요? 그가 그 공간에서 처음 등장하고 결국 그곳에서 살해당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게 12회 차 찍은 거예요. 그러니까 12일 동안 그 장면을 찍은 거죠. 100년 만에 서울에 눈이 1m 넘게 쌓였을 무렵이었는데, 3일 동안 계단에 피 철철 흘리면서 누워 있었어요. 해 떨어지기 시작해서 해 뜰 때까지 계속 누워 있었죠. 아, 정말…(웃음)

주인공이란 배우 개인에게도 의미 있겠지만, 관객의 한명으로서 배우 곽도원이 주인공이라 더 반가운 이유는 이거예요. 그동안 <범죄와의 전쟁>, <변호인> 같은 데서 신 스틸러 혹은 실력파 조연의 입지를 굳히면서 인물의 특정한 면을 강렬하게 보여주었잖아요. 하지만 주인공은 그렇지 않죠. 다채로운 면을 보여주는 동시에 감정의 폭도 매우 넓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그간 몰랐던 또 다른 곽도원을 만날 수 있겠다는 기대가 생긴다고나 할까요.
어느 순간 나 감독이 그러더라고요. “한 2개월 지나니까 이제 좀 편해지시네요.” 힘을 빼고 나니 이제 좀 종구 같아졌다는 거죠. 사실 모든 영화가 그렇지만 답은 현장과 시나리오에 있어요. 그런 것 같아요. 해내려고 하면 할수록 멀어지는 거. 연기적으로는 이렇게 얘기하기도 해요, ‘인식과 의식’. 그냥 살고 있음을 인식하면 되는데, 살고 있음을 의식하거나 어떻게든 해내려고 하면 더 힘들어지는 거예요, 하루하루가. 조연을 할 때는 그냥 흐르게 두면 되는데, 주인공으로서 이걸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과 사명감이 커져버리니까 힘을 많이 주게 되더라고요. 원래 사람이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배우는 그런 사람을 표현하는 직업이니까요. 그래서 제가 제 연기를 보면… 모르겠어요.(웃음)

요즘 개인적으로도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잘하려고 무진장 애쓰는 게 당연히 프로다운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아닐 수도 있겠다고 말이죠.
제가 좀 낙천적이에요. ‘케세라세라’ 식의 태도가 좀 있어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해내려고 하면 죽어도 안 되더라고요. 해내려는 열정 안에 욕심이 생기니까, 그 욕심을 스스로 발견하기는 어려우니까. 누군가가 “너, 변한 것 같다”라고 했을 때 “사람이 다 변하지 안 변해? 내 몸무게도 어제와 오늘이 다른데.” 이렇게 되는 거죠. 나라는 존재를 내가 너무 사랑해버리니, 나를 사랑하는 욕심 때문에 타인을 존중하지 않게 되는 거예요. 그 욕심 버리는 게 참 힘들어요. 카메라 앞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연기는 액션이 아니라 리액션이거든요. 상대 배우가 던지는 걸 잘 받아치기 위해서는 릴랙스 해야 해요.

리액션이라는 게 단순히 상대 배우에 대한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이번 영화의 경우에는 종구가 외지인을 맞닥뜨렸을 때 나타나는 반응도 있겠지만, 이 엄청난 상황 자체를 만났을 때의 리액션도 매우 중요할 것 같거든요? 그런 면에서 감정으로만 보자면 이 영화는 액션 수준일 것 같아요. <황해>처럼 인간이 어떤 사건으로 어떤 지경에까지 이를 수 있느냐를 보여주는 거 아닌가요?
맞아요, 그거예요. 평범한 시골 경찰이 이런 사건을 당했을 때, 어떤 리액션을 할 것인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어떤 사건으로 인해 인간이 어떻게까지 하나, 무슨 짓까지 하나. 누구든 10년 만에 우연히 첫사랑을 만날 수도 있고, 사고를 당할 수도 있어요. 세상을 살면서 무슨 일이든 맞닥뜨릴 수 있다는 게 이 영화의 핵심이에요. 그럴 때 인간이 겪고, 해내는 일을 표현하는 거예요, 2시간 35분 동안. 그런 점에서는 일상 스릴러라고 해야 하나? 다반사 스릴러? 샤머니즘 스릴러?(웃음) 영화의 프롤로그 부분에 성경 구절이 나와요. 그 글귀를 품은 뉘앙스가 이야기 전반에 깔려 있죠. 인간의 믿음과 삶과 궁금증에 대한 이야기… 아, 몰라요. 더 이상은 안 돼요.(웃음) 영화 나오면 같이 봅시다.

누군가가 포털 사이트에 ‘멋진 배우’라는 말을 써둔 걸 봤어요. 본인의 연기에 대해 뿌듯하거나 자랑스러울 때는 언제인가요?
솔직히 <범죄와의 전쟁>의 조범석 역할도, <변호인>의 차동영 역할도 잘했다고 칭찬해주셨는데… 진짜 연기는 어떻게 하는 건지, 알면 알수록 어렵죠. 저는 <다크 나이트>를 서른 번 넘게 봤어요. 아, 히스 레저 연기를 보면 죽을 것 같아요. 그런데 내가 내 연기를 보면 히스 레저 같진 않거든. 죽을 것 같진 않은 거죠. 그래서 진짜 창피하지 않을 만큼, 죽을 것처럼은 했어요.

배우가 이 영화에 출연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는 것과 왜 이 영화를 선택했는가의 문제는 같은 이야기이기도 하고,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기도해요. 왜 이 영화를 찍고 있다는 생각이 들던가요?
배우라는 직업이 존경받고 대접받는 건, 그 이유가 광대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넓을 광(廣) 자에, 큰 대(大) 자를 써서, 넓고 큰 사람이어야 한다는 뜻이에요. 웃음으로든, 눈물로든, 해학으로든 누군가의 일상을 위로해주고, 아픔을 대변해주는 사람. 배우라는 단어도 그래요. 배(俳)는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고, 우(優)는 사람의 근심이라는 의미죠. 사람이 하는 근심이 아닌 다른 근심을 하고 사는 사람인 겁니다. 보통은 서 있으면 앉고 싶고, 눕고 싶고, 한숨 늘어지게 자고 싶은 욕심이 있는데, 배우는 이들이 쉴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주고, 그늘을 만들어주고, 노래를 불러주고, 살랑바람을 일으켜줘야 해요.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짓을 하면서 행복을 느껴야 하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관객분들이 일상에서 주식이나 스포츠 이야기를 하다가도 우리 영화를 보고 즐거움이든 긴장감이든, 동력으로 삼아 살짝이라도 삶의 이면을 돌이켜보면 좋겠다 했죠.

칭찬받고 싶었다는 말이 이해가 가네요.
6개월 동안 열심히 상을 차린다고 차렸는데, 이제 내놓으려고 보니 음식이 입맛에 맞을지 걱정이 되는 거예요. 부디, 맛있게 즐기다 가시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