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계춘할망〉 〈궁합〉 〈두 남자〉, 드라마 〈화랑: 더 비기닝〉까지 올해 네 편의 작품에 이름을 올리는 샤이니 민호는 성장판이 닫히지 않은 아이처럼 자라고 있다. ‘최선을 다하는 남자’ 민호는 내일을 향해 오늘을 산다.

민호를 볼 때면 항상 ‘주인공’이라는 세 글자가 떠오른다. 샤이니로 무대에 오를 때도, 배우로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칠 때도, 예능 프로그램에서 축구를 하고 있을 때도 그렇다. 샤이니에서 리더나 메인 보컬을 담당하지 않고, 드라마에서 항상 주연을 맡은 것도 아니니 그냥 이미지일 뿐이다. 창작자가 작품을 구상할 때 일단 이야기 중심에 그려놓고 보는 주인공 이미지. <독수리 오형제>의 1호 켄 같은 느낌이라고 하면 동의할까. 절대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얼굴이지만 그에게는 대표성을 띠는 이미지가 있다. 샤이니로 ‘반짝반짝 빛나는’ 민호가 연기를 하는 건 본인의 의사가 반영된 행보지만 서사 속에 그를 놓고 싶은 수많은 창작자의 본능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하하하. 많은 분이 만화에 나올 것 같다고 하시는데 어떤 만화인지는 아무도 말 안 해주던데요? 저도 한번 보고 싶네요. 저랑 똑같이 생긴 캐릭터가 나오는 만화!” 민호는 자신의 이미지는 그냥 주어진 것이라는 반응이다. “오디션이나 미팅 자리에서 ‘외모때문에 조금 걸리네요’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어요. 외모 때문에 할 수 있는 작품도 있고 그렇지 않은 작품도 있을 거예요. 아쉬울 때도 있지만 또 다른 작품이 있겠지 생각해요. 제가 가진 마스크로 어떤 연기가 어울리게끔 표현해내는 것도 능력이니까요.” 민호는 중 1 때 길거리에서 캐스팅되어 연습생을 거쳐 아이돌로 데뷔하고 수순처럼 연기를 시작했다. 워밍업 같았던 시트콤 <도롱뇽도사와 그림자 조작단>을 거쳐 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에서 주연을 맡았다. 작품이 큰 사랑을 받지는 못했지만 민호는 서두르지 않는 듯 보였다. 다음 해 <메디컬 탑팀>에서 막내 의사로 극에 산뜻함을 불어넣었고 또다시 2년이 지나 드라마 <처음이라서>에서 꿈도 없고 아버지로부터 독립도 하지 못하는 스무 살 청년을 연기했다. 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 이후 두 작품에는 그의 밝고 건강한 에너지가 담겼지만 이렇다 할 관심이나 평가를 받지 못한 채 필모그래피에 남았다. “처음 주연을 맡을 때는 욕심만 앞섰어요. 부담감을 느낄 새도없이 잘해야겠다는 강박관념밖에 없었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 저 자신은 굉장히 부족했던 거 같아요. 작품을 하면서 연기론이 생겼다기보다 하나하나 알게 되면서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는 올해 연기자로서 조금 더 속도를 내고 있다. 첫 영화 <계춘할망>부터 첫 사극 <궁합>, 그동안 자신의 아이돌 이미지와 교집합이 조금도 없다는 독립영화 <두 남자>가 줄줄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화려한 라인업으로 화제가 된 드라마 <화랑: 더 비기닝> 촬영에도 들어간다. 다음 달 개봉 예정인 <계춘할망>은 12년 만에 잃어버린 손녀를 찾은 해녀 계춘이 손녀 혜지와 제주도 집에서 살면서 적응해나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민호는 김고은(혜지 역)을 짝사랑하며 줄타기를 벌이는 한이 역할을 맡았다. “제주도 밖을 한 번도 벗어난 적 없는 소년이에요. 그래서 굉장히 순수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전에 고등학생 때 친구들과 편하게 지내던 모습을 담아내고 싶었어요.” 큰 역할은 아니지만 민호는 첫 영화 <계춘할망>을 찍으며 ‘처음’이라는 단어로부터 오랜만에 설렘을 느꼈다. ‘베테랑 아이돌’로서 이후 커리어를 생각하며 연기에 집중하겠다는 생각으로 내는 속도는 아니라고 했다. 오히려 연기에 재도전하는 심정에 가까워보였다. 그간의 작품으로 민호에게는 조금 더 기회가 열렸고, 도전해보고싶은 캐릭터가 많아졌다. 작년에 작품을 함께 한 박소담, 김고은 두 명의 동갑내기 배우들로부터 받은 긍정적인 자극도 연기의 원동력이 됐다. 외모를 놓고 본다면 민호와 가장 반대편에 있는 배우들이다. “제가 눈이 크다 보니 오히려 케미가 잘 맞는 거 같아요. 하하하. <처음이라서>를 찍을 때는 촬영 현장이 너무 유쾌해서 앞으로 연기에 대한 동기부여가 됐고요. 고은이는 제가 긴장하지 않도록 많이 도와주고 힘을 실어줬어요.” 현장에서 무엇이든 배우려는 그의 태도는 배우로 성장을 꿈꾸는 그에게 큰 자산이다. 민호는 현장마다 좋은 기억밖에 없다고 감사함을 표현했지만 이는 그가 가진 건강한 에너지가 불러온 결과일 것이다. 비범한 외모로 주인공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민호를 형성하는 첫인상이라면, 민호를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건 뒤보다 앞을 보게 하는 긍정적인 에너지다. 배우란 어떤 캐릭터나 담아내야 하는 존재지만 실제 배우가 지닌 에너지와 합이 잘 맞을 때 누구도 예상치 못한 빛이 난다. 민호에게서는 순도 높은 건강한 에너지가 그 역할을 할 것이다.

아이돌로 커리어를 시작한 연기자가 가지고 있는 유리한 지점이 있다면 기초공사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점일 것 같다. 신곡을 받고 컨셉을 잡고 극한에 가까운 연습을 거쳐 무대에 오르는 과정이 대본을 받고 캐릭터에 녹아들어 카메라 앞에 서는 과정과 닮았다. “작품에 들어가면 그 캐릭터가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어린 시절을 보냈을지 상상해서 그 특징을 쭉 나열해서 정리해봐요. 그리고 평소에도 제가 그 캐릭터라고 생각하며 생활하는 편이에요.” 무대에 출격하기 전 옷을 갈아입듯, 민호는 작품을 만나면 캐릭터의 옷을 입는다. 가수와 연기의 병행으로 바쁜 스케줄에 대처하는 방식도 ‘기본부터’다. “제가 누구보다 뒤처지지 않는 게 체력이기 때문에 밤을 새워서라도 해요. 일단 몸으로 직접 뛰며 어떻게든 나아가는 거 같아요. 직접 부딪치는 게 도움이 될 때가 있어요.” 정공법만으로는 정답이 없는 연기를 위해 그는 요즘 낯선 상황에 스스로를 두기도 하고, 부지런히 전시회를 다니며, 여유가 생기는 저녁이면 혼자 극장을 찾아 한국 영화를 빠짐없이 챙겨 본다. 이런 과정이 즐겁고 또 파이팅 넘친다.

사실 그보다 늦게 연기를 시작했지만 무서운 연기력으로 호평을 받은 임시완, 도경수를 떠올려보면 민호는 타고난 연기자는 아닐지도 모른다. 길거리에서 캐스팅된 순간부터 민호는 오랜 시간 재능과 노력 사이에서 스스로를 단련해왔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로 스스로를 증명해야 했던 과거, ‘열심히’는 후회를 줄이기 위한 최선과도 같았다. “재능과 노력 사이에 갈등이 왜 없겠어요. 하지만 재능을 탓하진 않아요. 열심히 하다보면 언젠가 저도 모르는 재능이 나올 때가 있거든요. 재능은 누구에게나 부여된 것이기 때문에 아직 제가 모르는 재능이 있을 수도 있어요.”

만화 주인공의 삶을 살 수 있다면 민호는 <슬램덩크>의 강백호나 <원피스>의 루피를 고르고 싶다고 말했다. 무모해 보일 수 있지만 응원하게 만드는 캐릭터가 그가 지향하는 삶이다. 어릴 적 ‘텔레비전에 내가 나오면 어떨까?’ 상상하며 막연하게 배우를 꿈꾸던 소년은 이제 스크린을 통해 자신을 보는 사람들과 공감을 꿈꾼다. 민호는 자신에게 주어지는 기회에 대해 이중적인 시선이 존재한다는 것도 안다. “올해 저는 ‘기반을 잘 다지자’라는 목표를 세웠어요. 무슨 일이든 기초가 중요하고 기반을 잘 다져놓아야 나중에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최종 목표 앞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라도요.” 연기와 한판 승부를 벌이려는 민호의 노력이 올해는 관객들 가슴에 가 닿을 수 있을까. 성장을 꿈꾸는 자에게는 응원을 보내게 된다. 패배를 모르는 남자 강백호의 무모한 도전은 결국 성공했다. 명랑하게 그리고 빛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