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모장 캐릭터로 지긋지긋한 남성 우월주의를 뒤집은 인간 사이다! 5,000만 결정장애 국민의 고민 상담사! 기 세고 현명한 언니가 부활했다. 인생사를 ‘희’로 승화시켜 일상에 웃음을 빵빵 터뜨려주는 김숙을 위해 ‘희로애락(喜怒愛樂)’ 화보를 준비했다.

“어디 아침부터 남자가 인상을 써!” “남자가 조신하게 옷을 입어야지!” “어딜 감히! 남자가 돈 쓰는 거 아니야!” 2015년 가을, 남성과 여성의 성 역할 체계가 완전히 뒤바뀐 가상의 세계 이갈리아가 대한민국에 펼쳐졌다. <님과 함께 시즌2: 최고의 사랑>에서 대놓고 쇼윈도 부부로 출연 중인 김숙이 윤정수를 향해 쏟아낸 말은 여성해방과 다름 아니었다. 여자라면 한 번쯤 들으며 기가 막히던 가부장 발언의 주체가 바뀌었을 때 오는 통쾌함. 너무 단호해 토를 달 수도 없는 가모장 발언을 들으며 얼빠진 표정을 짓는 남자들. 김숙은 여자들의 인간 사이다로 떠올랐다.

사실 ‘가모장숙’을 만나기 전 ‘김숙 사이다’를 마시기 시작한 건 작년 4월부터다. 너무 웃겨서 지하철에서는 도저히 들을 수 없는 팟캐스트 <비밀보장>이다. 5,000만 결정장애 국민의 고민 해결 상담소를 자청하고 나선 송은이와 김숙은 방송이라는 틀을 벗어나자 그야말로 ‘개그 작두’를 탄 듯했다. 누가 개그우먼 기근이라고 했던가. 누가 감히 콤비 시대의 종말을 말했던가. 18년 단짝 콤비의 만담은 배꼽을 빼놨다. 소기 목적이었던 사소하지만 목숨 걸고 싶어지는 고민이 척척 해결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팟캐스트는 음악을 틀 수 없다며 김숙의 코 고는 소리를 BGM으로 사용하고 느닷없이 ‘짝젖’을 고백하던 1회부터 세상의 웃음 농도는 달라졌다. 그로부터 1주년을 맞은 <비밀보장>은 뮤직비디오, 모바일 드라마 등으로 변주를 꾀하며 여전히 웃기고 있다.

과거에도 센 언니 캐릭터는 많았다. 그러나 김숙이 시커먼 아이라인 대신 장착한 건 지혜로움이다. 의도한 바는 아니겠으나 그녀의 명쾌한 인생관은 다양한 상황 속에서 순간순간 빛을 발하고 ‘이 언니 진짜 좋다’는 마음이 절로 들게 한다. 결과적으로 그녀는 윤정수와 즐거운 결혼 생활을 해나가고 있고(우리가 결혼 생활에서 꿈꾸는 건 결국 설렘보단 웃음 아닌가), 걱정거리가 생기면 찾고 싶은 경쾌한 언니상을 완성했다(10~20대를 타깃으로 한 화장품 광고에서 요정처럼 등장해 피부 고민까지 해결해주고 있다). 이유 있게 센 언니는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어냈고 이는 곧 남자들만 바글거리던 예능판에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올해 여성 버라이어티의 시대가 온다면 그 출발점은 바로 김숙일 것이다.

개그우먼이 제2의 전성기를 맞으면 섹시 화보를 찍는데 당신은 그 상황을 ‘급스타(최근 급하게 스타가 된 김숙의 자기중심적 판타지 드라마)’라는 개그 소재로 삼았더라. 여유와 유연함은 어디서 온 건가.
송은이 언니, 뮤비 감독, 작가, 나까지 맨날 맛있는 거 먹고 시시덕거리면서 회의하는 멤버가 있다. <비밀보장> 팟캐스트를 하면서 우리의 전문 영역인 영상을 한번 해보자 싶어서 다 같이 소재로 잡은 거다. 악의는 없는데 자기 위주로 생각하는 돈키호테 같은 애를 보여주고 싶었다. 요즘 그런 사람들 많지 않나.

제2의 전성기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어떤가.
제1이라고 수정해준다. 지금까지 전성기는 없었다. 따귀 소녀가 0.3이었고 난다 김이 0.7이었다면 이제 1이 왔다.

윤정수와 가상 결혼 생활이 6개월에 접어들었다. 잡은 물고기에는 먹이를 주지 않는 법. 처음 결혼했을 때와 비교해 윤정수가 달라진 점은 없나.
촬영을 정수 오빠네서 하는데 처음에는 항상 오빠가 집에 있었다. 그런데 이제 오빠가 바빠져서 빈집에 스태프들이 먼저 들어가 있고 그런다. 냉장고에서 먹을 거 꺼내 먹고 올 때 김치 싸 오고. 친정 같은 분위기다. 오빠와는 더 편해졌다. 처음에는 이래도 되나 싶었는데 오빠가 마음대로 하라고 하더라. 장난도 심해졌고 지난주에는 내가 바지를 벗겼다.

대본 없이 상황만 주어진다고 들었다. 평소 노는 방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느낌이다. 모든 일에 내기를 걸어 순간을 이벤트로 만든다.
내기는 친한 사람들과 늘 한다. 설거지, 물 떠오기 같은 자질구레한 것을 걸고 가위바위보, 사다리 타기라도 한다. 도박만 안 한다.

숙크러쉬, 퓨리오숙, 갓숙, 가모장숙 등 매일 수식어를 갱신 중이다. 가장 마음에 드는 별명은 무엇인가.
과분하다. 퓨리오숙은 지은 사람 센스가 대단한 거 같다. 가모장숙이 가장 편안하게 다가온다. 캐릭터와도 잘 맞고. 이제는 내 이름이 가모장숙 같다. 숙이라는 이름이 되게 촌스러운데 뭔가를 붙이기가 너무 쉽다. 이름 지어준 아버지께 감사드린다.

가모장 개그가 평소 하던 말이라고 들었다. 방송에서 뜨기 전 지인들의 반응도 좋았나.
남녀 모두 엄청 좋아했다. 그러다가 파산해서 집에만 있는 윤정수 오빠한테 쓰니까 진짜 잘 어울린 거다. “여자 하는 일에 토 달지 마” 그러면 오빠가 정말 토 안 달거든. “어디 남자 목소리가 담장을 넘어! 재수 없게!” 같은 말은 15년 전부터 했다. 그때는 방송에서 편집됐는데 이제 너무 재미있어하니까 신기할 따름이다. 우리 언니들이 늘 말한다. “넌 일상생활을 보여주지 말고 연기를 좀 해라. 무슨 다큐냐”라고. 언니한테 “가만히 있어! 다 개그인 줄 알아~!” 그런다.

고정관념의 전복에서 오는 통쾌함 때문에 많은 사람이 가모장 개그에 열광하고 있다. 하지만 주체만 바뀐 이성 혐오, 가부장의 미러링이라는 반응도 있다. 매일같이 신문 사설에 나오고 이 주제를 다루지 않은 매체가 없을 정도다.
그렇게까지 진지하게는 안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는 사상가가 아니라 개그맨이니까 풍자 개그 한 번쯤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사실 여자들이 맨날 듣던 말이다. 조선시대부터 몇백 년 동안 들어오던 말을 살짝 꼬집은 것뿐이다. 사실 여자 목소리가 담장을 넘어가면 집안이 망한다는 게 다 웃기는 소리 아닌가. 나도 딸만 다섯인 집안에서 자라면서 엄청 들었고. 한 번쯤 써먹고 싶었다.

송은이, 윤정수 등 둘이 함께한 프로그램이 잘됐다. 콤비 체질인 것 같다.
혼자서는 힘이 없는 스타일이다. 어릴 때부터 <개그콘서트>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서 콩트를 짜서 그렇다. 같이 할 때 재미를 느끼고 아이디어도 많이 나온다.

여성 방송인이 설 자리가 없다는 얘기가 항상 나온다. 팟캐스트 <비밀보장>은 그 아쉬움의 반영인가.
실험을 한번 해보고 싶었다. 세상이 바뀌었고 모바일 시장이 커졌는데 우리만 방송이 최고라고 말하고 있지 않나. 모든 걸 내려놓고 한 도전이었다. 팟캐스트 시장도 만만치 않다. 8,000개가 넘는다는데 순위에 진입하지 못하면 보이지도 않는다. 은이 언니랑 친한 사람들끼리 우리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 그동안 우리는 캐스팅을 당했지, 한 적은 없다. 남들처럼 월요일 아침마다 회의하면서 아주 재미있게 하고 있다.

이제 기획자 입장에서 콘텐츠가 보이겠다.
쉬고 있는 많은 연예인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론칭해볼 예정이다. 20년 함께 방송한 우리가 그들의 특징을 가장 잘 안다. 얼마 전에 <비밀보장>이 50회를 맞았다. 요즘 방송도 1년 못 가는데 1년을 한 거다. <무한도전>이나 <1박 2일>은 스태프가 100명이지만 우린 2~5명이서 한다. 은이 언니와 소속사도 다르고 스케줄 맞추기 정말 힘든데 1년을 끌어오면서 다짐했다. 아무리 바빠도 <비밀 보장>은 1순위로 빼놓자고. 사람들이 워낙 좋아해주니까 애착이 커졌다.

얼마 전에 플랫폼을 팟캐스트에서 비트로 옮겼다.
팟캐스트는 저작권 때문에 음악을 아예 못 튼다. 좀더 재미있는 이벤트를 많이 만들어보고 싶어서 옮겼다. 오프라인 공연이나 공개방송도 할 수 있고, 판을 더 키울 수 있다. 영상도 올릴 수 있다. 얼마 전에는 제주도 가서 ‘병맛’으로 ‘갯바위’ 뮤직비디오도 찍었다.

김숙에게 송은이란?
따뜻한데 무뚝뚝한 ‘아부지’ 같다. 세 살 차이 나는데 생각이 정말 깊다. 선배, 후배 모두 좋아하는 정신적 지주 같은 존재다. 살면서 은이 언니를 안 거 자체가 행운이다. 결국 윗사람 따라가잖나. 그동안 주변에 나쁜 사람들도 있었다. 그 사람들과 지냈으면 그게 맞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좋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여기까지 왔다.

둘이 맞추기라도 한 듯 동시에 “깔깔깔~” 웃을 때가 많아서 그게 또 너무 웃기다.
그게 세월인 거 같다. 웃음 포인트가 똑같다. 약속을 해도 그렇게 딱 맞게 웃진 못할 거다. 은이 언니가 뭘 할 거 같으면 내가 밑을 쓱 깔아주고, 내가 무슨 얘길 시작하면 은이 언니가 쓱 깔아준다. 그러다 보니 20~30년씩 디제이 한 분들처럼 착착 맞게 된 거 같다.

평소 여자들이 그렇게 사연을 털어놓고 간다고 들었다. 여성 심리 전문가가 다 됐다.
내 나이인 40대 초반까지만 상담 가능하다. 20~30대 초반까지는 경력을 위해서라면 희생하는 부분 감수하라고 하고, 30대라면 행복 따라가라고 말한다. 스트레스 받으며 일하기엔 나이가 좀 많다. 상담은 사실 지식이 있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그냥 들어주는 거다. 사람들 고민 속에 다 답이 들어 있다. “그 새끼 미친 거 아냐?”라고 말한다는 건 미쳤다고 생각한다는 거다. 거기서 출발해서 상담을 시작한다.

나이에 따라 가치관이 어떻게 변했나.
20대에는 맹목적으로 일했다. 열심히 일하는 게 최선인 줄 알았고 하라는 대로 했다. 30대 넘어가면서 제대로 가고 있는지 한번 돌아봤는데 너무 일만 하고 있는 자신이 안타깝더라. 언제 가장 즐거운지 생각해보니 여행이었다. 20대에는 돈을 모았는데 30대에는 100을 벌면 100을 여행에 썼다. 30대에는 20대에 부족했던 걸 채워나갔다. 40대가 되니 인생에 조금 적응이 됐다. 내 행복의 기준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도 보이기 시작했다. 40년 동안 정해진 삶이 바뀌기 어렵다는 걸 받아들였고 마음을 잘 다스리는 중이다. 사실 근데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도 가장 행복한 순간은 여행할 때인가.
일하는 거 너무 싫어했는데 요즘 조금 재미있다. 예전에는 아이디어 짜는 건 좋은데 나가서 일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30시간 동안 아이디어 짜면 무대에서 3~5분 공연한다. 내 비중은 1분도 안 된다. 녹화 끝나고 집에 가면 되게 허무하다. 맨날 이 길은 내 길이 아닌 거 같다고 그만두겠다고 했는데 그때마다 은이 언니가 “야! 웃겨, 웃겨! 너 다른 데 가서 일 못해!” 하며 잡아줬다. 요즘 그만둔다는 소리 안 하니까 은이 언니가 신기하게 생각한다.

개그맨이 될 성격은 아니었던 거 같은데 어떻게 처음 개그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나.
스무 살때 대학 개그제에 아는 언니랑 듀엣으로 나갔다. 언니가 잘해서 된 거다. 내 운명은 이 운명이었을지 몰라도 그때는 내 운으로 된 건 아니었다. 스무 살에 이 바닥에 들어와서 스물일곱 살에 ‘따귀 소녀’로 알려졌으니까 오래 걸렸다. 아무 지식 없이 들어왔으니까.

웃음이 진짜 많은 것 같다. 웃고 싶어 더 웃기도 하나.
친한 사람들끼리 웃음이 많다. 모르는 사람한테는 낯을 가린다. 내 캐릭터가 동네 개그맨이다. 큰 무대에서 못하고 우리끼리 있을 때 웃기는 애들 있잖나. 웃음 많고 깔깔거리는 애.

‘진짜 웃긴데 왜 안 뜨지?’ 싶은 애?
맞다. 지금도 큰 무대 나가면 떨어. 내가 한 개그만 계속해서 이렇게 됐나 보다. 가모장 개그 옛날엔 안 받아줬는데 세상이 바뀌었다. 다음 세상에 올 수도 있는 개그였는데 운이 좋았다. 오십에 안 오고 마흔에 온 게 어디야.

개그 감각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은 누구인가.
가족들이 해맑다. 아파도 놀리면서 웃는 집이다. 아버지가 올해 80세가 되셨는데 개그를 하시니까. 가족들끼리 누구 흉내 내고 한마디씩 하면서 계속 웃는다. 가족 중에 연예계 쪽 일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데 쑥스러움 많은 애가 방송한다고 다들 신기해한다.

신인 시절 ‘김숙 또라이설’이 있다. 선배가 담배 사오라고 10만원 주면 10만원어치 담배를 사왔다고.
사실 다 개그고 정의 표현이다. 재미있으려고 하는 건데 안 먹힌 거다. 약간 ‘똘끼’도 있지만. 생각보다 그렇게 버릇없진 않다. 이른바 병맛 개그가 재미있다. 박장대소는 아니더라도 계속 미소 머금고 볼 수 있는 개그를 추구한다.

새로운 개그에 대한 압박은 없나.
지금은 없다. <개콘> <웃찾사> <코빅> 하는 애들은 엄청날 거다. 아무리 웃긴 코너도 1년 가기가 어렵거든. 6개월이면 우리는 물 빠진다고 하는데 다음 무대 못 올리면 굉장히 허하다. 다른 거 찾다가 쪼들려서 더 이상한 개그 짜고 유행어 위주로 가게 되고… <웃찾사> 관둔 지 10년 다 됐으니까 그 시기는 지났다. 그래서 지금이 너무 좋다. 충분히 시간 들여서 개그 짜고 재미있는 거 나오면 공연 하나 하고 재미있는 거 생기면 방송해보고.

언젠가 해보고 싶은 방송 프로그램을 말해준다면.
개그맨이 주는 정보 프로그램. 쇼핑 정보, 여행 정보, 호텔 정보를 개그맨끼리 되게 웃기면서 해보고 싶다. 다 허물어져가는 집을 하나 사서 처음부터 리얼로 고쳐보는 프로그램도 해보고 싶다. 요즘 인테리어에 꽂혀서 우리 집만 2년째 고치고 있다.

늘 최고의 개그맨으로 이영자를 꼽아왔는데 그 생각에는 변함없나.
최고의 개그맨이 너무 많다. 유재석, 신동엽 선배 다 천재다. 따라갈 수 없는 ‘넘사벽’이다. 영자 언니는 타고난 거 같다. 전화 통화만 해도 너무 웃기니까. 그걸 다 짜서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스스로는 천성이 웃기다고 생각하지 않는 건가.
나는 마니아적이다. 대중에 좀 약하다. 옛날 팬들이 요즘 자꾸 쪽지 보낸다. 지금 너무 대중화됐다고. “언니, 길을 잘못 선택하셨다. 나만의 개그맨이었는데 왜 그러는 거냐. 활동을 자제해달라.” 걔들도 진짜 웃긴다. 예전엔 자기만 좋아해서 자기만 이상한 사람이었는데 이제 너도나도 좋아하니까 싫다고 한다. 귀엽다.

화장품 광고를 찍은 후 “점점 예뻐진다”는 댓글이 넘쳐나고 있다. 화장품 광고가 들어왔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신기했다. 예쁜 여자들 코스 아닌가. 나는 이벤트성이었겠지만 또 한 번 세상이 바뀐 데 놀랐다.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있구나. 역시 세상은 끝까지 살아봐야 해’라고 했다. 예쁜 애들은 맨 얼굴이 제일 예쁘다. 나는 색조까지 다 해야 그나마 볼만하다. 화장 필요한 사람이 광고를 해야 한다.(웃음) 맨 얼굴로 다니는 애들이 뭘 알겠나. 주변 사람들이 화장품 광고 찍었다고 선물 달라 그래서 한번은 매장 가서 내가 광고한 제품 싹쓸이해서 지인들 나눠줬다. ‘나는야, 완판녀!’

<언니들의 슬램덩크>에 들어간다. 남자 위주 방송 환경의 변화를 느끼나.
솔직히 말하면 남자 위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프로그램 컨셉에 맞게 가고 있을 뿐이다. 방송에도 흐름이 너무 많으니까 어떨 때는 여자들 위주 방송으로 갔다가 남자 위주로 갔다가 지금은 남자 셰프 쪽으로 가고 있다. 남녀 차이의 문제로 볼 건 아니라고 본다. 흐름에 맞춰서 기다릴 줄 알아야 하고 눈치껏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년보다 여자끼리 하는 프로그램을 제법 기획하는 것 같다.

인터뷰를 정말 안 하는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특별한지 모르겠다. 할 말이 없다. 구구절절 사연이 있지도 않고 방송에서 보이는 모습 그대로다. 연예인치고 너무 평범하다. 인터뷰한 건 손에 꼽는다.

인생에서 어디쯤 와 있다고 보나.
마흔둘에 와 있지. 인기로는 제일 높은 곳에 있지 않을까? 내려갈 일만 남았네. 지금 같은 사랑을 또 받을까? 광고도 들어오니까 너무 신기하다. 메이저급 광고는 14년 만에 찍어봤다. 그런데 찍을 날짜를 못 빼고 있다, 세상에.

과거와 비교하면 스케줄이 어느 정도인가.
스케줄이 아예 없을 때는 없었다. 주목받지 않았을 뿐이지. 유럽 배낭여행으로 한 달 쉬었을 때 빼고 항상 일을 하고 있었다. ‘따귀 소녀’, ‘난다 김’ 할 때도 진짜 바빴는데 지금이 가장 분위기 좋게 바쁘다. ‘따귀 소녀’ 때는 너무 들떠 있었다. 방송 2주 만에 광고가 들어왔는데 한 방에 뜨는 게 이런 거구나 싶더라. 근데 길지 않았다. 핫해지면 예능 프로그램을 한 바퀴 도는데 결국 고정이 안 잡혔다. 두 개 정도 들어가긴 했는데 3~6개월 만에 끝났다. 무명으로 7년을 보내서 준비되어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준비가 안 되어 있었던 거다. 2년 지나서 ‘난다 김’으로 또 한 번 기회가 왔는데 그때는 예능 판도가 바뀌었다. 홍석천, 김나영 이런 애들이 나오는데 개그맨보다 더 웃기는 거다. 방송 나가도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앉아 있고 다녀오면 좌절하고 그랬다. 겁나도 방송해야겠다 싶어서 그때부터 부지런히 예능을 돌기 시작했다.

시청자만 몰랐던 거다.
아무도 몰랐겠지만 올 초만 해도 고정 프로그램을 네 개나 하고 있었다. 지금 조금 더 행복한 건 새 프로그램 기획할 때 “편한 사람 누가 있어요? OOO 어떠세요?”라고 내 의사를 물어본다는 거다. 그전까지는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었다.

만나면 꼭 고백하고 싶었다. <비밀보장> 때문에 웃으며 산다.
타짜들이 좋아한다. 방송국가면 작가들도 너무 웃긴다고 난리다. 영자 언니도 우리 프로 너무 좋아해서 나온 거다. 방송국 가서 쟤네들 잡아다가 프로그램 해야 한다고 항상 그랬고 그런 선배들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님과 함께 시즌 2> 이후에 은이 언니랑 <언니네 라디오> <마녀를 부탁해> <비밀독서단>에 줄줄이 들어가게 됐다. 예전에 그렇게 같이 하고 싶어 해도 안됐는데 너무 행복하다. 팟캐스트에서 잘돼서 공중파로 나온 건 우리가 처음이라고 하더라. 우릴 보고 많은 후배가 시작하려고 한다고 들었다. 너무 좋다. 뭔가를 대단하게 바꾸겠다는 게 아니라 약간의 바람이라도 불면 너무 행복하잖아.

역시 갓숙이다.
부끄럽다. 그만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