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무가 매튜 본의 네버엔딩 스토리

〈잠자는숲 속의미녀〉가	한국	공연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자마자	기획한	매튜	본과의	만남이	성사됐다.	 2시간의	인터뷰	동안	이	불세출의	안무가는	파란만장한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들었다.	그의	공연	인생과	철학이	각인된	런던의	새들러스	웰스	극장이	달리	보였다.

〈잠자는 숲 속의 미녀〉가 한국 공연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자마자 기획한 매튜 본과의 만남이 성사됐다. 2시간의 인터뷰 동안 이 불세출의 안무가는 파란만장한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들었다. 그의 공연 인생과 철학이 각인된 런던의 새들러스 웰스 극장이 달리 보였다.

여기, 런던의 실험적인 댄스 하우스인 새들러스 웰스 극장은 안무가 매튜 본이 열여덟 살 때 처음으로 발레 공연 <백조의 호수>를 본 곳이다. 그리고 몇 년 후인 1995년 그는 같은 무대에서 그의 오리지널 <백조의 호수>의 초연 무대를 올렸다. 그 후 20년 동안 런던에서 열리는 그의 모든 공연은 새들러스 웰스에서 선보여왔다. 대학 졸업 후 발칙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젊은 안무가가 획기적인 댄스 뮤지컬로 공연의 새 장르를 확립한 스타가 되기까지, 그리고 현대무용계에서 어떠한 상징적인 존재가 되기까지, 그의 공연 인생의 희로애락이 새겨진 곳.

“여기는 나의 집과 다름없습니다. 이곳에서 수많은 동료와 무수히 훌륭한 관객들을 만났어요. 하지만 여기서 울어본 적은 없어요. 전 그런 스타일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좀더 들뜨는 쪽에 가까워요.” 극장 앞에서 매튜 본이 다정하고 선량하게 웃었다. 6년 만에 한국에 당도하는 그의 작품 <잠자는 숲 속의 미녀>(6월 22일~7월 3일, LG아트센터)를 기다리는 팬들도, “한국 관객들이 간단하고 쉬운 <잠자는 숲 속의 미녀>를 기대하는 건 아닐 것”이라고 오히려 기대감을 표하는 매튜 본도 들떠 있긴 매한가지다. 샤를 페로의 유명 동화는 차이콥스키의 3대 걸작 발레 중 하나라는 사실을 지나 ‘매튜 본에 의해 선택받은 고전’으로 다시금 기억될 것이다. 그와 2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의미 하나를 더 추가하고 싶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백조의 호수>라는 불세출의 작품을 탄생시킨 후에도 스스로에게 잠식당하지 않고 진화를 거듭해온 아티스트가 끝까지 존중하는 단 하나의 대상, 바로 관객들을 향한 애정의 표현에 다름 아니다.


〈잠자는 숲 속의 미녀〉는 할리우드 영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재해석되었다. 그러나 어릴 때 본 명작은 어른이 된 후에 보면 늘 아쉬움이 남기 마련인데, 〈잠자는 숲 속의 미녀〉의 어떤 점에 매료되었나?
동화여서가 아니라 차이콥스키의 음악이 있기 때문에 선택한 것이다. 오늘날까지 무용 공연으로 이뤄지는 유일한 이유이기도 하다. 난 그의 엄청난 음악을 매우 경건하게 받아들였다. 이야기를 녹여내 재해석하되 관중들이 오리지널 곡을 떠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고, 너무 요란하게 손대고 싶지 않았다. 물론 우려도 있었다. 시작 부분이 지나치게 심플했기 때문에 충분한 드라마를 만들어내기 위해 애썼다. 마녀 카라보스의 아들인 카라독이라는 악당 캐릭터를 창조하고, 라일락 요정을 남자로 바꾸어버렸다. 물론 이건 여전히 세기의 러브 스토리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소녀가 잠들어 있어 스토리만 들으면 조금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웃음)

당신은 늘 고전을 현대의 욕망과 풍경을 정확하게 반영한 동시대적 이야기로 탄생시키곤 했다. 이번 역시 다르지 않을 거라 기대하는데, 특별한 장치가 있을까?
긴 시간을 뛰어넘어 진행되는 스토리라는 게 매우 흥미로웠다. 이를 현대사회로 가져오면 재미있는 전환이 되겠구나 싶었다. 무엇보다 공주가 잠들고 깨어나는 시간 차를 고려해 언제로 돌아가야 할지고민해야 했다. 원곡이 만들어진 건 1890년, 그래서 120년 전을 공주가 태어난 시기, 우리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첫 장면으로 정했다. 또 공주가 스물한 살이 되던 해인 1911년은 영국 역사상 가장 완벽했던 여름으로 유명하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의 가장 아름답고 목가적인 시간이었던 거다. 모든 것이 틀어져버리기 전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 역사적으로도 이때가 이야기와 딱 맞아떨어진다. 그리고 100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2011년으로 왔다. 2011년은 <잠자는 숲 속의 미녀>가 초연되기 바로 전해다. 모든 것이 우연처럼 만난다는 것이 놀랍고 흥미로웠다. 역사가 남긴 가능성을 역사를 통해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잠자는 숲 속의 미녀〉를 비롯한 많은 동화가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남았을지 생각해본 적이 있다. 이는 작품을 재해석해야 하는 당신에게는 특히 중요한 작업일 것 같다. 당신 말대로 주인공이 내내 자는 이 동화가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말이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 대한 몇 가지 흥미로운 통찰을 발견했다. ‘잠’과 ‘10대’에 대한 이야기라는 거다. 자신의 아이들이 성장하지 않길 바라는 부모에 대한 아이디어가 들어 있다. 바늘에 찔리는 것도 소녀가 여자로 변하는 것에 대한 일종의 상징이다. 스토리 자체로만 본다면 선악의 대립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선이 승리한다는 건 절대 사라지지 않는 보편적인 개념이니까. 그런 점에서 <잠자는 숲 속의 미녀>는 내게 있어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훌륭한 통로다. 공연 초반 스크린에 “옛날 옛적에…”라는 말이 나온다. 난 동화나 우화에 나오는 이런 표현을 좋아한다. 관객들로 하여금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현실에서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드는 문장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뭔가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메타포가 만들어진다. <가위손>에서 가위손을 현실과 소통할 수 없는 10대로, <백조의 호수>의 주인공을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고자 하는 아웃사이더로 상징하는 작업은 논리가 없어 보이지만 나름의 논리를 가진다.

처음으로 본 〈잠자는 숲 속의 미녀〉가 무엇인지 기억나나? 당신의 작품이 어떤 점에서 그들과 다를 거라 확신하나?
언제인지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80년대 당시 나는 엄청난 발레 팬이었고 수많은 공연을 보러 다녔다. 특히 로열발레단의 <잠자는 숲 속의 미녀>를 보면서 이 작품이 클래식 발레 공연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작품’일지 모른다는 걸 깨달았다. 어쨌든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다양한 버전의 공연을 관찰하고 연구한 결과, 각각의 파트가 각기 다른 시대와 스타일을 넘나드는 형식으로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지금까지 보아온 대부분의 <잠자는 숲 속의 미녀>는 먼 과거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이런 거다. 처음에는 우리만의 버전으로 거의 클래식 발레 스타일로 시작하고, 에드워드 시대의 배경이 드러나는 사교댄스로 넘어간다. 숲 속에서 선보이는, 꿈꾸는 밤의 장면은 더욱 현대적인 이사도라 덩컨 스타일로 구성된다. 내가 바라보는, 현대적이고 자유로운 여성으로서 오로라의 모습이다. 그리고 현대로 넘어와 에너지 넘치고 역동적인 분위기를 보여준다. 이렇게 혼재된 스타일은 댄서들에게도 신선한 영향을 준 것 같다. 클래식 버전에서는 발레리나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내 작품에서는 그녀만큼이나 흥미로운 남자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이렇게 끊임없이 변화하는 구성을 지닌 공연은 이제껏 없었고,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이다.

수백 번 들었겠지만, 뱀파이어가 등장한다는 것이 당신의 〈잠자는 숲 속의 미녀〉의 가장 눈에 띄는 독특한 점이다. 이로써 어릴 적 기억을 완전히 다시 쓸 때가 된 것 같다.(웃음)
맞다, 뱀파이어…(웃음) 오로라 공주의 연인이자 왕궁의 정원사 소년인 레오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까 고민하다가 나온 거다. 레오는 평민이다. 오로라 공주는 왕자도 아닌 그를 사랑한다. 공주가 100년이라는 긴 잠에 빠졌을 때 레오는 그녀가 깨어날 때 그 곁을 지킬 방법을 찾아야 했다. 어떻게든 레오가 100년 동안 살아 있게 해야 했는데, 그러다가 영생과 같은 삶을 사는 뱀파이어를 떠올린 것이다. 그래서 오로라 공주의 대부인 라일락 요정도 뱀파이어 요정이라는 설정으로 바꾼 거다. 레오의 등에는 작은 날개가 있다. 이는 매우 드라마틱한 일이다. 공주를 지키기 위해 자기 삶을 희생한 거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공주가 깨어났을 때 그녀는 레오가 더 이상 자신과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녀에게는 미스터리일 거다.

경건한 차이콥스키의 음악과 엄청난 클리셰가 포함된 뱀파이어의 만남이라니, 신선한 동시에 의아하기도 하다.
차이콥스키의 음악에는 어둠과 열정이 공존한다. 요정도 등장하기 때문에 이를 뱀파이어로 바꿔도 큰 무리가 없다고 봤다. 고딕 문학에서 요정과 뱀파이어는 마찬가지 존재다. 사람들은 수백 년 전부터 이런 걸 믿어왔다. 우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일반 사람들에게 요정을 믿느냐 물었을 때 60%가 그렇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심지어 그렇다고 믿고 싶어 하거나 뱀파이어를 숭배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뱀파이어가 목을 물어서 피는 빠는 방식은 매우 섹슈얼하지않나. 설명이 불가능한 그런 에로틱함이야말로 사람들이 시대를 불문하고 뱀파이어에 매혹당하는 이유일 수도 있다.

차이콥스키의 클래식이 뜻깊은 오마주의 대상이 될 것 같다. 그의 섬세하고도 연민으로 가득 찬 음악을 모던 고딕 스타일의 무대에 어떻게 접목시켰나?
지휘자인 브렛 모리스와 나, 우리의 버전이 기존의 클래식 음악 버전과 매우 다를지언정 차이콥스키의 의도에는 더 부합할 수 있을 것이다. 클래식 발레는 테크닉 때문에 음악이 점점 느려지고 있다. 모든 이들이 좀더 오랫동안 밸런스를 유지하고, 더 많은 턴을 돌고, 더 높이 점프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발레 공연 시간이 지나치게 긴 이유가 여기에 있다.(웃음) 그러나 애초에 차이콥스키는 이 곡을 이렇게 쓰지 않았다. 그래서 우린 오리지널 템포에 맞는 새로운 안무를 탄생시켰다. 스토리를 재해석하는 동시에 음악은 원곡에 맞게 표현하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레즈 브라더스톤이 디자인한 의상이 매우 기대된다. 하안색 깃털 바지만큼 공연 역사에 길이 남을 의상이 등장할지, 현대로 온 오로라 공주는 어떤 옷을 입을지 말이다.
레즈와 일한 지도 25년 정도 되었는데, 우린 여전히 실제 옷 같은 의상을 만들자는 데 합의하고 있다. 그래서 특정한 시대의 정확한 의상, 심지어 속옷이나 허리받이, 신발까지 모든 걸 만들어낸다. 우리 무용수들은 발레의 포인트 워크 대신 맨발로 나오기도 하고 힐, 발레 슈즈 같은 다양한 신발을 신고 나온다. 이 모든 것이 무용수들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이번 작품처럼 요정이라도 등장하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모든 요정의 날개는 각기 다른 새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잠자는 숲 속의 미녀>의 두 번째 장면에서는 영국 에드워드 시대의 가든 파티가 나오는데, 이때 등장한 모든 의상은 실제 그 시대를 정확하게 반영하도록 만들었다. 나는 의상을 통해 스토리텔링을 한다. 의상만 보고도 캐릭터를 그려낼 수 있어야 한다.

막연히 매튜 본이라는 아티스트가 굉장히 로맨틱할 거라는 생각을 했다. 내 의견에 동의하나?(웃음)
나의 모든 건 거의 일에 관련되어 있고, 그런 면에서 난 로맨틱한 편이다. 100년 전 사람들을 매료시킨 로맨스를 현대 관객들에게 어울리는 로맨스로 만들어 보여주는 것이 나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저 공주와 왕자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그 주인공들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여정을 따라가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무용 공연은 영화나 책보다 훨씬 어렵다. 무용수들의 표정에서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을 때면 어김없이 지루해진다.

무대의 무엇이 당신으로 하여금 끊임없이 다른 작품에 도전하고 싶게 하나?
당연히, 나는 차이콥스키의 음악을 사랑한다. 그러나 너무 잘 알고 너무 많이 봤기 때문에 그 자체에 더 이상 감동을 느끼지 못한다. 무용 평론가들도, 무용수들도 마찬가지일 거다. 하지만 어떤 관객들은 작품에 몰입하여 10분씩 눈물을 흘린다. 사람들이 내 작품에서 이런 감동을 발견하는 건 내겐 경이로운 경험이다. 위대한 작품, 위대한 음악처럼 수많은 이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게 말이다. 프로코피예프의 <신데렐라>도 그래서 만든 것이다. 실은 꽤 어려운 작품이지만, 한두 번 들어본다면 정말 아름답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림으로써 관객들도 이 작품을 만나게 되고, 사랑하게 된다.

작품을 만들 때마다 스스로에게 던지는 가장 첫 번째 질문은 무엇인가?
이 이야기에서 내 마음에 안 드는 점은 뭘까? 나와 어울리지 않는 점은 뭐지? 그리고 언어의 도움 없이 무용을 통해 얼마나 이야기를 전할 수 있을까? 말하지 않고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온전히 전달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가능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드라마틱한 변화가 이뤄진다. 나는 시나리오나 프로그램에 의존하지도 않고, 관객들에게 설명서를 나눠주고 싶지도 않다. 나는 관객들을 현장에서 놀라게 하고 싶다.

〈백조의 호수〉가 혁신적이라는 평을 받은 건 단순히 남자 백조와 왕자의 사랑 이야기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를 비롯한 당신의 작품이 관객들의 정서를 변화시켰다고 생각하는데, 어떤가?
20년 전 <백조의 호수>를 공연했을 때 몇몇 소녀는 눈물을 보였지만 또 몇몇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버리기도 했다. 성인 관람에 대해서도 말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크리스마스 가족 공연으로 자리매김했다. 젊은 관객 중 상당수는 <백조의 호수>가 원래 남자 백조의 사랑 이야기라 알고 있기도 하고, 오히려 매튜 본 버전을 통해 클래식 버전을 다시 찾아보거나 차이점이 뭔지 알고싶어 한다. 이를 여자 버전으로 다시 재연하는 것도 재미있는 시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남자 백조들의 파워풀한 군무를 여자 백조들이 보여준다면 또 다른 차원의 아름다움이 느껴질 것이다.

크리스 트렌필드, 도미닉 노스, 크리스토퍼 마니, 데이지 켐프, 애슐리 쇼 등 〈백조의 호수〉 때도 활약했던 주역급 앙상블도 기대하고 있다.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무용수’란 어떤 사람인가?
자기 일에, 퍼포먼스에, 움직임 자체에 열정이 있는 사람. 기꺼이 관객과 소통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그 의지를 내가 직접 확인해야 한다. 이는 스토리를 전달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얘기이기 때문이다. 또 배우들 각자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가능한 한 현실 세계를 잘 반영할 수 있으니까. 현대무용, 클래식 무용, 뮤지컬을 통해 트레이닝을 받은 무용수들도 있는데, 이런 다양한 요소가 다양한 기술을 가능하게 한다. 이들의 성향과 장점을 활용하여 더욱 흥미로운 그림을 만들어낸다. 나는 디바 스타일의 댄서, 관객과 거리를 두는 댄서를 좋아하지 않는다. 디바뿐 아니라 모든 무용수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나는 얼마나 유능한지와 상관없이 무대에서 내려와서는 겸손한 사람들과만 일해왔다. 내가 생각하는 프로페셔널은 이런 사람이다.

어떤 계기로 무용에 매료되었나? 이는 당신이 무용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이유와도 이어질 것 같다.
10대 무렵 나는 말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춤추고 행동하고 싶어 했다. 연기에도 도전해보았지만, 내가 내 목소리 쓰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데다 굉장히 남의 시선을 의식한다는 걸 알게 됐다. 춤을 통해 나 자신을 가장 편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걸 느꼈고, 이내 춤과 사랑에 빠졌다. 말 한마디 없이 움직임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그때나 지금이나 매우 흥미롭다. 나만의 차별화된 방식으로 이야기를 해석하고 전달할 방법을 연구하는 게 즐겁다. 이런 방식은 나라는 사람의 젊은 시절 모습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앉아서 이렇게 말만 하고 있지 않나? 내가 말하길 싫어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얘기다!(웃음)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스타 안무가’ 혹은 ‘매튜 본스럽다’는 브랜딩이 늘 당신을 따라다닌다. 이 수식어가 당신에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최근 지인들이 이런 말을 하더라. “새로운 공연이 나오기도 전에 포스터가 나왔네.” 좀 두렵기도 하다. 많은 관객이 1년 후에나 열릴, 지금은 존재하지도 않는 공연의 티켓을 구매하고 있다는 게 말이다. 그리고 이 사실은 내가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것만큼이나 큰 의미가 있다. 동시에 더 좋은 작품을 해내고 싶다는 원동력이 된다. 나는 원초적이고도 실질적인 반응을 느끼기 위해 늘 관객석에 앉아 있다. 내게 이들의 환호성은 작품에 대한 평가보다 중요하다.

〈가위손〉의 월드 프리미어를 맞이해 1월호 〈보그 코리아〉에 등장한 적이 있다. 10년의 시간 동안 당신이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진화했다고 생각한다면 어떤 이유 때문일까?
규모 면으로도 확실히 발전하고 성장했지만 무엇보다 ‘리본(Re:Bourne)’이라는 자선단체를 이야기하고 싶다. 우리는 리본을 통해 그간 방문한 각 도시의 극단 멤버들, 젊은 친구들과 함께 <파리 대왕> 같은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자선 프로그램의 원래 목적은 젊은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무용 활동을 장려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퍼져나가고 있다. 심지어 치매 환자들, 장애가 있는 노인들과 함께 하는 프로젝트도 있다. 투어 횟수도 꾸준히 늘고 있는 것 같다. 어떤 발레 공연단은 고작 4주간의 공연을 ‘투어’라 고 표현하지만, 우리는 30주 동안 투어를 한다. 올여름에는 한국을 필두로 아시아 투어를 진행할 것이다. 그리고 도쿄에서의 마지막 <잠자는 숲속의 미녀> 공연 이후 돌아와 곧바로 새로운 쇼인 를 선보일 예정이다. 4년 만의 새 작품을 말이다. 우리는 공연장 뒤에 편히 앉아 쉬지 않고 끊임없이 재구성하고 어떻게 하면 더 멋지고 강력한 작품을 선보일까 고민하면서 지금까지 왔다. 공연을 거듭할수록 더 강해지는 것, 이것이 진화의 핵심이다.

4년이라니! 당신의 새로운 작품을 기다리는 이들에게는 너무 긴 시간 아닌가?(웃음)
나의 쉰 살 생일에 내 친구들이 모두 모여서는 내 오랜 소원이었던 시상식을 매년 개최할 수 있도록 펀드를 설립했다. 이후 우리는 2년에 한 번씩 ‘뉴 어드벤처스 안무 시상식’을 개최하고 있다. 멘토로서 활동할 수 있는 안무가를 선정하고 연말마다 쇼케이스를 펼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좀더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늘 고민하고 있다. 젊은 안무가들과의 작업, 젊은이들이 춤출 수 있도록 장려하는 일, 끊임없이 교류하고 그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 것, 대학 방문을 통해 무용계에서의 커리어와 나 자신의 커리어에 대해 이야기하는 일… 작품 만드는 일을 가장 좋아하는 내가 무려 4년간 새로운 작품을 하지 못했다는 건 정말 내가 계속 바빴다는 얘기다. 막상 이렇게 말하고 나니 이상하게도 일이 별로 많지 않아 보이지만 말이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