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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멘키스의 오뜨 꾸뛰르 리포트: 오뜨 꾸뛰르가 해킹 당하다

2023.02.20

by VOGUE

    수지 멘키스의 오뜨 꾸뛰르 리포트: 오뜨 꾸뛰르가 해킹 당하다

    드라마틱하게 오버 사이즈로 재단된 데님 수트.

    드라마틱하게 오버 사이즈로 재단된 데님 수트.

    파리 최대의 백화점 갤러리 라파예트의 아르 누보 천정 아래로 모델들이 걸어나오자 패션의 본질이 바뀌기 시작했다.

    ‘보통’옷을 만드는 베트멍은 여성들이 입은 우아하고 남성적인 재킷들, 가슴 밑 살이 보이는 꼼 데 가르송 셔츠와 허벅지 길이 대신 허리까지 올라오는 새틴 마놀로 블라닉 부츠로 아주 극적이고 혼란스러운 패션 협업을 완성시키며 오뜨 꾸뛰르의 전통을 파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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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이너에 의해 모든 코드가 파괴된 ‘보통’옷이라 불리는 룩.

    뎀나와 후람 바잘리아는 디자이너들이 구축한 기존 패션의 규칙들을 다 없애고 성공적인 결과물을 만들었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파괴적인 컬렉션을 만든 걸까?

    “우리는 그저 오뜨 꾸뛰르 기간에 쇼를 열고 싶었어요. 그래서 셔츠, 신발, 재킷 전부 다 가장 훌륭한 생산자들을 선택했죠,” 뎀나는 무대 뒤에서 설명했다.

    “이런 방법은 오뜨 꾸뛰르를 바라보는 우리만의 시선일지도 몰라요. 우리는 드레이핑 같은 걸 안 하니까요. 그 대신 같이 협업하는 사람들의 능력을 까다롭게 따졌어요.”

    허리 높이의 마놀로 블라닉과 협업한 오뜨 꾸뛰르 컬렉션.

    허리 높이의 마놀로 블라닉과 협업한 오뜨 꾸뛰르 컬렉션.

    그의 생각은 물론 말이 된다. 10월에 열릴 봄/여름 컬렉션을 세 달이나 앞당겨서 품위 있는 브랜드들과 협업을 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비즈니스를 담당하는 뎀나의 남동생 후람은 리바이스와 마놀로 블라닉 같은 톱 브랜드들, 쥬시 꾸뛰르 같은 대중적인 브랜드들, 처치스와 브리오니 같은 우아한 브랜드들까지 섭렵해야 했다.

    이런 아이디어는 무척 대담한 시도였고, 옷은 여전히 오버사이즈 혹은 기울어진 형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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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젠더를 묘사하는 대담한 시도.

    하지만 단순히 그런 실루엣이 중요한 게 아닌 복잡한 쇼였다. 성별에 상관없이 입은 젠더리스한 모델들, 이상한 테일러링, 데님 보디수트와 새로운 느낌의 섹시한 가죽 의상, 닥터 마틴에 어울릴듯한 의상에는 의외로 허리까지 올라오는 밝은 색상의 빛나는 마놀로 블라닉 새틴 부츠가 매치됐다. 뭐랄까, 마치 새로운 섹스 앤 더 시티 의상 같다고 할까?

    하지만 이런 도전적인 옷들 사이에 뎀나의 뮤즈 로타 볼코바가 입은 고운 드레스들이 베트멍의 신선한 여성스러움을 지켜냈다.

    신선한 꽃무늬의 드레스.

    신선한 꽃무늬의 드레스.

    이 협업은 아주 직접적이며 충분히 이해될 만한 컬렉션을 생산했다. 베트멍은 관객들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모든 것이 바뀌고 있는 이 시대에 디자이너, 패션, 스트리트 스타일과 오뜨 꾸뛰르의 의미는 어떻게 변할까.’

    “어려웠어요” 뎀나는 말했다. “그들이 쌓아온 노하우와 관점의 균형을 찾고, 때로는 그것을 비틀거나 망치는 작업 말이에요.”

    아뜰리에 베르사체: 미묘한 계시

    이 우아한 쇼는 '육감적인 웨이브'에 대한 이야기 였다.

    이 우아한 쇼는 ‘육감적인 웨이브’에 대한 이야기 였다.

    아뜰리에 베르사체 쇼에서는 모델들이 직선으로 걷다 나중에는 사각형 모양으로 대열을 이루어 섰다. 이번 컬렉션의 하이라이트는 여성의 곡선이었기에 모델들의 워킹은 옷과 대조를 이뤘다.

    “여성이 자신의 힘과 매력을 보여주는 거예요.” 나오미 캠벨과 골든 글로브 수상자 제니퍼 가너가 와있는 백스테이지에서 도나텔라 베르사체는 선언했다.

    고혹적인 실루엣의 드레스.

    고혹적인 실루엣의 드레스.

    도나텔라는 이 ‘메이드 투 오더’ 컬렉션이 내년에 20주년을 맞는다고도 설명했다. 베르사체는 누가 뭐래도 스타들이 레드 카펫을 위해 선택하는 글래머러스한 브랜드다. 드라마틱한 드레이핑이 등장하기 전에는 달콤한 색들의 코트들이 등장했고, 작년 아뜰리에 베르사체의 ‘아틀레틱 꾸뛰르’에 비해서 이번엔 여유와 우아함을 선보였다.

    유혹적인 디자인의 룩.

    유혹적인 디자인의 룩.

    새로운 사장 조나단 애커로이드가 알렉산더 맥퀸에서 베르사체로 옮겨왔기 때문에 나는 더 부드럽고 침착한 아뜰리에 쇼를 예상했다. 빌딩 안에 작은 작업실을 차려놓은 베르사체는 내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물을 보여줬다. 이 컬렉션은 역시 베르사체의 명예를 걸어도 아쉽지 않을 만큼 대단했다.

    레드카펫에서 빛을 발할 '대담하고도 유혹적인' 드레스.

    레드카펫에서 빛을 발할 ‘대담하고도 유혹적인’ 드레스.

    푸치아와 장밋빛 레드의 강렬함을 라일락과 파스텔 하늘색의 달콤함과 조화시킨 이 컬렉션은 마치 글래머의 여신 같았다. 이 쇼엔 두 개의 포인트가 있었다. 형태와 드레이프. 짧고 긴 드레스들에는 타이트한 실루엣에서 퍼져나가는 실크 디테일들이 있었다. 이런 디자인의 효과는 우아하면서 강렬했다.

    베르사체가 도나텔라를 필요로 하는 이유는 그녀가 하이패션에서 자주 볼 수 없는 수준의 대담한 섹시함을 만들기 때문이다. 비록 그녀는 수트를 입고 피날레 인사를 했지만, 런웨이를 휘감은 블루 새틴 벨트가 달린 핑크드레스나 장인들의 주름 장식으로 몸을 더 아름다워 보이게 하는 디테일을 갖춘 의상은 그녀가 원하던 ‘매혹적인 여자’ 분위기를 만드는데 성공했다는 증거다.

    수지 멘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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