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INTO ATELIER – ③ MURAKAMI TAKASHI (무라카미 다카시)

아틀리에는 한 예술가의 모든 것이 시작되는 비밀스러운 공간인 동시에 한 인간의 열정과 고독, 자유와 욕망을 품은 일상의 통로이다. 창간 20주년을 맞이한 〈보그〉가 파리, 브뤼셀, 베를린, 도쿄, 뉴욕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작가 10인의 작업실을 찾아 ‘오늘의 예술’을 포착했다. 예술가의 시공간에서 출발한 패션 모먼트는 동시대성의 또 다른 기록이다.

MURAKAMI TAKASHI in TOKYO

아트 비즈니스의 규칙을 새롭게 창조하여 선포한 최고의 스타 예술가, 무라카미 다카시. 그의 거대한 공장은 완벽한 시스템을 갖춘 생산 현장이자 무라카미식의 예술 투쟁이 벌어지는 오해와 편견의 해방구다. 구조적인 실루엣의 페이턴트 재킷과 팬츠는 꼼데가르쏭(Comme Des Garçons), 스터드 장식 플랫폼 로퍼는 지방시(Givenchy).

아트 비즈니스의 규칙을 새롭게 창조하여 선포한 최고의 스타 예술가, 무라카미 다카시. 그의 거대한 공장은 완벽한 시스템을 갖춘 생산 현장이자 무라카미식의 예술 투쟁이 벌어지는 오해와 편견의 해방구다.
구조적인 실루엣의 페이턴트 재킷과 팬츠는 꼼데가르쏭(Comme Des Garçons), 스터드 장식 플랫폼 로퍼는 지방시(Givenchy).

“나 자신이 아닌 무라카미 다카시라는 캐릭터가 별개로 존재한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나는 다들 바라는 것처럼 유쾌하고 완벽한 사람이 아닙니다. 오히려 결함을 갖고 태어난 인간입니다. 서번트 증후군이라고 아시나요? 그래서 전 커뮤니케이션을 잘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난 원래 맥락이 없는 인간인걸요. 그러나 예술가가 이 세상에 있어야 하는 이유는 그렇게 결함 많은 사람도 아름다움에 대해 말할 수 있고, 예술과 관련된 거라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기 때문일 겁니다.”

무라카미2

Photo : Guillaume Ziccarelli

지난 2013년 플라토 개인전 때 열린 아티스트 토크에서 무라카미 다카시는 꽤 솔직했다. 이 말은 그가 만든 루이 비통 백보다, 기함할 정도로 비싼 작품보다 강렬하게 각인되었다. 그러므로 그의 아틀리에에 간다는 건 고백의 원천과 풍경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정말 소문처럼 몸을 겨우 누일 정도의 합판으로 만든 방이 있는지, 과로에 시달리는 그가 쓰러졌을 때에 대비한 방편을 적어둔 쪽지가 붙어 있는지, 새하얀 바닥에 똑같은 모양과 크기의 슬리퍼가 오와 열을 맞추어 놓여 있는지 등등은 그 후의 문제였다. 무라카미 다카시가 ‘21세기 최고의 스타 예술가’의 반열에 오른 이유는 그가 아트 비즈니스의 규칙을 숙지했기 때문이 아니라 규칙 자체를 새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거기엔 그 규칙의 단서라도 있을 것이다.

From left to right : The 500 Arhats(Blue Dragon), 2012, Acrylic on canvas mounted on board, 302×2500cm, Private collection © 2015 Takashi Murakami / Kaikai Kiki Co., Ltd. All Rights Reserved. Photo : Kozo Takayama The 500 Arhats(White Tiger), 2012, Acrylic on canvas mounted on board, 302×2500cm, Private collection © 2015 Takashi Murakami / Kaikai Kiki Co., Ltd. All Rights Reserved. photo : Kozo Takayama

View of the exhibition “The 500 Arhats” at Mori Art Museum Tokyo, Japan, 2015
From left to right : The 500 Arhats(Blue Dragon), 2012, Acrylic on canvas mounted on board, 302×2500cm, Private collection © 2015 Takashi Murakami / Kaikai Kiki Co., Ltd. All Rights Reserved. Photo : Kozo Takayama
The 500 Arhats(White Tiger), 2012, Acrylic on canvas mounted on board, 302×2500cm, Private collection © 2015 Takashi Murakami / Kaikai Kiki Co., Ltd. All Rights Reserved. photo : Kozo Takayama

사이타마의 미요시에 위치한 무라카미의 아틀리에는 종종 ‘미요시 공장’이라고 불린다. 공장 혹은 물류 창고로 보이는 세 개의 공간이 합쳐진 거대한 규모가 압권. 100명이 넘는 직원들이 각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고, 작품 운반용 화물 엘리베이터, 주차장 등이 완벽하게 구비되어 있다. 무라카미가 대표인 예술 기업(혹은 매니지먼트 회사) ‘카이카이 키키(Kaikai Kiki)’의 허브이기도 한 이곳에서는 다카시를 둘러싼 온갖 사건이 일어난다. 그의 작품 세계를 규정하는 개념인 ‘슈퍼플랫’은 현대 문화의 얄팍함과 경박함을 비판하고자 쓴 반어법인데, 실제 철저하게 정리 정돈되어 돌아가는 이 아틀리에야말로 ‘슈퍼플랫’의 미학을 동력으로 삼은 공간인 듯싶다. 몇 년 전 인터뷰 자리에서 내게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를 계속 들려주는 재미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뜨겁게 달구어진 철판 위에서 계속 춤추듯이”라고 소개한 바로 그곳, ‘슈퍼플랫 원더랜드’다.

무라카미 다카시는 실체보다 이미지가 강한 예술가다. 모두가 그를 매우 잘 아는 것처럼 말한다. 그러니 다카시가 어떤 작가인지에 대한 설명보다는 어떤 오해와 편견이 그를 둘러싸고 있는지를 얘기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이를테면 대체 왜 가슴을 내놓은 채 참을 수 없이 행복한 표정의 사이보그 소녀 ‘미스 코코(Miss Ko2)’ 같은 걸 만들었는지보다는 눈이 여섯 개 달린 버섯 캐릭터가 하나의 눈(시점)으로 원근과 투시에 기대온 서구 미술계를 향한 ‘다름’의 표식이라는 이야기 말이다. 또 일본 망가와 애니메이션을 생산, 소비하는 오타쿠 문화의 정신과 내면세계를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평가 이면에 그가 17세기에 활약한 비주류 작가들의 존재와 전통을 어떻게 본인의 방식으로 재해석했는지 말이다. 과거와 현재, 전통미술과 현대미술, 고급문화와 하위문화가 교차하는 무라카미 다카시의 예술 세계는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View of the exhibition “MURAKAMI VERSAILLES” Château de Versailles, France, 2010 ‘Oval Buddha, 2007-2010, Bronze and gold leaf, 568×312×319cm © 2007-2010 Takashi Murakami / Kaikai Kiki Co., Ltd. All Rights Reserved. Photo : Cedric Delsau× - Water Parterre / Château de Versailles

View of the exhibition “MURAKAMI VERSAILLES” Château de Versailles, France, 2010 
‘Oval Buddha, 2007-2010, Bronze and gold leaf, 568×312×319cm © 2007-2010 Takashi Murakami / Kaikai Kiki Co., Ltd. All Rights Reserved. Photo : Cedric Delsau× – Water Parterre / Château de Versailles

카이카이 키키 직원의 안내에 따라 <보그> 팀이 촬영 장소로 정한 곳은 3년간의 작업 끝에 마무리를 앞두고 있는,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다는 대형 작품이었다(오는 9월 10일부터 12월 23일까지 파리 페로탱 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에서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무라카미 다카시는 “일본에서 돈을 많이 버는 예술가는 사기꾼 취급을 당한다”지만, “비싼 값을 지불할 정도로 훌륭한 작품을 계속해서 만드는 것은 내 작품 활동의 동기가 된다”고 말한다. 언젠가 그가 <예술 투쟁론>에 쓴 대로 “예술이란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그 결과 자체”라 한다면, 우리가 만난 이 작품들이 무라카미 다카시의 예술 인생에서 또 어떤 결정적인 순간을 선사할까? 그 향배를 점치는 건 침실보다 깨끗한 아틀리에 화장실을 목격하는 것보다 훨씬 더 흥미진진했다.

모던한 패턴의 니트 톱과 세련된 버클 장식 레더 플리츠 스커트는 토즈(Tod’s), 은색 힐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세퀸 장식 싸이 하이 부츠는 로저 비비에(Roger Vivier).

모던한 패턴의 니트 톱과 세련된 버클 장식 레더 플리츠 스커트는 토즈(Tod’s), 은색 힐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세퀸 장식 싸이 하이 부츠는 로저 비비에(Roger Vivi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