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FASHION INTO ATELIER – ⑤ MICHAEL SAILSTORFER (미하엘 자일스토르퍼)

2016.08.02

by VOGUE

    FASHION INTO ATELIER – ⑤ MICHAEL SAILSTORFER (미하엘 자일스토르퍼)

    아틀리에는 한 예술가의 모든 것이 시작되는 비밀스러운 공간인 동시에 한 인간의 열정과 고독, 자유와 욕망을 품은 일상의 통로이다. 창간 20주년을 맞이한 〈보그〉가 파리, 브뤼셀, 베를린, 도쿄, 뉴욕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작가 10인의 작업실을 찾아 ‘오늘의 예술’을 포착했다. 예술가의 시공간에서 출발한 패션 모먼트는 동시대성의 또 다른 기록이다. ▷ ⑤ MICHAEL SAILSTORFER (미하엘 자일스토르퍼)

    MICHAEL SAILSTORFER in Berlin

    미하엘 자일스토르퍼에게 예술이 아닌 건 없다. 평범한 것도 그의 사유를 거치면 비범한 작품이 된다. 이런 것도 예술이라는 식의 엉뚱한 작품을 대하는 관객들의 황망한 반응까지도 말이다. 아방가르드한 실루엣의 벌룬 드레스, 워커는 루이 비통(Louis Vuitton).

    미하엘 자일스토르퍼에게 예술이 아닌 건 없다. 평범한 것도 그의 사유를 거치면 비범한 작품이 된다. 이런 것도 예술이라는 식의 엉뚱한 작품을 대하는 관객들의 황망한 반응까지도 말이다.
    아방가르드한 실루엣의 벌룬 드레스, 워커는 루이 비통(Louis Vuitton).

    지난 4월 말 베를린에서는 ‘갤러리 위켄드’라는 행사가 열렸다. 그중에서도 가장 열띤 호응을 얻은 이벤트는 패션 브랜드 코스(Cos)의 자리였다. 코스를 이끄는 디자이너, 카린 구스타프슨과 마틴 앤더슨은 베를린을 메우고 있는 창의적인 기운과 예술적인 라이프스타일에 찬사를 보내기 위해 미하엘 자일스토르퍼와의 협업을 결정했다. 검은 쇳덩이로 만든 구름 형상의 작품 ‘Silver Cloud’가 공개되는 날, 이들이 말했다. “평범한 것을 비범한 것으로 바꾸는 미하엘의 기술과 시선이 흥미로워요.” 카스텐 니콜라이 이후 4년 만에 협업자로 선택된 예술가, 미하엘 자일스토르퍼는 주류와 비주류, 상업과 예술의 이분법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이 도시의 고유함을 대변한다. 베를린 프렌츠라우어 베르크 지역의 고요한 변두리, 바이센제에 위치한 미하엘 자일스 토르퍼의 아틀리에는 매우 역사적인 공간이다. 초기 독일 영화의 선구자였던 조 메이(Joe May)의 스튜디오였다는 이야기도 있고, 여배우 마를린 디트리히가 데뷔한 곳이라는 소문도 있다. 어쨌든 분명한 건 높은 아치형의 천장과 자연광이 그때나 지금이나 젊은 아티스트들의 전유물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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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조각가들 사이에서도 미하엘 자일스토르퍼는 단연 주목할 만한 개념 미술가다. 그는 일상의 흔한 사건이나 물건에 집요한 호기심을 품고 있다. 자연, 기술, 도시, 예술 등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물건은 그의 사유를 거쳐 새로운 정체성을 갖추게 된다. 여기서 물건이란, 이를테면 고무 타이어, 튜브, 기계 조각, 나뭇조각 같은 것들. 무엇보다도 그는 이런 물건들이 작품이랍시고 놓였을 때 관객들에게서 나타나는 황망함과 짜증 같은 반응을 즐긴다. 예술이 불러일으키는 다양한 감정과 감각을 실험으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조각의 영역은 무한대로 확장된다.

    Exhibition view, Galerie Perrotin Paris, 2013

    Forst at the Rochester Art Center(USA), 2014

    Folkestone Digs, 2014

    M.21, 2015

    Maze 75, 2013

    작가 스스로가 기억하는 첫 번째 작품은 약간 웃기기까지 하다.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예술가였던 아버지의 석조 공방 주변의 숲을, 그는 작업실로 활용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엄청난 압력의 공기를 주입한 파이프를 이용, 상공 6m 위로 여덟 그루의 나무를 미사일처럼 쏘아 올렸다. 엉뚱한 장소에서 펼쳐지는 엉뚱한 상황 자체를 작품으로 삼는 그의 작업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파리 페로탱 갤러리의 벽을 직각으로 누운 채 횃불을 드릴 삼아 벽을 뚫는 자유의 여신상도 만들었고, 구리로 만든 미로에 산성 용액을 부어 지리학적인 무늬를 얻어내기도 했다. 버스 정류장은 단칸방으로, 숲의 일부분은 구성주의 예술로, 가로등은 애무하는 커플로, 타이어들은 센트럴 파크를 떠다니는 구름으로 변모시키는 ‘재해석 전략’을 통해 그는 세상을 보는 따분한 시각을 위트 있게 꼬집는다. 급기야 작품 ‘Folkestone Digs’을 통해서는 아예 관객들을 작품의 일부로 만들어버렸다. 금 덩어리 수십 개를 어느 해변의 모래사장에 묻고는 이 사실을 널리 알렸다. 관객인지 구경꾼인지 모를 사람들이 몰려들어 금을 수색했다. 그 인간 각자가 가진 믿음, 사상, 행동의 반경을 작품으로 탈바꿈하게 한 것이다. 이 공간에서 성공에 대한 욕망보다 무방비 상태의 자유로운 창의력이 먼저 느껴진 건 당연했다.

    골드 드레스는 로샤(Rochas), 워커는 루이 비통(Louis Vuitton).

    골드 드레스는 로샤(Rochas), 워커는 루이 비통(Louis Vuitton).

    벨트로 가슴 라인을 강조한 재킷은 루이 비통(Louis Vuitton).

    벨트로 가슴 라인을 강조한 재킷은 루이 비통(Louis Vuitton).

      에디터
      윤혜정
      포토그래퍼
      Hyea W. Kang(Michael Sailstorfer), Courtesy of the artist, Galerie Perrotin
      모델
      지현정
      헤어
      Noriko Takayama@Close Up
      메이크업
      Gabrielle Theurer@Basics
      프로덕션
      배우리(Woori 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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