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구찌의 르네상스

2016.08.04

by VOGUE

    구찌의 르네상스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구찌 컬렉션은 패션이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인식되고, 새 문화가 태동했던 르네상스 시대를 떠오르게 한다.

    영국 센트럴 세인트 마틴 예술학교의 강사 엘리자베스 커리(Elizabeth Currie)는 자신의 저서인 <르네상스 시대 피렌체의 패션과 남성성, (Fashion and Masculinity in Renaissance Florence)> 에서 르네상스 시대의 패션, 그 이면에 깃든 의미를 재조명했다. 당시 유럽 전역의 패션은 막강한 권력을 지닌 여왕들에 의해 주요 관심사로 대두됐다. 카트린 드 메디치 왕비의 패션이 프랑스 궁전에 전파됐으며,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1세의 재단사는 세계 각지에서 공수한 패턴을 사용해 여왕의 의상을 만들었다. 여왕들은 서신을 주고 받으며 패션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최신 유행 의상을 착용한 인형을 선물하며 서로에게 영감을 주기도 했다.

    1.엘리자베스 여왕 ‘Rainbow’ 초상화 I 영국 햇필드 하우스(Hatfield House)에 전시되어 있는 솔즈베리(Marquess of Salisbury) 후작 컬렉션, 1600-1602.

    엘리자베스 여왕 ‘Rainbow’ 초상화 I 영국 햇필드 하우스(Hatfield House)에 전시되어 있는 솔즈베리(Marquess of Salisbury) 후작 컬렉션, 1600-1602.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구찌 16 FW 컬렉션.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구찌 16 FW 컬렉션.

    남성 중심의 세계에서 자신의 권력을 증명해야만 했던 이 여성 군주들은 자신의 외적 이미지를 궁극적인 권력의 원천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카트린 드 메디치는 남편의 수많은 정부들과 기 싸움을 벌이면서 10년 만에 왕위 계승자를 출산했고, 엘리자베스 1세는 결혼 하지 않은 채 무엇보다 국가를 먼저 생각하는 고결한 여왕으로 자신의 입지를 다졌다. 그 여인들에게 강렬한 실루엣과 맞춤 제작된 보디스, 넓은 소매와 숄더 롤, 알레산드로 미켈레 런웨이에서도 자주 발견되는 장식적인 디테일들은 르네상스 시대를 풍미한 여성들의 가시적 이미지와 권위를 강화시키는 일종의 보호 장치와도 같았다.

    이사벨라 메디치(Isabella de Medici)의 초상화, 1550 ca. 우피치(Uffizi), 플로렌스.

    이사벨라 메디치(Isabella de Medici)의 초상화, 1550 CA. 우피치(Uffizi), 플로렌스.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구찌 16 FW 컬렉션.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구찌 16 FW 컬렉션.

    르네상스 사조가 발달하면서 풍요와 관능이라는 태도로 패션은 한층 구체화된다. 각종 이탈리아 실크에 장식된 석류는 수많은 씨앗을 가진 과일로 건강, 다산과 부활의 의미로 사용됐다. 길이가 긴 화이트 린넨 셔츠는 도덕성, 정신적 순수함과 육체적 청결의 상징으로 항상 겉으로 드러나게 착용해야 했고, 밑단과 칼라의 작은 프릴은 점점 발전해서 아이코닉 러플로 확대되었으며 모피는 결혼 선물로, 특히 보석이 장식된 담비 퍼는 임신에 도움을 주는 물건으로 여겨졌다. 보더 부분에도 모피를 장식해 관능미를 더하는 동시에 발목과 손목, 목과 같은 일부 부위를 숨겨 센슈얼적인 매력을 극대화하기도 했다. 일부 액세서리는 몸을 가리는 동시에 의도적으로 노출을 강조하기도 했는데, 네크라인 주위를 장식하기 위해 진주와 메탈 실을 다이아몬드 패턴으로 가려진 듯 하면서 살짝 드러내는 형태로 디자인된 세미 시어 파틀렛이 그 예다.

    영국 국립 초상화 미술관(National Portrait Gallery)의 포이닉스(Phoenix) 초상화.

    영국 국립 초상화 미술관(National Portrait Gallery)의 포이닉스(Phoenix) 초상화.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구찌 16 FW 컬렉션.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구찌 16 FW 컬렉션.

    의상은 웅장한 실루엣에 숨겨진 의미를 더해가면서 발전했다. 다양한 이야기를 자수 장식으로 표현하거나 코드화된 정치적 메시지를 비밀스럽게 새겨 넣기도 하면서. 엘리자베스 1세는 눈과 귀 문양을 자수로 새긴 망토 차림의 자화상을 통해 강력한 권력을 지닌 유능한 군주로서의 면모를 드러내는 한편, 지혜를 상징하는 뱀 모티브를 장식한 주얼리와 의복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강화해 나갔다. 이 시대 패션에 사용된 다양한 소재들은 특별한 의미와 상징성이 있다고 여겨졌다. 코럴과 같은 주얼리 스톤은 치유 능력의 부적 같은 오브제로 여겨졌으며, 진주는 눈부신 광채뿐만 아니라 모래 속 탄생 스토리가 상상력을 자극하는 존재로 신비롭게 평가되어 남녀 모두의 의상에 사용됐다.

    (Anna)의 보석 서적, 1552-1555. 이 특별한 책의 내용은 바바리아의 알브레히트 공작 5세와 그의 부인 안나가 소유했던 보석들로 구성 되었으며, 독일 궁정 화가 한스 뮐리히가 그린 110개의 아름다운 드로잉이 함께 담겨있다.

    (Anna)의 보석 서적, 1552-1555. 이 특별한 책의 내용은 바바리아의 알브레히트 공작 5세와 그의 부인 안나가 소유했던 보석들로 구성 되었으며, 독일 궁정 화가 한스 뮐리히가 그린 110개의 아름다운 드로잉이 함께 담겨있다.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구찌 16 FW 컬렉션.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구찌 16 FW 컬렉션.

    르네상스 시대의 의학 및 해부학적 지식은 남성과 여성을 나누는 경계가 상호 순환되거나 서로 흡수 될 수 있다는 논리로 이어졌다. 패션은 남녀 사이의 차이점과 경계선을 강조하거나 반대로 그 경계선을 허물어버리기도 하면서 발전했다. 성별 유동성에 대한 이러한 아이디어는 남성용 재킷에 장식된 섬세한 자수 혹은 여성용 드레스의 브레이드 프로깅 단추 장식을 가미한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컬렉션에도 반영되어 있다. 엘리자베스 1세는 오스만 제국의 남성용 카프탄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고 나중에는 군복에 차용되기도 한 특별한 잠금 장치를 착용해 왕의 심장과 포부를 지녔다는 이미지를 더욱 확고히 굳혔다.

    엘레오노라 톨레도(Eleonora of Toledo)와 그녀의 아들 지오바니(Giovanni)의 초상화, 유화 (115*96 cm), 아그놀로 브론치노(Agnolo Bronzino)의 1545년 작품. 플로렌스 우피치(Uffizi) 갤러리 소장 중.

    엘레오노라 톨레도(Eleonora of Toledo)와 그녀의 아들 지오바니(Giovanni)의 초상화, 유화 (115*96 cm), 아그놀로 브론치노(Agnolo Bronzino)의 1545년 작품. 플로렌스 우피치(Uffizi) 갤러리 소장 중.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구찌 16 FW 컬렉션.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구찌 16 FW 컬렉션.

    영국 귀족 출신의 시인 서리(Henry Howard Earl of Surrey)의 29세 때의 모습, 1546. 작자 미상. 윌리엄스 스크롯츠(William Scrots)의 작품으로 추정.

    영국 귀족 출신의 시인 서리(Henry Howard Earl of Surrey)의 29세 때의 모습, 1546. 작자 미상. 윌리엄스 스크롯츠(William Scrots)의 작품으로 추정.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구찌 16 FW 컬렉션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구찌 16 FW 컬렉션.

    르네상스 시대에 대한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호기심은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도 잘 드러난다. 그는 이 시대에서 받은 영감을 가장 21세기적인 방식으로 섬세하게 풀어냈고, 구찌의 새 시대를 열었다. 구찌의 르네상스 시대는 그야말로 가장 르네상스적인 것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에디터
      보그
      포토그래퍼
      COURTESY OF GUC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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