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코리아의 2세들 – ② 온 마이 웨이

요즘 패션계에 무임승차, 금수저, 특권층은 무의미한 단어다. 그 자체로 빛나며 뜨겁게 노력하는, 새로운 시대를 열 패션 코리아의 2세들. ▷ ② 온 마이 웨이

이진이, Lee Jini

의상은 지방시(Givenchy), 슬리퍼는 구찌(Gucci), 귀고리와 영사기 모양 클러치백은 샤넬(Chanel).

On My Way
의상은 지방시(Givenchy), 슬리퍼는 구찌(Gucci), 귀고리와 영사기 모양, 클러치백은 샤넬(Chanel).

북 치는 소년처럼 빨간 밀리터리 재킷을 입은 이진이에게 빨간 코카콜라 캔을 들려줬다. 그러자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특유의 파안대소를 터뜨렸다. “코카콜라네요!”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진이는 펩시콜라 모델이다. 펩시 캔은 파란색이다. 빨간 캔이 뭐가 있을까? 버드와이저 맥주. 매니저가 유감이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진이는 미성년자예요.” 사람들은 이진이에 대해 많은 걸 알고 있다고 착각한다. 컴퓨터 미인 황신혜의 딸, 패션모델이자 배우 지망생, 그 밖에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몇몇 이슈. 그렇지만 우리가 아는 게 다가 아니다. “중학생 때 처음 모델 일을 시작했어요. 조용히 일하려고 했는데,데뷔하자마자 저에 대한 기사가 났고 댓글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았죠. 정말이지, 당시 전 15년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노력하고 있었거든요!”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듯 말했지만, 곧 힘든 과정을 거치며 몰랐던 걸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내가 좋은 엄마를 만나 좋은 환경에서 좋은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는 거요. 주위 친구들도 대부분 생활환경이 비슷하다 보니 그동안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거죠. ‘악플’에 시달리지 않았다면 절대 몰랐을 거예요.” 자신이 얼마나 특별한 삶을 사는지 깨닫게 해줬지만, 부정적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 몸과 마음에 해롭다. 이제 100명 중 60명이 자신을 싫어한다면 나머지 40명은 자신을 좋아할 거라고 여기기로 했다. 그리고 더 열심히 노력하자고. 그녀가 특유의 비음 섞인 목소리로 종알거렸다.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건 자신에게 해가 될 뿐이니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아, 그래요. 그러고 보니 참 잘 웃더라고요. 그러자 내가 그런가, 라는 듯한 표정으로 잠시 있다가 또 웃었다. “솔직히 제가 이상한 것에도 잘 웃긴 해요. 재미없는 농담에도 잘 웃고, 그냥 모든 상황이 웃겨요, 흐흐흐. 물론 긍정적 에너지로 받아들여지면 좋긴 하지만 그렇다고 실제보다 과장되게 긍정적인 캐릭터처럼 보이는 건 좀, 그렇잖아요. 그런게 고민될 때 엄마나 친구들이랑 이야기하곤 해요.” TV 프로그램에선 발랑 까진 철부지 조기 유학파처럼 보였지만 소파 옆에 나란히 앉은 그녀는 아주 반듯하고 예의 바르게 말을 이었다. “엄마가 이런 말을 해주셨어요. 비록 지금은 사람들이 너에 대해 잘 모르지만, 네 주위에 좋은 친구들이 많고 그 친구들은 모두 너를 좋아하니까 사람들도 너에 대해 알게 되면 좋아하게 될거다, 라고요.” 사실 이진이는 빈둥거리며 시간 보내는 걸 못 참고, 일을 미루는 타입이 아니며, 목표를 세워놓고 그 목표에 도달하는 걸 즐기는 전형적인 모범생 타입이다. 그래서 최근 또 한번의 힘든 시기를 겪어야 했다. 최선을 다해서 노력했지만 배역 캐스팅 마지막 단계에서 떨어지는 일이 한동안 반복됐다. “코앞까지 왔다고 생각했는데, 좌절되니 받아들이기 힘들었죠. 예전처럼 다른 사람이 잘된 걸 진심으로 축하해줄 수도 없었어요. 그저 내 단점만 보이고, 내가 잘하는 것보다 남들이 잘하는 걸 잘하고 싶었어요.” 최근에야 우울한 생각에서 벗어났고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욕심이 지나쳤던 거 같아요. 경쟁자는 나보다 더 오래, 열심히 노력한 거예요.” 요즘은 오디션 보는 걸 잠시 미루고 연기 연습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본 검정고시 결과로 내년에 대학 입시에도 지원할 계획이다. “준비된 상태로 나오고 싶거든요. 그래서 더 배우고 싶고요. 남들이 아닌 나 자신에게 떳떳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