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코리아의 2세들 – ③ 반짝반짝 빛나는 작은 별

요즘 패션계에 무임승차, 금수저, 특권층은 무의미한 단어다. 그 자체로 빛나며 뜨겁게 노력하는, 새로운 시대를 열 패션 코리아의 2세들. ▷ ③ 반짝반짝 빛나는 작은 별

한지민, Han Ji Min

Little and Twinkle오버사이즈 니트와 카디건은 에이치 에스 에이치(Heich Es Heich), 귀고리는 랑방(Lanvin)

Little and Twinkle
오버사이즈 니트와 카디건은 에이치 에스 에이치(Heich Es Heich), 귀고리는 랑방(Lanvin).

신서중학교 1학년 2반 한지민은 지난해 10월, 에이치 에스 에이치의 2016 S/S 컬렉션으로 런웨이에 데뷔했다. 그렇지만 이 소녀가 앞으로 패션모델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어린아이 한 명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죠. 그래서 해볼 생각 있느냐고 물었더니, ‘진짜?’라고 반색하더라고요.” 디자이너 한상혁은 전문 모델을 섭외하는 대신 자신의 첫째 딸에게 런웨이에 서 볼 것을 제안했다. 당시 쇼를 보기 위해 모인 이들은 기억할 것이다. 한상혁의 딸 한지민은 아빠와 똑같은 검은색 프레임 안경을 쓰고, 사이즈가 커서 원피스처럼 보이는 스트라이프 패턴 더블 브레스티드 재킷을 걸친 채 여섯 번째 모델로 런웨이에 등장했다. 150cm 남짓한 소녀는 약간 들뜬 얼굴로 총총히 무대를 돌아 사라졌다. “무대로 나갈 땐 떨렸지만, 막상 걸을 때는 떨리지 않았어요. 함께 선 모델 언니 오빠들에 비해 제 키가 많이 작아 좀 걱정했거든요. 그래도 다들 잘 대해줘서 덜 긴장한 것 같아요.” 친구들도 쇼에 초대했느냐고 물었더니 쇼가 열릴 때가 5교시 수업 시간이어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나중에 사진으로 보여주지도 않았어요.” 얌전하게 메이크업 의자에 몸을 파묻은 소녀는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라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늘 촬영한 사진도 자랑거리가 되지는 않을 듯하다. 단지 그녀는 그런 유형의 10대 소녀가 아닐 뿐이다. “좋아하는 과목은 체육이에요. 그나마 학교 수업 중에 가장 활동적인 시간이라서요.” 친구들과 학교 운동장에서 노는 걸 좋아하고(“학교에 운동 시설이 잘돼 있는 편이거든요.”) 여성스러운 옷은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아빠 옷을 뺏어 입는 걸 좋아해요. 크긴 하지만, 그중에 작은 걸 골라 입으면 돼요. 아빠 옷은 예쁘거든요.” 그리고 음악을 아주 많이 듣는다. “좋아하는 가수는 방탄소년단과 세븐틴이에요. 최근에 친구들의 권유로 <쇼미더머니> 프로그램을 보게 되면서 힙합 음악도 듣고 있어요.” 아직 확실히 정하진 않았지만 미래의 직업으로 작곡가와 패션 디자이너를 염두에 두고 있다. 한상혁은 딸이 워낙 음악에 푹 빠져 있고 작곡 대회에서 수상한 적도 있어서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지 않을까 추측하면서도, 얼마 전 딸에게 패션 디자인을 제안했다. “아빠가 사계절에 한 번씩 제가 입고 싶은 옷을 그려보라고 하셨어요. 아빠가 일하는 걸 옆에서 보면 그림 그리는 것도 재미있어 보여서 한번 해보려고요.” 그렇지만 이 소녀가 앞으로 작곡가가 될지, 패션 디자이너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일이다. “오늘 촬영도 패션쇼에 서는 기회가 온 것과 마찬가지잖아요? 경험해보는 게 장래 희망을 결정할 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패션모델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