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코리아의 2세들 – ⑤ 제너레이션 넥스트

요즘 패션계에 무임승차, 금수저, 특권층은 무의미한 단어다. 그 자체로 빛나며 뜨겁게 노력하는, 새로운 시대를 열 패션 코리아의 2세들. ▷ ⑤ 제너레이션 넥스트

크레용 리 & 코코 제이 리, Crayon Lee & Coco J. Lee

의상은 키옥(Kiok), 티아라는 더 퀸 라운지(The Queen Lounge).

Generation Next
의상은 키옥(Kiok), 티아라는 더 퀸 라운지(The Queen Lounge).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예상 밖의 말을 꺼냈다. “아직은 키옥의 정체성에 대해 명확하게 정의 내릴 수 있는 단계가 아니에요.” 크레용이 말을 이었다. “2017 S/S 컬렉션이 온전히 둘이서 완성하는 첫 컬렉션인 만큼 1년은 지나 봐야죠. 사실 그래서 지금이 가장 부담스러운 시기기도 해요.” 오는 10월에 열릴 서울 패션 위크에서 키옥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이름이 올라갈 이는 디자이너 강기옥이 아닌 그녀의 두 딸 크레용과 코코 제이다. 갑작스러운 변화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크레용은 매거진의 아트 디렉터로 일하던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2011년부터 키옥에 합류, 벌써 8~9시즌을 보냈다. 미국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동생 코코 제이는 3시즌째. “한국 패션 시장의 특성상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는 쪽이 더 쉬웠을 거예요. 그렇지만 부모님이 30년 이상 이끌어온 가족 비즈니스인 데다 여태껏 쌓아온 전통이 아까웠죠.” 자매는 세 모녀가 함께 일하는 과정은 아슬아슬한 대립과 타협, 학습 그리고 과격한 논쟁의 연속이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크레용과 코코 제이가 브랜드 이미지를 젊게 바꾸기 위해 감각적이고 트렌디한 디자인에 집중한다면, 강기옥은 잘 만들어진 옷이 갖춰야 할 기술적인 부분을 끊임없이 지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크레용이 전체 컨셉을 맡고 코코 제이의 디자인이 70~80%를 차지하던 2016 F/W 컬렉션은 패션계 안팎에 확실히 달라진 키옥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데님 브랜드라는 키옥의 특징, 우리의 성향, 어머니가 중시하는 테일러링과 디테일한 디자인의 합의점이 그런지한 스타일로 표현됐죠.” 코코 제이는 러플 장식과 아일릿 레이스업 모티브로 키치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자신의 취향을 드러냈고, 크레용이 쇼적인 요소로 기획한 오프닝 댄스 퍼포먼스는 SNS의 화젯거리였다. “뉴욕의 젊은 여자들이 밤에 놀러 나가는 광경을 떠올렸어요.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짝’ 차려입은 여자들이에요.” 크레용 리의 설명에 코코 제이 리가 덧붙였다. “발랄하고 귀여운 스타일이죠!” 셋에서 둘이 됐지만 하나의 컬렉션이 완성되기까지의 여정은 여전히 험난하다. 패션쇼가 끝나면 개운함이라도 느끼고 싶지만 아쉬움과 불만이 그 자리를 채운다. “모자란 점만 눈에 띄니 뒤돌아보지 못하겠더라고요. 다음 컬렉션을 더 잘해야겠다고 다짐하는 거죠, 뭐.” 단시간 내에 브랜드를 재정비해서 해외로 가져가는 게 목표라고 밝힌 둘에게 다음 계획에 대해 질문했다. “아직은 구상 단계지만, 키옥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확장하고 싶어요. 쇼룸에 카페를 만들고, 시즌에 따라 타투 스튜디오도 입점할 수 있도록요.” 전통과 신선함을 동시에 가진 브랜드, 키옥은 서울 패션 신에서 바로 그런 브랜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