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ke That Booty

우리는 이제 가슴골이 강조되던 시대를 지나 풍만한 엉덩이가 추앙받는 새로운 패션 세상으로 진입하고 있다.

제니퍼 로페즈 (Jennifer Lopez), 이기 아잘레아 (Iggy Azalea)

제니퍼 로페즈 (Jennifer Lopez), 이기 아잘레아 (Iggy Azalea)

‘아무리 예뻐도 뒤에 살이 모자라면 난 눈이 안가. 허리는 너무 가는데 힙이 커. 앞에서 바라보면 너무 착한데 뒤에서 바라보면 미치겠어.’ 데뷔 이래 최고의 히트를 기록한 박진영의 노래 ‘어머님이 누구니’의 가사는 요즘 패션계에 불고 있는 큰 엉덩이 신드롬을 고스란히 대변한다. 할리우드 셀러브리티들이 레드 카펫에서 가슴 대신 엉덩이를 드러내고, 유행을 선도하는 팝스타들이 뮤직비디오에서 대놓고 크고 둥근 엉덩이를 흔드는 요즘의 추세 말이다. 엉덩이가 조금씩 이슈화되기 시작한 건 2년 전, 제니퍼 로페즈와 이기 아잘레아의 ‘Booty’ 뮤직비디오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던 시점부터다. 당시 사람들은 그들의 엉덩이가 선사한 파격적인 비주얼에 대해 갑론을박했고, 그 이후 줄줄이 팝스타들의 뮤직비디오와 인스타그램 사진, 셀러브리티 사진에 커다란 엉덩이가 노골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급기야 섹시한 엉덩이를 자랑하는 게 경쟁처럼 돼버렸다.

(왼쪽부터) 아리아나 그란데 (Ariana Grande), 제시 제이 (Jessie J)

(왼쪽부터) 아리아나 그란데 (Ariana Grande), 제시 제이 (Jessie J)

샤키라와 리한나가 함께 출연한 뮤직비디오 ‘Can’t Remember to Forget You’에선 두 섹시 아이콘의 엉덩이가 동시에 등장하고, 비욘세는 ‘Partition’ 뮤직비디오에서 보석 장식의 티팬티를 입은 채 피아노 위에 걸터앉았으며, 니키 미나즈의 ‘Baby Got Back’ 뮤직비디오 역시 그녀의 엉덩이를 클로즈업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톱스타들이 몽땅 출연하는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에서도 이런 현상이 고스란히 이어져 제시 제이와 아리아나 그란데는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엉덩이를 훤히 드러내는 수영복 같은 의상을 입은 채 무대에 올랐다.

리한나 (Rihanna)

리한나 (Rihanna)

팝스타들이 아무리 엉덩이에 열중한다 해도 적어도 하이 패션과 엉덩이는 상관관계가 없는 듯 보였다. 패션계에선 오히려 금기시되는 대상이었다. 가슴을 드러내는 것에 대해선 매우 관대했던 런웨이에서조차 엉덩이를 노출하는 것은 매우 기피했기 때문에 1996년, 알렉산더 맥퀸이 데뷔 쇼에 엉덩이가 반쯤 드러나는 팬츠를 선보였을 때 패션계는 경악을 금치 못했을 정도. 허나 지금은 리한나가 CFDA 시상식에서 엉덩이를 훤히 드러낸 시스루 드레스 차림으로 패션 아이콘 트로피를 수상하는 세상이다. 작년 5월,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서 열린 미국 <보그>의 갈라 디너 파티는 만천하에 ‘커다란 엉덩이와 하이엔드 패션의 화해’를 공개한 밤이 됐다.

(왼쪽부터) 킴 카다시안 (Kim Kardashian), 제니퍼 로페즈 (Jennifer Lopez), 비욘세 (Beyonce)

(왼쪽부터) 킴 카다시안 (Kim Kardashian), 제니퍼 로페즈 (Jennifer Lopez), 비욘세 (Beyonce)

이 날 밤 파티에 모인 셀러브리티들은 그야말로 A 리스트들이었지만, 그중에서도 엉덩이를 드러낸 일명 사이드 벗(Side Butt) 드레스를 입은 킴 카다시안과 비욘세, 제니퍼 로페즈의 룩을 능가할 만한 건 없었다. 비욘세는 수천 개의 크리스털이 장식된 지방시의 투명 레이스 드레스로 엉덩이를 거의 다 드러냈고, 킴 카다시안은 스와로브스키로 장식한 로베르토 카발리의 시스루 드레스로 특유의 터질 듯한 엉덩이의 양 옆면을 보여줬으며, 제니퍼 로페즈는 골반부터 엉덩이까지 옆면을 과감하게 커팅한 비즈 장식의 베르사체 드레스로 엉덩이 원조 여신다운 자태를 뽐냈다. 재미있는 건 이 세 명의 레드 카펫 포즈! 하나같이 카메라를 등진 채 골반을 내미는 포즈를 취함으로써 엉덩이 실루엣을 좀 더 드라마틱하게 연출했다. 하이엔드 패션계가 엉덩이에 주목하는 것 이상으로 현실 세계에서의 엉덩이 열풍도 만만치 않다.

젠 셀터 (@jenselter)와 킴 카다시안 (@kimkardashian)의 인스타그램.

젠 셀터 (@jenselter)와 킴 카다시안 (@kimkardashian)의 인스타그램.

킴 카다시안이 운동 직후에 찍어 올린 인스타그램 사진엔 자그마치 60만 개의 라이크가 달렸고, 예쁜 엉덩이를 만드는 운동법을 포스팅하는 걸로 유명세를 탄 젠 셀터는 4백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거느린 채 풍선처럼 터질 듯한 엉덩이(Bubble Butt)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전 세계 여자들에게 설파하는 중.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조차 #belfie(‘Butt Selfie’)라는 뜻으로 2만 개 가까운 게시물이 검색된다)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자신의 보물을 자랑하기 바쁘다.

이기 아잘레아 (Iggy Azalea)

이기 아잘레아 (Iggy Azalea)

엉덩이 성형 전문가인 미국의 콘스탄티노 지 멘디에타 박사는 미국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일명 ‘브라질리언 히프 리프트’라 불리는 지방 이식술 환자가 작년에 비해 53%나 증가했다고 털어놨다. 우리나라 역시 ‘애플 히프’라는 약간 귀엽고 순화된 표현으로 섹시하고 예쁜 엉덩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거짓말 논란 전까지 이상적인 몸매의 종결자로 여겨지던 클라라는 시구 패션으로 레깅스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오랫동안 열심히 가꿔온 애플 히프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었다. 요즘엔 예쁜 엉덩이 만들어 주는 피트니스 트레이너에게 예약이 몰리고, 여자 아이돌들은 탄력있는 엉덩이를 위해 스쿼트를 하루에 100회 이상 한다는 건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 이쯤에서 드는 의문 한 가지. 과연 예쁜 엉덩이는 성형하지 않아도 만들 수 있을까?

마돈나 (Madonna)

마돈나 (Madonna)

마돈나의 피트니스 트레이너로 유명한 니콜 위노퍼는 자신의 저서와 블로그를 통해 그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한다. 실력 있는 트레이너와 함께 근육의 움직임과 엉덩이의 각도를 조절하는 방법으로 얼마든지 엉덩이 모양과 사이즈를 변화시키는 게 가능하다고.

(왼쪽부터) 지지 하디드(Gigi Hadid)와 레이첼 힐버트(Rachel Hillbert)

(왼쪽부터) 지지 하디드(Gigi Hadid)와 레이첼 힐버트(Rachel Hillbert)

몸매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모델 한혜진 역시 “히프가 처지면 아무리 비싸고 좋은 옷을 입어도 맵시가 나지 않는다”며 애플 히프를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하루에 100개의 스쿼트를 한다고 말한다. TV를 보는 시간 중 10분만 할애해 앉았다 일어나는 스쿼트 동작을 하거나 누워서 다리를 번갈아 올렸다 내렸다 하는 동작을 한 달만 반복해볼 것. 그마저 귀찮다면 일주일에 한 두 번쯤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대신 계단을 오르는 건 어떨까? 시간이 없어서 운동을 못한다는 게 누구나 다 하는 변명에 불과한 것처럼, 원래 엉덩이가 못생겼다고 말하는 건 이제 부끄러운 일일 뿐만 아니라 유행에도 뒤처져 보이는 시대가 됐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