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향수 6

땅의 기운을 품은 나무, 황금을 닮은 바닐라, 밀당의 고수 생강과 계피…. 서늘한 기운을 누르며 체온을 높일 가을 향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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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틀리에 코롱 ‘에메로드 아가르’
세 가지 각기 다른 우드 베이스 위에 청초한 이집트 제라늄이 피었다. 전체적인 느낌은 자유분방, 방랑과 탐험의 향취가 풍긴다. 희귀한 원료만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콜렉시옹 메탈’ 라인의 신제품으로 소장 가치 100%.
2 에르메스 ‘갈로 데르메스’
‘동물과 식물’, ‘남성과 여성’처럼 상반된 두 요소의 조화를 주제로 조향한, 진정 흔치 않은 향이다. 가죽과 장미가 어우러지며 그려내는 동세가 마치 말을 타고 너른 벌판을 달리는 듯한 상쾌함까지 느끼게 한다.
3 샤넬 ‘레 엑스클루시브 드 샤넬 보이 샤넬’
유니섹스 향수라기보다 여성을 위한 남자 냄새다. 여성의 피부에 남은 남성의 흔적을 상상하며 조향한 향이기 때문. 라벤더와 제라늄, 쿠마린, 모스 등을 매우 전통적인 방식으로 조합한 클래식 향으로 깔끔하고 담백하다.
4 세르주 루텐 ‘밥 뗌므 뒤 퍼’
‘불의 세례’. 세르주 루텐이 유년 시절 놀러 갔던 유원지의 모습을 떠올리며 만든 향으로 사격 코너의 화약 냄새와 그 주변을 흐르던 진저브레드의 달콤함을 그대로 재현했다. 위험한 장난을 벌일 때 느끼는 꿀 같은 짜릿함, 그 자체다.
5 아이데스 데 베누스타스 ‘세르쥬 드 룬’ by 라페르바
시원하고 건조한 사막의 밤, 그곳에 피어난 신비의 꽃 세레우스가 모티브. 달콤한 바닐라와 성숙한 가죽, 톡 쏘는 핑크 페퍼가 각기 개성을 잃지 않고 공존한다. 다크하고 스모키한 고혹미를 발산하고 싶다면 최적이다.
6 바이레도 ‘세븐 베일’
공연의 대가로 사람의 머리를 요구하는 맨발의 무희, 살로메에게 영감을 받은 유혹의 향이다. 동양적인 느낌의 매콤한 바닐라 향을 필두로 샌들우드와 타이거 오키드 등 달고 무게감 있는 노트가 중심을 잡고 있다.

따뜻한 촉감, 애시 브라운을 본 듯한 환각, 마른 바람의 소리. 트렌치 코트와 잘 어울리는 오감으로 옷깃을 여밀 계절이다. <보그>가 추천하는 향수의 공통점은 ‘밀당’. 첫인상은 좀 ‘나쁘다’. 생강, 계피, 제라늄 등의 스파이시함이 상냥하지만은 않은 데다 달콤함이 느껴진대도 쉬이 감겨들지 않는 건조함이 공존한다. 하지만 늘 그렇듯 마지막은 해피 엔딩. 나무와 가죽의 온화함이 온몸을 포근하게 감싸 안는 반전을 선사한다. 거칠지만 따뜻한 체온, 새로운 봄이 올 때까지 당신의 곁을 지키기에 이보다 좋은 향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