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ctive Intelligence – ④ 푸미토 간류

꼼데가르쏭은 현재 패션계에서 가장 독립적이고 순수하며 고집스러운 레이블이다. 그들은 스스로를 온전히 이윤 추구를 위한 패션 회사라고 말하지만, 사람들은 그들에게서 가장 이상적인 창조 집단을 본다. 레이 가와쿠보 의 지휘 아래 이 집단을 이끄는 지성 4인을 만났다. ▷ ④ 푸미토 간류

푸미토 간류, Fumito Ganryu

Fumito Ganryu

푸미토 간류는 분카 패션 대학원을 졸업하고 2004년에 준야 와타나베 꼼데가르쏭 팀에서 일을 시작했다. 2008년 스트리트 웨어에 기반한 ‘간류’ 라인을 론칭했는데, 매 시즌 디자인과 원단을 달리해 선보이는 사루엘 팬츠는 레이 가와쿠보에게 받은 영향과 스트리트 문화에 대한 취향이 결합된 간류의 시그니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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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류는 꼼데가르쏭의 다른 어떤 라인과도 다르고, 컬렉션 라인 중 가장 젊고 감각적인 옷을 선보이며, 패션에 관심 많은 요즘 젊은 남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꼼데가르쏭의 다른 디자이너에 비해 옷에 대한 접근은 매우 현실적이지만, 꼼데가르쏭의 다른 어떤 컬렉션 못지않게 대담하고 아름다워 조금 기이하게 느껴질 정도. 그의 성실한 답변이 그 이유를 설명한다.

Vogue Korea (이하 VK) 언제 어떻게 패션 디자이너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나?
Fumito Ganryu(이하 FG)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고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 등 갖가지 특이하고 재미있는 것 만들기를 좋아했다. 10대 시절에 문화, 음악, 옷에 관심이 많았는데 어느 날 잡지에서 꼼데가르쏭 옴므 플러스 컬렉션을 본 후부터 옷 만들기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 컬렉션을 본 순간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주위에 옷 잘 입는 친구들은 많았지만, 전문적인 패션 디자이너나 패션 학도조차 없어서 패션 디자이너가 되는 방법을 알 길이 없었다. 그래서 혼자 디자인을 스케치하거나 빈티지 옷을 사다가 리폼하곤 했다. 시간이 흐른 후 좀더 진지하게 준비해 전문 디자이너가 되겠다고 결심했고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패션 스쿨에 입학했다. 그때만 해도 나를 패션의 세계로 이끌었던 꼼데가르쏭의 디자이너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VK 예전에 스케이트보드를 탔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당신의 과거는 스트리트 컬처를 즐기는 젊은이였나?
FG 스케이트보드 또한 나를 패션계에 입문시킨 계기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젊을 때 스케이트보드 문화에 빠져 있었다. 생각해보면 당시의 모든 것이 지금의 내가 되는 데 각각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 것 같다.

VK 꼼데가르쏭 입사 전 당신은 어떤 모습이었나?
FG 패션 스쿨에 다니던 시절 나는 옷, 음악, 그리고 친구들과 노는 것만 생각했다! 학교 과제도 거의 하지 않고 그저 내가 좋아하는 옷을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만드는 데 집중했다. 교수님들은 이런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결국 내 자신에 대한 도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주어진 과제를 하기보다 내가 나 스스로에게 과제를 만들어주는 것. 그때 나를 가르친 교수님들께는 죄송스럽기도 하지만, 그분들의 인내심과 격려에 감사한다. 그 방식이 옳았든 옳지 않았든 간에 내가 패션에 대해 진지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VK 학창 시절의 디자인 성향은 어땠나?
FG 요즘은 이건 스‘ 트리트’, 이건 ‘모드’라고 디자인에 한정을 짓지 않는 데 반해, 예전에는 정확하게 구분 짓는 게 나의 정체성일 정도로 의도적으로 ‘모드’풍의 옷, ‘스트리트’풍의 옷을 따로 만드는 데 집중했다. 또 옷이 시각적으로 사랑스러워 보이는 것 또한 예전의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였다.

VK 졸업 직후 꼼데가르쏭에 입사해 지금까지 쭉 일해온 걸로 알고 있다.
FG 그렇다. 오랜 기간 같은 곳에서 일하다 보면, 어느 한 시점 고난과 어려움에 맞닥뜨리게 된다. 이런 순간을 극복하기 위해서 열심히 궁리하고, 포기하지 않고, 팀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며 함께 일해나간다. 이런 점에서 한곳에서 오래 일하면서 스스로가 많이 성장했음을 느낀다.

VK 꼼데가르쏭에는 당신과 동일한 코스를 밟는 이들(졸업 직후 꼼데가르쏭에서만 쭉 일하는)의 비율이 높은 편인가?
FG 나 외에도 꼼데가르쏭에는 졸업 직후 바로 입사한 디자이너들이 적지 않다. 꼼데가르쏭의 대표 디자이너인 준야 와타나베, 타오 쿠리하라, 케이 니노미야 모두 대학 졸업 후 혹은 졸업 전에 입사해서 현재까지 자신의 라인을 이끌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컬렉션 라인을 제외한 나머지 라인은 위에서 언급한 대표 디자이너들 외에 회사에 소속된 모든 디자이너에게 자신도 옷‘ 을 만들고 있다’는 인식과 만족감을 안겨준다. 다른 의류 회사의 경우 신입 디자이너에게는 디자인보다 잡일만 시키는 경우가 많지만 꼼데가르쏭은 라인이 많기 때문에 입사 직후부터 실무를 빠르고 많이 경험할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은 사원 전체가 디자인에 참여하고 회사를 이끌어나간다는 자각을 심어주는데, 일본 내에서도 꼼데가르쏭만의 특별한 분위기라고 할 수 있다.

VK 간류를 론칭하기 전 레이 가와쿠보와 깊은 대화를 나눴다고 들었다. 그녀는 꼼데가르쏭에서 자신의 라인을 론칭하려는 디자이너에게 어떤 점을 기대하나?
FG 내가 감히 가와쿠보 여사의 생각을 대변할 수는 없지만 간류의 컨셉은 ‘팝, 아방가르드, 베이식’이다. 사실 간류의 옷은 음악 등 젊은이들이 공유하는 문화의 영향으로도 볼 수 있다. 그녀는 이질적으로도 느껴질 수 있는, 독특한 재능을 키우는 동시에 성공적인 사업을 일구기 위해 노력한다.

VK 간류 컬렉션에는 늘 소년 같은 느낌이 있다. 그 느낌은 지속되는 것인가 아니면 조금씩 성숙해지는 과정인가?
FG 우리 주위에는 성인이 입기 좋게 만들어진, 어른들을 위한 ‘성인용’ 옷이 있다. 이런 옷은 젊은이들이 입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반면 나이 어린 사람들이 어른처럼 보이고 싶어서 입는 ‘어른스러운 옷’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옷은 진정한 어른의 옷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진정한 의미에서 완전히 성숙한 사람은 이런 의미와 차이를 인식하고 있으며 ‘어른스러운’ 옷을 입지 않는다. 그러나 내 생각에는 젊은이의 감수성이 담긴 어른들의 옷은 나이와 상관없이 모두가 입기 좋은 옷인 것 같다. 조금은 애매모호할 수 있지만, 이런 옷이 내가 만들고 싶고 입고 싶은 옷이다. 어른들을 위해 만들어진, 젊은이의 감수성이 담긴 옷 말이다.

VK 디자인할 때 어떤 원칙이나 신념이 있다면?
FG 나의 테마는 ‘컨셉 캐주얼’이다. 그리고 간류의 컨셉은 ‘진보적인 캐주얼 의류’다. 여기서 ‘진보적’이라는 의미는 보수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오늘 하루는 단 한 번뿐인 소중한 날이기에 무덤덤하고 재미없게 낭비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용기 내어 모험을 즐겨야 하고, 나는 그 어떤 상황에도 적합하고 멋져 보이는 옷을 만들고 싶다. 이런 목적에 ‘진보적인 캐주얼 의류’만큼 합당한 게 있을까? 내가 생각하는 궁극적인 패션이다.

VK 당신 자신은 누구의 옷을 입나?
FG 내가 디자인한 옷을 늘 입는다. 그리고 꼼데가르쏭의 다른 라인도 입고, 친구가 디자인한 옷도 입는다. 가끔 특정 스타일에 전문성을 더한, 눈에 띄는 신생 브랜드의 옷이나 시그니처 아이템을 내가 직접 리터치해 입는 경우도 있다.

VK 당신은 준야 와타나베 밑에서 일했고 그는 매우 엄격하게 일하는 스타일이라고 들었다. 그와 함께 일하는 것의 장점과 단점은 뭔가?
FG 준야 와타나베는 내가 가장 존경하는 디자이너 중 한 명이다. 창의적인 일에 대한 그의 진실성 있는 태도, 강한 열정, 유연한 창의성 그리고 모든 것을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그의 능력이 존경스럽다. 이게 단점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 그는 넘을 수 없는 벽과 같고 그 벽은 날이 갈수록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가 일하는 곳에서 함께 일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그는 내가 일을 더 열심히 하고 싶게 만드는 인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