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ginners

이제 막 세상으로 향한 문을 활짝 열고 첫발을 내디딘 소녀들. 사회 각 분야에서 열심히 활약하는 그들의 치열한 인턴 생활 얘기를 들어보았다.

01

Question

1 자신이 다니는 회사.
2 지금 회사에 지원한 동기.
3 면접 때를 회상해보면?
4 뽑힐 수 있었던 나만의 장점.
5 출근 첫날의 기억.
6 하고 있는 업무.
7 하루 일과.
8 힘들었던 점.
9 인턴을 하고 나서 생활이나 가치관 등에 변화가 생겼다면?
10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조언.
11 앞으로의 계획.

우보미 (24세) / 서경대학교 영화영상학과 / <보그 걸> 디지털 팀 영상 제작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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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1 두산 매거진은 <보그>, <보그 걸>, <지큐>, <얼루어>, <더블유> 등 국내 최고 패션 매체들이 경쟁하고 있는 회사로, 각각의 매체 모두 어디에도 빠지지 않는 매거진들이다.
A2 마지막 학기를 남겨두고 방황하던 내게 전공 교수님이 아르바이트를 해볼 생각이 없는지 물으셨고, 결국 교수님과 학교 선배들로 이루어진 영상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첫 번째 프로젝트가 두산 매거진 CCL 팀과 함께하는 업무였는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매일 두산 매거진으로 출근해 회의를 하는 과정에서 인턴으로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스펙이라곤 찍어놓은 단편영화 7편 정도가 전부였기 때문에 마지막 학기를 인턴으로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두산 매거진이라니! 평소 패션, 뷰티에 관심이 많았기에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영상 관련 업무라는 말에 바로 인턴 제의를 수락했다.
A3 편집부와 인사팀의 면접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중역 면접 때 나름 순조롭게 면접을 보고 있었는데, 부사장님이 “당신은 우리나라에 있는 영상 관련 종사자들 중 어느 정도의 실력인 것 같습니까?” 하고 허를 찌르는 질문을 하셨다. 순간 머릿속으로 겸손하게 대답해야 하나 생각했지만, 평소에 생각하던 대로 대답했다. “제 또래 중엔 가장 잘 하는 편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물론 기술적으로 나보다 뛰어난 사람은 굉장히 많지만, 1년 동안 꾸준히 디지털 마케팅이라든가 바이럴이 잘 되는 사례 연구를 해왔기 때문에 그런 점이 플러스 요인이 돼서 20대 초·중반 또래 중에서는 최고라고 생각한다고. 다행히 결과는 좋았다.
A4 부사장님이 면접 끝나고 “보미 씨는 성품이 참 좋네”라고 하신 게 기억난다. 평소에 잘 웃으면서 대답하는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 물론 영상 촬영, 편집, 그래픽 등의 기술을 갖추고 있었던 것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옛 어른들의 말씀 틀린 거 하나 없다더니 정말 기술이 최고였다.
A5 처음 <보그 걸> 편집팀으로 출근한 날부터 정말 정신없이 웹 기사를 썼던 것 같다. 처음으로 ‘Content Creator’라는 직함을 받고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첫 기사는 ‘한식 브런치 식당’이었는데 각 식당에 전화해 사진 자료를 넘겨받아야 했다. 전화를 걸어 “안녕하세요 저는 <보그 걸>의 우보미라고 합니다”라고 말하는데 기분이 묘하게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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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6 <보그 걸> 편집부 내에서도 디지털 팀 업무를 맡고 있기 때문에 <보그 걸> 웹 페이지, 유튜브, SNS 계정에 업로드되는 영상을 찍고 편집한다. 내용은 패션, 뷰티, 피처까지 다양하다. 가끔 편집부 에디터 선배들을 따라 현장에 나가 촬영하기도 한다. 현장에 장비를 들고 나가는 것이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즐겁다. 디지털 팀 전체가 SNS를 관리하는데, 가끔 게시글을 올리며 치는 ‘드립’에 많은 사람들이 웃어주면 혼자 뒤에서 좋아하곤 한다.
A7 출근하자마자 이메일과 계정 SNS, 그날 업로드해야 할 영상을 체크한다. 오늘 업로드해야 할 영상이 없으면 다음 작업을 미리 시작한다. 12시부터 1시까지 점심 시간이고, 오후 시간엔 주로 촬영 일정이 많다. 밀린 편집을 하다 보면 야근을 하게 되는 일도 많다. 매주 월요일 10시 반에는 디지털 팀 회의가 있다. 그 주의 이슈와 트렌드를 분석해 각자 어떤 콘텐츠를 만들지 논의하는 것이다. 매주 기획안을 쓰다 보면 아이디어가 고갈되어 고통스러운 순간도 있지만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A8 아무래도 팀 작업을 많이 하던 학교에 다니다가 혼자 작업하려니 조금 버거운 점들이 있었다. 촬영부터 편집까지 혼자 책임지려니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하고 부담감도 많았다. 지금은 내가 촬영하고 편집한 영상들을 <보그 걸>의 ‘톤 앤 매너’로 봐주시니 정말 감사하다.
A9 진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는 점. 막연하게 영화 혹은 내가 하고 싶은 영상을 찍었으면 좋겠다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이젠 구체적으로 디지털 마케팅, 바이럴 영상 기획, 제작을 하고 싶어졌다. 친구들과 함께 미래의 영상 사업을 구상하기도 한다. 그만큼 시야가 넓어졌다.
A10 후회하지 않을 만큼 많이 경험해봤으면 좋겠다. 혼자 여행도 가보고, 아무 생각 없이 돈도 많이 써보고, 대외 활동도 많이 해보는 것. 영어 성적이나 어학연수 같은 스펙을 쌓는 것보다 남들이 하지 못하고 자신이 즐거워 미치겠는 일들을 더 많이 경험 해보는 것 자체가 스펙이 되는 것 같다. 많이 놀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사회생활을 해보니 더 많이, 더 유익하게 놀지 못한 게 후회된다. 야무지게 놀았으면 좋겠다.
A11 매주 기획안을 내고 새로운 영상을 보고, 찍는 것이 즐겁다. 그 이후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잡지사에 취직하게 된 것처럼, 어쩌면 또 다른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있을지도. 그리고 언젠가는 꼭 다시 영화를 찍을 거다. 회사에 다니면서도 항상 시나리오를 생각하고 있다. 지금의 경험을 바탕으로 멋진 시나리오를 쓸 수도 있지 않을까?

진화선 (24세) / 서경대학교 영화영상학과 / 모델 에이전시 에스팀 영상팀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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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1 패션 모델 매니지먼트, 패션쇼 기획 등을 하는 회사다. 톱 모델들이 다수 소속되어 있고, 신인 모델들도 많다. 내가 일하는 영상팀에서는 각각의 모델에게 어울리는 영상을 기획, 제작하거나 외부에서 제작 의뢰를 받아 영상을 만들기도 한다.
A2 평소 엔터테인먼트와 패션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속해 있는 영상팀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이 두 가지를 충족시키는 회사여서 지원하게 됐다.
A3 입사 전 모델에 대해 잘 아는 편이 아니라 면접 때 회사 소속의 신인 모델들에 대해 물어봤을 때 무척이나 당황했다. 우여곡절 끝에 회사에 들어와서 ‘개성 있는 모델들이 이렇게 많구나!’ 하고 새삼 놀랐다.
A4 항상 남들보다 기본적인 스펙(토익, 대외 활동)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그나마 어필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에 중점을 두고 면접을 준비했다. 학생 때 만든 작품들을 정리한 뒤 이전에 작업했던 것들을 최대한 어필한 것이 장점으로 작용한 것 같다.
A5 아르바이트는 많이 해봤지만 처음으로 내 전공 분야와 관련된 일이었기에 굉장히 긴장되고 설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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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6 회사 내부 기획팀에서 모델 매니저들과 함께 영상을 어떻게 제작할지 논의한 후 모델의 라이프스타일, 행사 현장 팔로우 등 항상 동행 취재하면서 그 영상을 편집해 완성하는 일을 한다.
A7 아침에 오면 일단 사무실 주변 정리를 하고, 촬영이 있는 날엔 하루 종일 외근을 하거나, 촬영이 없는 날엔 사무실에서 밀린 편집 일을 한다.
A8 일하면서 문득 한계를 느낄 때가 있다. 구현해내고 싶은 이미지나 영상이 있는데 뜻대로 잘 안 될 때 힘들었다.
A9 학생 때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보다 미래에 대한 생각이 더 구체화된 것 같다. 이 일을 하면서 회사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배우고 그것들로 인해 내가 이루고 싶은 최종 목표가 더 뚜렷해진 것 같다.
A10 무조건 이것저것 일을 다 떠안기보다는 한 가지 일을 해도 제대로 완벽하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 이것저것 다 맡으면 일하는 나 자신도 너무 힘들고 집중도 잘 안 되니 한 가지 일을 제대로 해내는 걸 목표로 삼길.
A11 부족한 게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노력하면서 안주하지 않고 매 순간 긴장하면서 일할 생각이다.

조규은 (26세) /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 / 헨켈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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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1 헨켈은 독일의 화학 대기업으로 크게 세 가지 사업 영역인 접착 테크놀로지스, 세제 & 홈 케어, 뷰티 케어 부문으로 나뉜다. 나는 접착 테크놀로지스 사업 부문의 마케팅 팀에서 일했다.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산업 및 소비자용 접착제 록타이트(Loctite)가 있고, 세탁용 세제 퍼실(Persil), 헤어 전문 제품 슈바츠코프(Schwarzkopf), 비누 다이얼(Dial) 등이 있다. 이외에 가정용 살충제인 홈매트(Home Mat), 홈키파(Home Keeper), 컴배트(Combat)도 헨켈의 제품이다.
A2 대학 재학 당시 진로를 고민하면서 외국계 기업에서 커리어를 쌓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헨켈은 독일에 본사를 두고 전 세계에 지사를 둔 다국적 기업으로, 오픈된 포지션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이었는데, 내가 꼭 해보고 싶은 브랜딩 업무를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원했다.
A3 면접 봤을 때가 겨울이라 춥고 배고팠던 기억이 난다. 대기실에 검은 정장을 입은 지원자들로 넘쳐나는 걸 보며 면접을 보러 온 게 실감나면서 긴장이 됐다. 아마 공채 면접이 처음이라 더 떨렸던 것 같다. 1시간 일찍 도착해 다른 지원자 한 명과 큰 대기실에서 대화를 나눴는데, 후에 같이 합격해서 동기로 만났다.
A4 지원한 회사와 부서의 업무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그곳에서 원하는 인재상에 맞게 이력서를 작성하려 노력했다. 대부분의 외국계 지원 이력서는 자유 형식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형식 속에서 나의 장점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줄 수 있는 나만의 이력서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A5 내가 원하던 기업의 네임 태그를 달고 첫 출근하는 순간 너무 설레고 기분 좋았고, 개인 노트북과 네임 태그, 회의실, 그리고 바쁘게 전화를 받는 직원들의 모습 하나하나가 새롭고 신기했다. 출근길에 항상 듣던 노래가 있었는데, 지금도 그 노래를 들으면 그 시간들이 생생하게 다 기억난다.
A6 마케팅 부서에서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했다. 회사에서 론칭하는 제품 관련 브로셔, 카탈로그 로컬라이제이션과 브랜딩부터 분기마다 발행되는 뉴스 레터 업무를 보조했다. 헨켈 코리아의 유튜브 채널 론칭 프로젝트도 동시에 진행했다.
A7 여유롭게 일찍 출근하는 편이었는데, 제일 먼저 회사 캔틴에서 한강과 여의도의 끝내주는 뷰를 바라본다. 그 후에 오늘 하루 해야 할 일들을 우선 순위로 적어놓고 업무를 시작한다. 점심 먹고 시간이 남으면 한강 공원에 산책을 가기도 하고, 다시 1시부터 6시까지 업무. 퇴근 전 오늘 하루 담당한 일들을 데일리 리포트에 리스트업해서 매니저에게 제출하고 나면 하루 일과가 끝난다.
A8 처음엔 업무뿐 아니라 회사의 모든 환경이 낯설었다. 같이 일하는 직원들도 어렵게 느껴지고, 모르는 걸 하나부터 열까지 물어보기도 눈치 보여서 헤맸던 것 같다. 감사하게도 선배들이 많이 알려주고 옆에서 챙겨줘서 크게 힘든 적은 없었다.
A9 시야가 넓어진 것 같다. 그 전까지는 내가 알던 기준과 범위 안에서만 진로를 고민했는데 이제는 나보다 경험이 훨씬 풍부한 직원들의 조언을 듣고, 특히 각기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가진 동기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내가 생각했던 일 외에 많은 가능성들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A10 선배나 주변 사람들에게 사회생활에 대한 조언을 많이 들었지만 역시 제일 중요한 건 직접 부딪혀보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분야를 정하고 나아가는 것도 좋지만, 학생 신분이고 기회가 닿는다면 다양한 분야에서 인턴 생활을 하는 것도 적극 추천한다. 시야가 넓어지고 직접 경험해보면 또 다른 길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진부한 얘기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실제로 나는 인턴 활동 후에 평소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A11 지금까지 나아가려고 했던 분야와는 완전히 다른 일에 도전하게 되었다. 해외에서 하는 일이고 생소하기 때문에 막연한 두려움도 있지만, 비슷한 목표와 꿈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스터디를 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진수 (25세) / 숙명여자대학교 한국어문학부 / 미디어블링 ‘타임아웃서울’ 인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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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1 <타임아웃>은 전 세계 80여 개국에서 발간되는 시티 가이드 콘셉트의 매거진으로 서울판은 5월 말에 창간됐다. 서울에서 일어나는 일, 서울 사람들, 서울에서 꼭 가봐야 할 장소 등에 대해 다룬다. 현재 미디어블링이라는 그룹에서 발간하는데 <타임아웃>뿐만 아니라 <블링>, <고아웃>, <데이즈드앤컨퓨즈드>, <밀크> 등 각양각색의 매거진을 만드는 회사다. 다양한 개성을 지닌 사람들이 함께 일하고 있어 흥미롭다.
A2 에디터가 되고 싶어서 패션지 어시스턴트로 활동하다 우연히 좋은 기회를 만나 지원하게 됐다. <타임아웃> 서울은 런던 라이선스 매거진으로 패션지는 아니지만 해외에서 이미 진가를 인정받은 잡지였기에 꼭 일해보고 싶었다.
A3 열정은 넘치지만 경험 부족으로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어시스턴트 면접 때보다 차분하게 면접을 봤다.
A4 뭐든 열심히 할 수 있다는 걸 어필하는 것도 좋지만, 내가 이 매체에서 할 수 있는 경험을 위주로 말했던 게 장점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A5 워낙 정신없이 지나가서 이제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또렷하게 남아 있는 기억은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컴퓨터 전원 버튼을 못 찾고 10분간 쩔쩔맸던 것. 긴장해서 작은 것에도 온 신경을 곤두세우는 바람에 퇴근하자마자 집에 가서 그대로 뻗었다.
A6 인턴 에디터지만 에디터 업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선배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회의에 참석하고 의견을 나누고 기획부터 취재, 마감 마지막 날까지 함께한다. 뿌듯한 건 <타임아웃> 서울의 창간 멤버로서 선배, 편집장님과 함께 잡지를 만들어온 시간들이다.
A7 회사 일정은 9시 출근, 6시 퇴근이지만 잡지사가 다 그러하듯 마감 스케줄에 따라 일과가 자주 바뀐다. 때론 하루종일 책상에 앉아 원고를 쓰기도 하고, 때론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외부로 나가서 촬영을 하기도 한다.
A8 이달에 처음으로 국립 수목원에 가서 촬영했다. 이런 예측 불가능한 스케줄이 행복하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다.
A9 어떤 회사에서 인턴 생활을 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타임아웃>에서는 사회인으로서 현실적인 경험이 가능했다. 좋아하는 일에 대한 환상이나 벅찬 마음은 조금 가라앉히고, 내가 만든 콘텐츠를 전달하는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책임감, 유지해야 할 중심과 관점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 시간이었다.
A10 화려하거나 멋있어 보이는 일 자체가 본인을 행복으로 이끄는 건 아니라는 점. 그리고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한다 해도 그 일이 본인에게 언제까지나 행복한 건 아니라는 점을 말해주고 싶다. 어떤 일을 하든 위기와 고난을 넘길 수 있는 멋진 경험, 지혜, 자신만의 관점 같은 것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A11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당분간은 <타임아웃> 서울 매거진에서 에디터로 일할 것 같다.

이서원 (25세) / 한국외대 프랑스어교육과, 국제통상학과 / OECD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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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1 두 학기 동안 학교를 다녀 학기가 끝나면 유럽 전체를 여행하려 했었다. 마침 6월쯤 OECD 한국대표부에서 인턴을 뽑는다는 얘기를 듣고 지원했다.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국제 기구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직접 경험해보고 싶었고, 특히 OECD 같은 경우 평소에 관심 있었던 교육이나 원조에 관련된 일이 많기 때문에 그곳에서 일하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다.
A2 내가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OECD는 기업처럼 이익을 추구하는 곳이 아니다. 전 세계를 위한 경제 사회 전반의 공동 규범을 만들고 대표부는 그걸 통해 우리나라 정부 정책에도 반영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기구다. 그래서 많은 연구가 필요하고 장기적인 프로젝트가 많아서 회사 분위기 자체가 동적이기보다는 연구하기에 딱 좋은 조용하고 진지한 느낌이다. 인턴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멘토(내가 배우고 싶은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분들)가 정해지고 그 멘토의 조언과 경험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 공관 내 분위기는 엄격하기보다 부드럽고 따뜻하다.
A3 전화 면접이었는데 늦잠을 자다 받아서 정말 비몽사몽이었고, 대부분의 면접이 그러하듯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그룹 프로젝트에서 내가 맡은 역할과 능력에 대한 질문을 받았고, 인터뷰는 대부분 한국어로 진행되었지만 중간에 영어와 프랑스어 둘 중 하나를 골라 그 언어로 답해야 했다.
A4 언어 능력도 중요하지만 내가 얼마나 OECD에 대해 관심이 많고 열정이 많은지, 어떻게 하면 그 조직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확실하게 강조했다. 이렇게 나의 적극성을 잘 어필한 것이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던 것 같다.
A5 출근 첫날은 점심 시간부터 기억이 난다. 출근하자마자 처음 만난 인턴 동기들과 어색한 소개 시간을 갖고 공관을 돌아보고 출입 카드도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웃음). 그러다 점심 때 동기들과 다 같이 근처 ‘모짜르트’라는 레스토랑(정확히 기억하고 있다)에서 밥을 먹으며 먼저 일을 시작한 사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인턴 생활을 시작한 게 실감나더라. 점심 시간 이후에는 인턴들이 하는 업무를 인수 인계받고 금세 하루가 끝났다.
A6 관심 있는 분야의 회의를 참관한다. 참관 후에는 보고서를 작성하고, 회의가 없을 때는 OECD와 관련된 한국의 신문 기사뿐만 아니라 외신까지 스크랩하고 정리한다. 또는 멘토나 다른 분들이 리서치 도움을 요청하면 자료 리서치를 하는 일도 인턴의 주 업무다.
A7 제일 먼저 본부에서 열리는 회의 스케줄을 확인하고 듣고 싶은 분야의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그 회의에 들어가는 외교관 혹은 서기관이나 사무관님들에게 메일을 보내 허가를 받는다. 회의에 참관하면 오후에 보고서 작성을 하고, 회의가 없으면 자료 리서치나 미디어 스크랩 업무를 하다 하루를 마무리한다.
A8 언어 문제. 물론 대표부 안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은 모국어인 한국어로 진행되지만, 그 외의 업무와 회의는 모두 영어나 프랑스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회의 때 쓰는 용어들이 다 전문 용어라 내 짧은 지식에 많이 실망하고 좌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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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9 삶의 여유를 갖고 일했으면 좋겠다는 인생의 목표가 있었는데 인턴 생활 이후 그 목표를 이루려면 외국에서, 특히 프랑스에서 일해야겠다는 디테일한 생각들이 구체화되었다. 외국에서 일하는 건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인턴을 하면서 삶의 여유라는 게 내게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지 깨달은 것도 큰 변화다.
A10 인턴 생활은 다다익선인 것 같다. 막상 해보면 꿈꿔온 일과 전혀 달라 실망할 수도 있지만, 잃는 것보다는 얻는 게 훨씬 더 많다. 특히 면접이나 서류를 쓸 때 내가 이 회사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너무 진부하지 않게 녹여내는 게 정말 중요하다.
A11 프랑스어를 열심히 공부해서 그곳 대학원에 진학한 뒤 나중에 국제 기구에서 일하며 평생 업으로 삼고 싶다.

 

(본 기사는 <보그 걸> 2015년 10월호 ‘The Beginners’ 기사를 재구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