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얼리로 환생한 밀

가브리엘 샤넬이 사랑한 많은 모티브 가운데 하나인 밀은 샤넬 하우스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샤넬 하이 주얼리의 새로운 컬렉션인 레 블레 드 샤넬(Les Bles de Chanel)의 주제 역시 밀이다.

밀에 대한 가브리엘 샤넬의 기억은 시골에서 보낸 그녀의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8월 19일생인 가브리엘 샤넬은 수확을 자축하는 축제의 시기인 추수감사절 기간에 태어났다. 여름 막바지의 풍요로운 수확과 가득찬 곡창을 기념하는 추수감사절은 새로운 번영과 풍요를 상징하는 시기. 유년시절, 밀을 ‘나의 좋은 밀’ 이라고 표현하는 신부님의 말을듣고 자란 가브리엘 샤넬은 밀을 자신에게 행운을 가져다 주는 부적 중 하나로 여겨 늘 주변을 ‘좋은 밀’로 장식했다. 깡봉가에 위치한 자신의 아파트와 리츠 호텔의 스위트룸, 라 파우자(La Pausa)의 집에 실제 밀, 목각이나 브론즈 밀, 그녀의 친구인 달리(Dali)가 그린 밀 등 여러 종류의 장식으로 주변을 가득 채웠다.

하이 주얼리 컬렉션 레 블레 드 샤넬(Les Blés de CHANEL)은 가브리엘 샤넬의 삶에 근본적 바탕이 되었던 밀을 기념하고 재탄생, 풍요, 행운, 번영, 끝없는 창의력의 영원한 상징인 밀을 재조명한다. 샤넬 컬렉션 중 모든 제품이 밀을 바탕으로 한 컬렉션은 이번이 처음이다.  총 16가지 세트, 62피스로 구성된 컬렉션 중 8개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주얼리도 있다. Fête des Moissons목걸이와 커프스, Légendes de Blé 목걸이, Bléinfini 반지와 귀걸이, Epi Vendome 반지, Epi solaire 반지가 그것.

하나의 밀알로 혹은 한 다발의 부케로, 푸르른 봄새싹으로 혹은 황금빛 화려함으로 수 놓은 레 블레 드 샤넬의 컬렉션이 아시아 최초로 대만에 상륙했다. 이 의미있는 컬렉션을 직접 감상하기 위해 <보그>역시 대만으로 향했다. 어둠에 싸인 프레젠테이션 현장에 들어서자 최소한의 조명 외에는 오직 주얼리가 발산하는 화려한 빛만 눈에 들어왔다. 밀의 성장 주기를 담은 62점의 하이주얼리들은 때로는 연약한 초록 새싹이기도 때로는 산들바람에 흔들리는 밀밭이기도 한 채 살아있는 듯 유연해 보였다. 초봄에 막 솟아난 보드라운 어린 밀을 테마로 한 ‘Premiers Brins’, ‘Brins de Printemps’, ‘Brins de Diamants’ 부터 수확 무렵의 밀을 환기시키는 ‘Moisson Ensoleillée’, ‘Bouquet deMoisson’, ‘Moisson de Perles’, 16.8캐럿의 옐로우 사파이어에 싸인 밀다발을 표현한 ‘Moisson de Perles’ 등. 특히 ‘Fête des Moissons’ 목걸이는 밀을 꼬아 만든 화관 형태의 디자인이 돋보이는 제품으로 넥클리스의 한 가운데에는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한 25캐럿의 직사각형 옐로우 다이아몬드가 자리잡았고, 121개(총46.7캐럿)의 멀티 컬러 다이아몬드, 932개(총 40.4캐럿)의 옐로우 다이아몬드, 165개의 화이트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밀 다발 위로 그 영롱한 빛을 발했다.

 

이 기념비적인 컬렉션의 대만 상륙을 기념하기 위해 타이페이 정부는 이례적으로 중정기념관을 개방했다. 지난 7월 꾸뛰르 패션 위크 기간 방돔 광장을 가득 메웠던 샤넬의 밀밭을 재현한 것. 자연을 주제로 한 설치 미술을 선보이는 아티스트 가드웨일은 방돔 광장에 이어 대만까지 수 놓을 밀밭을 꾸미기 위해 밀알 하나하나에 메탈릭한 페인트를 칠했다. 7월과 8월이 되면 태양 볕을 한껏 받은 밀의 고유한 향이 여름밤 들녘의 공기를 가득 채운다. 이제 밀을 수확 할 때가 되었다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이다. 가브리엘 샤넬을 보살피던 신부님은 밀이 선하고 온전한 모든 것을 상징한다고 믿었다. 당시 아이였던 가브리엘 샤넬은 ’나의 선한 밀’ 이라는 말을 얼마나 자주 들었을까? 평생 가브리엘 샤넬의 뇌리에 남게 된 밀 이삭은 그렇게 하이 주얼리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