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FW 향수 트렌드 리포트

패셔너블한 디자이너 향수부터 새로운 모델 이슈까지. 2016 F/W 퍼퓸 트렌드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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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 Seduction

알렉산더 맥퀸이 떠난 자리에 ‘맥퀸’이 부활했다. 아주 섹시하게. 여기서 ‘맥퀸’은 2003년 ‘킹덤’, 2005년 ‘마이퀸’에 이어 무려 10년 만에 나온 맥퀸 퍼퓸 하우스의 따끈한 신상이자 사라 버튼의 향수 데뷔작이다.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유혹과 매력의 실체를 향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녀의 포부는 밤에 피는 새하얀 꽃으로 현실이 됐다. 재스민, 튜버로즈, 일랑일랑은 ‘맥퀸’을 이루는 핵심 재료. 미리 말해두지만 패션 향수 특유의 달콤함은 없다. “누구나 예측 가능한 그런 시시한 향수를 만들고 싶진 않았어요. 대중성은 일찌감치 포기했죠.” 19세기를 빛낸 영국의 포토그래퍼 줄리아 마가렛 캐머런의 작업을 떠올리며 완성한 ‘맥퀸’은 화이트 플라워의 향연에 이어 오리엔탈 시프레의 묵직함이 채워지고, 앰버 향으로 마무리된다. 블랙 & 골드 향수병은 누가 봐도 ‘맥퀸 스타일’. 아이디어는 V&A 박물관에서 얻었다. “화장대에 이걸 올려놓았을 때 절대 튀어선 안 된다는 게 목표였어요.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러워야 하죠.” 향기부터 디자인까지 사라 버튼의 치밀한 계산 아래 완성된 타임리스 퍼퓸, ‘맥퀸’은 50ml 단일 용량이며 가격은 285파운드.

 

Charming Face

8월 말 유튜브에 올라온 3분짜리 짧은 영상이 화제다. 배경은 파리의 어느 행사장. 고상한 얼굴로 앉아 있는 사람들 사이에 초록 드레스의 어느 여인이 자리를 박차고 문밖으로 뛰쳐나온다. 그리고 비로소 자유로워졌다는 듯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은 뒤 조각상을 향해 혀를 내민 다음 격렬한 몸짓으로 춤을 춘다. 믿을 수 없겠지만 겐조의 새 향수 광고 내용이다. ‘겐조 월드’는 겐조 패션의 주역 움베르트 레온과 캐롤 림의 향수 데뷔작. 춤 솜씨를 뽐낸 초록 드레스 여인의 정체는 배우 마가렛 퀄리. “일반적 아름다움이 아닌 독창적 매력을 원했어요. 우리의 예상은 적중했죠.” 작약과 재스민이 어우러진 중성적 매력의 여성 향수 ‘겐조 월드’는 내년 국내 출시된다(스파이크 존즈에 의해 완성된 광고 영상은 홈페이지(kenzoworld.com/en/)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샤넬 ‘N°5 로’의 새 얼굴은 릴리 로즈 뎁. 17세라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는 얼굴로 카림 사들리의 카메라 앞에 섰다. “릴리는 젊은 세대를 상징하며 우리가 바라는 자유와 대범함의 가치를 완벽하게 표현했죠. 그녀만의 신선한 아름다움이 샤넬 넘버 파이브 향수에 반영되길 기대합니다.” 요즘 가장 주목받는 비디오 감독 요한 렌크가 촬영한 광고 영상은 연말에 공개된다.

Gender Neutral

1984년 런던에서 태어나 25세에 자신의 브랜드를 설립한 젊은 남자가 있다. 영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가 된 조나단 앤더슨이다. 2014년 로에베는 앤더슨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했다. 당시 그는 서른 살. 140년 전통의 브랜드를 맡기기엔 너무 어린 나이라는 주위의 우려는 기우였다. 앤더슨이 합류한 로에베는 세상의 멋쟁이들이 탐하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그리고 9월 7일, 로에베의 첫 향수가 공개됐다. “처음 만난 남녀에게 감도는 어색한 기류, 그 안에 숨겨진 욕망을 향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네모로 각진 유리병에 원목 뚜껑은 앤더슨의 세련된 취향을 반영한다. 거창한 이름은 없다. 라벨에 쓰인 글씨는 ‘로에베’ ‘001’ ‘우먼’과 ‘맨’이 전부. 001은 로에베 최초의 향수를 의미한다. 커플 향수지만 남녀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향은 아주 감정적인 영역입니다. 남자는 맨, 여자는 우먼을 쓰란 법은 없어요. 아니 오히려 반대와 만날 때 더 매력적일 수 있죠.” ‘우먼’은 샌들우드와 재스민, 베르가모트. ‘맨’은 샌들우드, 시더, 머스크가 핵심 노트다. 흰 상자에 그려진 흑백사진은 독일의 식물학자 겸 사진가 칼 블로슈펠트의 작품. “누군가에게 향기로 기억된다는 건 짜릿한 일입니다.” 로에베의 향이 궁금한가? 50ml, 100ml 두 가지이며 가격은 70유로, 110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