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트렌드

Less is More

2016.11.03

by VOGUE

    Less is More

    가습기 살균 성분을 함유한 치약 논란이 거세다. 매일 바르는 화장품은 괜찮을까? 전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저자극 화장품 열풍.

    (좌부터)샤넬 ‘라 쏠루씨옹 10’, 아이소이 ‘센시티브 스킨 크림’, 리아네이처 ‘크림올’.

    (좌부터)샤넬 ‘라 쏠루씨옹 10’, 아이소이 ‘센시티브 스킨 크림’, 리아네이처 ‘크림올’.

    눈에 보이는 부작용이 없다는 이유로 성분을 따져보지 않는 일이 다반사. 그래서 화장품 선택의 우선적 고려 대상은 브랜드 네임 밸류, 향, 용기 디자인이었다. 고려대 피부과 전문의 유화정 교수는 이런 안일한 태도에 경고했다. “건강한 피부야 문제없겠지만 민감성일 경우 피부의 예민함이나 홍조와 같은 현상이 유해 성분으로 인해 더 악화될 수 있어요. 화장품은 물과 기름을 적절히 섞이도록 계면활성제가 들어가는데 이런 성분이 피부 보호막을 망가뜨려 유해 성분으로 작용하죠. 상온에서 변질되지 않게 하기 위한 보존제도 마찬가지입니다.”

    1 라곰 ‘셀러스 마일드 모이스쳐 크림’. 2 라로슈포제 ‘시카플라스트 밤 B5’. 3 헉슬리 ‘클렌징 젤; 비 모이스트’. 4 E 네이처 ‘버치 주스 하이드로 슬리핑 팩’. 5 피지오겔 ‘데일리 디펜스 리플레니싱 나이트 크림’. 6 리아네이처 ‘모닝 미스트’. 7 이니스프리 ‘더 미니멈 모이스트 크림’.

    1 라곰 ‘셀러스 마일드 모이스쳐 크림’. 2 라로슈포제 ‘시카플라스트 밤 B5’. 3 헉슬리 ‘클렌징 젤; 비 모이스트’. 4 E 네이처 ‘버치 주스 하이드로 슬리핑 팩’. 5 피지오겔 ‘데일리 디펜스 리플레니싱 나이트 크림’. 6 리아네이처 ‘모닝 미스트’. 7 이니스프리 ‘더 미니멈 모이스트 크림’.

    BE NATURAL
    지난 10월 7일, 파리 <보그> 페이스북엔 ‘DIY Beauty: Skincare in Your Kitchen’이란 제목의 뷰티 기사가 올라왔다. 롤리 뷰티(Loli Beauty), 오다시테(Odacité), 더 뷰티 셰프(The Beauty Chef) 등 뉴욕, 파리, 호주에서 주목받는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를 언급하며 유해 성분 없이 충분히 노화 방지 효과를 누릴 수 있음을 증명했다. 아이소이는 유해 화학물질을 일절 넣지 않는 ‘No 마크 캠페인’을 진행한다. “화장품을 만들 때 좋다는 성분 몇 가지 더 넣는 것보다 유해 화학물질을 빼고 만드는 것이 비용이나 생산 면에서 백배는 어려워요. 단지 향을 좋게, 발림성 좋게, 또 오래 보관하기 위해 첨가되는 성분이 피부에 자극을 주고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단 사실을 명심하세요.” 빈자리는 ‘천연 유래’ 성분으로 채웠다. 화장품에서 원료값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야 한다는 ‘원료 최고 주의’를 앞세워 계면활성제, 오일, 색소, 향, 방부제, 알코올조차 천연 그대로의 것을 쓴다. 이와 같은 움직임은 전 세계적으로 포착된다. 일본의 코스메 키친(Cosme Kitchen)은 엄격히 고른 내추럴 & 오가닉 화장품만 모아 판매하는 뷰티 셀렉트 숍이다. 이곳의 입점 절차는 까다롭기로 소문나 있다. “바이어가 확실하게 성분을 확인하는 것은 기본, 일정 기간 직접 써보고 효과를 본 제품만 진열됩니다.” 코스메키친 홍보를 담당하는 후쿠모토 아쓰코의 설명이다. 지난 9월 말 청담동엔 ‘The Real Organic’이란 테마를 앞세운 뷰티 셀렉트 숍이 오픈했다. 금비화장품에서 전개하는 온뜨레다. 매장에서 만난 홍보 담당자는 “1%의 자연 성분을 넣어놓고 ‘자연주의’를 앞세우는 거짓된 브랜드와 달리 원료의 재배부터 최종 생산 단계까지 엄격한 인증 절차를 거친 유럽산 천연 화장품만 취급한다”며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두 아이의 엄마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는 배우 이영애도 자연주의 뷰티 열풍에 합류했다. 그녀의 브랜드 리아네이처의 홈페이지엔 ‘방부력 테스트 통과 결과’란 카테고리가 따로 마련되어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고원혜가 론칭한 ‘라곰’의 슬로건은 ‘Not Too Little, Not Too Much’.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은 딱 필요한 성분만으로 구성해 피부 자극을 최소화한다. 샤넬과 이니스프리도 민감성 피부를 위한 진정 라인을 출시했다. ‘라 쏠루씨옹 10’과 ‘더 미니멈 모이스트 크림’은 천연 유래 성분을 포함, 엄선된 10종만 넣어 피부 자극을 최 소화한다.

    GENTLY, SOFTLY
    성분이 순하다고 제 기능을 못하거나 기능이 약화됐을 거라는 편견은 넣어두시라. 독한 화학 성분이 해온 역할을 대신할 만한 천연 성분으로 대체하기에 본래 기능은 유지하면서도, 피부 자극은 확 줄였다. 디올 코스메틱 홍보팀 김혜연은 라로슈포제 ‘시카플라스트 밤 B5’의 빅 팬이다. “술 마신 날 밤, 야근한 날 밤, 피부가 유난히 푸석하고 따가운 환절기 등 피부 컨디션이 뚝 떨어져 지쳐 있을 때 보약처럼 쓰는 제품입니다. 지성 피부라 웬만하면 피부에 유분기가 마르지 않는데 너무 예민하거나 지쳐 있을 때는 뭘 써도 안 받아요. 이럴 때 ‘시카플라스트 밤 B5’를 얼굴에 아주 두껍게 바르고 천천히 흡수시키면 다음 날 피부가 매끈해져요.” 드러그스토어와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저자극 화장품 열풍이 한창이다. 롭스에 단독 입점한 헉슬리는 피부 저자극 테스트를 통과한 제품으로 구성된다. 그런가 하면 올리브영의 효자 상품은 피지오겔이다. 비타민 E 성분인 토코페릴아세테이트를 주성분으로 외부 유해 환경에 자극 받은 피부를 달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화장품이 떨어지면 백화점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제는 인터넷 창을 열고 즐겨찾기를 클릭한다. OM, 아이소이, 벨레다, E 네이처, 온뜨레… 이들의 공통점은 유해 성분을 최소화한 저자극 웰빙 화장품. 가격은 이름난 럭셔리 브랜드에 비해 훨씬 저렴하지만 유통기한이 짧다는 것 외에 전반적인 만족도는 최상에 가깝다. 유해 성분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신체에 축적되고 어느 정도 세월이 흐른 뒤에야 문제를 일으키는 침묵의 살인자다. 이유 없이 트러블이 생긴다거나 피부 리듬이 불안정해졌다면 화장대부터 돌아보자. 과한 것보다 모자란 게 낫다는 ‘Less is More’ 트렌드를 피부로 느낄 차례다.

      에디터
      이주현
      포토그래퍼
      CHUNG WOO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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