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똑같은 슈즈만 신는다?

미국 <보그> 편집장 안나 윈투어는 늘 똑같은 샌들을 신고있다. 패션계 여왕의 신발에는 무슨 비밀이  숨겨져있나?

2016년 한 해, 패션 위크와 영화제, 정치 행사 등 다양한 이벤트에 모습을 드러낸 안나 윈투어. 그런데, 옷은 계속 바뀌지만 신발을 늘 그대로입니다. 한 여름 날씨의 뉴욕 패션쇼 기간이나 쌀쌀한 파리 패션쇼 기간에도 그녀가 신은 신발은 한결같이 누드 컬러 샌들!

올 해 이 구두에 특별히 꽂힌 것 아니냐고요? 그렇다기엔 2015년에도 반복적으로 이 슈즈만 신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2014년에도 이 누드 샌들은 계속해서 등장했었군요.

설마 2013년에도? 네, 맞습니다. 뉴욕, 런던, 파리를 오가는 동안 똑같은 슈즈가 동행했습니다.

 

짐작하겠지만, 2012년에도 이 슈즈는 반복적으로 등장했었습니다.

2011년에도!

그리고, 2010년도 역시!

2009년과 2008년, 2007년에도 마찬가지죠.

과연, 패션계를 호령하는 슈퍼 파워 우먼 안나 윈투어가 늘 같은 신발만 신는 이유가 뭘까요? 혹시 지나치게 알뜰하고 검소해서? 아마도 그건 아닐겁니다. 비단뱀부터 담비털까지 고급스럽고 값비싼 모피를 즐겨입는다는 이유로 동물보호연대 PETA에게서 거센 공격과 비난을 받아온 장본인이니까요.

안나 윈투어가 방문한 칵테일 파티장 앞에서 PETA 회원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지요

2006년 런던, 안나 윈투어가 참석한 모 브랜드 파티장 앞에서 PETA 회원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지요

 

검소한 것과 거리가 먼 그녀가 똑같은 슈즈만 고집하기 시작한 건 자그마치 20여년 전,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슈즈 디자이너 마놀로 블라닉은 안나 윈투어의 발 모양을 본 따 라스트를 제작하고 그녀만을 위한 커스텀 슈즈를 선물했습니다. 그녀의 곧고 가느다란 다리를 강조해 줄 심플한 투 스트랩의 누드 슈즈를 디자인한거죠.

 

마놀로 블라닉이 특별 제작해 준 커스텀 슈즈가 처음 등장한 건 바로 이 때

마놀로 블라닉이 특별 제작해 준 커스텀 슈즈가 처음 등장한 건 바로 이 때

이 슈즈에 그야말로 ‘중독된’ 안나 윈투어는 이듬해부터 매년 디자인을 조금씩 달리하며 몇 켤레씩 주문했죠. 안나가 매일 이 신발만 신으면서부터 이 누드 샌들에는 ‘AW(Anna Wintour)’라는 모델명이 붙기도 했습니다. 마놀로 블라닉은 그녀가 지금까지 몇 켤레의 누드 샌들을 주문했는지 정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신발장에 늘 이 누드 샌들을 가득채워 놓는다는 사실은 고백했습니다. 당연히, 새 구두로 말이죠! “약간 밝은 톤과 약간 어두운 톤, 두 가지 누드 컬러를 사용합니다. 굽 높이나 스트랩등이 아주 약간씩 달라지는데, 그건 전적으로 안나가 결정합니다.”

 

 

마놀로 블라닉이 디자인한 일명 'AW' 샌들

22년전, 마놀로 블라닉이 디자인한 일명 ‘AW’ 샌들

그녀의 2000년대 초반 사진들에서도 이 누드 샌들이 꾸준히 발견되는 이유입니다.

아무리 마음에 드는 신발이라지만,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한결같이 같은 슈즈만 고집한다는 건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매년 쏟아져 나오는 수 많은 신상 슈즈들을 가장 먼저 접하는 장본인일텐데 그 어떤 신발도 그녀를 유혹하지는 못하나 봅니다. 40여년간 고수하고 있는 헤어스타일 만큼이나 고집스러워 보이는 대목! 어쨋거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아니라 ‘악마는 마놀로를 신는다’가 더 적절한 비유일 것 같군요!

2013년 9월, 어덤의 14S/S 패션쇼 프론트 로

2013년 9월, 14S/S 에르뎀 쇼 프론트 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