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ruest Sense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가 그랬듯이 뎀나 바잘리아는 이 시대 디자이너 중의 디자이너다. 파리 하우스에서 치른 데뷔 컬렉션만큼 자신만만하고 자신감에 차 있다. 그는 〈보그 코리아〉를 위해 파리 중심가의 발렌시아가 본사 앞 거리에 섰다. 그리고 그가 직접 지목한 서울 여자들이 그의 데뷔 컬렉션을 입고 서울 어느 골목길에 섰다.

인터뷰와 촬영이 진행된 날, 파리의 날씨는 쾌청했고 뎀나 바잘리아는 촬영하러 나가기 전 발렌시아가 로고 자수가 놓인 모자를 챙겨 썼다. 물론 모자와 날씨 사이에 특별한 상관관계는 없다. 그는 거의 항상 모자를 쓰고 있으니까.

인터뷰와 촬영이 진행된 날, 파리의 날씨는 쾌청했고 뎀나 바잘리아는 촬영하러 나가기 전 발렌시아가 로고 자수가 놓인 모자를 챙겨 썼다. 물론 모자와 날씨 사이에 특별한 상관관계는 없다. 그는 거의 항상 모자를 쓰고 있으니까.

우리는 바잘리아의 인터뷰와 함께 실릴 그의 첫 발렌시아가 컬렉션 룩을 패션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델에게 입히고 싶지 않았다. 집단으로 운영되는 그의 레이블 쇼는 매 시즌 신선한 얼굴을 세우는 걸로 유명하고 하우스 데뷔 컬렉션 쇼에 선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바에서 일하지만 발렌시아가 옷이 완벽하게 어울릴 것 같은 디자이너의 친구 같은 인물 말이다. 패션계에서 그의 위상은 이미 셀러브리티의 그것을 넘어섰다.

얼마 전 마크 보스윅의 발렌시아가 룩북 사진전이 열렸던 스튜디오 콘크리트의 차혜영 대표 . 촬영 직후에도 또 다른 프로젝트 미팅을 위해 서둘러 촬영장을 떠났다.

얼마 전 마크 보스윅의 발렌시아가 룩북 사진전이 열렸던 스튜디오 콘크리트의 차혜영 대표 . 촬영 직후에도 또 다른 프로젝트
미팅을 위해 서둘러 촬영장을 떠났다.

“영향력 있는 셀러브리티인지, 유명하지 않은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내가 만든 옷을 입었을 때 그 사람의 신뢰성, 옷과 그 사람 사이의 균형에 대한 겁니다. 어차피 셀러브리티란 뭘 입든 멋져 보이기 마련 아닌가요?” 우린 그의 옷이 잘 어울릴 것 같은 서울의 여자들로 리스트를 작성했고 바잘리아는 그중 네 명을 골랐다. 리스트에는 셀러브리티와 모델도 있었지만 선택된 이는 스타일리스트 지은, 스튜디오 콘크리트의 차혜영 대표, 보그닷컴의 디지털 에디터 홍국화, 비디오그래퍼 정다운이었다. 일부러 이런 인물들을 선택한 건지 물었다. “사실 프로필을 보지 않았어요. 사진만 보고 골랐죠. 셀러브리티들을 피해간 건 확실히 우연의 일치예요.”

그는 전통 깊은 패션 하우스의 기존 컬렉션 발표 주기를 따르는 동시에 새로운 디자인 작업 방식을 도입했다. 디자이너와 하우스는 서로에게 필요한 게 무인지 안다.

그는 전통 깊은 패션 하우스의 기존 컬렉션 발표 주기를 따르는 동시에 새로운 디자인 작업 방식을 도입했다. 디자이너와 하우스는 서로에게 필요한 게 무인지 안다.

그는 열한 살이던 1993년에 내전을 피해 가족들과 함께 그루지야의 고향 집을 떠났고 이후로 7년 동안 러시아, 우크라이나, 독일을 전전했다. 그의 아버지는 다른 나라, 다른 도시로 옮길 때마다 다른 직업을 전전해야 했고, 그는 2년마다 전학을 가야 했다. “유년기는 같은 곳에서 익숙한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는 시기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학교를 옮길 때마다 새로운 사람들에게 적응할지 아니면 따돌림을 당할지, 스스로 증명해야 했어요. 유익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나 자신을 강하게 만드는 좋은 연습이었으니까요. 그렇지만 청소년기였던 당시엔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죠.”

뎀나 바잘리아가 직접 선택한 서울 여자들이 평일 오후, 한적한 서울 골목에 섰다. 그의 발렌시아가 데뷔 컬렉션은 여느 서울 여자들처럼 평범한 동시에 특별한 이들과 공통점을 가진다.

뎀나 바잘리아가 직접 선택한 서울 여자들이 평일 오후, 한적한 서울 골목에 섰다. 그의 발렌시아가 데뷔 컬렉션은 여느 서울 여자들처럼 평범한 동시에 특별한 이들과 공통점을 가진다.

20대 초에 그가 패션을 공부하고 싶었던 곳은 앤트워프가 아니라 런던이었다.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에서 공부하는 편이 재정상 더 수월했거든요. 물론 그 학교를 다니는 건 굉장히 어려웠죠. 공부하는 4년 동안 거의 잠을 못 잤으니까요. 학생들에게 많은 걸 요구하는 학교인 데다 당시 난 재봉틀의 어느 버튼을 눌러야 옷에 스티치를 할 수 있는지조차도 몰랐어요, 사실 그게 가장 힘든 부분이었죠!”

그는 학교에서 재봉틀 사용법뿐 아니라 패션에 대한 전반적인 걸 배웠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매 순간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과 처음으로 맞닥뜨렸다. “3년이 넘도록 창의성과 패션에 대해 꿈꾸는 법을 배웠어요. 공부가 거의 끝나갈 때쯤 지도 교수인 린다 로파(Linda Loppa)가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더군요. “누가 이 옷을 입고 싶어 할까?” 그건 중요한 질문이었어요. 그전까지는 단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이후로 전 피팅을 하거나 무언가를 볼 때 늘 자문하곤 합니다. 누가 이걸 입고 싶어 할까? 바로 그 질문이 패션 디자인을 실제로 입을 수 있는 상품으로 만드는 겁니다. 그게 학교에서 얻은 가장 큰 배움이죠.”

보그닷컴의 홍국화 에디터. 보그 온라인과 SNS에 끊임없이 핫한 소식을 올리는 주인공. 패션계에 대한 호기심과 애정, 열정으로 가득하다.

보그닷컴의 홍국화 에디터. 보그 온라인과 SNS에 끊임없이 핫한 소식을 올리는 주인공. 패션계에 대한 호기심과 애정, 열정으로 가득하다.

“소통이자 창의적인 메시지를 만드는 겁니다. 저한테 패션의 본질은 예술이 아니에요. 물론 창의적인 방식으로 미적 취향을 만들어내는 작업이지만, 옷은 최종적으로 누군가의 몸에 입혀져서 그 사람의 언어가 되니까요.”

“저는 볼륨과 형태에 대한 디자인을 많이 하는 편이죠.” 그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 방식은 작업 중인 옷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드레스에 적용한 실루엣은 코트에도 적용할 수 있어요. 그렇지만 저에게 드레스와 코트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모든 룩을 각각 독립적으로 생각하죠. 하나의 주제를 정해서 컬렉션 전체를 거기에 끼워 맞추지 않아요.”

YG의 스타일리스트 지은. 사람들의 선입견과 달리 그녀는 워커홀릭이다. 촬영 전날까지 일본에서 일이 있던 그녀는 인천 공항에서 스튜디오로 바로 달려왔다.

YG의 스타일리스트 지은. 사람들의 선입견과 달리 그녀는 워커홀릭이다. 촬영 전날까지 일본에서 일이 있던 그녀는 인천 공항에서 스튜디오로 바로 달려왔다.

“1993년까지 사회주의 국가에 가까운 환경에서 자랐고 학교의 모든 아이들이 똑같은 유니폼을 입었어요. 입고 싶은 대로 입을 수 없었죠. 소비에트 유니언 같은 큰 나라에 8,000~9,000만 명이 입을 옷을 만드는 공장이 고작 열 개뿐이었다고요! 한번은 크롭트 팬츠를 입고 싶어서 교복 바지를 자르는 바람에 부모님이 학교에 불려간 적도 있어요. 가능성, 정보, 모든 것이 결여된 상황이 뭔가 다른 걸 만들고, 다르게 생각하고 싶은 욕구를 갖게 했을 거예요. 모두가 다르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거죠. 그래서 우리는 더욱 창의적이어야만 했던 거고요.”

비디오그래퍼 정다운. 혁오 밴드와 동고동락하며 그들의 다큐멘터리 기록 작업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영화감독 이종필의 차기작 촬영감독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비디오그래퍼 정다운. 혁오 밴드와 동고동락하며 그들의 다큐멘터리 기록 작업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영화감독 이종필의 차기작 촬영감독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꾸뛰르적 태도를 전혀 꾸뛰르적이지 않은 옷으로 재건하는 것이 그의 첫 과제였다. “파카, 다운 재킷 안에 아카이브에서 본 옷의 이미지와 그 이미지가 보여주는 태도를 담는 겁니다. 완전히 2016년적인 틀 안에서 동시대적 방식으로 발렌시아가의 태도를 가지는 거죠.” 그는 하우스의 아카이브에서 책에서만 봤던 옷을 실제로 본 경험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그는 패션사에 기록된 옷의 실물을 봤다는 사실에 감동하는 부류가 아니다. “발렌시아가의 옷은 워낙 볼륨이 큰 데다가 당시 신기술로 직조한 가자르 원단을 사용해 당연히 무거울 거라고 예상했어요. 실제로 들어보니 얇은 셔츠처럼 가볍더군요! 당시 꾸뛰리에들이 코르셋처럼 몸을 옥죄는 옷을 만들었다는 점에 비춰볼 때 발렌시아가의 실루엣은 어떤 체형도 소화하기 쉽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이었죠. 게다가 착용감이 편하도록 가벼움까지 갖췄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