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인들의 목욕법

포도주로 신생아를 씻기고 당나귀 떼를 몰고 다니며 그 젖으로 목욕을 즐긴다? 기괴해 보이지만 ‘기원전의 욕실’은 과학적 혜안으로 가득하다.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한 고대인들의 목욕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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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 COOL

독일어로 ‘사내다운 면모가 부족한 사람’을 일컫는 단어, ‘바름두셰’. 그 어원은 ‘따뜻한 물로 샤워하는 사람’이다. 온수에 의문의 1패를 안긴 근원지는 고대 그리스의 김나지움. 남자들은 용맹하게 근육을 단련한 뒤 냉수욕을 했다. 상남자의 인내를 뽐내기 위함만은 아니다. 그들은 냉수마찰의 의학적 효능을 믿었다. 그리스의 의사, 아스클레피아데스는 “피를 보는 것보다 환자를 목욕시키는 편이 더 낫다”고 주장한 냉수욕 대표 추종자. 그러나 로마인의 생각은 좀 달랐다. 자고로 온탕, 열탕, 냉탕을 모두 갖춰야 목욕탕이라 인정받았고, 뜨거운 물, 찬물 순으로 옮겨 다니며 입욕을 하는 것이 기본 목욕법이었으니까. 스파머시 & 스파에코 진산호 대표의 해설은 이렇다. “냉온욕을 하면 신진대사가 활발해져요.” 그뿐만 아니라 각종 통증부터 만성피로, 스트레스 해소까지 만병에 효과적인 치유법이라는 설명이다. 식이 조절까지 가능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스파데이 장현숙 부원장은 인슐린 분비가 억제된다고 전한다. “식욕 중추 기능을 통제해주니 과식이나 편식을 고쳐주는 효험이 있는거죠.” 고대인들, 이런 효과를 모두 알고 있었던 걸까?

At Home
대체 어떤 온도가 ‘온’이고 ‘열’이며 ‘냉’일까? 체온과 비슷한 36~37℃가 온탕, 열탕은 41~43℃, 냉탕은 14~15℃가 적당하다. 장현숙 부원장은 중요한 건 찬물과 뜨거운 물의 온도 차라고 강조한다. 적어도 30℃ 정도는 차이가 나는 두 탕에서 각 1분씩, 10회 정도 반복해 몸을 담가야 효과가 좋다. 욕조가 하나뿐인 나의 욕실? 온욕은 욕조에서 누리고 냉욕의 효과는 샤워기의 찬물을 활용하자. 욕조조차 없다면 진산호 대표의 아이디어가 도움이 된다. “찬물을 적신 배스 타월을 어깨에 두르세요. 견딜 수 있을 정도까지 뜨겁게 온도를 올린 물을 배꼽 아래부터 발끝까지 연속적으로 뿌려줍니다.”

 

STEAM SAUNA

로마의 목욕탕에 필수적인 시설이 하나 더 있었다.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한증막. 전문가들은 뜨거운 수증기를 이용하는 증기욕이 체온 상승과 디톡스에 매우 효과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증막 안의 온도가 높아지면 탕 안 공기 속의 이온 함유량도 급격히 늘어나는데 이런 변화가 근육의 피로를 쉽게 풀어준다는 얘기다.

At Home
사우나에서 오래 버티기 경쟁을 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다. 증기욕의 핵심은 ‘짧게’ ‘호흡기를 지키는’ 거니까. 85~95℃에서 10분, 뜨거운 공기가 호흡기에 무리를 주지 않도록 마른 수건으로 얼굴을 덮자. 단시간에 수분과 노폐물을 배출하느라 피부는 탄력을 잃고 혈관은 팽창된 상태니, 직후에 찬물 샤워로 자극을 주는 것은 금물이다. 대안은 차갑게 만든 보디 크림. 탄력도 주고 수분 손실도 막는 현명한 방법이다.

 

MOVE, MOVE!

로마 최고의 철학가로 칭송받는 세네카, 그가 남긴 기록 중 목욕탕에 대한 지극히 사적인 불평이 있다. “우리 집 아래층에 공중목욕탕이 있다. 정말 참기 힘든 갖가지 소음을 한번 떠올려보라. 혈기를 주체하지 못하는 자들이 아령을 이리저리 흔들며 운동을 할 때면 끙끙대거나 씩씩대는 소리가 들린다.” 실제로 로마 목욕탕 탈의실 밖에는 넓은 풀밭 운동장이 있었고, 남성 입욕객들은 벌거벗은 몸에 기름을 바른 채로 레슬링, 달리기 등을 즐겼다. 근육이 충분히 달아오르면 먼지와 땀으로 범벅이 된 오일을 긁어내고 미온수에 몸을 담그는 것이 수순. 유명한 운동선수나 검투사가 손수 긁어낸 오일은 작은 유리병에 담겨 팬들에게 판매됐고, 로마 여인들 중 그것을 얼굴에 크림처럼 바른 경우도 있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사료로 전해진다.

At Home
진산호 대표는 오히려 운동과 목욕의 순서를 바꿔보길 권한다. “운동하기 전에 목욕을 하면 스트레칭을 한 듯한 효과를 얻을 수 있거든요.” 오히려 근육이 피곤한 상태에서 바로 탕에 들어가면 몸의 기능이 전신 순환에 집중되며 운동 시 생긴 젖산을 배출하는 데는 소홀해진다. 그러니 격하게 근육을 움직인 뒤라면 그리스식으로 시원한 샤워가 좋겠다. 입욕은 30분 후 체온보다 높은 온도로 즐기도록.

 

ALCOHOL DETOX

스파르타에는 포도주로 신생아를 씻기는 관습이 있었고 클레오파트라는 맥주 목욕을 즐겼다. 청주, 브랜디, 막걸리까지… 술 목욕은 세계 어느 나라의 역사책에든 꼭 등장하는 단골 테마. 그도 그럴 것이 단시간에 디톡스 효과를 보기에 술만큼 좋은 재료가 없다. 게다가 AHA 성분이 각질 제거를 돕고 와인의 폴리페놀이나 발효주의 글루타티온 같은 성분은 노화까지 예방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불로’를 갈망하는 모든 여인의 미용법으로 기록될 만하지 않은가.

At Home
이제 술도 피부에 양보할 차례. 먼저 욕조에 30~40℃ 정도의 더운 물을 반쯤 채우고 술을 700ml 정도 붓는다. 그런 뒤 명치 부분까지 몸을 담그고 팔은 잠기지 않게 노출시킨다. 술 특유의 냄새가 싫은가? 벨라체 스파 김은경 원장처럼 아로마 오일을 함께 사용하자. “지성이라면 티트리와 주니퍼, 건성은 재스민과 로즈가 효과적이고 예민한 피부라면 막걸리와 진저 혹은 캐모마일 오일을 매치하길 권합니다.” 족욕도 비슷한 디톡스 효과를 얻을 수 있으니 오늘 밤부터 두 발을 마주치며 건배!

 

MILKY WAY

예뻐진다면 오줌 목욕까지 불사했던 클레오파트라. 그녀의 여행길 역시 특별했다. 1,000마리의 당나귀를 데리고 다니며 천유, 즉 당나귀 젖으로 목욕을 즐겼다. 우유를 썩혀 아로마와 섞은 마사지 크림은 또 어떤가. 기괴하게 들리지만 ‘젖목욕’은 사막의 모래바람 속에서도 늘 맨들맨들 촉촉한 피부를 유지하고자 했던 그녀의 절절한 노력이었다. 실제로 우유 속에는 묵은 각질을 제거하는 젖산, 보습과 재생에효과가 좋은 각종 미네랄이 풍부하다. 비타민 A가 피부 점막을 보호해 저항력을 높여주기도 한다. 장기적으로 사용하면 미백 효과까지 있으니 그리스인과 마케도니아 왕통의 혼혈인이었던 그녀가 이집트인들과 구별되는 흰 피부를 뽐내기 위해 최고의 선택을 한 셈. 클레오파트라가 나귀 떼를 몰고 도착한 미용 원정지는 사해. 사해의 소금으로 입욕이나 족욕을 하면 강력한 삼투압 작용 덕분에 부기가 쪽 빠진다. 순환이 좋아져 피부 턴오버 주기가 정상화되며 건강한 피부를 갖게 되는 것은 기본이다.

At Home
일주일에 한 번, 작은 컵에 소금을 녹여 따뜻한 물에 희석하고 우유를 네 컵 더한 다음 20분 정도 입욕을 즐겨보자. 사해 소금 마니아, 김은경 원장은 물 없이 족욕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을 귀띔한다. 솔트 두 스푼에 주니퍼나 진저 같은 아로마 오일을 10방울 떨어뜨리고 모이스처라이저 한 스푼과 잘 섞는다. 이걸 발목까지 바르고 거즈와 비닐봉지로 감싼 뒤 30분~1시간 정도 방치하면 끝! 사해 소금을 구하기 힘들다면 질 좋은 식용 소금을 사용해도 무방하다.

 

(왼쪽부터)에르메스 ‘오 드 만다린 암브레 모이스춰라이징 밤 페이스 앤 바디’. 에너지를 주는 시트러스 향이 일품. 프레쉬 ‘사케 배스’. 술 냄새를 견디기 힘들다면 좋은 대안이다. 불리 1803 ‘윌 베제딸 멀티 오일’. 비타민 E와 스테롤이 풍부한 백년초 오일은 진정 효과가 뛰어나다. 깔리네스 ‘코쿤 락떼 페이스 마스크’ by 온뜨레. 당나귀 우유로 만든 페이스 마스크. 데콜테까지 바르고 입욕하면 효과 최고! 알키미아 ‘퍼펙트 하모니 블렌드 오일’ by 라페르바. 전통 연금술로 추출해낸 천연 아로마 에센셜 오일.

(왼쪽부터)에르메스 ‘오 드 만다린 암브레 모이스춰라이징 밤 페이스 앤 바디’. 에너지를 주는 시트러스 향이 일품. 프레쉬 ‘사케 배스’. 술 냄새를 견디기 힘들다면 좋은 대안이다. 불리 1803 ‘윌 베제딸 멀티 오일’. 비타민 E와 스테롤이 풍부한 백년초 오일은 진정 효과가 뛰어나다. 깔리네스 ‘코쿤 락떼 페이스 마스크’ by 온뜨레. 당나귀 우유로 만든 페이스 마스크. 데콜테까지 바르고 입욕하면 효과 최고! 알키미아 ‘퍼펙트 하모니 블렌드 오일’ by 라페르바. 전통 연금술로 추출해낸 천연 아로마 에센셜 오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