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The ‘Editors’ – ① Cho So Hyun

2016.12.12

by VOGUE

    The ‘Editors’ – ① Cho So Hyun

    지금의 <보그 코리아>를 만드는 에디터들은 무엇을 감상하고, 무슨 생각을 하며, 어디를 바라보고 있을까? 지금을 보는 건 다음을 보는 것과 같다. 지금의 <보그> 에디터들 역시 다음을 위한 작은 조각들이니까. – ① 조소현

    조소현, Cho So Hyun
    Senior Features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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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RA YOSHITOMO
    나라 요시토모의 록 스피릿. 그의 소녀들이 저항 정신을 삐죽삐죽 드러낼 때면 울고 싶을 때 울고, 소리 지르고 싶을 때 소리를 질러도 된다는 사실에 안도하게 된다.

    SWEETPEA
    김민규의 음성을 통과하면 키스, 레모네이드 같은 미끌거리는 단어는 담박해지고, 미풍, 풀잎 같은 싱그러운 단어는 담담해진다. 스위트피의 노래에서는 정직한 감정이 커다랗게 들린다.

    USUHARI
    우스하리 잔의 두께는 1mm도 되지 않는다. 맥주와 나 사이 거리도 그렇다.

    MANDU
    만두를 먹을 때면 포근포근한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 것만 같다.

    YOSHIDA AKIMI
    계절의 한순간을 그림과 제목으로 완벽하게 담아낸 표지. 요시다 아키미의 <바닷마을 다이어리> 표지를 본 뒤부터 실제 두 눈으로 본 풍경이 수채화 그림으로 기억되는 신기한 경험을 하곤 한다.

    KAWECO SPORT
    국적이 느껴지지 않는 브랜드명이 좋고, 포켓 펜임에도 펜촉이 당당해서 좋다. 블루 블랙 카트리지를 끼우고 한 글자씩 써 내려갈 때면 필력이 좋아진 것 같은 착각이 들어 다시 한 번 좋다.

    SAKURA
    벚꽃이 들어가 있으면 무엇이든 사고 보는 습관이 있다. 하지만 대체로 맛은 없다. 와인, 차, 맥주, 커피, 사탕, 빵 등 모두 그랬다. 그래도 끊임없이 산다. 쓰타야 서점에서 집어 들었던 사진집에는 비현실적인 벚꽃 풍경을 현실적으로 찍어놓은 사진이 가득하다.

    RAINBOW MAKER
    피곤한 하루의 마지막 순간, 두 눈을 감기 전, 무엇을 볼 것인가. 나는 밤마다 내 손으로 무지개 빔 조명 버튼을 눌러 일곱 빛깔 무지개를 띄운다.

    LUSH
    ‘KERBSIDE VIOLET’ 러쉬의 향수 ‘커브사이드 바이올렛’의 향기를 맡고는 지금까지 걷던 길에 제비꽃이 단 한 번도 피어 있지 않았음을 확신했다. 이렇게 좋은 향기에 발걸음이 멈추지 않았을 리 없을 테니까.

    KEDS TRIPLE
    굽 높이 덕분만은 아니다. 다리 라인이 가장 예뻐 보이는 스니커즈.

    《MICROBE & GASOLINE》
    자신이 가진 가능성을 짐작도 못하는 아름다운 생명체들을 보는 일은 정말이지 즐겁다. 쓸데없는 일에 골몰하는 아름다운 소년들을 만끽할 수 있는 영화.

    EUGENIA LOLI
    자고로 먹는 걸로 장난치지 말라고 했거늘 콜라주 아티스트 유지니아 롤리는 먹는 걸로 무엇이든 한다. 절묘한 상상력이 몹시 섹시하다.

    22KITCHEN
    그릇이 음식의 진의를 가려서는 안 되지만 리리키친 그릇에는 주인공 자리를 내주고 싶어진다. 리리키친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존재하는 물건’을 ‘코리안 레트로’라고 부른다.

    SRIRACHA SAUCE
    뉴요커들은 스리라차 소스를 시리얼에 뿌려 먹고, 나는 도시락용 조미 김에 뿌려 먹는다.

      에디터
      조소현
      포토그래퍼
      KIM YOUNG HOON, LEE HYUN SEOK,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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