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휴식법

스트레스가 머리 끝까지 차 올랐으나, 지금 당장 몰디브 해변으로 달려갈 수 없는 당신을 위한 본능적이고 스마트한 휴식법 제안.

With The Beatles

언젠가부터 휴식조차 미루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모자란 잠은 주말에 몰아서 자고, 스트레스 해소는 여행의 몫이겠거니 차곡차곡 쌓아두고요. 마음 안팎이 유난히 시끄러운 요즘,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명상’을 권합니다. 하지만 가부좌를 하고 앉아 있을 여유조차 없다면, ‘집중’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명상의 기본 원리는 ‘지금 이 순간 하는 일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이니까요. 내일 있을 회의나 오늘 저녁 메뉴 같은 잡생각의 공격 없이 지금 하고 있는 일만 생각할 수 있다면, 분명 ‘휴식’이 될 수 있습니다.

Cropped Hand With Green Slime Against Black Background

배우 이수경은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문방구에서 ‘액체 괴물’ 구입하기가 취미라고 밝힌 바 있죠. 액체 괴물은 ‘슬라임(slime)’이라고도 불리는데요. 고체와 액체 사이의 물질로 젤리나 푸딩 같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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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임을 만져보면 촉감이 상당히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야말로 말랑말랑하고 촉촉합니다! 양쪽으로 펼치면 쭈욱 늘어나는데, 아무리 꾹꾹 눌러도 곧 본래 모습으로 돌아온답니다. 저는 얼마 전 ‘플라잉타이거 코펜하겐’에서 슬라임을 구입했는데요. 만지작거리고 있으면 신기할 정도로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아동심리상담가 이은주는 찰흙놀이를 했을 때 이완되는 것과 같은 원리라며, 실제로 불안감이 높은 아이들을 치료할 때 촉감놀이를 활용한다고 말했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슬라임을 꾹꾹 누르는 영상들이 #stressfree, #relax 같은 태그를 달고 높은 조회수를 기록 중입니다. 색깔과 종류가 다양하고 취향에 따라 구슬이나 반짝이 등을 섞기도 한답니다.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고 펼쳤다가 주무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야말로 ‘무념무상’ 상태로 돌입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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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임을 누를 때 나는 소리는 ASMR을 선사하는데요. ASMR은 자율 감각 쾌락 반응(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의 줄임말로, 기분 좋게 편안함을 주는 소리로 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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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시작한 리츠 크래커 광고를 보면서 어깨 뒤쪽으로 소름이 돋는 기분이 들었다면, 바로‘ASMR’를 경험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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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유튜브에서 ‘ASMR’을 검색하면 수백만 개의 영상이 조회되는데요. 젤리 먹는 소리, 책장 넘기는 소리, 비누 깎는 소리, 비닐을 뜯는 소리, 귀 파는 소리, 나뭇잎을 쓰다듬는 소리 등 그야말로 창의적인 소리로 가득합니다.

Preview Of Upgraded Apple Store In Regent Street
굳이 영상을 쳐다 볼 필요 없이 이어폰을 꽂고 재생 버튼을 누른 뒤 눈을 감아보세요. 장면이 상상되기 보다는 아무 것도 하지 않게 되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을 겁니다. 후라이드 치킨을 먹는 소리를 듣고 있어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시간이 흐르면 어떤 소리를 듣고 있는지 전혀 의식을 하지 않게 됩니다. 마치 소리가 외부로부터 자극을 박아주는 보호막이 되어 준다고 해야 할까요.
Relaxing In The Sun
휴식이란 결국 불필요한 생각의 고리를 끊어내는 일입니다. <이브닝 스탠더드>지 모렌 클리브 기자는 존 레논을 두고 영국에서 가장 게으른 인간이라며 거의 무한정 잠을 잔다고 말했다죠. 존 레논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순간이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낸 것 아닐까요. 2017년을 사는 우리에게도 그 순간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