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The Future is Ours

2017.01.02

by VOGUE

    The Future is Ours

    패션 미래는 혜성처럼 등장한 신예들의 손에 달린 게 아니다. 멋진 신세계는 준비된 자들만 이룩할 수 있다. 2017년 〈보그〉가 주시하는 젊은 브랜드 여섯을 파리와 서울에서 만났다.

    WANDA NYLON
    Johanna Senyk

    금빛 본디드 코튼으로 만든 후드 재킷과 버뮤다 쇼츠, 실크 톱과 흰색 가죽 부츠, 메탈 네크리스는  완다 나일론(Wanda Nylon).

    금빛 본디드 코튼으로 만든 후드 재킷과 버뮤다 쇼츠, 실크 톱과 흰색 가죽 부츠, 메탈 네크리스는 완다 나일론(Wanda Nylon).

    몇 년 전 로지 헌팅턴 휘틀리가 전라로 <Lui> 매거진 표지를 장식했을 때, 그녀가 걸친 건 오로지 완다 나일론의 투명 레인 코트. 프랑스 <보그> 편집장도 이 비닐 트렌치 코트를 입은 모습이 포착된 적 있다. 이제 막 세간의 관심을 받기 시작하는 브랜드에 특정 이미지가 박힌 건 과연 나쁜 일일까? “사람들이 제 브랜드를 떠올릴 때 어떤 이미지가 있다는 건 자랑스러운 일이죠. 그리고 브랜드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든 그들의 자유죠. 투명 레인 코트는 우리의 시작점과 같았어요. 흥미진진하고 좋은 일이 모두 레인 코트로 주목받은 이후에 일어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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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웨이는 완다 나일론이 생각하는 여성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방식이에요. 이들은 강인한 성격의 소유자에 열정을 지녔고 무엇도 겁내지 않아요. 뒤돌아보지 않고 걸으며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 알죠.” 이렇듯 거침없는 디자이너의 시야는 파리를 넘어선 지 오래다. “완다 나일론이 파리 브랜드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매 시즌 해외에서 반응이 더 좋아요. 저는 폴란드 이민 가정에서 자랐어요. 제 스스로 파리지엔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죠. 심지어 사무실엔 파리 출신이 한 명도 없다니까요!” 조안나에게 파리는 애증의 도시다. “파리에서 디자이너로 살려면 늘 시간에 쫓기고 최신의 것을 봐야 해요. 반대로, 파리는 기회죠. 이곳에서 일한다는 건 특권이에요. 파리는 전 세계 패션의 수도예요.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모델: 신현지 / 헤어 스타일리스트: 마이크 데시르(Mike Desir) / 메이크업 아티스트: 크리스티나 루츠(Christina Lutz)

    87MM
    Kim Won 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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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기의 슬로건은 서울의 유스 컬처였어요. 지금은 그런 말을 하지 않아요. 그런 브랜드는 이미 300개나 생겼거든요. 브랜드를 함께 시작한 박지운과도 이제 ‘유스’는 버리자고 얘기하죠.” 서울에서 만들고 싶은 옷을 만들 수 있는 레벨에 도달한 그들은 오히려 옷의 세부를 제대로 보여주려는 욕망이 생겼다. “재킷 안을 구성하는 요소나 포켓 등 쇼를 통해선 보여주기 힘든 디테일이 많아요. 그래서 옷을 좀더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프레젠테이션도 고려하는 중이에요.” 어떤 장소든 어떤 형태든 상관없을 것이다. 계속해서 87MM을 보러 오는 사람들은 더 많을 테니까.

    모델: 정혁채, 박경진 / 헤어 스타일리스트: 조미연 / 메이크업 아티스트: 유혜수

    SURREAL BUT NICE
    Lee Su Hyoung & Lee En K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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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리얼벗나이스에는 밀리터리 요소가 늘 포함돼 있어요. 그 포커스를 어디에 맞추느냐에 따라 디자인이 달라지죠. 지난 시즌이 해군 장교복과 선원의 옷에서 영감을 받았다면 이번에는 코트와 검도 바지를 추가했어요.” 성수동 작업실에 걸린 옷을 보니, 드레이핑, 벨트, 단추 등 모든 요소에 존재의 이유가 있었다. “대부분의 여성복이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이라면, 서리얼벗나이스는 좀더 ‘기능에 충실한 디자인’을 합니다.”

    이처럼 그들의 옷은 컬렉션이 끝난 뒤 다시 봐야 진가가 더 드러난다. “어느 해외 바이어가 그러더군요. 쇼가 끝난 뒤 옷을 바로 보고 싶은데, 그러려면 혼자 서울 곳곳에 흩어진 쇼룸을 돌아다녀야 한다고 말이죠. 패션쇼가 끝난 뒤 한 장소에서 컬렉션을 다시 보는 공간을 마련하면 좋겠어요.”

    모델: 배윤영 / 헤어 스타일리스트: 조미연 / 메이크업 아티스트: 유혜수

    KOCHÉ
    Christelle Ko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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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나이티드 애로우즈의 디렉터 히로후미 쿠리노와 인연이 깊어요. 그는 코셰의 모든 쇼를 보러 왔죠. 그와 얘기하던 중 코셰 컨셉을 그대로 가져오되 파리가 아닌 다른 문화의 도시에서 뭔가를 기획하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코셰가 지금껏 그랬던 대로 쇼장은 야외였고 하라주쿠의 밤거리가 무대였다. “파리에서 했던 대로 길거리 캐스팅을 했어요. 클럽에도 갔죠. 사흘간 열심히 돌아다닌 결과 펑크족, 쿨 키즈 등 다양한 사람들과 유명 인사들을 섭외할 수 있었어요.” 한 발은 파리에, 또 한 발은 파리를 넘어선 세계에 두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스튜디오가 아니면 크리스텔은 뷔트 쇼몽 공원이나 갤러리에 있겠다고 이야기했지만, 지난 몇 년간 일에만 몰두해왔다고 고백했다. “코셰를 미래에도 제가 자랑할 수 있는 브랜드로 만들고 싶어요!”

    모델: 신현지 / 헤어 스타일리스트: 마이크 데시르(Mike Desir) / 메이크업 아티스트: 크리스티나 루츠(Christina Lutz)

    Y/PROJECT
    Glenn Mart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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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랑드르 회화에 나오는 조용한 마을 브뤼허 출신인 글렌은 실내 건축을 전공했다. “그땐 너무 어렸고 프로 세계에 뛰어드는 건 무책임하다고 여겼어요.” 미래에 뭘 해야 할지 막막했던 그는 패션에 관계된 일을 한다면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에 무작정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에 들어갔다. “끔찍했어요. 저는 마르지엘라라는 이름을 들어보지도 못했거든요.” 곡절 끝에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는 졸업했다(동창 중 한 명이 베트멍의 뎀나 바잘리아다). 대부분의 패션 학도가 그랬듯 글렌 역시 유명 디자이너의 꿈을 품었을 것이다. “드리스 반 노튼처럼 되고 싶었어요. 장미 정원으로 둘러싸인 성에 살기 때문이죠. 그곳 연못에는 백조가 수영하고 있다더군요.” 비록 성에 살진 않지만 글렌은 현재의 삶에 꽤 만족하는 눈치다. “와이프로젝트는 모두를 위한 공간이에요. 쇼룸에는 나일론 봄버 재킷 옆에 해리스 트위드로 만든 블레이저가 걸려 있고, 탈색한 데님과 뷔스티에 드레스도 걸려 있죠. 할아버지, 엄마, 어린 시절 친구, 지난주 클럽에서 마주친 소녀가 우리 옷을 입고 있는 걸 봅니다. 기분이 정말 끝내주죠. 와이프로젝트가 우리가 사는 다양한 사회, ‘멜팅팟’을 반영하니까요.”

    모델: 신현지 / 헤어 스타일리스트: 오드리 랑베르(Audrey Lambert) / 메이크업 아티스트: 크리스티나 루츠(Christina Lutz)

    YCH
    Yoon Choon 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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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두 번째 시즌이지만 윤춘호는 YCH를 포함한 멀티태스킹에 집중하고 있다. 기본형 아이템으로 구성된 브랜드 ‘스모어(S’MORE)’는 12월에 새 아이템을 제안해야 하고, 2017년에는 가방 브랜드도 론칭 예정. 하나의 컬렉션을 끝내고 스태프들은 휴가를 떠났지만 그는 여전히 ‘열일’ 중이다. “스모어를 만든 이유는 젊은 친구들이 뭘 생각하는지 놓치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또 가방 브랜드는 한국에서 흔히 눈에 띄는 디자인은 아닐 거예요. 가방의 본질은 크게 놓치지 않으면서 무엇보다 윤춘호답게 만들 겁니다.” YCH의 첫 시즌은 홍콩 레인 크로포드에 진열됐다. 그리고 2017년에는 밀라노와 뉴욕까지 확장할 예정이다. “서울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모델: 배윤영, 박경진 / 헤어 스타일리스트: 조미연 / 메이크업 아티스트: 유혜수
      에디터
      남현지
      포토그래퍼
      CHRISTOPHE ROUÉ, CHUN HIM C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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