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의 그림책

무라카미 하루키, 마돈나, 요조, 나라 요시토모, 마스다 미리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동화책을 썼다는 사실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그림책

후와후와(글 무라카미 하루키·그림 안자이 미즈마루/비채) 

‘후와후와’는 소파가 푹신하게 부풀어 있는 모습이라든지, 구름이 가볍게 둥실 떠 있는 모습 혹은 고양이 털처럼 보드랍고 가벼운 상태를 표현하는 말이다. 제목에서 눈치 챌 수 있듯 <후와후와>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어릴 적 친구였던 고양이 이야기다. 책을 읽어보면 ‘’늙고 커다란 암고양이를 향한 사랑의 시’라고 해도 손색이 없겠는걸’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데, 그만큼 작가의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 있다. 그림책이라고는 하지만 그림보다 글이 더 많고, 고양이를 향한 마음이 추상적이기도 해서 어린 아이들은 전혀 좋아하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넓은 목욕탕처럼 정적이 흐르는 오후’, ‘갓 생겨난 지구처럼 보드라운 배’, ‘익숙한 흙탕물처럼 뒤엉킨 둘’, ‘해의 온기를 한껏 빨아들이고 눈부시게 빛나는 고양이’ 따위의 표현들이 너무 좋아서 고양이 등을 가만가만 쓸어주듯 곱씹고 싶은 책이다.

 

마돈나의 그림책

잉글리시 로즈(글 마돈나·그림 제프리 플비마리/문학사상사)

<잉글리시 로즈>는 소녀들이 겪는 질투와 따돌림 그리고 우정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다. 자그마치 14년 전에 지어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패션 일러스트북처럼 패셔너블하기만 하다. 소녀일 때 세상은 분명 무채색보다는 알록달록한 원색에 가까웠다. 네 소녀와 한 소녀의 이야기는 친구가 세상의 중심이었던 우리 모두의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한다. 이야기는 “믿지 못하시겠다고요? 그렇다면 가서 직접 확인해 보세요. 이건 절대 내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랍니다”라고 끝나지만 어머니 없이 자랐던 마돈나의 어린 시절과 유명인 어머니를 둔 탓에 따돌림을 당했던 딸의 경험이 영감이 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마돈나는 책 판매로 발생하는 수익금을 모두 어린이정신문화기금에 기부했다.

 

요조의 그림책

이구아나(글 요조·그림 토끼도둑/책방무사)

요조가 좋아하는 책과 추천하고 싶은 책을 모아 놓은 서점 ‘책방무사’를 운영하며 펴낸 책이다. 한 남자 아이가 말도 없고 낯설기만 한 이구아나에게 마음을 여는 과정을 그렸다. 남자 아이가 이구아나에게 마음을 주는 계기는 많은 것을 함께 응시하게 되면서부터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존재는 무서울 때, 눈물이 멈추지 않을 때, 숨이 막힐 때에도 존재만으로 위로가 된다. 정성스럽게 깎은 색연필로 그린 것만 같은 이구아나는 듬직한 수호신처럼 느껴진다. 잠들기 전, 머리맡에 두고 자고 싶은 책이다.

 

나라 요시토모의 그림책

너를 만나 행복해(글·그림 나라 요시토모/살림어린이)

<너를 만나 행복해>에는 너무 크기 때문에 외톨이인 강아지, 유일하게 그 강아지를 알아보는 소녀가 친구가 되어가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작가가 강아지나 소녀가 되어보기라도 한 듯, 신기할 정도로 그들 눈높이에 맞춰 그려져 있다. 너무 커서 아무도 볼 수 없다는 발상, 소녀와 강아지가 서로 눈이 마주쳤을 때 장면 묘사 등이 신선하고 귀여워서 보는 내내 미소가 절로 떠오른다. 글을 제외하면 작품집이라고 불러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나라 요시토모의 사랑스러운 그림들로 가득한데, 페이지를 조심스럽게 잘라 액자에 끼워놓고 싶을 정도다. 작가는 이 책을 내며 “<베를린 천사의 시>라는 영화의 처음에 나오듯이 사람들은 모두 어린아이였던 적이 있지요. 그래서 나의 작품에는 어린 아이가 늘 주인공입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마스다 미리의 그림책

빨리빨리라고 말하지 마세요(글 마스다 미리·그림 히라사와 잇페이/뜨인돌어린이)

여자의 심리를 진솔하고 따뜻하게 그리는 마스다 미리는 그림책을 좋아하는 작가다. 스무 권의 그림책에 얽혀 있는 추억을 에세이와 만화로 풀어낸 <어른 초등학생>에서 작가는 ‘그림책은 어른인 자신을 지키는 토대가 되어준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에 출간된 그림책은 <빨리빨리라고 말하지 마세요>를 비롯해 3권인데 담겨 있는 메시지가 성인을 대상으로 썼던 책들과 많이 닮아 있다. 일등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것, 조금 느려도 괜찮다는 것, 우리는 모두 자기만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려주는 듯한 이 그림책들은 작가가 어릴 때 가졌던 고민들에 대한 조언인 듯싶다. 마음이 한없이 쪼그라들 때 읽어보길 권하고 싶은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