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의 트렌드, 라곰을 아십니까?

우리에게는 21세기형 정의가 절실하지만, 그래도 우리 개인에게 행복은 중요하다. 휘게에서 라곰까지, 요즘 행복을 정의하는 단어에 대해서.

Young woman sitting by fireplace reading book

<뉴요커>에 따르면  2016년 옥스퍼드 사전에 등록된 신조어 중 가장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휘게(Hygge)’다. ‘안락함’ ‘편안함’ 등을 의미하는 이 덴마크어는 지난해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전세계의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했다. 영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마이크 비킹(Meik Wiking)의 책 <휘게 라이프, 편안하게 함께 따뜻하게-덴마크 행복의 원천(The Little Book of Hygge: Danish Secrets to Happy Living)>은 한국 서점가에서도 주목 받았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휘게를 다룬 책이 20여 권이나 출판되었고 현재 출간을 기다리는 책도 꽤 많다는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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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보그> 미국판은 휘게를 잇는 2017년의 트렌드로 ‘라곰(Lagom)’을 제시했다. 위키페디아를 찾아보니 라곰은 ‘너무 많지도, 너무 적지도 않은’이라는 개념의 스웨덴어로, ‘충분한’ ‘넉넉한’ ‘적절한’ ‘딱 좋은’ 정도로 통용되고 있다. 언뜻 휘게와 비슷하긴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휘게가 따뜻한 모닥불 곁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때의 충만한 ‘느낌’에 집중한다면, 라곰은 절제의 ‘정신’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꾸준히 사랑 받는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을 떠올려보자. 한국에서야 인테리어 디자인의 ‘스테디셀러 트렌드’ 이지만, 원래는 추운 날씨 탓에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긴 이들이 발명한 ‘철학’과도 같다. 실용적이고, 기능적이며, 과한 장식은 없지만 그래도 멋있는 건 디자인이 근사하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휘게에서 라곰으로 이어지는 이런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관심은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화제가 된 ‘단순한 삶(심플 라이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단순한’이라는 단어에는 ‘그러나 행복한’을 전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휘게’ ‘라곰’ 같은 명확한 단어는 일종의 무브먼트처럼 우리로 하여금 구체적인 실천을 하게끔 독려한다.

영국에서는 2014년에 이미 <Lagom>이라는 잡지(readlagom.com)가 창간됐다. 화려하진 않지만 균형 잡힌 삶에 초점을 맞춘 잡지로 브리스톨에 사는 젊은 커플이 창안한 것. 스웨덴 가구 회사인 이케아는 최근 <Live Lagom Project>를 공개했는데, 자신들의 기업정신에 지속가능성을 추가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라곰’을 검색해 보니 최근에 런칭한(듯 보이는) 화장품이 맨 위에 뜬다. 휘게든, 라곰이든 북유럽의 이야기일 뿐, 한국에서는 그림의 떡이라는 얘기인가? 어쨌든 분명한 건 정신적으로든 물질적으로든 검소하기에 더욱 풍요로운 ‘라곰’의 정신이 어쩌면 혼란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썩 유용할 거라는 희망이다. 이 모든 상황의 괴로움은 욕심에서부터 비롯되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