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forgettable Moment – ①

사진 한 장을 위해 전국 팔도를 누비는 패션 사진가들에게 여행지로 다시 찾고 싶은 촬영지를 물었다. 기왕이면 사람들이 붐비지 않는 곳으로. 남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는 이들의 하드디스크 깊숙이 숨겨져 있던 풍경 이야기.

 

동해 망상해변

어느 날 정신 놓고 발길 닿는 곳으로 가고 있다면 망상해변을 향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언제나 익숙한 곳이고, 비어있는 스케치북 같은 곳이다. 이름도 망상해변. 남북으로 뻗은 동해안에서 유독 망상해변은 북쪽을 향해 비스듬히 누워 있어 바다 위의 하늘 색이 가장 아름답다. 사진을 위해 계산된 이유로 찾기 시작했지만 그런 맑고 푸른 하늘을 쉽게 허락하진 않아 더 매력적인 곳이다. – 김보성

 

대관령 사파리 목장 펜션

양떼목장 하면 초원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양떼 그리고 평화를 상상하게 되지만 실제 그곳은 인파로 북적일 때가 더 많다. 대관령 사파리 목장 펜션은 그 가운데 고요한 태풍의 눈 같다. 새벽 안개가 자욱할 무렵 능선을 따라 올라가면, 가슴이 뻥 뚫린다는 말의 진짜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 봄과 여름에 초록이 우거지고, 가을에 낙엽이 덮이고, 겨울에는 눈이 쌓인다. 그 자연스러운 원리를 이곳에서 정직하게 본다. 양들이 노니는 언덕이 있고, 산책로가 있으며, 하룻밤을 묵어갈 숙소가 있다. 근처 횡계에는 맛있는 정육식당도 있다. – 김영준

 

통영 추봉도

통영 추봉도1

조용한 섬이다. 푸른빛을 띄는 맑은 바다다. 모래가 아니라 모가 나지 않고 둥근 돌, 몽돌로 이루어져 있어서 맨발로 걸으면 지압을 받고 있는 듯하기도 하다. 해수욕장 뒷편 산책길도 몽돌로 만들어져 있다. 4~5년 전에 부산국제영화제 촬영 끝나고 통영에 갔다가 우연히 들른 곳인데 사실   그 이후에 가본 적은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 머릿속이 복잡하거나 지칠 때 이곳 생각이 많이 난다. 늦은 가을 쌀쌀한데도 참 좋았던 공기가 아직 기억에 남아 있다. 통영은 먹거리도 좋다. 통영 중앙 시장 안에 횟집, 충무김밥이 맛있다. 추봉도는 통영에서 30분 정도 배를 타고 한산도로 가서 다리를 건너가야 한다. 통영, 한산도, 추봉도 세 곳을 같이 둘러보면 좋을 것 같다. – 주용균

 

울진 죽변항 대가실 해변

죽변항 대가실 해변1

해안절벽에 대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고 있는 길은 ‘용의 꿈길’로 불릴 정도로 아름답다. 길을 따라 올라가면 바다가 확 내려다보이는데 그 아찔한 느낌이 좋다. 바다는 투명에 가까운 블루 빛깔을 가졌다. 유명세가 없는 대가실 해변은 고즈넉하지 않지만 사람이 올 것 같진 않은 아담한 느낌이 있다. 사진을 찍었던 이 날은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파도가 거세어 무서울 지경이었지만, 날카로운 젊음이 느껴졌다. – 신선혜

 

한강 난지지구

몸 안 가득한 밀도를 떨어뜨리고 싶을 때 자전거를 타고 북쪽으로 달린다. 달리다 보면 점점 사람들이 사라지고 조금씩 길이 넓어진다. 강남에서 30~40분 내달리면 다다르는 난지지구다. 난지캠핑장 뒤로 돌아가면 우거진 숲이 펼쳐지는데 그 풍경이 생경한 듯 이국적이다. 서울에서는 건물이 높아 해질녘이 되어도 해가 보이지 않지만 이곳에서는 해가 고스란히 한강으로 들어온다. 이 무렵 숲 사이로 떨어지는 빛에 세상이 물든다. 하루 난지 캠핑장에서 머물러도 좋고, 성산대교 방향으로 나가 카페 골목이나 망원 시장을 찾아도 좋겠다. – 김상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