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tty Iconic

오리지널이 없으면 카피도 없다. 공들여 만든 제품은 브랜드의 상징을 뛰어넘어 한 시대의 트렌드를 이끄는 아이콘이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굳건한 오리지널 뷰티의 위력과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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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 5는 조향사 에르네스트 보에 의해 만들어진 향수로 당시 샤넬의 VIP 고객만을 위한 특별 선물용으로 소량 제작됐다. 라 메르 맥스 휴버 박사와 마찬가지로 코코 여사는 상업적으로 향수를 판매할 생각이 없었지만 대체 불가한 관능적 향기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자연스럽게 매장 판매로 이어졌고 별다른 광고 없이도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섹시 스타 마릴린 먼로가 “나는 잠옷 대신 ‘넘버 5’만 뿌리고 잔다”고 말하는 순간 샤넬은 돈 주고 살 수 없는 막강한 유명세를 거머쥐었다. 알다시피 셀럽의 진실된 인증만큼 판매에 좋은 홍보는 없지 않나. 그래서 넘버 5가 탄생한 지 올해로 96년이 흘렀지만 베스트셀러 왕좌는 흔들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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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2년 독일에서 탄생한 마우러앤비르츠사의 ‘4711 오리지널 오 드 콜로뉴’는 시트러스 향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존재로 여겨진다. 단골손님은 나폴레옹. 많게는 한 달에 40병을 비워냈을 정도로 한 몸처럼 지내 ‘나폴레옹 향수’로 불리는 ‘4711 오리지널 오 드 콜로뉴’의 명성에 맞서는 유일한 라이벌이라고는 1893년 나폴레옹 3세의 그녀, 유제니 황후를 위한 선물로 탄생한 겔랑의 ‘코롱 임페리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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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의 수장인 프랑수아 나스는 코파카바나, 말리부, 마우이, 사우스 비치 등 세계 유명 해변에서 영감을 받은 스틱 블러셔 ‘더 멀티플’을 내놨다. 양 볼과 눈꺼풀, 입술에 모두 사용 가능한 멀티형 스틱 블러셔는 블러셔, 아이섀도, 립스틱을 따로 구분하여 쓰던 우리 여자들에게 혁명 같았다. 하지만 나스의 ‘더 멀티플’이 업계 최초의 스틱 블러셔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이는 드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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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 제품으로는 존 프리다의 헤어 에센스를 빼놓을 수 없다. 날씨가 습해지면 머리카락은 부스스해진다. 부스스함을 길들여준다는 의미의 ‘프리즈 이즈 오리지널 세럼’은 당시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던 고민을 해결해주며 화장대 필수품으로 떠올랐고 수십여 개의 미투 브랜드가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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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40년 전 영국에서 탄생한 로레알 헤어스프레이 ‘에르네트’는 지금도 여전히 전 세계에서 1분에 20통씩 팔려나가는 메가 히트 상품이다. 미국을 떠들썩하게 한 9·11 테러 사건으로 인해 2001년 당시 스프레이 통에 담긴 에어로졸 제품은 일체 수하물에 실려선 안 됐다. 하지만 톱 헤어 스타일리스트 오딜질베르의 못 말리는 에르네트 사랑은 뉴욕에서 파리까지 수십 통의 스프레이를 몰래 짐가방에 챙기는 불법행위로 이어졌다. “에르네트 없인 그 어떠한 작업도 불가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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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봐도 한눈에 알아챌 수 있는 핑크와 그린 케이스의 메이블린 마스카라 이야기를 해보자. 자연스러우면서도 풍성한 속눈썹을 연출하는 것도 모자라 번짐 제로의 워터프루프 기능까지 갖춰 시중에 판매하는 마스카라를 통틀어 품질이 가장 뛰어난 제품으로 손꼽히는 ‘그레이트 래쉬’가 없었다면 맥스 팩터의 마스카라처럼 훌륭 한 제품은 아마 이 세상에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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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의 물리학자로 일하던 맥스 휴버 박사는 실험 중 불의의 사고로 화상을 입는다. 보기 싫게 남은 화상 흉터를 치유하기 위해 그는 재생 크림 연구에 돌입했고, 12년간 무려 6,000번의 임상 시험을 통해 라 메르의 근간이자 기적의 성분으로 추앙받는 ‘미라클 브로스’가 탄생했다. 황금빛 원액을 이루는 주재료는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해조류. 여기에 시트러스 오일, 유칼립투스, 맥아, 알팔파, 해바라기 추출물을 더한 뒤 빛과 소리 에너지를 이용해 3~4개월간 저온 발효하는 까다로운 공정을 거쳐야만 한다. 재료의 절반이 바다에서 생산돼 프랑스어로 바다를 의미하는 라 메르의 재생 크림은 애초에 맥스 휴버 박사 자신과 가족을 위한 제품이었다. 그래서 판매는 지인에 한해서만 진행됐지만 탁월한 피부 재생 효과에 대한 소문이 퍼지면서 그의 집 앞은 늘 구매를 원하는 사람들로 붐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