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멍: 파괴적인 스트릿 스타일

이번 시즌에도 역시 다양한 정체성과 개성을 살린 컬렉션을 선보인 베트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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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멍(Vetements) 쇼에 입장하기 위해 주어진 신분증에 젊고 예쁜 노르웨이 여성의 사진이 찍혀 있어, 기분 좋게 쇼장에 입장했다. 파리 퐁피두 센터에서 열린 쇼장의 객석 또한 여유롭고 널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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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쇼가 시작한 순간, 항상 그래왔듯 이번 쇼는 베트멍에게 비즈니스일 뿐, “일반인”에 대한 교활한 해석을 선보일 자리인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사람들을 공항에서 봤더라면 절망적인 표정으로 ‘어떻게 저렇게 평범하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했을텐데. 하지만 곧 디자이너이자 창립자 뎀나 바잘리아(Demna Gvasalia)의 컬렉션 뒤에 많은 의미와 스토리가 담겨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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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2017 A/W 남성복과 여성복 컬렉션 런웨이 무대에 선 사람들은 각양각색의 고정된 이미지의 인물들이 등장했다. 카고 바지, 크루넥 스웨터 위에 나일론 재킷을 입은 여경부터 다양했다.

Vetements has a message. And it's NOT about the Punk hair…

A photo posted by Suzy Menkes (@suzymenkesvogue) on

모든 의상은 세세한 디테일까지 담겨 있었다. 런웨이에 등장한 펑크족은 삐죽한 스칼렛 색 머리 스타일에, 빈티지 프린트 티셔츠 위에 커스터마이즈드 가죽 바이커 재킷과 빈티지 청바지를 입었다. 하지만 베트멍은 쇼 노트에 재킷에 적힌 슬로건, “Queers Still Here(퀴어들은 아직 여기있다)”, “Not Your Resident(당신의 거주자가 아닙니다)” 문구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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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쇼에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고정된 이미지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하루종일 보는 것을 좋아하는 카우치 포테이토(couch potato)는 부드러운 잠옷 바지 위에 가디건과 푹신한 목욕 가운을 입었다.
“드레스 코드에 집중했어요. 제가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가장 좋아했던 과목이 사회학이었죠. 거기서 영감을 얻어 사회적인 유니폼과 사람들이 옷을 입는 방식을 연구했답니다.” 뎀나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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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인물의 개성을 연구해 개성을 최대한 살려내고 강조하려고 했어요.”

“사실 이번 쇼의 모든 인물에 이름과 스토리가 따로 있답니다. 이 스토리와 캐릭터에 어울리는 모델들을 찾은거죠. 그들의 사생활까지 공부하게 되어 재미있는 프로젝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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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뛰르 시즌에 “일반인”에 주목하는 것은 패션계에서 과감한 행동이다. 하지만 상류 사회와 평범한 스트릿 스타일을 결합하는 것은 베트멍에게 새로운 시도는 아니다.

뎀나와 그의 동생 구람 바잘리아(Guram Gvasalia)는 사회 부적응자와 패셔너블하지 못한 캐릭터들을 런웨이에 이미 선보였었다. 도널드 트럼프가 백악관에 입성한 지금, 패션 세계를 리얼리티 쇼처럼 대하는 것은 베트멍의 통찰력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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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멍 쇼에는 사회적 격변에 대한 뜻이 숨어 있었다. 사실, 이 브랜드가 만들어내는 모든 것들은 현실 세계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찾아볼 수 있다. 뎀나에 의하면 이번 쇼 초대장으로 보내진 작은 신분증들은 “다양한 나라의 신분증을 그대로 복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초대장에 재미를 더하는 것을 즐긴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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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쇼 초대장은 현대 사회에 이슈로 오르고 있는 이민 문제를 다룬 것이란 걸 바로 느낄 수 있었다. 단순히 재미있다고 하기에 무시하기 힘든 문제를 강렬히 전달한 것이다. 평범해 보이는 것들을 재창조해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베트멍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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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개별적으로 봤을 땐, 이 컬렉션에는 멋진 스포티한 스타일의 옷, 그리고 주황색부터 로열 블루까지 다양한 색상의 코트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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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치있으면서도 간혹 예쁜, 창의적인 실루엣들을 선보이면서 동시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굉장히 베트멍스러운 컬렉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