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끝을 즐기는 이런 방법

젊은 아티스트 권철화가 자비에 돌란의 영화 <단지 세상의 끝>을 자기 식대로 재해석했다.

‘칸의 총아’ 자비에 돌란의 영화가 더욱 흥미로운 이유는 단지 그가 매력적이고 재능 있는 젊은 감독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매번 분명하게 엇갈리는 영화에 대한 평가와 해석 덕분이다. 최근 개봉한 신작 <단지 세상의 끝> 역시 제각각 호오의 감상평을 양산 중이다. 시한부 선고를 받고 집으로 돌아온 루이를 둘러싼 가족들의 감정과 관계, 이 모든 것을 응축해 몰아 붙이듯 쏟아내는 대화의 격랑에 휩쓸려 비틀거리다 보면 영화 속 인물들의 표정이 뚜렷하게 각인된다. 젊은 아티스트 권철화가 재해석한 이 인물들처럼! 그가 포착한 “일시정지 된 인물들의 감정”에 얽힌 짧은 노트도 함께 공개한다.

루이(가스파르 울리엘)나 역시 독립해 가족들과 따로 살고 있어 그런지 유난히 감정이입 된 인물. 가족이라는 존재에게 건네는 아들의 미소.

루이(가스파르 울리엘)
나 역시 독립해 가족들과 따로 살고 있어 그런지 유난히 감정이입 된 인물. 가족이라는 존재에게 건네는 아들의 미소.

쉬잔(레아 세이두)처음 이 작업을 제안 받았을 때, 쉬잔이 돌아보면서 엄마에게 틱틱거리는 장면을 따라 그리고 싶었다. 극대화된 클로즈업이 가장 강렬한 인물이었고, 그 외의 다른 이유는 사실 없었다. 다섯 명 중 쉬잔을 가장 먼저 그렸고, 쉬잔이 길을 열어 주었기 때문인지  일시정지 된 그들의 표정과 감정을 따라갈 수 있었다.

쉬잔(레아 세이두)
처음 이 작업을 제안 받았을 때, 쉬잔이 돌아보면서 엄마에게 틱틱거리는 장면을 따라 그리고 싶었다. 극대화된 클로즈업이 가장 강렬한 인물이었고, 그 외의 다른 이유는 사실 없었다. 다섯 명 중 쉬잔을 가장 먼저 그렸고, 쉬잔이 길을 열어 주었기 때문인지 일시정지 된 그들의 표정과 감정을 따라갈 수 있었다.

엄마(나탈리 베이)어색하고 과한 미소와 메이크업, 상기된 목소리, '단지' 어여쁜 아들을 향한.

엄마(나탈리 베이)
어색하고 과한 미소와 메이크업, 상기된 목소리, ‘단지’ 어여쁜 아들을 향한.

까트린(마리옹 꼬띠아르)한 발짝 떨어진 감정, 떨리는 눈빛, 앙 다문 입. 영화를 두 번 보게 하는 마리옹 꼬띠아르의 힘.

까트린(마리옹 꼬띠아르)
한 발짝 떨어진 감정, 떨리는 눈빛, 앙 다문 입. 영화를 두 번 보게 하는 마리옹 꼬띠아르의 힘.

앙투안(뱅상 까셀)인물들을 따라가다 보니 그림의 터치가 그의 감정 상태에 비례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앙투안은 괴팍하면서도 착한, 투박한 남자다. 울부짖다 떨리는 그의 모습.

앙투안(뱅상 까셀)
인물들을 따라가다 보니 그림의 터치가 그의 감정 상태에 비례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앙투안은 괴팍하면서도 착한, 투박한 남자다. 울부짖다 떨리는 그의 모습.

‘뒤섞인 감정들, 극대화된 클로즈업, 앙다문 입, 떨리는 눈빛, 흐릿한 그림자, 가족, 너무 다르면서도 같은 다섯 명의 인물들. 틱틱 대고 울부짖다 웃고 마는 모든 감정은 사랑 아래 있지 않을까.’ – 권철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