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암바티스타 발리: 가벼운 여행

무굴식 꽃무늬 패턴과 엉덩이에 달린 풍성한 쉬폰 장식으로 꾸뛰르식 인도 여행을 선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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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라고 지암바티스타 발리(Giambattisa Valli)는 그의 컬렉션에 등장한 무굴식 장식들을 지칭하며 말했다. 하얀 새틴 소재에 꽃 장식과 반짝이는 보석 장식들이 군데군데 박혀있었다. 더 많은 꽃들이 촘촘히 들어간 자수 장식은 온 몸을 휘감거나 하얀 드레스에 고집스런 모양으로 표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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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컬렉션에는 또 다른 테마도 있었다. 여행을 컨셉으로 하고 새틴 드레스에 주름을 넣어 마치 이 옷들이 오랫동안 짐꾸러미에 쌓여있다가 방금 꺼내진 것처럼 보이는 테마, 그리고 지난 해 세상을 떠난 이탈리아 보그 편집장 프란카 소짜니에 대한 기억을 주제로 한 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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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무거운 주제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 컬렉션은 지암바티스타가 창조한 컬렉션 중 가장 가벼운 편이었다. 사실, 3년전 쯤과 비교하면 변화의 바람이 이 디자이너의 컬렉션을 훑고 지나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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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앙투아네트를 위한 패브릭에 관한 서적과 그녀가 참수 당하기 전의 마지막 서찰을 포함한 수천권의 역사적 문서가 보관된 프랑스 고서 도서관에서 열린 이 컬렉션은 장소를 제외한 모든 것들이 마치 깃털처럼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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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해 이 컬렉션의 스토리는 무거웠지만, 지암바티스타의 컬렉션은 바람처럼 상쾌했다. 그가 좋아하는 튜닉을 기반으로 해, 실크 바지와 매칭되거나 짧은 드레스로 연출된 일상복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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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를 매칭한 튜닉에 입혀진 인도 꽃무늬 패턴에선 심플하면서도 우아함이 느껴졌다. 이브닝웨어 시리즈로 접어들면서 트윌 장식이 커다란 꼬리처럼 매달려 있는 의상에서도 이 패턴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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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주름들은 믿기 힘들 정도였다. 과거의 패션에는 마틴 마르지엘라가 옷에게도 전생이 있다는 개념을 살펴보았을지는 모르겠으나, 그런 컨셉은 하녀와 여행용 다리미면 충분했던 오뜨 꾸뛰르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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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패션계에선 이런 것들을 직설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 새틴 주름은 신선했으며, 프란카 소짜니가 하고 다녔던 머리띠처럼 어쩌다 한번씩 나타났다.

이 디자이너는 젊은 세대의 고객들에 집중했고, 트윌 장식이 들어간 드레스와 커다란 쉬폰 장식이 들어간 미니 드레스들은 젊고 재미있었다. 다만, 드레스 뒤에 달린 거대한 테일 장식은 조금 더 성숙한 분위기의 가운으로 바꿔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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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여성성을 주도하라.” 지암바티스타가 무드보드에 적은 내용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문장이었다.

패션을 개혁시키거나 드라마틱하게 변화시키지 않으면서도, 지암바티스타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움직인다. 이 컬렉션은 이국적인 꽃무늬 패턴을 포함해, 마리 앙투아네트가 주문한 스타일 그대로일 것이라고 충분히 상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