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얼음땡

폴 맥카트니도, 비욘세도, 미셸 오바마도, 힐러리 클린턴도, 우주 비행사도, 옆집 학생도 ‘마네킹 챌린지’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이 놀이는 스마트폰, SNS, 모바일 세대, 메시지 그리고 인류의 오랜 욕망이 만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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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네킹 챌린지’라는 새 놀이가 지구촌을 휩쓸고 있다. 등장인물들이 마네킹처럼 꼼짝 않고 멈춘 상태를 카메라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촬영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 공유한다.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라는 노랫말처럼, 사람들이 일제히 동작을 정지하고 눈동자와 숨결마저 멈춘 채 머무르고 카메라는 동영상으로 촬영한다. 마법처럼 시간이 멈추고 사람들의 동작과 표정이 순간적으로 굳어버린 비현실적 공간을 시청자들이 체험하게 하는 놀이다.

마네킹 챌린지가 처음 등장한 때는 2016년 10월이다. 미국 플로리다 주 잭슨빌에 사는 한 고교생이 트위터에 올린 동영상이 시작이었다. 이후 폴 맥카트니, 브리트니 스피어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의 인기인은 물론 미셸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과 같은 인물들이 앞다퉈 참여하면서 순식간에 지구촌 곳곳으로 확산됐다. 군사작전을 펼치는 프랑스 특수부대원들도, 라커룸에서 경기 중 휴식을 취하는 미국 프로 농구 선수들도 ‘순간 정지 마법’에 걸렸다. 늘 새로운 놀이에 매료되는 청소년들은 기발한 동작과 표정의 마네킹 챌린지 동영상을 만들어 공유하는 주역이다. 재미있게 만든 마네킹 챌린지 동영상은 수천만 조회 수를 기록하다 보니, 새로 찍은 뮤직비디오나 앨범 홍보용으로 활용하는 아티스트도 여럿이다. 걸 그룹 우주소녀, 모모랜드는 공들인 마네킹 챌린지 영상으로 홍보 효과를 봤다.

웬만한 정지 동작과 표정으로는 눈길을 끌지 못할 지경이 되자, 마네킹 챌린지는 ‘극한 동작’을 겨루는 게임이 되고 있다. 차별적 셀카가 유행하다가 고층 빌딩 꼭대기, 첨탑과 절벽 끝 등 극한 셀카 경쟁으로 이어진 것과 유사하다. 다른 사람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극한적인 동작 그만’은 공간, 인원수, 난이도 차원에서 다양하게 진행된다.

지난해 11월 13일에는 오스트레일리아 퍼스 경기장에서 프로 농구 경기를 관람하던 1만1,600여 관중 전체가 하프타임 때 선수들과 함께 순간적으로 마네킹으로 변신했다. 12월 29일에는 지구 표면으로부터 300km 상공에 떠 있는 국제 우주정거장의 마네킹 챌린지 영상이 트위터에 올라왔다. 프랑스 우주인이 만든 이 영상은 모방이 불가능하다. 무중력 우주 공간에서 연구원들이 공중에 떠 있는 마네킹 챌린지다. 당연히 지구에선 모방할 수 없다. 그래도 최고난도의 마네킹 챌린지는 지상에서 시도된다. 피트니스 클럽이 주 무대다. 철봉에 거꾸로 매달린 채로, 바벨을 든 채로, 물구나무서기를 한 채로, 스쿼트와 데드리프트 등 중력을 거스르는 챌린지가 인기다. 마네킹 챌린지는 세상을 그대로 멈춰버렸다. 이 새로운 놀이는 당연히 기술적 환경에 기인한다. 부피 큰 비디오카메라가 아니라, 고화질과 다양한 화각을 가능하게 하는 스마트폰이 동영상 촬영 도구가 됐다. 스마트폰과 SNS의 발달과 이를 능숙하게 활용할 줄 아는 모바일 세대가 기존 놀이에 결합시켜 만들어낸 ‘오래된 새 놀이 문화’다.

마네킹 챌린지는 기존 놀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얼음땡’ 동작과 플래시몹처럼 순간적 정지 동작을 담고 있다. ‘얼음땡’ 놀이가 재미난 까닭은 단순하면서 힘들다는 점이다. 동작을 멈추려면 심장박동은 빨라지고 근육은 최대한의 긴장을 유지해야 한다. 마네킹 챌린지는 정지한 사람들을 따라 카메라가 뛰어다니며 앵글의 흔들림과 함께 현장의 역동성을 전달한다. 마네킹 챌린지 속 인물은 움직이지 않지만 시청자에게는 그 순간의 긴장과 박동이 전해지기 마련이다. 그동안 정지 화면을 촬영하는 방법은 주로 카메라를 정지시켜놓고 피사체의 순간을 담는 방식이었다. 흔들림 없는 화질을 얻기 위해서 카메라는 삼각대, 스태빌라이저, 스테디 캠 등 움직임을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를 개발해왔다. 마네킹 챌린지는 그 반대인 것이다.

스마트한 세대의 새로운 문화로 정착되려면 단순히 놀이 요소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메시지와 의미를 담아야 한다.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아이스 버킷 챌린지나 플래시몹이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내는 표현 수단으로 확산된 것처럼, 마네킹 챌린지도 사회적 메시지 전달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점이 트렌드 확산의 배경이다. 국내에서는 정치인의 하야를 주제로 한 창의적인 마네킹 챌린지가 숱하게 만들어졌다.

순간을 정지시켜 영원히 간직하려는 시도는 뿌리가 깊다. 모든 것이 변화하고 시들고 사라져가는 자연현상 때문이다. 그림이나 조각품 같은 미술품도, 시나 소설과 같은 문학작품도 따지고 보면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했다. 멈추려는 대상은 대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이다. 그래서 행복을 ‘영원히 머무르고 싶은 순간’이라고 정의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파우스트가 악마에게 영혼을 넘기는 계약의 조건도 “순간이여, 멈추어라, 너는 참 아름답구나”라고 말하는 순간이다.

마네킹 챌린지는 스마트폰과 동영상을 능숙하게 다루는 시각적 소통 위주의 세대가 만든 정적이면서 역동적 놀이 문화다. 그 동기에는 재미와 함께 아름다움과 진기함을 영원히 간직하고 공유하고 싶어 하는 인류의 오랜 욕망이 흘러 더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