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Nude

올봄, 살색 전쟁이 시작된다. 내로라하는 베이스 명가들이 최신 기술로 무장한 기적의 제품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보그〉가 분석한 핵심 키워드와 새로운 누드의 법칙.

v61229b 0078

내추럴 끝판왕

“작년 한 해를 지배했던 하드 컨투어링 열풍은 잊어주세요. 이제 ‘논투어링’의 시대입니다.” 디올 내셔널 메이크업 아티스트 손민기의 말처럼 2017년 선보이는 베이스 제품은 각을 만드는 재미보다 인간의 피부 그 자체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커버력의 대명사, 스틱 파운데이션마저 투명감을 최대 강점으로 내세울 정도. 대표적인 예가 끌레드뽀보떼 ‘뗑 스틱 에끌라 SPF 17/PA++’. 피부에 대고 살짝 밀어보니 체온에 녹는 오일 성분 덕분인지 스틱 타입 특유의 뻑뻑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수분 스틱을 사용하는 느낌. 고형 제품이 이럴진대 액체는 오죽하겠나. 겔랑 ‘란제리 드 뽀 파운데이션 SPF 20’, 어딕션 ‘스킨케어 파운데이션’ 등 대부분의 리퀴드 파운데이션이 커버력보다는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듯 투명한 광채’를 헤드 카피로 내세우고 있다.

 

광의 귀환

아무리 자연스러워도 광은 포기 못한다. 특히 이번 시즌은 물광, 윤광, 극광 등 광이란 광은 모두 허락되는, 찬란한 시대! 맥 프로 이벤트팀 김혜림은 “피부 속부터 비쳐 오르는 듯한 반들거림이 핵심”이라고 강조하며 눈, 양 볼, 입술, 관자놀이같이 빛이 필요한 부위에 오일이나 톤업 크림을 더하는 방식으로 메이크업하라고 조언한다. 이렇게 하면 파운데이션과 구별되는 무게감 덕분에 입체적인 윤기가 살아난다는 것이다. 백스테이지에서 만난 메이크업 아티스트 발 갈랜드 역시 ‘광’을 위한 무기로 시머 파우더보다 글로스나 오일을 꼽았다. 인위적이지 않은 속 윤기를 연출하려면 이게 최선이라는 귀띔이었다. 하지만 예외는 있다. 샤넬 ‘르블랑 브라이트닝 컴팩트 파운데이션 롱 래스팅 래디언스 떼르말 컴포트 SPF 25/PA+++’는 프레스드 파우더처럼 보이지만 리퀴드 파운데이션 뺨치는 투명 광채를 자랑하기 때문. 혈소판 모양의 세라믹 입자가 피부에 밀착돼 은근한 속광을 뿜어낸다.

 

색보다 톤

21호를 쓰느냐, 23호를 쓰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피부톤 그대로가 가장 완벽한 컬러인 시즌, 관건은 자기 피부에 가장 가까운 것을 찾아내는 일이다. 고맙게도 백이면 백 다른 피부 개성을 모두 맞춰낼 제품이 꽤 눈에 띈다. 더샘 ‘올 댓 키트 베이스 메이크업’의 경우 무려 세 개의 다른 제품이 한 지붕 아래 모여 있다. 숙취로 붉어진 얼굴, 아파서 칙칙해진 낯색 등 그날의 컨디션에 맞춰 두 컬러의 파운데이션을 적절히 섞어 사용하고 결점 부위는 컨실러로 가려 보완한다. 닥터 자르트 ‘톤실러’는 작지만 파워풀하다. 틀어진 피부 톤을 교정하는 데 목적이 있는 제품으로 울긋불긋함을 잡아주는 그레이 베이지 컬러와 화사하게 커버해주는 핑크 베이지 중 고르기만 하면 된다. 기존의 파운데이션과 믹스해 커버력을 높일 수 있는 유능한 미드필더 역할까지 겸한다.

아예 세팅 자체가 오토 모드인 제품도 있다. 시세이도 ‘싱크로 스킨 글로우 루미나이징 플루이드 파운데이션 SPF 20’은 시시각각 변하는 피부 온도를 감지해 최적의 피부 톤과 광채를 알아서 맞춰내는 마술을 부린다.

 

살색 아닌 살색

완벽한 바탕 화장을 목표로 했던 90년대, 우리 여자들의 화장대 위에 필수로 자리했던 제품이 있었으니 바로 라일락, 핑크, 그린 컬러 메이크업 베이스! 색상환 보색 이론에 기초해, 붉은 얼굴은 그린으로 중화시키고 칙칙한 얼굴은 라일락으로 커버해주는 제품이었는데 효과는 그야말로 드라마틱했다. 마치 젯소를 발라 세팅한 듯 피부를 깨끗한 캔버스로 만들어준 것. 화장이 불투명하게 두꺼워진다는 게 치명적 단점이었지만 아이디어만큼은 100점 만점에 120점.

전지전능 BB, CC 그리고 쿠션에 밀려 어느새 자취를 감췄던 이 컬러 코렉터들이 2017년 재림한다. 화사함에 포커스를 맞춘 ‘시스루 커버’를 내세우며! 이니스프리 ‘노세범 코렉팅 쿠션 SPF 34/PA++’, VDL ‘컬러 코렉팅 쿠션 팬톤 17’이 그 주인공으로 90년대 색 보정 효과를 훨씬 자연스럽게 구현해, 마치 타고난 듯 밝고 화사한 피부로 연출해준다. 묘하게 고급스러운 톤 보정 효과만 있으니 화장한 티 내기 싫은 남자들에게도 강력 추천한다.

 

열 일 하는 컨실러

올해 역시 컨실러의 활약은 계속된다. 아니, 더 적극적이다. ‘컨실러는 피부 톤에 딱 맞는 컬러 하나만 산다’는 고정 관념을 버리길. 단지 ‘가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메이크업할수록 생얼이 되는 기적에 도전 중이니까. 나스 교육팀 임소연은 열여섯 개나 되는 컬러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나스 소‘ 프트 매트 컴플리트 컨실러’를 예를 들어 설명한다. “핑크 톤은 다크서클에 사용하고 아몬드 톤으로는 컨투어링할 수 있어요. 컨실러를 잘만 사용하면 컨투어링 전용 제품을 사용할 때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입체를 표현할 수 있답니다.” <보그>가 주목하는 제품이 하나 더 있다. 전 세계 유튜버들의 사랑, 메이블린 뉴욕 ‘핏미 컨실러’. 이 역시 각기 다른 컬러를 하이라이터, 커버, 컨투어링용으로 돌려가며 전방위로 활용할 수 있다.

1 어딕션 ‘스킨케어 파운데이션’. 2 랑콤 ‘압솔뤼 로즈 앰플 에센스 쿠션 컴팩트’. 3 디올 ‘디올스킨 포에버 쿠션’. 4 나스 ‘소프트 매트 컴플리트 컨실러’. 5 샤넬 ‘르 블랑 브라이트닝 컴팩트 파운데이션 롱 래스팅 래디언스 떼르말 컴포트 SPF 25/PA+++’. 6 끌레드뽀 보떼 ‘뗑 스틱 에끌라 SPF 17/PA++’.

1 어딕션 ‘스킨케어 파운데이션’. 2 랑콤 ‘압솔뤼 로즈 앰플 에센스 쿠션 컴팩트’. 3 디올 ‘디올스킨 포에버 쿠션’. 4 나스 ‘소프트 매트 컴플리트 컨실러’. 5 샤넬 ‘르 블랑 브라이트닝 컴팩트 파운데이션 롱 래스팅 래디언스 떼르말 컴포트 SPF 25/PA+++’. 6 끌레드뽀 보떼 ‘뗑 스틱 에끌라 SPF 17/PA++’.

완전체의 진화

꼭 경험해보길 권하는 신제품 세 가지 중 첫 번째는 디올의 두 번째 쿠션, ‘디올스킨 포에버 쿠션’. 콧대 높은 디올이 실은 얼마나 여자들의 일상적 불평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는지를 단박에 눈치챌 수 있는 제품이다. 늘 제품 설명 화두에 백스테이지와 트렌드부터 이야기하던 그들이 ‘대중의 니즈’에 영감을 받았다고 고백하며 진솔하게 개발에 임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디올은 “머리카락이 들러붙고 약간의 다크닝이 있으며 지속력이 약하다”는 우리의 소소한 불만을 모두 보완했다. 쿠션으로 연출했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가볍고 보송보송 피부 표현은 덤이다.

다음은 랑콤. 물론 그들의 스타 쿠션은 ‘블랑 엑스퍼트 쿠션 컴팩트’지만 <보그> 뷰티 디렉터의 사랑은 ‘압솔뤼 로즈 앰플 에센스 쿠션 컴팩트’다. 쿠션 본연의 스킨케어 효과를 극대화하는 텍스처로 럭셔리한 광을 연출하기에 최적이기 때문. 무엇보다 꽃잎 모양 삼각 퍼프와 가부키 브러시를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 기존 쿠션이 갖는 표현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조르지오 아르마니 ‘파워 패브릭 파운데이션 SPF 25/PA++. 스스로 파운데이션의 명가라고 자신하는 그들이지만, 아르마니의 진짜 매력은 비판 앞에 겸손하다는 것. 기존 제품이 밀착력과 고급스러운 표현력에 비해 커버력이 아쉽다는 의견을 적극 수용했다. 덕분에 무엇 하나 빈틈이 없는 360도 파운데이션, 프레시 롱래스팅의 끝판왕이 탄생했다. 바르고 있는 동안 지속적으로 오일 성분을 피부로 내보내는 테크놀로지를 도입해 방금 메이크업한 듯한 신선한 광을 16시간 동안 유지하는 기적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