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forgettable Moment – ②

사진 한 장을 위해 전국 팔도를 누비는 패션 사진가들에게 여행지로 다시 찾고 싶은 촬영지를 물었다. 기왕이면 사람들이 붐비지 않는 곳으로. 남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는 이들의 하드디스크 깊숙이 숨겨져 있던 풍경 이야기.

 

인천 탄도항과 속초 동명항

인천 탄도항

쉬이 속을 드러내지 않는 바다도 인천 탄도항에서는 맨 얼굴을 드러낸다. 해가 질 무렵 썰물로 물이 빠졌을 때 흙 느낌이 참 따뜻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붉게 물든 해넘이 속에서 바람개비처럼 보이는 풍력 발전기를 향해 뻗어 있는 돌길을 따라 가노라면 마치 바다를 걷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해변을 따라 보이는 황갈색 암벽은 그랜드 캐넌처럼 장엄한 장관을 이룬다. 길을 따라 누에섬 전망대까지 오르면 바다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탄도항 칼국수집은 바지락이 특히 좋다. 바다 근처 식당 어디에 들어가도 만족스럽다. 탄도항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늪지대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사람 키만한 갈대로 숲을 이루고 있다. 바람 부는 날에 들러보길 권한다.

속초 동명항

또 한 곳은 속초 동명항이다. 동해를 갈 때면 늘 바다보다 방파제가 앞서 아쉬웠는데 속초 동명항은 자연과 세월이 만들어낸 돌 언덕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파도로 다듬어진 돌에 이끼가 끼고 냉정하리만큼 차가운 바다가 어우러져 굉장히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임에도 군사지역이 섞여 있어 발길이 닿지 않은 곳들이 있다. 특히 해돋이 명소로 꼽히는 영금정 좌측으로 올라가면 호젓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어느 계절에 가도 좋지만 겨울의 차가운 공기와 가장 잘 어울린다. 동명항에는 직접 바다에 배를 띄우는 가족들이 운영하는 횟집이 있다. 이곳에서 맛보는 게찜 요리는 바다 그 자체다. – 김외밀

 

여의도 샛강 생태공원

여의도 샛강 생태공원2

처음 이곳에 갔던 순간 맞이했던 탁 트인 느낌을 잊지 못해 지금도 종종 찾는다. 생태공원이라는 다소 인공적인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서울에서 숲이라고 인정하는 몇 안 되는 곳이다. 가지를 늘어뜨린 버드나무, 이끼 덮인 연못, 끝없이 이어지는 갈대가 어우러져 신비롭고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이곳에 가만히 서 있으면 무엇인가로부터 보호받고 있는 느낌이 든다. 여의도에 위치해있지만 여의도 하면 떠오르는 ‘일터’, ‘많은 사람들’, ‘바쁨’ 같은 단어가 전혀 떠오르지 않아 섬 속의 섬 같다. 공원이 꽤 큰데 KBS별관 맞은편 쪽을 주로 간다. 여의도와 영등포를 연결하는 다리에서 내려다봐도 좋고, 돗자리 하나 들고 쉬엄쉬엄 걸어도 좋다. 뜨거운 여름이 오기 직전, 태양이 뜨겁기보다 아직 따뜻할 때 가장 빛나는 곳이다. – 목정욱

 

천리포 수목원과 제주 돌문화 공원

천리포 수목원에 가면 바다가 보인다. 천리포 해변은 자연스럽게 기이한 나무와 신비로운 식물의 배경이 되어 준다. 그 경관에서 아늑한 정취가 느껴진다. 1만 4000여종의 식물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 천리포 수목원은 둘러보려면 꽤 시간이 걸릴 정도로 상당히 넓다. 오솔길, 연못까지 두루 갖추고 있어 편안한 산길을 걷듯 둘러 보면 된다. 바다 때문일까. 항상 청명하고 상쾌한 바람이 불어온다.

제주 돌문화 공원은 이름만 들으면 단순히 돌하르방을 모아놓은 공원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제주에서 자연적 혹은 인공적으로 생성된 원시 돌과 그 조각들로 가득한 곳이다. 진입로부터 마치 만리장성으로 발을 내디딘 듯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지는데, 사실 원시 제주도의 모습이다. 해질녘 기이하고 원시적인 돌들이 빨간 노을과 어우러지기 시작하면 문명 밖으로 이동한 듯 이상한 평화가 느껴진다. 공원 후반부에 펼쳐지는 거대한 원시 돌 집합의 모습은 돌문화 공원의 압권이다. – 박세준

 

담양 죽림원

담양 죽림원

많은 대나무숲을 가봤지만 이곳만큼 세월이 깊이를 만들어내는 곳을 보지 못했다. 대나무가 심어진 간격은 촘촘하고 줄기는 두텁다. 놀랍게도 이 대나무숲은 식당 주인장의 개인 사유지다. 대나무숲 한가운데 식당이 있는데, 평상에서 앉아 대나무 사이로 부는 바람을 맞으며 대통찜과 떡갈비를 맛 보는 건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행복이다. 아무리 뜨거운 한여름 한복판에 가도 담양 죽림원에는 시원한 바람이 일렁인다. – 강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