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컨택트>의 감독, 드니 빌뇌브의 놀랍고도 확고한 세계

2023.02.20

by VOGUE

    <컨택트>의 감독, 드니 빌뇌브의 놀랍고도 확고한 세계

    외화 극장가에 《컨택트》라는 불세출의 강자가 등장했다. 오는 2월 26일에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 작품상, 감독상 등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이토록 정적인 SF 영화는 ‘한 번도 만나지 못한’이라는 최고의 찬사를 거머쥐었다. 이 모든 것은 ‘차세대 거장’ 드니 빌뇌브로부터 비롯되었다.

    외화 극장가에 《컨택트》라는 불세출의 강자가 등장했다. 오는 2월 26일에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 작품상, 감독상 등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이토록 정적인 SF 영화는 ‘한 번도 만나지 못한’이라는 최고의 찬사를 거머쥐었다. 이 모든 것은 ‘차세대 거장’ 드니 빌뇌브로부터 비롯되었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만이 유일하다고 생각했던 영역에 드니 빌뇌브 감독이 발을 디뎠다. 우아하다 못해 고결한 SF 영화 <컨택트> 얘기다. 언어학자 루이스(에이미 아담스)와 외계생명체와의 낯선 만남과 그들의 언어 교류. 이러한 ‘소통’에만 몰두하며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예측을 뛰어넘는 반전과 만나게 된다. 이 놀라움은 단지 ‘충격 효과’ 수준이 아니다. 우리의 인식 체계를 뒤엎어 버리는 영화적 경험이다. 이때부터 영화는 자신이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쏟아내고 영화의 풍경은 완전히 낯설어진다. <컨택트>는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따뜻하게, 그리고 영혼은 충만하게 만드는 SF 영화다. SF 활극을 기대한 관객에게는 다소 따분하고 모호하게 들릴지 모르는 수사일 테지만, 감독의 전작을 한 편이라도 챙겨본 관객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질 거다.

    드니 빌뇌브는 대개 외부 세계의 사건은 선명하게, 내부 세계의 카오스는 고요하게 그려내는 감독이다. 수사의 과잉이 없다는 측면에서 미니멀리스트이기도 하다. 전작인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를 떠올려 보라. 미국 국경 무법지대에서 멕시코 마약 카르텔을 소탕하는 이야기. 활약하는 주인공인 줄로만 믿고 있던 케이트(에밀리 블런트)는 영문도 모른 채 이리 저리 끌려 다니다 종국엔 무력하게 고개를 떨군다. 이런 장면에서조차 드니 빌뇌브는 절대 대상을 클로즈업 하지 않는다. 다만 스케일 큰 와이드숏의 화면 속 한 구석에 조그맣게 자리를 내어줄 뿐이다.

    이러한 순간은 <그을린 사랑>에도 자주 등장한다. 공증인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어머니의 유언을 듣게 된 쌍둥이 형제는 혼란스러운 마음에 건물 밖으로 나와 말다툼을 벌인다. 하지만 이때도 카메라는 멀리 있다. 어머니의 비밀스러운 과거가 하나씩 벗겨질 때도 영화는 상황을 자세히 그리지 않고 짐작하게 하거나 일부만 보여주거나 할 뿐이다. 궁금증도, 충격의 강도도 거세진다. <컨택트>에서 쉘과 외계생명체의 형상을 드러내는 방식과도 흡사하다. 언제 보여줄 것인가, 어디까지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계산이 철저하다. 드니 빌뇌브는 감정 묘사가 아닌 치밀한 플롯으로 관객을 쥐락펴락한다는 의미다.

    《에너미》

    《에너미》

    《에너미》

    《에너미》

    《에너미》

    《프리즈너스》

    《프리즈너스》

    《프리즈너스》

    《프리즈너스》

    《프리즈너스》

    자신의 또 다른 자아와 충돌하는 남자를 그린 신경증적인 심리 스릴러 <에너미>나 실종된 아이를 찾는 아빠와 형사의 고통스러운 여정을 담은 <프리즈너스>도 마찬가지다. 드니 빌뇌브는 관객이 쉽게 다가올 수 있도록 장르의 외피를 쓰고, 내면에 파문을 일으킬 만한 철학적 메시지를 심어 놓는다. 미니멀한 형식에 선과 악, 이상과 현실, 실재와 상상 사이에서 갈등하게 만드는 ‘경계에 선’ 이야기를 즐긴다. 그야말로 이 시대가 원하는 감각과 재능, 방향성을 갖춘 감독이다. 앞으로 우리는 그의 이름을 더 즐겨 부르게 될 것이다.

      김현민(영화 저널리스트)
      에디터
      윤혜정
      사진
      UPI 코리아 제공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