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I am Love

2023.02.26

by VOGUE

    I am Love

    70년 디올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디자이너가 제일 높은 의자에 앉았다.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는 그 의자에 앉아 현실의 여성과 함께 고민하며 꿈꾸고 있다.

    p4 풀페이지 _D4A4433 _SOPHIE CARRE

    1919년의 어느 날, 열네 살 소년 크리스찬 디올은 고향인 프랑스 그랑빌에서 열린 자선 바자회에서 일을 돕고 있었다. 그가 맡은 건 점쟁이의 마법이 깃든 소품을 판매하는 일이었다. 조용한 성격의 소년은 밀짚모자의 리본을 예쁘게 동여매고 군말 없이 판매에 열중했다. 바자회가 끝날 때쯤 점쟁이가 조용히 소년을 불러들였다. 그녀는 하루 종일 열심히 도와준 소년의 손금을 들여다보았다. “돈을 벌기 쉽지 않겠어. 하지만 여자들 덕분에 크게 성공할 수 있을 거야. 그건 모두 너의 인생에 있는 여자들 덕분이야.” 그 점쟁이가 얼마나 용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은 30년 후 그 소년이 무슈 디올로 불렸다는 것이다. 그 후로 전 세계 수많은 여자들이 그의 디자인 덕분에 패션이 주는 기쁨을 만끽했다. 소년 크리스찬이 처음으로 자신의 삶에 대한 비밀을 엿듣던 날로부터 약 100년 후, 새로운 여성이 디올의 운명에 등장했다. 70년 브랜드 역사상 최초의 여성 아티스틱 디렉터로서 하우스에 입성한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가 이 드라마의 주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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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 마리냥 거리에 있는 디올 사무실에서 키우리를 만났을 때, 그녀는 회색 스웨터에 청바지를 입은 채 회색 소파에 기대앉아 있었다. 인터뷰 이틀 전 그녀는 디올에서의 첫 번째 오뜨 꾸뛰르 컬렉션을 발표했고, 그날 밤 거창한 가면무도회를 열었다. 하루 종일 미팅과 인터뷰가 이어졌다. 게다가 <보그 코리아>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로마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했다. 피곤하지 않느냐는 걱정스러운 나의 안부 인사에 열 손가락에 각기 다른 반지를 낀 손을 흔들며 반색했다. “전혀 피곤하지 않아요.” 이어서 거뜬하다는 듯 양손에 깍지를 끼었다가 풀어 보였다. 팔목을 가득 채운 팔찌가 찰랑이는 소리가 조용한 공간에 울려 퍼졌다. “이제 여기가 집인걸요. 저희 집에 오신 걸 환영해요.”

    컬렉션 전, 아틀리에에서 옷을 살펴보고 있는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

    컬렉션 전, 아틀리에에서 옷을 살펴보고 있는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

    크리스찬 디올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매장을 몽테뉴 거리에 연 지 10년 만에 세상을 뜨자, 경영진은 재빨리 스물한 살의 파리한 소년 이브 생 로랑을 그 자리에 앉혔다. 생 로랑이 군대의 부름을 받은 후, 디올을 물려받은 건 마크 보앙이었다. 그다음은 지안프랑코 페레, 그다음은 존 갈리아노, 그리고 그다음은 라프 시몬스. 2015년 가을 시몬스가 느닷없이 디올을 떠났을 때, 호사가들은 각자 선호하는 디자이너 이름을 거론했다. 런던의 로맨틱한 드레스 장인, 파리의 잘생긴 신예 스타, 뉴욕의 영리한 듀오 등이 후보였다. 그리고 약 8개월 후,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가 디올을 이끌게 된다는 뉴스가 발표되었을 때, 패션계에는 미묘한 진동이 훑고 지나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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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가 키우리를 예상하지 못한 건 그녀가 디자인 팀의 일부라 여겼기 때문이다. 1989년 가방 디자이너로 처음 펜디로 출근할 때부터 이젠 발렌티노에 홀로 남은 피엘파올로 피촐리와 짝꿍이었다(그로부터 1년 전, 친구였던 지암바티스타 발리의 소개로 기차역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부터 그녀는 그와 함께 일하기로 마음먹었다). 듀오는 10년 뒤 발렌티노로 옮겨갔고, 2009년 두 손을 꼭 잡고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승진했다. 액세서리 디자이너(그 둘은 펜디 ‘바게트 백’, 발렌티노 ‘락스터드 시리즈’의 숨은 공로자) 출신이었지만, 듀오의 작업은 기대 이상이었다. 오래된 이태리의 몽환적 전통과 신세대의 솔직한 취향을 접목시킨 디자인은 발렌티노를 완전히 새롭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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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디올이 키우리에게 접근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발렌티노로 옮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디올의 최고 경영자인 시드니 톨레다노가 그녀를 만났다. 제안서에 쓰인 타이틀은 디올의 핸드백 디자이너였다. 당시 키우리는 액세서리 전체를 디자인하기를 원한다고 덧붙이며 거절했다. 그리고 2016년 다시 한 번 디올에서 연락이 왔을 때,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다. 우선 평생 살아오던 로마를 떠나야 했다. 그건 남편인 파올로 레지니(로마에서 셔츠 공방을 운영한다)와 아들 니콜로를 비롯한 가족과 멀어진다는 걸 의미했다. 또 그녀는 패션계에서 일하는 동안 과중한 업무가 디자이너에게 끼치는 영향을 직접 지켜봤다. “하지만 제 남편이 그러더군요. ‘애들은 이제 다 컸어. 만약 지금 도전하지 않으면, 언제 또 새로운 걸 해보겠어?’ 그래서 결심했죠. 저는 도전을 좋아하거든요.” 그렇게 해서 쉰두 살의 나이에 그녀는 패션계에서 가장 중요한 타이틀을 조심스럽게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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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내가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눈 키우리의 인상은 다채로운 표정이었다. 얼굴에는 다양한 기분이 순식간에 제 모습을 드러냈다가 사라지곤 했다. 폭소를 터뜨리곤 곧 눈썹을 움직이며 인상을 찌푸렸고, 다시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그 모든 표정을 지어 보이며 짧은 플래티넘 블론드 머리를 자주 어루만졌다. 트레이드마크인 짙은 아이라인을 하지 않아서인지 그녀의 눈빛은 더 반짝이는 듯했다. 친근한 말투 덕분에 꼭 성격 좋은 이태리 이모와 함께 수다를 떠는 기분이었다. “파티는 재미있었나요? 샴페인도 많이 마셨어요?” 그녀가 이렇게 질문할 때, 패션계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른 여제의 고고한 자존심은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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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실용적 태도는 작업에도 영향을 끼쳤다. 디올의 공식 발표 후, 키우리에게 2017년 봄 컬렉션을 준비하는 데에 주어진 시간은 6주. 게다가 그사이에는 프랑스의 악명 높은 여름휴가까지 끼어 있었다. 톨레다노는 그녀에게 데뷔전을 미루길 권했지만, 키우리는 자신 있었다. 우선 서점으로 달려가 디올에 관한 서적을 몽땅 샀다. 그리고 요즘의 하우스 디자이너들이 그렇듯 아카이브로 들어가 브랜드의 역사를 곰곰이 들여다봤다. 그런데 그녀는 창립자뿐 아니라, 그 뒤를 이었던 디자이너의 작업도 차용하기로 결심했다. 전임자의 역사를 깨끗이 지워버리는 다른 이들과 전혀 다른 신선한 접근이었다. “디올 하우스를 이어왔던 이들이 창조한 아름다운 유산을 왜 무시하겠어요. 한 가지만은 분명해요. 저는 자기중심적 인간은 아니에요.” 그리하여 무슈 디올의 54년 물랭 루주 드레스, 생 로랑의 58년 로마 드레스, 보앙이 선보인 70년대 초반 플리츠 드레스, 페레를 상징한 화이트 블라우스, 갈리아노의 ‘자도르 J’adore)’ 티셔츠, 그리고 디올 옴므를 거쳐간 에디 슬리먼의 꿀벌 자수 장식이 모두 키우리의 버전으로 새롭게 컬렉션에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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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출근부터 계속해서 이 놀라운 유산을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그녀가 아카이브 탐색에 나선 또 다른 목적은 ‘요즘 여자들이 어떤 옷을 필요로 하는가’라는 물음의 답을 찾기 위해서였다. “가장 놀라운 건 가벼움입니다. 사람들은 디올의 이미지 때문에 그 옷이 무겁고, 불편할 거라 생각하죠. 하지만 놀라울 정도로 가벼운 작업이 많았어요.” 그녀가 말을 이었다. 디올의 첫 번째 여성 디자이너로서 그녀가 가진 장점이 그것이었다. 패션을 덮고 있는 신비의 장막을 거두고, 현실의 여인들과 손을 잡는 것 말이다. “마리아 그라치아는 아주 현실적인 디자이너입니다. 단지 의자에 앉아 명령을 내리는 디자이너들과 다르죠.” 그녀가 일하는 모습을 지켜본 톨레다노는 파리 <보그>에 이렇게 전했다. “직접 일어나 구두를 신어보고 가방을 들어보고 재킷을 걸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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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올 하우스의 수장이 되면서 그녀는 패션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이 됐다. 이 사실은 그녀에게 중요하게 다가왔다. “물론 저는 제가 위대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제 우상은 마담 샤넬과 마담 미우치아 프라다예요.” 하지만 스스로의 위치가 또 다른 여성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잊지 않았다. 즉 디올이 상징하는 ‘여성성(Femininity)’과 현대 여성을 위한 기본 인권을 의미하는 ‘여성주의(Feminism)’를 모두 놓치지 않는 일이다. 지난해 9월 파리에서 선보인 첫 번째 컬렉션에 나이지리아 출신 소설가 치마만다 은고지 아디치에(Chimamanda Ngozi Adichie)의 문구 “We Should All Be Feminists”를 티셔츠에 새긴 것도 같은 이유다(키우리는 아디치에에게 직접 편지를 보냈고, 아디치에는 쇼에 참석하는 것으로 디자이너의 정성에 보답했다). 그녀는 전 세계 여자들이 거리에 나섰던 ‘위민스 마치’가 열린 1월 21일에도 그 티셔츠를 입고 아틀리에에서 일하고 있었다. 불현듯 깨달았던 세상의 부조리에 대해 그녀는 꽤 진지했다. “문득 뒤돌아보니 뭔가 잘못돼 있는 것 같았어요. 우린 뭔가를 잃어버린 듯했습니다. 왜 여전히 게이라고 해서 어린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일어나죠? 왜 여전히 여성을 향한 폭력이 계속될까요? 이태리나 미국, 프랑스만의 문제는 아니겠죠? 한국도 그런가요?” 한국 역시 그 어느 때보다 여성 인권을 위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라고 내가 답하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모두들 알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세상은 그렇지 않더군요. 우리의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페미니스트입니다.”

    Band of Outsiders90년대 스타일을 대표하는 로고 역시 새롭게 태어났다. 존 갈리아노가 유행시킨 ‘J’adore’를 ‘J’aDior’로 변형시킨 것. 이 로고는 쇼츠의 밴드부터 주얼리, 가방, 구두 등에도 다양하게 등장했다.

    Band of Outsiders
    90년대 스타일을 대표하는 로고 역시 새롭게 태어났다. 존 갈리아노가 유행시킨 ‘J’adore’를 ‘J’aDior’로 변형시킨 것. 이 로고는 쇼츠의 밴드부터 주얼리, 가방, 구두 등에도 다양하게 등장했다.

    세상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성들을 상징하는 건 또 있었다. 봄 컬렉션을 관통하는 중요한 이미지인 펜싱이다. “삶에서 진짜 원하는 것을 위해선 싸울 준비가 돼 있어야 합니다.” 그녀는 펜싱 유니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재킷과 팬츠, 퀼팅 베스트 등을 선보였다. “하지만 펜싱에서는 상대방을 죽이지 않죠. 그들의 심장을  ‘터치’할 뿐입니다.” 갑자기 ‘할 수 있다’를 되새기던 한국의 올림픽 대표 선수가 떠올라 나는 그녀에게 에피소드를 전했다. “그럼요, 할 수 있어요. 우리 여자들은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게 없죠. 여성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뤄나가는 모습을 볼 때면, 제게도 큰 용기가 생깁니다.” 그녀가 그 이유를 이어 말했다. “제게도 중요하지만, 제 딸과 아들 세대에게도 알리고 싶어요. 전 세계의 어린 소녀들이 우리가 지녔던 것과 같은 기회를 혹은 더 많은 기회를 갖길 원합니다.”

    Her Orange Chair심플한 디자인의 롱 코트는 아직은 쌀쌀한 봄날 더욱 매력적인 아이템. 미니멀한 스타일은 페이턴트 레드 슬링백 펌프스로 마무리했다.

    Her Orange Chair
    심플한 디자인의 롱 코트는 아직은 쌀쌀한 봄날 더욱 매력적인 아이템. 미니멀한 스타일은 페이턴트 레드 슬링백 펌프스로 마무리했다.

    그 소녀 중 한 명은 런던에서 미술을 공부하는 딸, 레이첼이다. 이제 스무 살인 레이첼은 키우리가 꿈꾸는 신세대 고객이다. “물론 오늘날 디올을 찾는 고객을 위한 것도 중요해요. 하지만 내일 디올을 찾게 될 여자들도 생각해야죠.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좀더 친근하게 다가가야 합니다.” 때론 딸이 엄마를 가르칠 때도 있다. 70년 전처럼 파리의 부르주아로 디올의 고객을 한정할 순 없다. 전 세계에서 다채로운 형태의 삶을 꾸리고 있는 여성이 디올을 찾는다. “여성들은 모두 제각각 달라요. 게다가 다들 원하는 분위기도 다르죠. 그렇기에 스스로를 꾸미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거침없이 도전하는 젊은 세대를 이해해야만 합니다. 레이첼은 그럴 때 큰 도움이 되죠.

    Revolutionary Road키우리는 디올 하우스에 조용한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브랜드의 오래된 전통과 새로운 세대의 여성을 위한 스타일을 믹스하는 것. 슬로건 티셔츠와 로고 장식 슬라이드는 그러한 변화를 상징한다.

    Revolutionary Road
    키우리는 디올 하우스에 조용한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브랜드의 오래된 전통과 새로운 세대의 여성을 위한 스타일을 믹스하는 것. 슬로건 티셔츠와 로고 장식 슬라이드는 그러한 변화를 상징한다.

    그렇다면 스마트폰으로 쇼를 지켜보고, 인터넷을 통해 쇼핑하는 세대를 위해 디자인을 바꾸기도 할까? “미안해요.” 이태리 억양이 강한 그녀의 말투가 크게 출렁였다. “저는 그런 면에선 전통주의자예요. 물론 우린 완벽하게 쇼를 비디오로, 사진으로 볼 수 있도록 준비해요. 하지만 때로는 매장에 와서 직접 만져보고, 입어보고, 느껴봐야 해요.” 아들인 니콜로가 인터넷으로만 쇼핑을 즐기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그녀가 크게 웃었다. “일단 매장에 와보세요. 단순히 디올이라는 상표가 붙은 제품을 제발 사달라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우리가 준비한 근사한 서비스를 경험해보세요. 아주 친밀한 접근 방식을 느껴보세요. 그건 다 공짜거든요!”

    I Heart You‘Skate’라는 문신을 새길 정도로 스케이트보드를 즐겨 타는 나탈리. 평소에는 톰보이 스타일을 즐기는 그녀를 우아하게 변신시켜주는 하트 자수 장식 톱과 튤 스커트.

    I Heart You
    ‘Skate’라는 문신을 새길 정도로 스케이트보드를 즐겨 타는 나탈리. 평소에는 톰보이 스타일을 즐기는 그녀를 우아하게 변신시켜주는 하트 자수 장식 톱과 튤 스커트.

    키우리는 여러 면에서 새로운 세대의 디자이너다. 예를 들어 파리 7구에 집을 구한 후 매일 아침 30분씩 걸어 사무실에 출근한다. 정중한 기사가 딸린 리무진을 마다한 건 파리를 느끼고 싶어서다(발렌티노에서 일할 땐 매일 스쿠터를 타고 출근했다). “파리에 사는 건 좋아요. 어딜 봐도 놀라울 정도로 아름답죠.” 단 한 가지 마음에 안 드는 건? “음식이오. 어쩔 수 없어요. 저는 이태리 출신인걸요!” 물론 디올에서의 삶도 즐겁다. 30년 가까운 경력에도 가끔 그녀를 두렵게 하는 일의 양도 조절 중이다. “밤에 일하는 게 싫어요. 아침에 출근해서 일하고, 저녁엔 일찍 퇴근해 친구를 만나 근사한 식사를 즐기는 삶이 좋아요.”

    Grey's Anatomy디올 하우스를 대표할 만한 비둘기 회색. 무슈 디올이 사랑한 컬러가 포근한 스웨터와 튤 스커트로 다시 태어났다. 공주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건 로고 장식 슬라이드. 화보 속 의상과 액세서리는 디올(Dior).

    Grey’s Anatomy
    디올 하우스를 대표할 만한 비둘기 회색. 무슈 디올이 사랑한 컬러가 포근한 스웨터와 튤 스커트로 다시 태어났다. 공주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건 로고 장식 슬라이드. 화보 속 의상과 액세서리는 디올(Dior).

    그녀가 등장한다고 혼비백산 흩어지는 직원들도 없다. “디올에는 훌륭한 팀이 있어요. 그들은 저를 존중하고, 저 역시 그들을 존중해요.” 오랫동안 파트너와 함께 일한 경험 덕분에 누군가와 함께 일하는 것도 익숙하다. “모자가 필요하면 스티븐 존스에게 전화를 걸면 돼요. 세트가 궁금하면 알렉산드르 드 베탁에게 메시지를 전합니다.” 그건 그만큼 그녀의 책상 위에서 기다리는 일이 많다는 걸 의미한다. “사실이에요. 하지만 제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일과 삶의 균형이에요. 그 균형은 매일 같이 새로 터득해야만 해요.”

    Lady in Red애리조나 출신의 빨간 머리 소녀, 나탈리. 그녀의 길고 가는 몸은 특히 클래식한 실루엣을 아름답게 소화한다. 가죽 풀 스커트 드레스 역시 불타는 듯한 붉은 머릿결과 근사한 조화를 이룬다.

    Lady in Red
    애리조나 출신의 빨간 머리 소녀, 나탈리. 그녀의 길고 가는 몸은 특히 클래식한 실루엣을 아름답게 소화한다. 가죽 풀 스커트 드레스 역시 불타는 듯한 붉은 머릿결과 근사한 조화를 이룬다.

    하이패션의 높은 종탑에 갇혀 치마 길이를 고민하는 디자이너의 시대는 갔다. 이제 우리는 실용적이고, 현실적이며, 친근한 디자이너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이 세 단어는 디올의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를 설명하고 정의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다. “그렇지만 저를 너무 실용주의자로 단정하진 말아요. 저는 꿈을 꾸거든요.” 그녀 꿈에도 패션이 등장할까? “글쎄요,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패션은 여자에게 꿈을 선사해야 한다는 거예요.”

      에디터
      손기호
      포토그래퍼
      HYEA W. KANG, SOPHIE CARRE, JANETTE BECKMAN
      모델
      나탈리 웨슬링(Natalie Westling@The Society)
      헤어 스타일리스트
      토미 코노(Tomi Kono@Julian Watson Agency)
      메이크업 아티스트
      유미 리(Yumi Lee@Streeters)
      네일 아티스트
      진순 최(Jinsoon Choi@JINsoon Nail Lacquer)
      세트 디자이너
      밀라 테일러 영(Mila Taylor- Young@D+V Management)
      프로덕션
      박인영(Inyoung Park)
      캐스팅
      버트 마티로시안(Bert Martirosy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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