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Runs the World?

테일러, 안나, 이만. 우리에게 패션이라는 마법을 믿게 만드는 모델들의 이름이다. 계속 지켜보고 싶고 솔직하며 인종적 다양성을 보여주는 세 아가씨를 〈보그〉가 만났다.

젊음과 개성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모델 트리오. 이들의 매력은 아름다운 데다 거리에서 처음 마주쳐도 쉽게 말을 걸 수 있을 정도로 친근하다는 데 있다. 의상은 생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젊음과 개성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모델 트리오. 이들의 매력은 아름다운 데다 거리에서 처음 마주쳐도 쉽게 말을 걸 수 있을 정도로 친근하다는 데 있다. 의상은 생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토요일 아침 11시 30분. 한 여자가 맨해튼 서쪽에 있는 아파트에서 아침을 먹으며 빈둥거리고 있다. 지루하겠지? 이 여자는 지루하지 않다. 알렉산더 왕의 뮤즈, 브리짓 바르도의 뿌루퉁 내민 입술과 헝클어진 금발을 연상시키는 누벨바그풍의 호리호리한 미녀, <보그> 커버 걸. 매혹적인 뷔스티에 보디스에 어지러울 정도로 높은 힐을 신고 바나나 브레드를 우물거리며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는 건 흥미롭다. 수염을 기른 거구의 남자 두 명이 그녀의 머리를 부산하게 손보고 있다. 슬리퍼와 스웨트 웨어 차림으로 집에서 혼자 빈둥거릴 때나 보여줄 수 있는 그런 무심함을 보통 사람들은 보여주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안나 이버스(Anna Ewers)는 다른 부류의 사람이다.

오랫동안 중앙 무대를 셀러브리티들에게 양보해왔던 그녀는 패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왔다. 이버스가 디스퀘어드2 보디스 차림으로 사진가 패트릭 드마쉴리에의 첼시 로프트를 활보할 때, 그런 뒤 발렌시아가의 그 스틸레토 레깅스를 신을 때(그녀는 “신는 게 별로 힘들지 않다”고 말한다) 우리는 그 이유를 알게 된다. 간단히 말해보겠다. 뛰어난 모델은 다른 사람은 소화할 수 없는 방향성 있는 룩을 소화한다. 그것은 그녀의 뛰어난 능력이다. 이버스는 당신에게 패션 마법을 믿게 만든다. 발렌시아가 2017 S/S? 나를 봐, 내가 그걸 입고 있잖아! 별거 아니야.

이만 하맘(Imaan Hammam)과 테일러 힐(Taylor Hill) 역시 그런 능력을 갖고 있다. 이버스를 포함한 이 세 명의 <보그> 커버 걸들은 현재 활동하는 모델 세대(눈에 띄는 멋진 몸매만큼 독특한 개성으로 주목받는 밀레니얼 집단) 중 선두 주자에 속한다. 하맘, 힐 그리고 이버스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신들의 모험에 팬들을 동참시킴으로써 손에 닿을 듯 가까이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이들은 당신이 기꺼이 친구 삼고 싶은 여신 트리오다.

각기 다른 매력, 다른 체형과 피부색을 지녔지만,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는 동일하다.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 때문. 톰 포드 뷰티(Tom Ford Beauty)의 ‘벨벳 오키드 하이드레이팅 에멀젼’이 우아한 향기를 더한다.

각기 다른 매력, 다른 체형과 피부색을 지녔지만,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는 동일하다.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 때문. 톰 포드 뷰티(Tom Ford Beauty)의 ‘벨벳 오키드 하이드레이팅 에멀젼’이 우아한 향기를 더한다.

힐의 500만 인스타그램 팔로워들은 그녀를 옆집에 사는 전형적인 미국 금발 미녀로 생각한다. 그녀는 자신이 “약간 범생이”라고 고백한다. “모델 일은 저에게 엄청난 자신감을 줬어요”라고 그녀는 옛날 할리우드의 화려함을 연상시키는 마이클 코어스의 수영복에서 펠리니의 치네치타 전성기를 떠오르게 하는 조셉 알투자라의 펜슬 스커트와 브라 톱으로 갈아입으며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도 열네 살에 스카우트된 소녀의 그런 면, 쿨한 것과 거리가 먼 그런 면이 늘 남아 있을 거예요. 당시 <해리포터>에 심취해 있던 저는 어떻게 손쓸 수 없는 곱슬머리였고 언니가 물려준 옷을 입었어요. 그걸 입기엔 키가 너무 커서 아무것도 맞지 않았어요. 어떤 사진작가가 저를 보고 모델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을 때 ‘음, 정말요?’라고 말한 건 저만이 아니었어요. 부모님도 그 사람이 미쳤다고 생각했습니다.”

힐의 배경 이야기는 그녀에게 이상한 매력을 더해준다. 콜로라도 출신인 그녀는 하필이면 목장에서 발탁됐다. “네, 맞아요”라고 힐은 웃으며 인정한다. “우리는 그런 가족이었어요. 함께 말을 타러 목장으로 여행 가는…” 지금은 패션 촬영을 위해 보라보라(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라고 그녀는 말한다)에 가고 자신의 뉴욕 집과 남자 친구의 LA 집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그녀는 느긋한 성적 매력을 내뿜는다. 그러나 외모가 전부인 미래를 계획하진 않는다. “저는 패션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아요. 그러니까 실제 비즈니스 말이에요. 이 일을 하면서 다른 것 못지 않게 제가 접할 수 있었던 놀라운 기회 중 하나는 내부에서 이 산업을 바라보게 된 거예요. 저는 늘 관심을 갖고 머릿속으로 기록합니다. 더 많이 볼수록 더 많이 배우게 되죠. 언젠가 이렇게 배운 것을 활용할 거예요.”

하맘의 경우엔 자신의 트레이너 브랜드를 갖고 싶다. 그것이 자칭 스니커즈 마니아인 그녀의 궁극적 야망이다. “맙소사, 그건 제 꿈이에요”라고 하맘은 그 유명한 숱 많은 긴 머리를 흔들며 말한다. “어릴 때부터 스니커즈를 모아왔어요. 생일날마다 새 신발을 사려고 부모님을 졸라서 나이키 매장에 가곤 했죠. 그러니까… 오, 몇 켤레나 있는지 모르겠어요.”

어떤 것이 세계를 여행하는 사람에게 더 적당한 신발일까? 이 스무살 모델은 국경 없는 세상을 대변하는 얼굴이 되기에 아주 좋은 후보다. 모로코와 이집트의 피가 반반 섞인 그녀는 곱슬머리를 가진 지구 상 모든 여성의 대변인으로 남자 친구이자 동료 모델인 날레예 주니어(Naleye Junior)와 브루클린에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때나 고향 암스테르담의 거리를 돌아다닐 때나 똑같이 편안함을 느낀다. 그 문제라면 발리 해변에서 옆으로 재주넘는 것도 아무렇지 않다(인스타그램 포스트가 그녀의 재주넘기 기술을 증명한다). 그리고 관심사에 대해 똑같이 박학다식하다. 그녀와 짧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시내에서 트러플튀김을 사기에 최적의 장소, 캣워크 캐스팅에 있어 인종적 다양성, 트레이너 슈즈(물론), 유럽의 난민 위기, 잘 알려지지 않은 레게 음반 같은 다양한 주제를 빠르게 오간다. 그중 중요한 얘기 주제는 하맘이 카메라 앞에서 카멜레온처럼 변신하는 걸 즐기지만 그녀의 성공은 유쾌하고 당당하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됨으로써 가능했다는 것이다.

이만과 테일러, 안나는 모델 일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분방하다. 박제되지 않은, 살아 있는 모습이 밀레니얼 세대에게 사랑받는 이유. 치어리더를 연상케 하는 스포티한 디자인의 크리스털 장식 의상은 베르사체(Versace).

이만과 테일러, 안나는 모델 일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분방하다. 박제되지 않은, 살아 있는 모습이 밀레니얼 세대에게 사랑받는 이유. 치어리더를 연상케 하는 스포티한 디자인의 크리스털 장식 의상은 베르사체(Versace).

“저는 열세 살 때 모델 일을 시작했어요. 어렸죠?”라고 그녀는 그때를 회상한다. “그리고 몇 년 동안 머리를 펴는 것을 시작으로 모든 사람을 기쁘게 해주려고 애썼어요”라고 그녀는 곱슬머리 때문에 고민해온 여성들에게 익숙한 말투로 얘기를 이어갔다. “그건 엄청나게 머리를 상하게 했어요. 그래서 얼마 후엔 당분간 이런 건 그만두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곱슬곱슬한 부푼 머리를 그대로 하고 캐스팅을 다니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바로 그 순간 확 뜨기 시작했습니다.”

하맘과 힐이 친근한 매력을 지닌 모델의 전형을 보여준다면 이버스는 수수께끼 같은 내성적 성격과 이른바 배드 걸스 클럽(동료 모델인 빙크스 월튼(Binx Walton), 렉시 볼링(Lexi Boling) 그리고 한느 가비 오딜(Hanne Gaby Odiele)과 함께)의 일원으로서 외모와 태도 면에서 90년대 슈퍼모델의 시대를 떠오르게 한다(그러나 당신은 슈퍼모델들이 이들처럼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시내를 돌아다니는 것을 본 적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버스의 겉모습을 한 꺼풀 벗겨보면 살짝 엉뚱한 면이 드러난다. 예를 들어 이 아름다운 독일 여성은 컬럼비아로 공부하러 갈 때까지 모델로서의 가능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후에도 패션 사진 촬영으로 가장 가고 싶은 곳이 어디인지 묻자 진지하게 “셰필드(Sheffield)요”라고 대답했다. “그러니까 사진 촬영이 아니라면 전혀 가고 싶지 않을 곳들이오.”

공식적으로 이버스는 경치 좋은 지방을 여행하길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와이오밍에 있는 잭슨 홀 계곡과 케냐 같은 곳 말이다. 처음엔 그런 예기치 않은 대답이 그녀의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아주 신선해 보이게 만든다. 알렉산더 왕에 어울리는 자유분방한 쿨함을 몸소 보여주는 이버스는 그를 친한 친구로 생각한다. 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묻자 오늘날 모델 일의 시대정신-현실, 가상현실, 패션 판타지, 옛날식 마법이 뒤섞인-을 깔끔하게 요약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알렉스가 블로그에서 저를 발견했어요”라고 이버스는 눈썹을 아치 모양으로 올리며 말했다. “그러고 나서 빵 터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