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리빙 ① – Dezza Armchair

의자는 가구 디자인의 꽃. 거실 한 켠에 근사한 포인트 암체어 하나 정도 있어 주면 하루 종일 뒹굴고 놀아 줄 수 있을 텐데… 지금 내가 사용하는 소파는 직접 디자인을 했고 변치 않는 우정을 과시하는 이태리 친구들이 제작해 주었지만 암체어 만큼은 화룡점정을 찍을 아이템으로 옛 부터 콕 찍어 놓은 아이가 하나 있었으니 그 이름은 바로 ‘뎃자 (Dezza)’ 암체어.

12, 24, 48. 이라는 각각 세가지 이름과 사이즈로 불리는 Dezza, armchairs or sofa. 외형이 가져다 주는 첫인상은 독특하고 오묘하다.

12, 24, 48. 이라는 각각 세가지 이름과 사이즈로 불리는 Dezza, armchairs or sofa. 외형이 가져다 주는 첫인상은 독특하고 오묘하다.

체어라 해야 할 지 소파라 해야 할 지, 과거에서 왔는지 미래에서 온 건지… 의문스럽고 모호한 형태인데 실제 앉아보면 혼란이 더 밀려온다.  마치 체어와 같은 컴팩트 한 사이즈에 선입견을 가지고 앉았다가 소파 이상의 놀라운 착석감에 뒤통수를 맞은 느낌.  앉아보면 비로소 뎃자 암체어의 디자인을 이해할 수 있는데 바로 등받이와 좌석의 풍부한 쿠셔닝과 서포팅이다.

예리한 눈을 가진 사람이라면 눈치 챘을 수도 있겠지만 12, 24, 48. 세가지 사이즈의 뒷다리와 등받이의 각도를 살펴보면 인체공학에 맞도록 절묘하게 각기 다른 기울기를 가지고 있어 한결 같이 편안하다.  그럼 여기서 꼬리에 꼬리를 물어야 하는 것이 있다. 도대체 이걸 누가 언제 만든 거지?

지오 폰티는 사실 다방면의 오지랖과 인맥을 가진 독특한 캐릭터의 소유자였다.

지오 폰티는 사실 다방면의 오지랖과 인맥을 가진 독특한 캐릭터의 소유자였다.

뎃자는 ‘지오 폰티’ (Gio Ponti) 라는 이탈리아 디자이너에 의해 1965년에 세상에 태어났다. 지오 폰티를 알면 뎃자를 알게 된다. 이 암체어를 디자인 할 당시 지오 폰티의 나이는 이미 칠순을 훌쩍 넘어 팔순을 바라보던 74세였다.  뎃자라는 이름은 1957년부터 살고 있던 밀라노 그의 집에서 이 의자를 디자인 하게 되었는데 ‘비아 뎃자’ (Via Dezza : Via는 영어의 Street) 라는 그의 집 주소에서 비롯된 것이다.

1891년 11월 18일 밀라노에서 태어난 그는 세계 1차대전 직 후 건축을 전공하고 순수회화에 가까운 화가로 첫 활동을 했다. 그의 디자인은 이태리 대표 테이블웨어 브랜드인 리차드 지노리 (Richard Gignori)의 컬렉션에서도 나타나듯 고전적이고 전통적인 문양과 장식들을 모던한 형태와 잘 접목 시켰는데 인테리어에 필요한 거의 모든 영역을 넘나들었다. 얼마 전 동대문에서 전시했던 포르나세티 (Piero Fornasetti) 와도 매우 절친한 사이였으며 1951년 트리엔날레에 가구를 공동 출품 하는 등 작품활동과 콜라보레이션을 함께 했다.

그 뿐 아니라 로마대학의 수학부 (1934), 밀라노 몬테 카니니 빌딩 (1936), 서울의 63빌딩과도 같은 밀라노 피렐리 빌딩(1958)등 원래 전공이었던 건축에도 많은 업적을 보였다. 밀라노 유학시절 두오모 근처 몬다도리(Mondadori) 서점에 들러 한 참을 계단에 주저앉아 읽었던 건축 디자인 잡지의 교과서 ‘도무스’ (Domus)를 창간한 사람이 바로 지오 폰티이다.

그는 직선과 곡선을 절묘하게 조합하는 능력을 가졌다. 등받이에서부터 연결되는 팔걸이의 곡선은 서양건축의 대표적 형태인 궁륭(vault)을 연상케 한다. 아치 모양 같기도 하고 바람에 날리는 돌돌 말린 잎사귀 같기도 하다. 가운데가 볼록한 반면 양 끝 부분은 얇고 가늘게 유선형의 형태로 완만히 디자인 해 팔을 얹었을 때 한없는 편안함을 느낀다.  거기에 버튼 백 (Button Back) 수작업이 들어간 등받이는 등받이의 내부소재들이 고정되는 역할과 동시에 클래식한 요소를 더하였다.

 

이러한 유선형의 형태들은 그의 디자인 곳곳에 나타난다. 반대로 지면에 다다를수록 가늘고 뾰족하여 마치 발끝을 곧추세운 발레리나를 연상케 하는 다리부분은 날렵하고 긴장된 직선을 띄고 있다. 유선형의 매끈하고 가느다란 형태를 표현하고자 했지만 긴장감은 풀기 싫어한 듯 지오 폰티는 육각형의 모양으로 다리를 깎았는데 뎃자 암체어의 관람 포인트 중에서도 단연 백미이다. 이러한 요소들로 인해 이 암체어를 바라볼 때 ‘클래식한가? 모던한가?’ 라고 정의 할 수 없는 미친 존재감이 드러난다.

24 Dezza, armchairs and sofa. 블랙 앤 화이트에 송치가죽(Baby calf) 컬러매치는 뎃자를 통해 공간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불변의 조합이다.

24 Dezza, armchairs and sofa. 블랙 앤 화이트에 송치가죽(Baby calf) 컬러매치는 뎃자를 통해 공간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불변의 조합이다.

또 하나의 즐거움은 바로 색(色)의 즐거움이다. 폴트로나 프라우는 워낙에 가죽을 마치 옷을 재단하듯 잘 다루는 회사로 전세계에서 유명하여 그들의 공장을 스스로 ‘사르토리아(Sartoria – 맞춤 의상실)’ 라고 부른다.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 폴트로나 프라우의 부스를 방문해 본 이들은 알 수 있듯이 그들은 마치 실을 짜서 재단을 한 뒤 몸에 입히는 양복점을 운영하는 모습과 같다.

마치 50년 전으로 돌아간 듯 한 환상을 불러 일으키는 지오 폰티 리바이벌 컬러들.

마치 50년 전으로 돌아간 듯 한 환상을 불러 일으키는 지오 폰티 리바이벌 컬러들.

기본적으로 폴트로나 프라우는 9가지 컨셉의 가죽컬렉션을 보유하고 있고 그 안에는 396가지의 방대한 컬러를 구비하고 있다. 내가 쓰고 싶은 물감을 골라 하얀 캔버스에 마음껏 그리듯 다양한 가죽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난 아직도 그 많은 컬러들 중에서 내 거실 공간에 놓을 컬러 하나를 고르지 못하고 고민하고 있다. 너무 가혹한 선택이다.

뎃자 암체어 디자인 50주년을 맞아 그의 회화와 작품에서 그가 사랑했던 컬러들을 추출했다.   다리와 프레임에는 3가지 컬러를, 소파를 감싸는 가죽에는 23가지의 컬러를 리에디션해 새로운 아이콘으로 재탄생 시켰다. 마치 지오 폰티가 다시 찾아와 그의 꿈을 마음껏 펼쳐 놓은 듯 하다.

뎃자 암체어 디자인 50주년을 맞아 그의 회화와 작품에서 그가 사랑했던 컬러들을 추출했다.
다리와 프레임에는 3가지 컬러를, 소파를 감싸는 가죽에는 23가지의 컬러를 리에디션해 새로운 아이콘으로 재탄생 시켰다. 마치 지오 폰티가 다시 찾아와 그의 꿈을 마음껏 펼쳐 놓은 듯 하다.

뎃자의 탄생 50주년을 맞아 스페셜 에디션으로 선보인 3가지의 목재 프레임 컬러와 23가지의 가죽컬러는 지오 폰티의 꿈을 현실로 이루어 준 것 같은 놀라움이다.

건축 요소 중 필로티 (pilotis –  집을 바닥에 짓지 않고 1층은 기둥만 세우고 2층부터 방을 짓는 건축기법)를 연상하게 하는 뎃자 암체어의  모습

건축 요소 중 필로티 (pilotis – 집을 바닥에 짓지 않고 1층은 기둥만 세우고 2층부터 방을 짓는 건축기법)를 연상하게 하는 뎃자 암체어의 모습

좋은 디자인을 갖게 된다는 것은 내 삶이 그로 인해 풍요로워 진다는 것을 말한다. 꼬리에 꼬리는 무는 좋은 디자인에 대한 갈구와 호기심은 분석하고 파헤치는 덕질과 함께 계속 된다. 우리 모두의 삶이 풍요로워 질 그 날 까지 Tornerò sub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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