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The Second Dirtiest Industry

2017.03.10

by VOGUE

    The Second Dirtiest Industry

    더럽다는 표현보다 오염시킨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다. 패션은 원유 산업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산업이다. 지구는 버려진 옷 더미로 뒤덮이고 있다.

    패스트 패션의 붐으로 의류 쓰레기의 양은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모델이 입은 레이스 톱과 튤 스커트는 뎁 세레모니(Debb Ceremony), 스터드 장식 데님 재킷과 비키니 톱, 프린트 실크 스커트, 페이턴트 양말과 힐은 구찌(Gucci), 진주 목걸이와 팔찌, 반지는 주미 림(Joomi Lim), 오른쪽 손목에 팔찌로 연출한 크리스털 초커는 스와로브스키(Swarovski).

    패스트 패션의 붐으로 의류 쓰레기의 양은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모델이 입은 레이스 톱과 튤 스커트는 뎁 세레모니(Debb Ceremony), 스터드 장식 데님 재킷과 비키니 톱, 프린트 실크 스커트, 페이턴트 양말과 힐은 구찌(Gucci), 진주 목걸이와 팔찌, 반지는 주미 림(Joomi Lim), 오른쪽 손목에 팔찌로 연출한 크리스털 초커는 스와로브스키(Swarovski).

    패션계가 유행이 바뀌는 속도와 SPA 패션 브랜드가 늘어나는 속도에만 촉각을 곤두세우는 사이, 사람들이 옷을 버리는 속도에도 가속이 붙었다. 국내 SPA 패션 시장 규모는 2008년에 비해 일곱 배 가까이 성장했고 동시에 한국의 하루 평균 의류 폐기물 양도 약 32%가 늘어났다. “기부받은 의류에서 SPA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율이 절대적으로 많습니다. 그중에는 태그가 아직 붙어 있는 옷도 상당수죠.” 옷캔(Otcan)의 조윤찬 대표는 사람들이 보내오는 헌 옷 택배 상자에서 종종 새 옷을 발견한다고 말했다. 옷캔은 의류 자원 순환과 환경을 생각하는 비영리단체로, 더 이상 입지 않는 옷을 기부받아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같은 제3세계로 수출하고 있다. 오직 기부받은 옷과 신발만 취급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전국 각지에서 택배로 모이는 중고 의류는 1년에 200여 톤에 이른다. “패션 기업, 특히 패스트 패션 브랜드에선 과잉 생산을 하고 있어요. 만든 지 2~3년이 지나도 팔리지 않아 결국 소각장에서 사라지는 재고량이 엄청나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사실 이 문제는 예전에도 제기된 적 있다. 코오롱의 한경애 상무는 2012년 업사이클링 브랜드 래;코드를 론칭하면서 한 해에 소각되는 코오롱 제품이 60억원어치에 달한다고 밝힌 적 있다. 담당자인 윤영지 대리는 래;코드의 업사이클링을 통해 비공식적 수치로 10~15%에 달하는 재고를 줄였다고 추정했다. 회사 내부에서도 재고를 최소화하자는 의식이 형성되며, 2년이 지난 재고 상품의 디자인을 변형, 재판매하는 리버스 프로젝트를 추가로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판매 부진의 원인을 분석하고 적절한 대응으로 재고를 줄여나가는 일종의 재고 매니지먼트죠.” 하티스트는 삼성물산 패션 부문의 사회 공헌 플랫폼 중 하나로, 삼청동에 위치한 하티스트 하우스에서는 삼성물산 레이블의 재고 의류를 업사이클링하거나 할인가에 판매하고 있다. 수익금은 사회 환원 활동에 사용한다. 부정연 과장은 하티스트의 목적이 업사이클링보다 나눔 문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쇼핑이 곧 기부’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겁니다. 더불어 고객들에게 자신의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주는 방안을 논의 중이죠.”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패스트 패션 기업 또한 적극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H&M은 2012년부터 재활용 소재로 만든 컨셔스 익스클루시브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으며 더 이상 입지 않는 옷을 매장으로 가져오면 할인 쿠폰을 준다. 유니클로 역시 2006년부터 전 세계 매장에서 기부받은 옷을 모아 난민과 소외 계층에 전달하는 ‘전 상품 리사이클링(All-Product Recycling Initiative)’ 캠페인을 지속해오고 있다.

    그렇지만 이 이슈는 깊이 들여다볼수록 드러난 것만큼 간단치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H&M의 지속 가능성 매니저 헨릭 램파(Herik Lampa)는 매장에서 수거한 옷 중 다시 새 옷으로 재탄생되는 양은 0.1%도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 코넬대의 섬유과학·의류디자인과 교수 타샤 루이스(Tasha Lewis)는 바우처를 주는 것에 대해 좋은 취지를 빌미로 또 다른 소비를 부추기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헌 옷을 기부하기 위해 온 매장에서 신상품을 보면, 헌 옷과 교환한 할인 쿠폰을 쓸 겁니다. 하지 않았을 소비를 하게 되는 거죠. 매우 영리한 사업 방식입니다.” 조윤찬 대표는 업사이클링과 사회 환원이라는 명목하에 국내 기업에서 이뤄지는 일은 사실상 합리적 처리 방식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업사이클링을 하는 과정에는 새 제품을 만드는 것과 동일한 양의 비용과 노동이 필요할 뿐 아니라 업사이클링 제품에 재활용의 취지가 무색할 만큼 높은 가격표가 붙는 경우가 있기 때문. 대기업 담당자도 회사 입장에서는 소각하는 쪽이 더 이익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조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업사이클링 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들고, 일부 제품의 경우 가격대가 높아 접근 자체가 어렵습니다. 그 돈으로 새 상품을 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옳은 방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옷을 간직하지 않고 마치 일회용품처럼 입고 버리기를 반복하고 있다. 네크라인에 비즈를 장식한 실크 톱은 드리스 반 노튼(Dries Van Noten), 캐시미어 소재 트랙 팬츠는 브루넬로 쿠치넬리(Brunello Cucinelli), 태피스트리 코트는 프리 피플(Free People at Shopbop), 태슬 귀고리는 생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반지는 주미 림(Joomi Lim).

    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옷을 간직하지 않고 마치 일회용품처럼 입고 버리기를 반복하고 있다. 네크라인에 비즈를 장식한 실크 톱은 드리스 반 노튼(Dries Van Noten), 캐시미어 소재 트랙 팬츠는 브루넬로 쿠치넬리(Brunello Cucinelli), 태피스트리 코트는 프리 피플(Free People at Shopbop), 태슬 귀고리는 생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반지는 주미 림(Joomi Lim).

    많은 기업이 의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 방법으로 업사이클링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시점에서 가장 경제적이고 합리적 해결법이 원래의 형태를 유지한 채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섬유재활용협회(Council for Textile Recycling)에 따르면 굿윌(Goodwill), 구세군, 하우징 웍스(Housing Works) 같은 자선단체가 운영하는 중고 매장에서 팔리는 헌 옷의 비율은 20%에 불과하다(각 단체는 그보다 많다고 주장한다). 오, 남은 옷이여, 어디로 가는가? 노숙자와 저소득층의 차례가 왔다. 이들이 각자 필요한 옷가지를 쏙쏙 빼가도 옷가지는 여전히 남는다. 누구도 원치 않는 헌 옷은 재활용 의류 처리 업체로 보내진다. 작업자들은 빈티지 가게에 팔 만한 옷을 골라내고, 나머지는 거대한 큐브 형태로 압축해 아프리카와 동유럽 국가로 수출한다. 지지부진한 이야기까지 덧붙이자면, 한국에 비해 수출하는 중고 의류량이 압도적인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는 질 낮은 SPA 브랜드 의류가 차지하는 비율의 급증이 자선단체뿐 아니라 수입국에도 달갑지 않은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양이 늘어나 처리 비용은 증가하는 데 반해 정작 쓸 만한 옷은 적어졌기 때문.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말, 동아프리카 공동체 EAC(East African Community)는 자국의 의류 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중고 의류 수입을 금지하자는 안건을 상정하기도 했다.

    그동안 꽤 괜찮은 해결책으로 여겨졌던 제3국으로의 수출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의류 쓰레기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인 현실이다. 그나마 수거함이나 자선단체를 거치는 옷의 비율은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옷에 비하면 미미하기 그지없다. 미국의 경우는 80%, 우리나라의 경우 90% 이상이 재활용의 기회도 갖지 못한 채 소각장과 매립지로 보내진다.

    그러나 여정이 짧든 길든 간에 더 이상 입지 않는 옷과 신발의 종착지가 매립지와 소각장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면이나 실크, 리넨 같은 천연섬유 그리고 천연섬유를 화학 처리한 반합성섬유 쓰레기는 소각장에서 태울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그린하우스 가스인 메탄을 발생시킨다. 천연 소재이므로 음식물 쓰레기처럼 퇴비로 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순진한 발상일 뿐이다. “옷이 되는 과정에서 여러 화학 처리를 거치기 때문이죠. 탈색, 염색, 프린팅, 화학 세탁 등.” ‘지속가능한의류연합(Sustainable Apparel Coalition)’의 CEO 제이슨 키비(Jason Kibbey)는 불법 매립했을 경우 화학물질이 지하수로 침출될 수 있다고 염려했다. 폴리에스테르, 나일론, 아크릴 같은 합성섬유는 말할 필요도 없다. 석유 원료의 합성섬유가 자연 분해되려면 수백, 아니 수천 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한국에서는 2000년에 폐섬유 매립이 전면 금지되면서 전부 소각 처리하고 있는데, 소각을 위한 운반과 처리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전문 처리 업체에 넘기지 않고 불법으로 태워버리는 업체가 속속 발각되는 상황이다.

    맥킨지앤컴퍼니의 분석에 따르면 연간 생산되는 의류의 양은 2000년 이후 두 배로 늘어났고, 2014년에는 1,000억을 넘어섰다. 지구에 사는 사람들은 한 명꼴로 열네 벌의 옷가지를 가지는 셈이다. 이 와중에도 의류 매출은 전 세계적으로 치솟고 있으며 신흥 경제국을 위주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중산층에 합류하고 있다. 주요 개발도상국인 브라질, 중국, 인도, 멕시코와 러시아의 의류 판매는 캐나다와 독일, 영국, 미국보다 여덟 배나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루이스 교수는 원래 버려지는 것을 처리하는 능력이 필수적인 게 아니었다고 말할 정도다. “쓰레기를 수용할 장소가 버려지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게 문제인 거니까요.”

    최근 패션 기업에선 보다 근본적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패션을 위한 성배는 폐쇄 루프(Closed Loop) 방식의 공급 사슬입니다.” 케어링 그룹의 지속 가능성 부서 최고 책임자 마리 클레르 다보(Marie Claire Daveu)는 낡은 원단을 재사용하고, 오래된 원료에서 새로운 원료를 만들고, 섬유를 다시 뽑아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생산품이 거의 동일한 생산품으로 재탄생하는 것으로, 삶의 자연적인 과정을 모방한다고도 할 수 있다. 식물이 흙에서 자라나고 죽어서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것. 비가 모여서 강이 되고 바다로 흐르다가 수증기가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가 다시 비가 되어 내리는 것. 만약 폐쇄 루프가 패션 산업에서 가능해진다면 어떤 것도 매립지로 가지 않을 것이다. 원단 공장에서 의류 공장으로, 그리고 매장을 거쳐 당신의 옷장으로 간다. 그리고 중고 판매상을 거쳐 원단 재활용 업자에게 전해지고 다시 섬유 공장으로 가는, 뫼비우스의 띠 같은 영원한 순환이 있을 뿐.

    폐쇄 루프 섬유 재활용 기술이 상업적으로도 운영 가능한 수준이 되려면 아직 5~10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의식 있는 기업에선 꾸준히 폐쇄 루프의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리바이스는 섬유 기술 스타트업 에버뉴(Evrnu)와 합작으로 낡은 티셔츠 다섯 벌의 재활용 섬유로 최초의 청바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더불어 이 과정에서 사용되는 물의 양은 새 면 원단으로 만들 때 쓰이는 물의 양의 단 2%면 충분하다. 이 청바지는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지만, 재활용 원료 제품을 상품화하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H&M은 지난 2015년에 버려진 H&M 의류를 재활용한 데님 컬렉션을 선보였다. 20%의 재활용 면 섬유를 사용한 것으로, 최종 목표는 100% 재활용 면으로만 만드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우리가 쓰는 원단 전부를 재활용하고 재사용하기 위한 해결책을 찾으려고 합니다.” H&M의 지속 가능성 전문가 세실리아 브랜스턴(Cecilia Brannsten)은 최종적인 목표는 100% 폐쇄 루프 순환이라고 밝혔다. 아디다스는 지난해 말 해양 폐기물로 만든 한정판 컬렉션을 론칭한 데 이어 세계 최초로 100% 자연 분해되는 스니커즈를 선보였다. 이 스니커즈에 사용된 바이오스틸(Biosteel) 섬유는 거미가 거미줄을 만들 때 사용하는 단백질 성분으로합성 소재로 만든 기존 운동화보다 15%가량 가볍기까지 하다.

    파타고니아가 최근에 론칭한 ‘리///컬렉션’은 겉으로 보기에 기존 파타고니아 의류와 전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각각의 아이템은 100% 재활용 다운과 울, 폴리에스테르로 만들어졌으며 라벨과 지퍼, 단추도 각기 50~80% 재생 원료를 포함한다. 파타고니아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일스 존슨(Miles Johnson)은 이렇게 말했다. “필요한 수준의 질에 부합한다는 조건하에, 우리는 재생섬유를 사용할 기회를 꾸준히 탐색하고 있습니다. 물론 재활용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좀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도록 시도해볼 수 있으니까요.” 존슨은 아직까지는 새 원료로 제품을 만드는 것에 비해 헌 옷에서 사용할 수 있는 원료를 분류하고 다시 가공하는 과정이 훨씬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든다고 덧붙였다.

    문제의식을 가진 기업에선 각기 다른 방법을 시도하고 있으며 어떤 방법이 옳고 그른지, 생산적인지에 대해 정확하게 판단하기엔 조금 이른 단계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지금은 다양한 시도와 투자가 필요한 시기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지금이 바로 시작해야 할 때라는 거다.

      에디터
      송보라
      포토그래퍼
      KIM BO SUNG
      모델
      최예나
      헤어 스타일리스트
      원종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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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석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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